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란 뭘까. 책내용보다 먼저 선보이는, 예상하게 하는, 매력을 느끼게 하기도, 멀어지게 하기도 하는 책제목은, 책에게 어떤 의미일까. 



책제목으로서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화제성이라는 측면에서 120% 효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이라는 뜨거운 의제가오빠허락이라는 단어의 한정 안에서 움직이다니. 페미니즘이라면 오빠가 허락하지 않을 한가지 아닌가. 오빠가 허락하는 페미니즘이라면, 그것은 진짜 페미니즘인가. 아니면 페미니즘의 허울을 다른 형태의 도덕률인가. 진짜와 가짜는 누가 판단하는가. 판단의 주체는 누구인가. 오빠는 누구인가. 혈연관계의 친오빠인가. 애칭으로서의 애인오빠인가. 진짜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오빠는 누구인가. 오빠인가 아니면 오빠인가.  



제목을 보자마자 생각난 책은헬페미니스트 선언, 그날 이후의 페미니즘』이었다. 지금은 절판되었고,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이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끝까지 읽지 했는데, 표시해 두었던 구절이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맞아 떨어진다. 





남성은오빠가 허락한페미니즘, 착한 페미니즘 아닌 페미니즘은 남성혐오와 대결을 조장하는나쁜 페미니즘으로 분류합니다. 이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이성 아니라 남성의기분입니다. 여성은 피해자로서 항의하거나 호소할 때도 남성의 기분을 거슬러서는 됩니다. “감정적으로 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이야기해라”, “흥분하지 말고 부드럽게 말해라라고 지시하는 남성은 아무런 스스럼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심지어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판단과 행동의 준거로 정당화합니다. (<헬페미니스트 선언>, 74)





위의 설명에 따르면오빠가 허락한 ‘착한 페미니즘 피해자로서 항의하거나 호소할 때도 흥분하지 말고우아한 언어로이성적인 태도를 요구한다무엇보다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오빠의 기분을 거슬리지 않아야 한다오빠의 가치오빠의 기분오빠의 판단에 ‘적합해야 한다 범위를 벗어난 페미니즘은 ‘메갈년’, ‘극렬 페미 주창하는 ‘나쁜 페미니즘 된다. 



오빠는 누구인가. 이는 사회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른바삼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세대사포(삼포+취업 준비로 인한 인간관계 포기)세대’, 오포(사포+ 마련 포기)세대라는 말까지 유행할 정도로 청년들의 삶은 어려워졌는데(105), 문제는 이런 고통이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었건만, 묘하게도 청년은 남성으로만 대변되었다는 것이다. 다시헬페미니스트 선언』이다. 





헬조선에서 고통받는 진정한 주체는보통 남자’, 남성 청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헬조선의 시민성은 원래 누려야 공적, 사적 영역에서의 특권이 박탈당했다고 생각하는 자들의 억울함과 원한의 메아리로 구성됩니다. 남성과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차등 임금을 받아온 여성 노동자, 가정 돌봄노동과 감정노동을 비롯한 숱한 노동을 노동으로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한 그저 아무것도 하며 기생하는 자로 취급당해온 여성 개개인의 초상화 따위는 들어설 여지가 없습니다. 반면 남성들은 자신이 대적할 없는 사회구조에 대한 굴욕감을 덜어내기 위하여 자신이 짓밟을 있는 소수자-여성을 혐오함으로써 통렬한 복수의 서사와 카타르시스를 성취하는 것입니다. (<헬페미니스트 선언>, 26)





산아제한 정책과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한국의 성비 불균형은 이런 분노를 가중시켰다. 가장 심했던 1990년에는 성비가 116.5까지 치솟았고, 성비가 110 넘긴 해도 13번이나 되었다. 남자 10 1명은 짝이 없는 거대한 남성잉여세대가 탄생했다는 것이다.(120) 이는 궁국의 여성 혐오 단어김치녀 화려하게 결실을 맺는다. 



2015 9 17시사인』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의탄생’>여성 혐오 담론 지도 의하면, ‘여성(‘여자 유사 단어 포함)’ 1 159차례 등장하는 동안김치녀 8,697차례 등장했으니, ‘김치녀 한국의 여성 혐오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기사는 짝짓기 시장, 결혼까지 포함해서연애 시장에서의 환멸 여성 혐오의 뿌리라고 진단한다. 




천관율은 여성 혐오자들이 보기에 사랑이야말로 연애 시장에서 유통되어 마땅한 유일한 화폐다. ‘김치녀 연애 시장의 화폐를 사랑에서 남자의 경제력으로 바꿔놓는 시장 교란자다. 이렇게 해서 극적인 가치 전도가 일어난다 말했다. (120)



















온라인 상에서 여성 혐오로 놀이하는 오빠들은 강자에게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 한없이 강한 성격적 결함을 보여준다. 노회찬 의원이 선물하고 금태섭 의원 손에 들린 『82년생 김지영』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가 감명 깊게 읽었다고 밝힌 , <무한도전>에서 얼핏 보인 유재석 책상 위의 『82년생 김지영』 레드벨벳 아이린이 읽은 『82년생 김지영』 다른 책인가. 정말 다른 책인가. 유재석이 읽으면 양서이고 아이린이 읽으면 불온서인가. 랩몬스터는 읽어도 되는 책이고, 아이린이 읽으면 되는 책인가. 남자는 가능하고, 여자에게는 불가능한 일인가. 『82년생 김지영』 읽는 일이, 읽었다고 말하는 일이 그러한 일인가.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이는아이린 페미니스트 논란 아니라, ‘남성 우월자들의 사이버 테러라고 해야 옳다. 페미니스트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포토카드를 잘라 인증하고 사진에 불을 지르며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몰려가 악성 댓글을 퍼붓는 남성 우월주의자들의 폭력이 문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303)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전망은 어떠할까. 강준만은 이것이 시간 문제라고 말한다. 부단한 투쟁 외에는 답이 없음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만, 가부장제에 찌든 남자들이 아무리 저항하더라도 결국 역사의중단 없는 전진 막을 수는 없을 거라는 말이다.(371) 오빠 아닌 누이가 허락한 페미니즘. 누이가 허락한 페미니즘을 원하지 않는다. 상호 소통하는 페미니즘을 원하는 것조차 지금으로서는 사치일 있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페미니즘은 어떤 페미니즘인가. 나는 어떤 페미니즘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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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9-1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접하는 독자의 본질은 다를 게 없는데,
어떤 안경을 끼고 보느냐에 평가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책을 접하는 이에 따라 폭력적으로 대하는
댓글러의 태도, 아니 테러가 기가 막힙니다.

단발머리 2018-09-11 20:39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아이린 인터뷰 기사 보면, 아이린은 책 제목도 정확히 기억을 못 했던것 같아요. 소설 속 여주인공이 처한 현실에 공감했다거나 이런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거나 그런 대답이 아니었거든요. 근데 남성 우월주의자들에게는 마음에 안 드는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 자체가 자신들의 신념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일부라고 하기에는 그런 남자들이 너무 많고요. 기막힌 일이지요.



‘82년생 김지영‘ 읽고 페미니스트 논란 휩싸인 아이린…어떤 소설? ‘페미니스트‘ 뜻은?

앞서 아이린(레드벨벳 리더)은 지난 18일 리얼리티 프로그램 ‘레벨 업 프로젝트 시즌2‘의 1000만 뷰 돌파를 기념 팬미팅 자리에서 ˝최근 어떤 책을 읽었냐˝는 질문에 ˝‘82년생‘ 그거 읽었고. 또 제목이 잘 생각이 안 나는데, 별일. 별일 아닌 것. 주황색 표지인데 제목이 기억이 잘 안 난다. 휴가 가서 책을 많이 읽었다˝고 답했다. <중부일보. 2018. 3. 20.>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한국 여성의 인권 투쟁사를 담은 강준만의 신작이다. 낡은 시대와 새로운 시대의 충돌을 보여주는 1990년대부터 시작해서 인터넷이 유행시킨된장녀 등장, 2005 3 2 호주제 폐지, 권력불평등으로 인한 뿌리깊은 성폭력 성희롱 사례, 페미니즘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포와 혐오, 여성 저항의 티핑 포인트, 페미니즘보다 여성 혐오가 돈이 되는 시대에 대해 밀착 보고한다. 메갈리아를 둘러싼 갈등, 페미니즘과 촛불 시위의 배신,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대한 백래시 그리고 미국, 한국을 뒤흔든 미투 운동에 대한 서술이 이어진다.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파탄, 끈질기고 가열찬 남성 연대의 훼방과 다양한 반발 행태 또한 기술되어 있다. 



자타공인 최고의 한국 사회, 정치, 경제, 문화의기록자이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대 물량의증언자로서 저자 강준만 교수는 한국 페미니즘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페미니즘 이슈가 주목받게 되었을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해줌으로써, 페미니즘이 사회 전체를 강타하는 돌풍이 있었던 배경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개인적으로는 <7 페미니즘과 진영 논리의 충돌>이 가장 읽기 어려웠다.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X민주주의』 진작에 읽고도 리뷰를 쓰지 않은, 정확히는 쓰지 못한 이유와도 겹쳐진다. 아무도 의견을, 입장을 묻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10여번 이상 회자되는 유시민의해일이 일고 있는데 겨우 조개나 줍고 있냐 진보 운동권 내부의조직보위론’, 김어준의미투 음모론’,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의견을 밝힌 인사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무차별적 공격 등은1 민주화운동에서 남성들의 희생적인 동반자였던 여성들이2 민주화운동에서는 진보성향 남성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수 진보를 아우르는 남성연대의 견고함에 한없이 감동할 뿐이다. 



메갈리아는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유일한 당사자라는 2017 7 30일자 한겨레 기고문과 탁현민의 <남자 마음 설명서> 대한 글을 3 기고하면서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들은 여성학자 정희진의 위력과문해력 없는남성들의 단합된 힘을 동시에 확인할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나처럼 토요일 아침마다 정희진의 칼럼 때문에 <한겨레> 기다리던 많은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이번주가 마지막입니다라는 어절로 갑작스럽게 정희진 칼럼의 연재 중단을 맞이하게 되는데, 페미니즘과 메갈에 대한 혐오를 쏟아내는 정기독자들의 한겨레 절독 선언이 주요한 원인이었다. 



소소하게 마니아론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저자정희진첫번째 마니아임을 자랑했던 스스로가 매우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숱하게 많았는데, 정희진의 ‘0번째 마니아 강준만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인용할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실한 예감에 정희진 색인을 만들어본다. 



정희진 : 55, 87, 88, 95, 104, 109, 135, 150, 151, 173, 190, 193, 202, 204, 205, 206, 209, 223, 224, 225, 226, 232, 348






























메갈리아의 출현은 극적이다. 온라인상에서 정육점 소고기부위별 평가처럼 여성의 신체를 난도질해 품평하던 남성들은남성 성기를 품평하는 메갈리아의 출현을 참을 없었다. 구체적으로 성기 크기로 남성을 대상화하는 순간 메갈리아는 폭발하듯 태어났다.(167) 메갈리아는 여성에게 부여된 보이지 않는 도덕 하한선(175) 부셔 나갔다. 우아한 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을 없는 공격적이고 격한 말들이 남성들 자신에게 되돌려진 순간, 남성들은 깨어난다. 반응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디시인사이드 관리자는 근대의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공정성은 가지고 있었다고 본다. 왜냐면 김치남은 김치녀를 뒤집은 것인데, 김치녀는 되고 김치남은 된다고 하면 자기가 여성 혐오자라는 커밍아웃하는 것이 되니까 그것이 부끄러운 알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부끄러울 있었다는 것이대박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워하면서 김치남과 함께 김치녀가 금지되는 여성들이! 이거 좋은 전략이로구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뒤집어서 되돌려주니까 쟤네들이 꼼짝 못하더라 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미러링을 사용했다고 한다.” (114) 





페미니즘 티셔츠 입었다고 해고당했을 뿐만 아니라, 다시는 한국에서 일할 없게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글을 쓰며나도 메갈이다 선언했음에도 덤비는 하나 없는 진중권도 있다. 진중권은 자신이남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금 길지만 인용해 본다. 





그런데 황당한 사실이 하나 있다. 경우에는 과거에 트위터를 리트윗이나좋아요정도가 아니라, 아예 마초들 조롱하는 메갈성 글들을 수도 없이 써서 올렸다. 예를 들어수백 개가 모여 비비꼬아야 손가락 굵기가 XX들이 자들자들 흥분한다.’ 거의 이런 수준의 글들이었다. 그뿐인가? 어느 일간신문의 칼럼을 통해 아예나도 메갈이다선언까지 하고 다녔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게 메갈질을 대놓고 하고 다녔는데도 나를 쫓아내겠다고 덤벼드는 기백 있는XX’ 하나도 없었다. 많던 XX들은 어디 갔을까?... 메갈도 아닌 여성들은 곤욕을 치르고, 아예 메갈 선언을 하고 다닌 나는 무사할까? 간단하다. 나는남자이기 때문이다. 한심하지만, 다른 한편 안쓰럽기도 하다. 자기보다 강한 권력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그래도 마초 사회에서 여성보다 권력을 가졌다는 우월감 하나로 견뎠는데, ‘메갈이니페미 이상한(?) 여자들이 나타나 마지막 위안까지 무너뜨리려 하니, 맘속으로 도저히 용서가 됐을 게다. (311)




인간이 대비 효과에 의해 세상을 보는 동물이라는 지적은 흥미롭다. 민노당, 정의당 진보 정당의 출현으로 민주당은 벗어날 없을 같던빨갱이당 굴레에서 벗어났다. 비로소. 





메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만이나영이 말했듯이, ‘꼴페미 불리던 사람들이 ‘페미니스트 교수 불릴  있었던  메갈 덕분이었다. (354)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메갈이 페미니즘의  축을 담당해 주었다외치고 소리지르고 저항하는 메갈이붉은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선 메갈이. ‘소라넷 폐쇄 17홍대 검거 7 꼬집었던 메갈이투쟁은 끝없이 펼쳐질 테고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하지만 2005 호주제 폐지의 역사는오늘의 투쟁 후에 가장 혁명적이고 도발적인 ‘구호 일상적인 ‘언어 들려올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그래서, 『백래시』 해제를 문화평론가 손희정의 당부는 귀담아 둘만 하다. 



선언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실천이 기어코 변화로 이어지는 기쁨은 찰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함께할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페미니즘에 모두를 거는 열정보다는 나가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기술이 필요할 같다. 이제는 고전이 백래시』 주는 가장 교훈은 아마도 그것일 터이다.” (248) 






페미니즘 책만 읽지 말고 

마르크스도 프로이트도 사마천도 읽으면서

줄리언 반스도 마거릿 애트우드도 김연수도 읽으면서 

나가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기술을 발휘하자. 

우리 같이 발휘해보자. 

나도 기술을 발휘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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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8-09-1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도서에 대한 리뷰는 단발머리님을 이길 자가 없을 거 같아요... 이런 게 바로 내공이겠죠. 페미니즘 책을 (아직은) 거의 읽지 않았지만 단발머리님 덕분에 읽고 싶은(읽어야 할) 목록은 계속 쌓여 갑니다... 이런 리뷰 늘 감사해요.

단발머리 2018-09-23 21:12   좋아요 0 | URL
아이고... 아닙니다. 아니예요.
하지만 idahofish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페미니즘 책은 다른 책들과 달라 기억과 경험을 막 건들기도 해서요.
힘들때도 있으시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그 특별한 여정에 idahofish님을 초대하고 싶기는 해요.
우리, 같이 읽어요^^
 


















어제는 이유경 작가의마니아랭킹을 둘러싸고 소소한 소란이 있었다. 알라딘 유망주 syo님은 이유경 작가의 1번째 마니아임을 무한자랑하며, 세상 누구보다 이유경을 사랑하는 이유경을 이기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소회했다. 이에 더해 알라딘 마니아 선정에 대한 정확하고 과학적인 로직을 내어놓았는데, 이는 초등학교 산수를, 중학교 수학을 포기한 본인같은 이에게는 열역학 3법칙 같은 음울함을 안겨 주었다. 



syo님의 <마니아를 알려드립니다>  http://blog.aladin.co.kr/syo8kirins/10328346



번을 읽었으나 결국 알라딘 마니아 로직을 이해하지 못한 1인으로서, 알라딘 기대주 syo님에게 공개 질문을 하기에 이른다. 질문은 한 줄이요, 대답은 이내로 한다. , 아니오도 오케이며, 내일부터 주말인 관계로 천천히 대답하셔도 무방하겠다.   



1. 페이퍼에 2, 리뷰에 5 또는 7점이 부여된다면 페이퍼보다는 리뷰가 마니아가 되기에 필요한 점수를 받는데 유리한가요? 



2. 좋아요’ 10 미만이 잦은 경우라면 짧은 글을 여러 작성하는 것이 마니아가 되는데 유리한가요?  



3. 빠른 시간 안에 작가의 마니아가 되고 싶다면, 작성하는 모든 페이퍼에 작가의 책을 (마구잡이로!) 넣으면 되는 건가요? (내가 쓰는 방법인데...???) 




이유경 작가(이상 다락방님) 1번째 마니아가 없음을 애석해하며, 내가 1번째 마니아인 작가들을 촘촘히 살펴보았다. 이유경 작가의 2번째 마니아여서 많이 아쉽지만, 이유경 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람들을 보라. 



나는 시몬 보부아르의 1번째 마니아이며, 리베카 솔닛의 1번째 마니아다. 

사랑 필립 로스의 2번째 마니아이며, 하하하! 정희진 선생님의 1번째 마니아다.      



증거자료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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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9-07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정희진 쌤 첫번째 마니아 저였는데!! 저 언제 뺏긴거죠???? 맙소사 ㅜㅜ 다 뺏기고 있다, 다, 다..... (털썩)

단발머리 2018-09-07 17:21   좋아요 1 | URL
어머, 다락방님~~~ 제가 의도치 않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이유경 1번째 마니아 빼앗겨서 말이죠.
다락방님 아무리 좋아해도 이건 양보 못 해요~~~~~~~~
아까 syo님 편애하셔서 그러는거 진짜 아니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진짜!

syo 2018-09-07 17: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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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
2. 예
3. 예

긴 버전
1. 하나의 책만 놓고 보면 리뷰가 유리합니다. 그러나 페이퍼에는 동시에 몇 개의 책을 넣을 수 있지 않습니까? 리뷰 한 편 작성해서 좋아요 10개 받으면 15점입니다. 그러나 페이퍼 하나에 책 10개 쑤셔놓고 좋아요 열 개 받으면 각 12점 x 10 해서 총점120점을 획득합니다. 따라서 1권만 놓고 보자면 리뷰가 미세하게 유리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페이퍼가 리뷰를 압살합니다.

2. 그것은 생각하기에 달렸습니다. 글의 길이가 일정량 이상 되어야 점수가 부여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만약 글의 길이와 상관이 없다면 짧은 글 여러편을 작성해 좋아요의 총합을 늘리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그 정도가 되면 이제 이건 로직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에 가까워집니다.

3. 맞습니다. 그 책에 대한 내용이 1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도 점수획득에는 하등 지장이 없습니다. 이것 역시 양심과 습관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오늘 이런 책을 읽었다, 하며 책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이 12권의 책을 올렸습니다. 저로서는 기록에 의의가 있는 거라고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으나, 마니아에 큰 의미를 두는 분이 보시기에는 충분히 졸렬한 수작으로 보일 겁니다. 그러나저러나 제 알 바는 아니지만요. 전 현재 이유경과 나쓰메 소세키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아무데도 관심이 없는 상태입니다.

단발머리 2018-09-07 17:52   좋아요 3 | URL

두괄식 버전
1. syo님
2. 진짜
3. 똑똑하네요


긴 버전
1. 이전에 알라딘에 문의했었거든요. 리뷰에도 책을 여러권 넣게 해달라. 답은 현재로서는 안 된다, 페이퍼를 이용하라, 였어요.
저는 책을 여러권 넣을 때가 많아 페이퍼를 쓰는 때가 많았는데, 어머, 나도 모르게 알고 있었네요, 비밀을^^

2. 음, 저는 길게 쓰고 싶어요. 하지만 읽을 때는 너무 긴 글 보다는 적당히 긴 글이 좋거든요. 그리고 좋아요,를 하나 주기에 미안한 글도 있고요.
양심의 문제라.... 으흠...

3. 양심과 습관에 대해서라면, 전 그게 꼭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은데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책에, 저의 리뷰가 주르르 달려 있는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말입니다.
그게 졸렬한 수작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기록의 의미가 있다는데도 동의하고요.
저도 도서관 책을 빌려와서는 ‘빌려온 책‘ 해서는 주르르 넣을 때도 있고요.

이유경과 나쓰메 소세키가 syo님의 답변을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요^^
성실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카알벨루치 2018-09-07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이는 보니 인용문구를 계속 자주 올려서 1번째 매니아를 고수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마니아가 뭔지...진짜 마니아가 마니아 되면 그게 젤 기쁜가죠 ㅎㅎ

단발머리 2018-09-07 19:27   좋아요 2 | URL
사실.... 저도 인용문구를 자주 길게 올리는 편이예요.
마니아가 뭔지.... 아무것도 아닌데도....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뭐랄까요,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팬심이랄까요.
전 진짜 마니아가 되서 진짜 마니아가 되고 싶어요(아무말대잔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09-07 20:20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어떤 이‘입니다.

그렇지만 마니아 1등을 유지하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요...... 저 그렇게까지 마니아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전 심지어 카알님이 말씀하시는 그 ‘진짜‘ 마니아에조차 욕심이 없는데요.... ㅠㅠ

카알벨루치 2018-09-07 20:23   좋아요 1 | URL
엥~?????ㅜㅜㅜsyo님 더러 그런거 아닌데.......ㅜㅜㅜㅜㅜ한권의 책을 인용해서 계속 올려 매니아가 되는분은 syo님이 아니고 단발머리님도 아닙니다 오해마셔요 아님 댓글 삭제합니다 ㅜㅜㅜㅜㅜㅜㅜ엉어엉엉엉 태어나서 이렇게 우는건 첨입니다 ㅋ 오해 No~

syo 2018-09-07 20:28   좋아요 2 | URL
제가 괜히 찔려가지고 그런가 봐요 ㅋㅋㅋㅋㅋ

마니아 글 올린 이후로 여기저기서 ‘마니아 그게 뭐라고 이러냐‘는 취지의 말씀을 많이 듣네요. 저도 그게 뭐 어마어마한 거라고 생각하고 저렇게 마니아 로직을 분석한 건 아니었는데, 괜히 말했다가 작은 사람 티낸 것 같아서 제 발 좀 저렸습니다 ㅎㅎㅎㅎ

울지 마세요 카알님 ㅎ 카알님처럼 열심히 읽고 내실있는 글 꾸준히 쓰시는 분은 저 정도 한탄은 충분히 하셔도 됩니다!! 전 카알님께 오해도 없고 감정도 없어요^-^

단발머리 2018-09-07 20:2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자 여러분, 다들 진정하시구요~~~~
어떤이는 그 어떤이가 아닙니다.
마니아는 그 마니아가 아니구요.
그러니 울지 마세요~~~
카알벨루치님~~~ 쓰담쓰담^^
syo님~~~~~~~ 토닥토닥^^

카알벨루치 2018-09-07 20:59   좋아요 1 | URL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알라딘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책사랑을 표현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고 그것을 데이타를 표해주니깐 솔직히 독서의욕이 더 나는 건 사실입니다 다들 취향과 기질과 독서습관과 스타일이 있는데 제 발언이 무례하였음을 밝히며 사과드립니다 알라디너들은 책사랑을 중심으로 모인 집단이고 여기서 적어도 책을 읽는다고 자부한다는 사람인데, 저의 편견이 오해를 낳았네요 제가 더 부덕해서 그런 것을 널리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오만과 편견’이 제한테도 가득함을 돌아보게 됩니다 반성하겠습니다 제 댓글로 맘 상했다면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syo 2018-09-07 21:04   좋아요 2 | URL
카알님 왜 이러세요. 카알님 틀린 말씀 하신 거 하나도 없으세요. 맘도 하나도 안 상했다니까요 ㅎㅎ
그냥 혹시 카알님 보시기에 제가 마니아에 집착하는 놈처럼 보일까봐 설레발 친 거예요..... 무슨 반성에 주의까지.... 그럴 잘못 안하셨어요 카알님 ㅎㅎㅎ 정말루요. ^-^

카알벨루치 2018-09-07 21:06   좋아요 2 | URL
오케이~일단 반성은 할께요^^ 내가 좋아하는 syo님❤️ 오늘도 즐독!

단발머리 2018-09-07 21:16   좋아요 3 | URL
아이고..... 두 분 서로 마음 상한거 아니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또 구석에서 이 글을 올린 내 잘못이다.... 하면서 반성을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카알벨루치님 댓글보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깊어가는 가을밤이네요.
모두 편안한 밤 되시길요~~~^^

[그장소] 2018-09-0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 유익한 토론의 장이군요?!^^

단발머리 2018-09-09 13:13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
그나저나 그장소님, 너무 오랜만에 오시는거 아니예요?
여름에 바쁘셨봐요~~~
 




















아침에 알라딘 친구와 『모스크바의 신사』 57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너무 웃겨서 하하하 웃었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아, 오늘은 『모스크바의 신사』를 많이 못 읽었네... 였는데. 

그런데도 하염없이 단발머리는 도서관으로 향하고. 



제목부터 흥미유발 100%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을 들고 돌아왔다. 

뭐랄까, 나는 근본 없이 어느 주제든 그냥 강준만 교수님을 믿고 또 믿는 편인데, 첫번째 문단을 읽고는 눈물이 핑 돌았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30여 년간 페미니즘 논쟁과 논란이 뜨겁게 벌어졌으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너무도 뜨거운 싸움인지라, '전쟁'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전쟁이긴 하지만, 싸우는 양쪽이 대등하게 싸우는 전쟁은 아니다. 인류 역사 이래로 억압을 받던 사람들이 해방을 위해 벌인 전쟁이 다 그렇듯이, 억압을 받는 쪽에서만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는 '참혹한 전쟁'이다. (4쪽) 




나는, 내가 받는 부당함이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사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숱하게 많은 나라와 문화가 가부장제의 속박 아래 있음을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여자들이 이건 아니라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 여자들의 외침과 항의와 문제 제기에 쏟아지는 그 엄청난 물량의 비난과 협박과 공격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둘 다 문제라는 말을 들었다. 

그건 잘못이지. 근데 여자들한테도 문제가 있어. 



강준만이 말한다. 


억압을 받는 쪽에서만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는 '참혹한 전쟁'이다.  



리뷰는 책을 읽고 써야하는데, 이 책은 첫 문단에서부터 초대한다. 

말할 수 밖에 없는 자리로. 참혹한 전쟁의 한 가운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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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9-07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음주에 미쳐서..... 책을 하나도 못읽었어요. 오늘 아침에는 음주 다음날 이므로....책을 하나도 못읽었고요. 으하하하하.

아니, 강준만 신간도 제가 읽으려고 찜해두었는데 단발님 벌써 시작하셨습니까?! 우어어어어어어어
인용하신 문장 보니까 당장 시작해야할 것 같네요. 으아악.
저도 곧(언제?) 따라잡겠습니다.
그전에 단발님 리뷰를 읽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단발머리 2018-09-07 08:49   좋아요 0 | URL
저도 63쪽에서 한 페이지도 더 나가지 못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합니다.

어제 도서관에서 책을 받아와서 읽기 시작하는데, 아.... 다른 책을 다 밀어내네요.
다락방님이 일단 <모스크바의 신사>를 끝내주시고,
저는 이 책을 마무리하고 그 쪽으로 가겠습니다.
리뷰는..... ?!? (도망간다)

잠자냥 2018-09-0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첫 시작부터 밑줄 그을 부분이 정말 많더군요. 전 일단 어제 가장 인상 깊던 대목은... ‘여성 혐오는 엄밀히 말하자면, ‘가족 밖 여성’과 사회에 대한 혐오이다. 나의 어머니는 숭배 대상이지만, 너의 어머니는 혐오 대상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맘충’이다. ‘

단발머리 2018-09-09 13:1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모성에 대한 지나친 숭배가 여성을 억압하는 한편,
모성에 충실한 여성은 비난의 대상이 되니까요.
전업맘도 직장맘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은데
둘 다 비난하거든요. 전업맘이란 이유로 직장맘이란 이유로요.. ㅠㅠ

블랙겟타 2018-09-07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몇주 전에 학교도서관에서 잡지를 살펴보던중 우연히 한 제목이 눈에 띄었었거든요.
그게 ‘인물과 사상‘ 에서 강준만교수가 쓴 ‘소통하는 페미니즘‘이라는 제목으로 시리즈글 이었어요.
응? 이게 뭐지라고 하면서 손길이 가는 순간 그자리에서 3달치의 시리즈 칼럼을 다 읽어버린 기억이있었네요.
제 생각엔 그 글을 엮고 좀 더 보충해서 나온 책이 이 책인 것같네요. 저도 책으로도 읽어봐야겠어요.
강준만 교수의 장점인 것같은데 어떤 당시의 시대상의 흐름을 잘 정리한다고 할까? 그 능력은 저도 감탄해서
한국근대사로 입덕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제가 인물과 사상에서 읽었던 글도 한국에서의 페미니즘의 이슈흐름을 잘 정리해놓은 글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 책도 기대가 되네요.

단발머리 2018-09-11 06:41   좋아요 1 | URL
아~~ 블랙겟타님 설명을 읽고 보니 말씀하신대로 이 책은 그 시리즈글을 엮은 책 같습니다. 한국의 페미니즘 변천사, 현재의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페미니즘 이슈들과 그에 따른 사회의 반응들을 잘 정리한 책입니다.
흐름, 하면 강준만 교수죠~~
읽을수록 마음이 좀 무거워지기도 하구요. 한국의 백래시는 근거 없는 반동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블랙겟타님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한테는 그러네요.
 





















사피엔스는 픽션을 창조하는 능력 덕분에 점점 더 복잡한 게임을 만들었고, 이 게임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더욱 발전하고 정교해진다. (68쪽) 




시계를 보지 않고도 시간을 정확하게 알아맞히는 리처의 능력이 내겐 없어서, 시작 시간은 정확히 모르겠다. 보통의 경우처럼 1 5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끝나는 시간은 정확히 기억한다. 1 27. 핸드폰 시간을 여러 확인했기 때문에 확실하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있었다. 그리고는 굳이 자리를 빛내주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굳이 자리를 빛내주시려 참석한 연단 인사들의 인사를 받았고(바둑대회인데 수영협회, 요가협회 회장님들이 오셨는지 모르겠다), 다음으로는 축사를, 축하한다는 인사를 한참이나 들었다. 365 200% 충전 상태의 초등생들. 남자애들이 대부분인 장난꾸러기 아이들 백여명이 불편한 의자에 엉덩이를 얹고 몸을 이리저리 꼬아가며 그렇게 앉아 있었다. 1 27분까지. 




드디어 대회가 시작됐다. 어수선했던 체육관이 조용해졌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아이들의 동생들도. 심지어 공기마저도. 



나는 장기를 안다. 체스도 안다. 하찮은 실력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말이 어떻게 움직이는 줄은 안다. 선을 따라 움직이는 장기와 칸을 따라 움직이는 체스. 전진과 좌우 이동이 가능하나 후진이 불가능한 졸과 마지막 연에 도달했을 화려하게 부활이 가능한 (Pawn) 안다는 뜻이다. 하지만 바둑은 모른다. 인간과 인공지능 세기의 대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도, 것은 돌이요, 검은 것은 검은 돌이라 했던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런데 바로 순간. 다닥다닥 붙은 책상, 등받이도 없는 불편한 의자에 마주 앉아 대국을 시작하는 일군의 아이들을 가만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는 누군가 그리고 여기는 어딘가 하는 생각이 들고야 만다. 








네모난 나무판, 상하종횡 19줄의 위에 하얀 돌과 검은 돌을 교차로 놓으며 집을 지은 사람이 이기는 경기. 앞의 에너자이저들, 차고 넘치는 에너지의 화신이 분명한 초등학생들을 일순간 고요하게 하는 게임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내가 모르는 규칙을 가지고, 내가 모르는 경기를 시작하는 진지한 아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약속과 규칙, 뜨거운 결전.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바둑돌을 드는 아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내가 전혀 모르는 세계, 그래서 내게는 완벽하게 가려져 있는 상상의 세계로 거침없이 다이빙하는 아이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나는 몰입해서 모든 경기를 지켜봤다. 나는 아이들의 전쟁터 곳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내뿜는 열기는 나를 경기 속으로, 경기 가운데로 초대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싸우고 있었다. 아이들은 바둑을 두고 있었다. 



무리의 사피엔스들이 마주앉아 가상 공간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손에 바둑알을 들고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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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8-09-05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린 시절 할아버지 손잡고 경노당을 많이 쫒아다닌 고로,
바둑도 장기도 조끔 둘 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다 까먹었습니다~ㅠ.ㅠ

저런 체육관 울아들 어렸을때 검도대회 하느라 가봤어요.
오래간만에 보니,
그 긍정의 에너지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듯 합니다.

왠지 반가운 마음에...댓글 남겨봅니다~^^

단발머리 2018-09-05 16:52   좋아요 1 | URL
전 아무리 봐도 바둑이 어려운 것 같아요. 장기는 갈 길이 딱 정해져 있으니까요. 몇 개의 길, 몇 개의 수요.
근데 바둑은 제게.... 흰것과 검은 것. 흰 종이 위의 읽을 수 없는 외국어. 딱 그렇습니다.

긍정의 에너지를 안고 돌아왔어요. 과자도 한 박스 주길래 받아와서 간식타임도 가지고요.
저는 북플로 양청나무꾼님 글 읽고 있었는데, 여기서 뵙네요.
언제나 반가워요, 양철나무꾼님^^

다락방 2018-09-05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목은 제법 잘 두는데 바둑은...
어릴 때 아빠가 당신 벗삼아 바둑 두기 위해 저를 붙잡고 가르치고 또 가르쳐 보셨지만 저는 알아먹지를 못해서 지금도 바둑이 싫어요.. 레고도 싫어합니다 ㅋㅋㅋㅋㅋ

적어주신 글 만으로도 아이들의 뜨거운 바둑열기가 전해지는 것 같아요! 으아앗 얼마나 치열하게 머리와 심리가 싸우고 있을까요!!

단발머리 2018-09-05 16:58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저기 위에 오목을 안 적었군요. 오목도 당당한 한 개의 종목인데 말이지요.
저는 또... 그렇게나 오목을 못 둡니다. 누구와 대결해도 거의 져요.
다락방님은 오목을 잘 두신다니 부럽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이들은 뜨겁게 치열하게 한 판 승부를 벌였구요.
진풍경을 구경하고 돌아왔어요, 즐겁게요.

syo 2018-09-05 17:06   좋아요 0 | URL
알까기는 안 됩니까??!! 알까기로는 안 되는 거냐구요.... 알까기....알파고... 응??

다락방 2018-09-05 17:08   좋아요 0 | URL
쇼님, 오목으로 붙자요!!

단발머리 2018-09-05 17:09   좋아요 0 | URL
어머!! 이런이런!! 한 종목이 아니라 두 종목을 빼놓았군요.

장기, 체스, 바둑, 오목, 알까기...

결전의 날!

다락방님 대 syo님 오목 대결!

이기는 편, 우리편!

syo 2018-09-05 17:11   좋아요 0 | URL
삼삼 있기?

단발머리 2018-09-05 17:12   좋아요 0 | URL
어떻게 해요? ㅠㅠ
삼삼이 뭐예요?

다락방 2018-09-05 17:18   좋아요 0 | URL
프로의 세계에 삼삼없긔! 하고 싶지만, 쇼님이 원한다면 그래요, 삼삼있긔 합시다.


단발님, 삼삼이란 막지않은 바둑알 세알이 나란히, 두줄 이상임을 의미합니다. 오목은 다섯알을 먼저 만들어야 이기는 경기이니 세알일 때 상대에서 막아줘야 되는데, 세 알이 두개 동시에 생겨버리면, 그냥 져버리는 것이지요.. 삼삼이 되는 순간 게임 끝.....

단발머리 2018-09-05 17:22   좋아요 0 | URL
어머머!! 역시 다락방님!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제가 오목에서 졌던 그 숱하게 많은 순간들도 함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