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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 정호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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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10-2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이 바닥인 날,
왜 사나 싶다가도, 그 다음 날 좀 나아지는 걸 보면,
고기압, 저기압이 상대적이듯,
바닥도 상대적인 모양입니다.

달팽이 2005-10-27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동감입니다..
절대적인 바닥을 찾기 전까진...있는지도...없는지도...
 

네가 날 버리고 간 그 자리에

풀이 무성히 돋아났다.

네가 날 버려둔 그 시간에

나는 묶여서 꼼짝하지 못했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갔고

몇 번의 해가 바뀌었다.

네가 날 버리고 간 그 곳에

뿌리를 내린 나를 보았다.

밑둥부터 썩어가며 내리는 뿌리

슬픔과 절망만이 그 썩은 뿌리에

양분이 된다.

네가 나를 버린 그 과거의 시간 속에

나는 아직도 웅크리고 있다.

언젠가 돌아와 손을 내밀어 줄

너의 하얗고 작은 손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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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05-10-2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는 것들은 모두 옛것이지만 그것들은 기억 속에만 있어요. 그 시간에 묶여 숨도 쉬지 못하지만...이제 일어날래요. 걸어 볼래요. 때로 기억들은 잘못 맞춘 퍼즐 같은 데도 그것에 너무도 간절한 마음을 품게 될 때가 있어요. 엉킨 기억들 사이로 언뜻 비치는 그 작은 손은 이제 작은 손이 아닐지도 모르는데...님의 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저에게 하는 혼잣말입니다. 시는요, 아파요...

달팽이 2005-10-2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그 하얗고 작은 손은 이제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에요.
결코 현실에서는 끼워맞춰지지 않는 기억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놓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그 아픔과 상처가 깊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건가봐요.
아파하지도 못했다면 슬퍼하지도 못했다면...
지금 난 더욱 그 자리에 묶여 있을 테니까요..
이것은 님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 얘깁니당..^^;
 

한 줄기 바람 가지에 매달린 잎을 떨구는 때

내 청춘의 계절도 바람에 쓸려가는구나

머지않아 마지막 남은 잎이 떨어지는 때

내 추억의 잎새들도 남김없이 져버리고 말테니

혹한 추위만이 세상을 뒤덮을 것이다

따뜻했던 기억들 모두 버리고 홀로 서서

그 매서운 북풍을 맞이하리라

한 치의 바람도 피해가지 않고서

내 가슴으로 모두 받아내리라

한 곳으로 모아진 내 마음이

바다로 흐르는 한줄기의 강물처럼 흐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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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5-10-2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그냥 아는 서재분이 올리시는 글에 모두 댓글 달고 싶네요.. 이 시를 읽으니 슬퍼지잖아요.. 흐흑.. 진짜 눈물날라 그래요.. 흐흑

파란여우 2005-10-24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처럼 파란 달이 바람을 내려다 보는 시월의 밤
낙엽이 떠나가는 길 위에서
한 사내가 울고 있다
가슴시린 인생의 어느 냉동창고에서 떨고 있는지
사내의 눈물에는 냉기가 흐른다
그를 이렇게 길 위에 서 있게 하는 자 누구던가
애처로워하지 마세
우리모두 열심히 한 세월 강물처럼 흐르다가
등푸른 고래가 전설의 수염을 기르고 있다는
바다 한가운데서 만나게 될터이니
그 바다에 가면 더듬이가 느린 달팽이도 있을테고
밤 길 어두워 술 항아리 달 항아리 삼는 어둔이도 있을테고
홀로 들국화 핀 돌계단에서 졸고 있는 파란여우와
새우산이 필요하다고 투정대는 서림이까지
바다로 가는 강물이 퍼지는 이 동네에서
어울렁 저울렁 어깨동무나 해 보세

엔리꼬 2005-10-25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신추문예 당첨된 시조입니껴? 제 이름이 들어있어 작품에 빛을 더하네요.. 감사합니다.

달팽이 2005-10-25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서림님 오늘 또 발자국을 지워가며 들리는 분의 모습을 알게 되어서요...
어깨에 건 팔에서 전해지는 온기만으로도 이 겨울을 날 수 있을 것 같군요...여우님..

어둔이 2005-10-2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월이 어느 멋진 날에"라는 제목의 노래말입니다.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김동규님의 그 우아한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음악은 들려드리지 못하고 노랫말만드립니다. 달팽이님 시월에도 이렇게 멋진 날들이 있답니다. 깊은 물별에 눈이 부신 청춘의 뒤안길에서 파란여우의 기품과 어둔이의 넉넉함과 서림의 애절함과 달팽이의 고독한 걸음과.......그것들이 시월의 단풍을 이룹니다.

눈을 뜨기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걸

네가 있는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좋은 것은 없을거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http://www.green.ac.kr/bbs/view.php?id=c_p_changsoo_samsori&no=49
위 사이트에서 노래들어보세요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그대 잠들지 말아라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닌 것보다 행복하고

행복은 언제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있나니

 

차마 이 빈 손으로

그리운 이여

풀의 꽃으로 태어나

피의 꽃잎으로 잠드는 이여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그대 잠들지 말아라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 정호승, 박항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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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05-10-19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충분히 슬픈 후에야...이 시를 노래하고 있는 듯...

달팽이 2005-10-1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이불음, 애이불비..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되리

 

                             - 정호승 글, 박항률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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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10-17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되리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대가 슬프고
그대가 괴로워할 때
그대가 힘들고
그대가 지쳐할 때
그대가 아프고
그대가 절망할 때
그 모든 것 수용하고
그 모든 것 겪어내며
그 모든 것 승화시킬
나 그대의 눈부처되리
나 그대 일평생 눈부처되리

파란여우 2005-10-1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그대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한가지
슬프고 괴로운 이 세상 그대의 눈부처 되는 일 한가지로
그대의 무거움, 그대의 어둠속을 헤치고 들어가
그대의 쓰라림을 안아 주는 일
그대의 갈라진 손등을 보듬어 주는 일
그것만으로 산다한들 아까울 것 없는
한 세상 살이 그대의 눈부처 되는 길

어둔이 2005-10-18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 나를 바라보는 그 눈길
내가 그대를 바라보는 눈부처

서로가 서로의 눈 속에서
눈 부처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가을이 오고
잎 지고
바람이 하늘가로 파아란

그대의 눈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나의 눈 속에서 그대를 바라보는

서로의 눈 속에서 사랑으로 만나
눈부처 하나
가을날 물별처럼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