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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정치를 말하다 - 세상을 구하는 지혜를 담은 고전 강의
이중텐 지음, 유소영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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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론은 늘 현실을 쫓기에 바쁘다. 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설명을 하려하고 또 맞추려 한다. 특히 세상의 급변기 때는 더욱 그러하다. 주 왕실과 봉건제도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의 혼란이 생겨나고 인과 의는 무너지고 예악으로도 이를 바로잡을 수 없는 약육강식의 시대가 도래하자 백가쟁명시대가 도래한다. 백화라고도 해서 수많은 꽃이 핀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한 세계가 무너지고 또 다른 세계를 재구성하려 하는 시대의 꽃이 핀다고도 볼 수 있다. 그 사회에서 많은 학파들이 생겨나고 대립하면서 혼란시대에 질서를 부여하고자 하였고 나아가서 그 혼란 사회를 딛고 이상사회의 꿈들을 꾸었고 이를 실현하려 하였다.
유가에서는 인과 의를 회복하고 왕실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에 촛점을 두었다. 즉 가부장의 질서를 세우고 나아가 사는 대부에게 대부는 제후에게 제후는 왕에게 복종하는 질서를 통해 기존의 주봉건질서를 회복하고자 하였다면 묵가는 평등주의를 통해 사회적으로 모든 계급 계층의 사람들이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노동하는 가운데 동등한 사회를 꿈꾸었다. 도가는 인과 의를 꿈꾸는 것이나 평등을 꿈꾸는 것은 사회적 행위로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행위라서 결국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보았고 따라서 무위자연의 질서로 돌아가고자 하였다. 이러한 세 학파의 사상은 이상주의에 그 뜻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인의와 예악과 질서가 무너진 혼란시대에 이미 양육강식의 논리와 비정한 힘에 의한 충과 효 등 모든 도덕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강력한 현실적 지배방식이 필요하고 이익이 된다는 사상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것이 법가사상이 된다.
물론 법가는 이해관계와 현실적 통치의 논리와 정책 결정을 위주로 하였기 때문에 현실에서 가장 필요하기도 하였지만 결국 더 깊은 꿈과 이상의 사회를 지향하지 못했기에 그 시대를 넘기지 못하고 폐기되었고 그와 관련한 사람들의 삶도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상과 벌, 권세와 통치술과 법제도에 의한 양면삼도에 의한 통치는 물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는 있지만 군주의 올바른 상과 사회적 도덕적 이상을 제시하지 못한 채 하나의 술책으로만 사용된다면 독재주의나 전제주의의 출현도 감당해내지 못하게 된다.
결국 인간의 이상적 존재이기도 하고 현실적 존재이기도 하다. 어떤 사상이나 이론이든지 세상의 모든 궁극까지 담아내어야만 그 완전성을 가지고 세상에 출현되고 쓰여질 수 있다. 따라서 위의 학파들의 이론적 사상적 우위를 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시대의 요구에 부름에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상상력으로 우리들에게 제시되는 바가 의미가 있게 된다. 유가에서도 맹자의 성선설은 결국 인간은 선하다고 보지만 악한 면으로 치우치지 않게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가 문제가 되고 순자의 성악설도 이런 나쁜 본성의 인간을 선하게 교화시키기 위해 어떤 정책과 제도가 필요한 것인가를 강구하게 한다.
세상은 상대적이다. 어떤 학문이나 사상이 세상을 해명하려고 한 가지를 들고 나온다면 반드시 그것을 비판하면서 반대 사상을 들고 나오는 사상이 생기게 된다. 다만 현실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어떤 장점들을 어떻게 가져와서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느냐의 고민이 남게 된다. 어떤 학파니 어떤 학파니 하는 구분보다는 그 학파의 사상의 장점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고 탄력적으로 적응되는지를 해명하고 그 학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학파의 어떤 장점이 사회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즉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구석구석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하고 사상을 구성할 때에는 그 모든 것을 마음 속에 품고서 우주의 이 끝과 저 끝을 다녀보지 않고서는 그 이론의 현실적 변화의 힘은 사라진다.
그대는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