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4.05 개봉 / 18세 이상 / 123분 / 드라마,스릴러,액션 / 일본

감 독 : 후카사쿠 킨지

출 연 : 후지와라 타츠야(나나하라 슈야), 마에다 아키(나카가와 노리코), 기타노 다케시(기타노 선생), 
              
야마모토 타로(카와다 쇼고), 안도 마사노부
(키리야마 카즈오)



오늘, 처음으로 친구를 죽였다...

가까운 미래의 일본. 실업자 1천만 명, 등교 거부 학생 80만 명, 교내 폭력에 의한 순직교사 1,200명. 이에 위협을 느낀 정부는 전대미문의 강력한 법률을 제정한다. 바로, 배틀로얄법! BR법이라고도 하는 이 법은 전국에서 일년에 한 학급을 무작위로 선발, 무인도에서 3일동안 최후의 한 사람이 살아 남을 때까지 서로를 죽이게 한다는 끔찍한 법률이다.

올해 배틀로얄의 대상으로 선정된 학급의 42명 학생들이 수학여행 길에서 무인도로 납치된다. 어리둥절한 학생들 앞에 기타노 선생이 등장하여 BR법과 전투규칙에 대해 설명한다.

첫째! 반경 10km의 무인도에서 기관총, 단검, 낫 등 각자 주어진 무기를 가지고 서로를 죽여야 한다.

둘째! 목에 장착된 목걸이를 통해 중앙통제소에서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되며, 억지로 풀려고 하거나, 수상한 짓을 하면 목걸이는 자동 폭발한다.

셋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한구역을 늘리며, 제한구역에 남아있을 경우에도 목걸이는 자동 폭발한다.

마지막! 제한 시간은 3일, 오직 한 사람만이 집에 돌아갈 수 있으며, 만약 3일이 지난 후에도 우승자가 가려지지 않을 경우, 모두 죽게 된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기타노 선생이 떠든다는 이유로 학생의 이마에 칼을 꽂자 학생들은 이제 이 끔찍한 살인극의 참가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친구를 죽여야만 하는 극단적인 상황, 그 속에서 아이들은 필사적으로 생존을 위해 싸워야한다.

과연 이들 중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

<배틀로얄> 제작 당시, 일본에선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학부모 단체 및 많은 시민 단체의 반대 시위가 계속 되었고, 문부성 장관이 상영규제를 촉구하는 등 국회의 의제로 건의될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관람 등급도 우리나라보다 관대하다는 일본에서 한국의 18세 등급과 맞먹는 R-15등급을 받았다. 이에 대해 기타노 다케시는 "재밌는 영화는 다 R-15등급이다"라고 말해 관객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영화의 상영규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당일 극장에는 새벽부터 관객과 내외신 기자들 1000여명이 몰려들어 <배틀로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입증했다. 전국 200여 개가 넘는 극장에서 상영돼 개봉 당일 극장가를 평정,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외 홍콩에서 개봉하여 단 6일만에 364만 달러(홍콩 달러 기준)의 흥행 수입을 올렸는가 하면, 대만과 프랑스 등지에서도 개봉해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대상의 최종심사에까지 올랐으나,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대단히 혐오스러운", "이런 일을 생각하는 작가의 소양이 의심스럽다." "상을 타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등의 비난을 받았음에도 충격적인 내용과 뛰어난 오락성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은밀히 회자된 소설이다. 판매 부수 50만 부 이상을 기록하며, 세기말 최고의 화제작으로 선정되었다.



세간에선 "이 소설만은 영화화해선 안 된다.", "복잡하고 치밀한 구성을 영화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후카사쿠 킨지 감독은 '42명의 중학생 전원 몰살'이란 흥미롭고 충격적인 설정에 사로잡혀 <배틀로얄>의 영화화를 추진했다.

후카사쿠 감독은 70년대 <의리없는 전쟁>시리즈를 통해 '인간의 폭력성'을 탐구한 액션 영화의 대가. 감독은 '게임 감각으로 살인을 그리고 있다'는 원작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을 통해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조명하고자 이 소설을 선택했다고. 그는 영화의 배경을 미래의 가상 국가에서 일본으로 명확히 밝히고, 사회문제를 개입시켜 사회역사적 의미를 더하는 등 원작의 설정에 현실감을 더했다.

그리고 이 노련한 거장 감독은 뛰어난 연출력을 십분 발휘하여 외부와 격리된 무인도에서 벌이는 3일간의 무자비한 살인전쟁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빠른 전개와 원작의 복잡한 구성을 놓치지 않는 치밀한 구성으로 흥미진진하게 표현해냈다. 또한 감독은 42명 학생들의 다양한 캐릭터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잔혹한 폭력과 살인의 현장을 사실감있게 그려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존엄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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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5-04-17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무섭지 않나요?
무서울까바 안보고있지요. 워낙 무서운거 보면 밤에 잠을 못자서.^^;;

보슬비 2005-04-17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공포영화의 무서움보다는 잔인한 영화에 가까워요. 저는 잔인한 영화에 대한 공포는 없는데..^^;; 정서적으로는 그리 좋은 영화로 볼수 없어요. 진짜 무서운 영화는 링 같은 심령 영화가 아닐까요?
 

2004.01.30 개봉 / 15세 이상 / 115분 / 코미디,액션,무협,시대극/사극 / 일본



감 독 : 기타노 다케시

출 연 : 기타노 다케시(자토이치), 아사노 타다노부(하토리), 타치바나 다이고로(오세이), 키시베 이토쿠(긴조)



최강의 맹인검객, 자토이치!
신들린 육감으로 눈뜬자들을 평정한다.


자토이치는 도박과 마사지로 생계를 이어가는 맹인 방랑자. 하지만 이 남루한 행색의 사내에겐 외모와는 달리 신기에 가까운 능력이 있다. 번개처럼 빠르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상대를 찌르는, 전광석화 같은 검술이 그것!

민심이 흉흉한 어느 마을에 당도한 자토이치. 그는 도박장에서 비밀스러운 게이샤 자매를 만난다. 치명적인 미모를 지닌 오키누와 그녀의 동생 오세이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신분을 위장한 채 주점에서 일하고 있다.

한편, 마을에 군림한 채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긴조는 숙적들을 처단하기 위해 떠돌이 무사인 하토리를 고용하기에 이른다. 맹인 검객, 게이샤 자매, 떠돌이 무사. 이제 이들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대결 앞에 서게 되는데...



*

평단과 관객이 맹인검객에게 반했다!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토론토영화제 관객상 수상.

<자토이치>는 지난 9월에 열린 제60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지난 1997년에 <하나비>로 황금사자상(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는 다케시는 이로써 세계적인 거장 감독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지난 9월 14일 폐막한 토론토영화제에서도 <자토이치>는 단연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다. '관객의 영화제'라고 불릴 만큼 토론토영화제는 일반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들의 구미에 맞는 영화를 발견해내는 영화축제. <자토이치>는 이번 토론토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관객상(People's Choice)을 수상해 언론과 평단의 지지 뿐만 아니라 대중의 마음까지 사로 잡은 오락성 빼어난 영화로 인정받았다.

이런 열기는 국내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자토이치>는 예매가 시작되자 마자 가장 먼저 완전 매진을 기록했다. 우리 관객들의 반응 역시 뜨겁기 이를 데 없었다. 다케시의 추종자는 물론이거니와 이 걸출한 감독과 첫대면한 관객들마저 <자토이치>가 선사하는 영화적 재미에 흠뻑 매료됐던 것. 이 밖에 <자토이치>는 1월 15일에 개막하는 2004 선댄스영화제 출품도 확정지었다.

기타노 다케시 최고의 오락영화!
액션, 무협, 코미디, 뮤지컬이 신명나게 섞였다!



<자토이치>는 기본적으로 무협액션영화다. '정 (靜)'과 '동 (動)'이 조화된 액션씬들과 다케시 특유의 폭력 미학은 이번 영화에 와서도 짜릿한 쾌감을 동반한다. 하지만 다케시는 <자토이치>를 액션영화로만 단속하지 않았다. 넘어지고 자빠지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태연하게 끼어 들어 비장미를 유쾌하게 조롱하고 농부들과 목수들의 노동 장면은 마치 뮤지컬 공연처럼 리드미컬하게 풀어냈다.



압권은 역시 영화의 라스트 씬이다. 출연 배우들이 모두 등장해서 일본의 전통 나막신을 신고 신명나게 탭댄스를 추는 장면은 <자토이치>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락그룹인 '문라이더스'의 게이치 스즈키가 음악을 맡고 탭댄스 팀인 더 스트라이프(The Stripes)가 안무를 맡은 라스트의 탭댄스 군무 장면은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을 아주 흥겹고 흐뭇하게 배웅해 준다.

마치 다케시는 그 스스로 자토이치를 닮기로 작정한 것 같다. 앞을 볼 수 없기에 대상을 향해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맹인처럼 다케시 또한 <자토이치>를 만들면서 어떤 정형에도 속박당하지 않았다. 이처럼 자유롭게 장르를 넘나드는 <자토이치>는 영화란 매체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재미의 정수들만 모아 놓은 작품이다.



기타노 다케시 최초의 사극!
다케시가 만들면 이렇게 다를 수 있다.

<자토이치>는 기타노 다케시가 만든 최초의 사극 영화다. 그 동안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만을 가지고서 영화를 만들어온 다케시는 <자토이치>에 와서 처음으로 원작이 따로 존재하는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자토이치' 는 30대 이상의 일본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TV시리즈다. 원래 만화로 만들어진 이 맹인 검객 이야기는 중간에 수차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신타로 가츄라는 배우에 의해 1962년부터 1989년까지 26번이나 만들어진 '자토이치' 시리즈는 그의 사망 이후엔 어느 누구도 감히 새롭게 손을 대지 못할 프로젝트로 여겨졌다.

다케시에게 <자토이치>의 제작을 권유한 사람은 동료의 부인이자 가츄의 친구였다. 하지만 감독 뿐 아니라 주연까지 맡아 달라는 제안에 다케시는 당황스러워했다. 결국 다케시는 <자토이치>를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조건 하나를 달았다. 원작에서 자토이치가 검술의 달인, 맹인 안마사, 도박의 천재라는 설정만 그대로 가져오되 그가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여, <자토이치>는 가장 '다케시다운' 영화로 재창조될 수 있었다. 하물며, 다케시 버전의 자토이치는 금발이지 않은가!



정중동(靜中動)의 액션 시퀀스!
리얼한, 강렬한, 우아한... 혹은 그 모든 것!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기타노 다케시는 <자토이치>에서 보다 강렬한 액션 장면을 조율해냈다. 다케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액션씬들이 최대한 사실적으로 비춰지기를 바랐다. 하여, 전문적인 안무가와 함께 좀 더 격렬하고, 그러면서도 우아한 액션의 합을 짜냈다. 밖으로 내지르기 보다는 안으로 동작을 모으는 듯한 검술로 적을 제압하는 자토이치의 모습은 멋스럽기 이를 데 없다.

한편, 다케시는 <자토이치>가 원작의 묘미를 살려서 만화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에도 공을 들였다. 이전까지 가급적 특수효과를 자제해온 다케시는 <자토이치>에 와서 적극적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끌어 들였다. 주로 사람을 베거나 피가 솟구치는 장면에 쓰인 이런 효과들은 액션 장면들이 보다 사실적으로 보이는 것을 도왔다. 다케시는 새로운 쾌감을 주는 액션씬을 만드는 데 집중했으나, 한편 명전이 된 과거의 액션씬에 대한 오마주도 잊지 않았다. 비 속에서 벌어지는 결투씬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향한 존경이 담긴 장면이다. 옛것과 새것, 정과 동을 자유자재로 주물러서 만들어낸 <자토이치>의 액션 시퀀스들은 새로운 감흥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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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분 / 액션,범죄 / 일본

감 독 : 기타노 다케시

출 연 : 테라지마 스스무(카토), 로얄 왓킨스(재이), 기타노 다케시(야마모토), 오스기 렌(하라다)

갱들간의 암투로 조직간이 와해되자 도쿄를 떠날 결심을 하는 야마모토. 그의 행선지는 오래전 소식이 끊긴 동생 켄이 있는 L.A. 야쿠자니 조직이니 하는 것들에서 피하고 싶었던 야마모토는 하지만 마약딜러가 되어있는 켄과 재회하고, 어절수 없이 먀악 조직과의 싸움에 휘말린다. 동생을 찾는 도중 만난 데니가 동생의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야마모토. 그는 이제 미국 땅에서까지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셋이 함께.

왠지 일본에서만 통할 것 같은 스타일을 가진 기타노 다케시가 영국.미국등과 합작으로 만든 작품. 다케시 자신도 LA에서 야쿠자 영화를 찍고 싶었다라고 <브라더>의 제작 의도를 밝힌바 있다. 제5회 부산 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에서 상영되었고, 제57회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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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30 개봉 / 연소자 관람가 / 121분 / 코미디,드라마 / 일본

감 독 : 기타노 다케시

출 연 : 기타노 다케시(기쿠지로), 유스케 세키구치(마사오), 키시모토 카요코(기쿠지로의 아내), 
              기다유 그레이트(뚱땡이 아저씨), 이데 라쿄(문어 아저씨)



52세 철없는 아저씨, 9세 걱정 많은 소년...
그들이 함께 보낸 유쾌한 여름 이야기

모두가 기다리던 여름방학. 하지만 마사오는 전혀 즐겁지 않다. 할머니는 매일 일을 나가시느라 바쁘고 친구들은 가족들과 함께 바다나 시골로 놀로 가버려 외톨이가 되었기 때문.

어느 날, 먼 곳에 돈을 벌러 가셨다는 엄마의 주소를 발견한 마사오. 그림 일기장과 방학숙제를 배낭에 넣고 엄마를 찾아 여행길에 오른다. 친절한 이웃집 아줌마는 직업도 없이 빈둥거리는 전직 야쿠자 남편 기쿠지로를 마사오의 보호자로 동행시킨다.

왕복 600km의 여정. 그러나 그 여행은 마사오도 기쿠지로도 잊을 수 없는 생애 최고의 즐거운 시간을 선사하는데... 52세 철없는 아저씨와 9세 걱정 많은 소년. 그들이 마침내 찾은 것은?!



*

<하나비> <소나티네>등 우리에게 알려진 기타노 다케시 영화의 키워드들은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절망과 죽음, 그 폭력적 분출이었다. 그러나 <기쿠지로의 여름>에서 다케시는 처음으로 폭력이 아닌 희만을 선택한다. 달궈진 독설이 아니라 따뜻한 유머로, 냉혹한 킬러가 아닌 조금 모자란 듯 순수한 어른들로 '착하고 해맑은'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하지만 그런 방향의 전환을 통해 다케시 특유의 삶에 대한 깊이와 여백의 이미지들은 오히려 더욱 생생하게 두드러진다.

<기쿠지로의 여름>은 희망의 영화다. 극단의 순간에서도 바다를 보여주고, 아이와 연을 날리는 여유를 담았던 기타노 다케시. 그가 이번에는 우울한 기타노 블루 대신 신선한 초록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그 안에 알록달록한 하와이언 셔츠를 입은 기쿠지로와 마사오를 등장시켜 경쾌하고 싱그러운 여름 이야기를 들려준다.



Q. <기쿠지로의 여름>을 왜 찍고 싶으셨나요?
<하나비>가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하면서 많은 화제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영화를 '삶과 죽음'이라든지 '폭력'이라는 단어와 결부시켜 얘기한다. 내가 만들긴 했어도 내 영화들의 대부분은 <하나비>처럼 과묵하고 총으로 무조건 갈겨버리는 캐릭터위주였다. 이런 이미지로 굳어져 버리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생소하고 색다른 것을 찍고 싶어졌다.

부모와 아이라는 소재는 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었던 거라 호기심이 생겼고 그런 스타일의 얘기를 내가 찍는다면 어떻게 될까가 궁금해졌다. 또한 고전 일본식 만담에 종종 나오는 언밸런스한 커플이 주고받는 이야기의 묘미를 영화에서 실험해보고 싶기도 했고, 솔직힌 한마디로 말하면 마음놓고 신나고 즐겁게 놀고 싶었다!!!

Q. 기쿠지로는 아버지의 이름이라던데...
사실이다. 맨 마지막에 마사오가 아저씨 이름이 뭐냐고 묻는 장면에서 드디어 관객은 "아, 기쿠지로였구나!"라고 알게 된다. 살아있을 때에 거의 아버지와 얘기를 했던 기억이 없다. 나도 가끔 "아, 기쿠지로가 나의 아버지구나"라고 환기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는 "정말 외로웠겠구나... 그 사람은..."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아버지가 기쿠지로를 추억하며 종종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아버지의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같이 놀았던 기억이다.
- 기타노 다케시 인터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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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2.05 개봉 / 18세 이상 / 103분 / 드라마,범죄 / 일본

감 독 : 기타노 다케시

출 연 : 기타노 다케시(니시), 키시모토 카요코(미유끼), 오스기 렌(호리베), 테라지마 스스무(나카무라)



니시와 호리베는 야쿠자 소탕 전문형사 콤비이자 친한 친구사이. 졸지에 딸을 잃고 아내마저 시한부 인생을 사는 니시. 잠복근무 중 동료들의 호의로 아내 병문안을 가고 그 사이 호리베는 불의의 습격을 받는다.

이로인해 불구가 된 호리베는 아내에게서조차 버림을 받는다. 한편, 니시를 따르던 후배경찰도 그의 눈앞에서 같은 범인의 총을 맞고 비명횡사한다. 분노한 니시는 그 자리에서 마지막 총알까지 다 퍼부으면서 범인을 죽이고 경찰직을 그만두게 된다.

그림이 삶의 유일한 희망이 되버린 친구 호리베에게 니시는 그림재료들을 선물로 보내고 후배 경찰의 미망인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그러나 아내의 치료비를 고리대금업자로부터 빌렸던 니시는 계속 빚독촉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경찰 유니폼을 입은 채 은행을 턴다. 다음 날 호리베와 후배 경찰의 미망인, 야쿠자 고리대금업자 각각에게 소포가 배달된다.

호리베는 꽃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의 세계로 빠져들고, 니시는 그의 부인과 함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여행을 떠난다. 니시의 행적을 쫓아 야쿠자들과 형사들이 추적을 시작하고, 니시를 협박하러 온 야쿠자들은 그의 손에 죽는다. 야쿠자의 보스까지도...

바닷가에서 연날리기를 하며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니시를 찾아낸 후배 형사 나까무라는 니시의 부탁으로 잠시 그의 검거를 미루고 지켜보고 있다.그리고 뒤를 이어 한없이 조용한 바다위로 두 발의 총성이 울린다.



*

외적으로는 <하나비>가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중 가장 성공한 영화처럼 보인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를 수상했고, 해외로 가장 많이 배급된 영화이면서 일본 문화 개방 후 우리 나라에 처음 소개된 그의 영화이고, 다케시 사단이 총 출동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절정에 올라선 느낌이다. 다케시 영화의 7할을 차지하고 있는 비장미와 관조가 이 영화에서는 최고점에 달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다케시가 만든 대부분의 다른 영화를 본 사람들(개봉이나 출시가 되지 않았다고 못보는 것은 아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다케시도 일본 비짜 테이프의 인기 감독이었다)은 <하나비>가 그의 영화중 가장 텅빈 껍데기라고 말하는걸 주저 하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 한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면, <하나비>안에 너무 많은 게 들어차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케시 영화들은 무언가 하나씩 부재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부재(그의 대부분의 영화), 대화의 부재(<그 여름, 한없이 조용한 바다>), 가족 관계의 부재(<키즈 리턴>외)등 관객이 나름대로의 시선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그런 상실감이 다케시의 매력이었다. 그런데 <하나비>에는 그런게 없이 꽉꽉 채워져 있던 것이다. <하나비>에 혹평을 달아준 관객들은 영화가 부족하다고 불평하는게 아니라 너무 풍부한 것이 불만이라고 말하는 것일 수 있다.

1995년 다케시는 실제로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뒤 영화속의 호리베 형사처럼 그림 그리기에 몰두 했었다. 그전까지 그림을 그려 본 적도, 배운 적도 없었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사고를 통해 그는 시각적 영감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모두 다케시가 손수 그린 것들이다. 아마추어의 솜씨치고는 상당한 재능이 엿보인다는게 미술가들의 통론이다.

* 사족 : '하나-비'란 일본말로 불꽃 놀이를 의미한다. '하나'와 '비' 사이에 하이픈을 넣어 두개의 중의적 의미까지 담고 있는데 '하나'는 삶과 사랑을, '비'는 폭력과 죽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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