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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대지에만내릴까

눈들판에만쌓일까

눈은내가슴도내려

눈은내마음도쌓여

문득하얘진몸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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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외로움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밤은 어둠을 견디어야만 했다

어느 날 밤은 어렴풋이 밝아오는 새벽의 발소리에 생각을 멈추었다

새벽은 그 조용하고도 은은한 빛으로 밤의 온몸을 감쌌다

밤은 자신의 주위를 점점이 빛으로 밝혀오는 여명에 젖었다

밤은 새벽의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밤은 새벽을 사랑하고 만 것이다

밤은 매일 새벽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벽을 볼 수 있는 것은 순간뿐이었다

모든 것을 다바쳐도 만날 수 없는 새벽을 기다리며

왜 하필 너였을까

왜 하필 너였을까

밤은 좌절했다

밤은 밤새도록 좌절했고 또 좌절했다

그 깊은 좌절의 어느 날

밤은 깨달았다

새벽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사위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어둠 속

이미 곳곳에 깃든 새벽을

그는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아니 밤과 새벽은 한 순간도 떨어졌던 적이 없음을

이제 그는 알고 있다

 

 

밤과 새벽이 교차하는 출근길에서...용욱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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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열예닐곱 고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이제 겨우 막 첫 꽃 피는 오이넝쿨만한 여학생에게

마음의 닷마지기 땅을 빼앗기어

허둥거리며 다닌 적이 있었다.

어쩌다 말도 없이 그앨 만나면

내 안에 작대기로 버티어놓은 허공이

바르르르르 떨리곤 하였는데

서른 넘어 이곳 한적한, 한적한 곳에 와서

그래도는 차분해진 시선을 한 올씩 가다듬고 있는데

눈길 곁으로 포르르르르 멧새가 날았다.

이마 위로, 외따로 뻗은, 멧새가 앉았다 간 저,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차마 아주 멈추기는 싫여 끝내는 자기 속으로 불러 들여 속으로 흔들리는 저것이

그때의 내마음은 아니었을까.

외따로 뻗어서 가늘디가늘은,

지금도 여전히 가늘게는 흔들리어 가끔 만나지는 가슴 밝은 여자들에게는

한없이 휘어지고 싶은 저 저 저 저 심사가

여전히 내 마음은 아닐까.

아주 꺾어지진 않을 만큼만 바람아,

이 위에 앉아라 앉아라.

어디까지 가는 바람이냐.

영혼은 저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같이

가늘게 떨어서 바람아

어여 이 위에 앉아라.

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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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있음의 제 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잎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 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저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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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12-0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잊어서
이 세상을 품는
사랑
그런 사랑
나는 오늘
사랑이 무엇인지를
읽었다.

가시장미 2005-12-05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이벤트 진행 중입니다. 참여해 주시길... ^-^

달팽이 2005-12-06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가시장미님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 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자라서 내꿈대로 선생님이 되었어요.

그러나 하루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 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 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문제만 풀어 주는

선생님이 되려던 것이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 듯하게 아이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목숨을 끊으며 거부하는데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편이 되지 못하고

억압하고 짓누르는 자의 편에 선 선생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 자락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흙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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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12-05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대학 시절, 이 시를 만난 것은
내 사범대학 시절을
한없이 꿈꾸게 만들었다.

지금도 이 시는
나를 아쉽게 한다.

어느 이름없는 시골의
작은 교정에서
보내지 못한 내 교단 생활을


글샘 2005-12-1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어쩌면 어쩌면 우리는
제 것을 소리쳐 외치기 보다는
거름이 되어 썩어가는 봄 흙이
어울리는지도 모를 일일까요?

달팽이 2005-12-18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루지 못한 꿈들을
가슴에 고이 묻고
우주가 빚어낸 지금
이 생활을 받아들여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