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영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음식을 좋아하고 요리를 좋아하고
그러다보면 그릇이나 조리도구에도 관심 간다.
어느 여행지를 가도 무엇을 먹을 것인지를
중심으로 플랜을 짜게 된다.
그런 사람이 쓴 글이라면 반갑다.
히라마쓰 요코의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는
그런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술도 차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친해질 수 있다.
즐긴다는 건 이해한다는 걸 넘어서는 경지니까.

표지 디자인은 귀여운데
책의 편집 특히 사진, 화보가 수록된
지면이 좀 촌스럽다. 아쉽다.

 

술안주는 너무 맛있으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주역은 술이다.
옆에서 술맛을 돋보이게 해 주면 그걸로 충분.
술안주는 좀 쓸쓸한 정도가 좋다.
51p

집에서 즐기는 혼술이라면 고요히 가라앉은 한밤중이 좋다.
가타구치에 우선 1홉, 콩접시에 치즈 조각 그리고 볶은 완두콩.
자, 그 상을 들고 어디로 가는가 하면 바로 창가의 소파다.
한밤중의 봄 달빛, 문득 바쇼의 시구를 떠올린다.
53p

"나이 드신 분이 우린 차는 이길 수가 없어요."
어쩌면 차는 ‘느긋함의 신‘ 품에 안기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느긋하게 물을 끓인다. 그러고는 천천히 식힌다.
차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붓고 찻잎이 한번 하품하는 것을 기다린다는 심정으로 느긋하게 있는다.
늘 똑같았던 일상의 속도와는 미묘하게 시간 축이 달라진 듯 느리고 느긋한 시간의 흐릿함.
161p

나란히 나온 차와 과자에는 모처럼의 한때를 소중히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소바보로, 노리마키아라레, 도라야키 무엇이든 상관없다.
과자와 함께라면 차의 떫은맛, 쓴맛, 단맛의 윤곽이 선명히 그려진다.
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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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 혼술에서 중독까지, 결핍과 갈망을 품은 술의 맨얼굴
캐럴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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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에서 알콜중독자 사이, 어딘가 위치한 당신이 읽으면 좋을 이야기. 생각할 게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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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도감
나카무라 루미 지음, 이지수 옮김 / 윌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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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점에 갔다가 <아저씨 도감おじさん圖鑑 >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여러 타입의 일본 아저씨들을 일러스트와 단평으로 구성한 책이다.

'평범한 양복 아저씨', '주정뱅이 아저씨', '어쩐지 싫은 아저씨' 같은 식이다.

실제 거리의 아저씨들의 사진을 찍고 그림으로 옮겨서 설정이 리얼하다. 대충 그린 듯하지만 디테일한 그림체도 마음에 든다.

슬쩍 웃으면서 넘겨볼 만한 재미난 컨셉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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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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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에세이는 늘 읽을 만하다. 여행기도 그러하고.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제목을 보고 가졌던 기대감과 달리

올 여름에 나온 이 여행기는 세계 전역을 체류하거나 여행한 것을 옴니버스 식으로 묶은 것이서서,

집중도가 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책의 타이틀인 라오스나, 보스턴, 그리스에 대한 글들은 너무 느슨하게 느껴졌다.

'타임머신이 있다면-뉴욕의 재즈클럽', '하얀 길과 붉은 와인-토스카나', '소세키에서 구마몬까지-구마모토' 편이

가장 읽을 만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예전 여행기 <먼 북소리>, <우천염천>의 열띤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번 여행기는 좀 아쉬웠다.

 

 

옛날 브롤리오 성의 주인이었던 베티노 리카솔리 남작은 이탈리아왕국의 총리까지 지낸 역사적 인물인데, 와인 양조에도 상당히 진지하게 열정을 불태워, 1872년 "앞으로 키안티 지방의 와인은 모두 똑같은 배합으로 만든다"라는 중대 결정을 내렸다. 그의 용단 덕분에 키안티 와인이 오늘날 같은 명성을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산조베제 70퍼센트, 카나이올로 20퍼센트, 마지막으로 화이트와인의 원료 말바지아 탤 키안티가 10퍼센트, 이것이 바로 바로네(남작)가 정한 비율이다. 그로 인해 산조베제 특유의 강한 탄닌이 적절하게 누그러지고 프루티한 맛이 더해져 목 넘김이 부드러워졌다.
212p

부인이 남편의 그런 열정적인, 때로는 희미한 광기마저 느껴질 법한 토피어리 제작에 대해 오랜 세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물어볼 수 없었다. 장사할 군옥수수를 만드느라 바빠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투에서는 은근히 `좋아서 열심히 하는 거고 딱히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니니 괜찮지 않은가`란 기색이 전해졌다. 테오와 고흐의 관계 같은 헌신과 숭배의 자세까지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비판적인 뉘앙스 역시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실제로도 피해를 주기는커녕 토피어리가 늘어선 광경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차를 세우고, 내친김에 가게에 들러 옥수수를 사먹는 관광객이 한둘이 아니니 영업 면에서도 토피어리 무리는 아주 유익하다고 단언해도 좋은 것 같다. 이것을 `예술`이라고 부르기는 아마 어렵겠지만, 적어도 `성취`라고 부를 수는 있을 것이다.
2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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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2016-10-11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먼 북소리>, <우천염천>의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ㅎ

베쯔 2016-10-11 11:54   좋아요 1 | URL
네. 여행기의 정수라고 생각해요. 떠나고 싶어 막 두근두근하고요^^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 - 본격남자망신에세이
권용득 글.그림 / 동아시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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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권용득 작가는 예전에 포스팅한 적 있는 <자꾸 생각나>의 송아람 작가 남편이다.

만화가 부부인 셈인데, 이번에 '본격 남자망신 에세이'라는 부제의 에세이집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를 냈다.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건 알았는데, 워낙 필력이 좋다.

별 내용 없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인데 재미있게 읽히고, 솔직하다.

 

만화가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나, (다 다르겠지만)

만화가를 부인으로 둔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나, (드문 케이스긴 하다)

그런 게 궁금하면 한번 읽어보시라.


그림을 권용득 작가가 직접 그렸다는데, 표지를 잘 뽑아낸 것 같다.

동아시아에서 나왔는데, 본문 면이 세로로 너무 좁달까, 편집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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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oo 2016-08-19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놀라운 정보. 송아람 작가의 남편이군요. (자꾸 생각나 재미있게 읽었죠 ㅎㅎ) 이 책도 언제 한번 보려고요.

베쯔 2016-08-19 17:4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자꾸 생각나 좋아해요. 권용득 작가님의 만화 예쁜여자 도 재미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