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라이프 -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알리 알모사위 지음, 정주연 옮김 / 생각정거장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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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더 쉽게 더 똑똑하게 선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문구에 혹해 이 책을 구입했는데, 컴퓨터 과학과 프로그래밍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문과 출신인 나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책이었다(안 그래도 비트 코인이니 블록체인 기술이니 하는 용어도 어려워 죽겠는데. 이렇게 도태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저자가 제시하는 문제 상황이 상당히 일상에 가깝고 누구나 한 번쯤 문제 해결법을 고민해봤을 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문제 상황 첫 번째. 빨래를 마치고 건조된 양말이 잔뜩 쌓여 있을 때, 양말 한 짝을 꺼낸 후 빨래더미에서 짝을 찾는 게 빠를까, 양말 한 짝을 꺼낸 후 다른 양말을 꺼냈을 때 짝이 맞으면 맞추고 안 맞으면 옆에 놓고 다음 양말을 꺼내는 게 빠를까. 정답은 후자다. 인간의 뇌에는 최근에 본 것을 보다 잘 기억하는 단기 기억 저장소가 있다. 이를 이용하면 여러 개의 양말 짝을 보다 쉽고 빠르게 맞출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컴퓨터는 최근에 작업한 파일을 보다 쉽고 빠르게 꺼내는 검색표, 즉 캐시라는 기술을 활용한다. 


문제 상황 두 번째. 폭탄세일 중인 셔츠 중 내 사이즈에 맞는 셔츠를 찾을 때 옷걸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차례대로 뒤지는 게 좋을까, 옷걸이 가운데에서 셔츠를 찾은 다음 셔츠가 작으면 오른쪽, 셔츠가 크면 왼쪽을 뒤지는 게 좋을까. 이것도 정답은 후자다. 찾아야 하는 물건이 100개 중에 있는 경우, 100개를 1부터 100까지 차례대로 살피는 걸 선형함수, 중앙에서 시작해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검색하고 매번 검색할 집합을 반으로 나누는 것이 로그함수를 활용한 로그 시간 알고리즘이다. 


이 책에 나오는 컴퓨터 과학 기술과 알고리즘 용어를 완벽하게 익혔다고 자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 알고리즘이 우리의 일상과 그리 멀지 않고, 알고리즘을 잘 이해하면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문제 상황을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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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써봤니? - 7년을 매일같이 쓰면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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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PD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담임 선생님이 청소년을 위한 방송 아카데미 한 곳을 소개해주셨다. 선생님은 내가 좋은 PD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권하셨겠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그곳에 다니면서 PD의 꿈을 접었다. 텔레비전 보기를 좋아하고 방송국에서 일하는 게 멋져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PD가 될 수 있는 건 아님을 그제야 깨달았다. 


MBC PD 김민식의 책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으며 일찍이 접은 PD의 꿈을 떠올렸다. 저자는 적성에 맞지 않는 공대를 졸업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대기업 영업 사원으로 일하다가 스물아홉 살 때 MBC 공채 PD로 입사했다. <뉴 논스톱>,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하며 스타 PD로 활약했으나, 온 국민이 알다시피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MBC가 급속도로 망가지면서 노조 집행부로 일하던 저자 역시 비제작부서로 발령받는 고초를 겪었다. 


드라마를 만드는 게 일인데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니. 누구나 좌절하고 포기할 만한 상황이지만, 저자는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하루하루를 즐겁게 버티는 편을 택했다. 블로그를 개설해 매일 아침 육아 일기를 쓰고, 산행 일기를 쓰고, 서평을 쓰고, 영어 공부 비법을 담은 글을 올렸다. 글이 쌓이고 방문자 수가 늘고 입소문이 퍼지자 신문, 잡지 등 매체로부터 칼럼을 연재해달라는 연락이 오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자는 제안이 왔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베스트셀러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와 이 책이다. 


그렇게 7년을 버티는 사이 정권이 바뀌고 MBC가 바뀌고 저자는 현업인 드라마 PD로 복귀했다. 그 사이 저자의 직업란에는 MBC 드라마 PD 외에 작가, 블로거, 강사 등이 더해졌다. "드라마 연출을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져 살았다면 지난 몇 년 간 제 삶은 말할 수 없이 힘들었겠지요. 매일 아침 글을 한 편씩 쓰면서,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되새겼어요." '세상이 내게 일을 주지 않을 때, 난 뭘 할 수 있지?'라는 의문으로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다니. 정말이지 PD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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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9-07-10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저는 이 책 보고 매일 글을 써보려고 결심했습니다ㅎ

키치 2019-07-11 09:17   좋아요 1 | URL
멋지십니다!!
 
















존경하는 서경식 선생님의 신간이 나왔군요. 냉큼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서경식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언어, 역사, 정치 이야기도 좋지만 인문, 예술 이야기도 좋아하는데

이번 신간이 마침 이탈리아의 인문과 문화에 관한 책이라서

올 겨우내 신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어서 월급날이 와야 할 텐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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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까지의 독서술 - 나이 들어서 책과 사귀는 방법
쓰노 가이타로 지음, 송경원 옮김 / 북바이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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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눈이 침침하다고 하실 때마다 '나이 들어서 책 읽기'가 얼마나 이루기 힘든 목표인지 생각한다. 나 역시 부모님을 닮아 시력이 좋지 않고 요즘 들어 눈이 부쩍 침침해서 이러다 나이 들면 영영 책을 읽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공포 섞인 걱정을 할 때도 있다(하여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 듣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100세까지의 독서술>의 저자 쓰노 가이타로도 나이 들어서 책 읽기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토로한다. 출판사 편집자, 잡지 발행인, 대학교수, 도서관장 등을 역임하며 평생 책과 관련된 일을 해온 저자는 60년 넘게 길을 걸으면서 책을 읽었다. 잠들기 직전까지 책을 읽은 건 물론이다. 일흔을 넘긴 지금은 길을 걸으면서 책을 읽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절대 하지 않는다. 지병 때문에 약을 먹으면 눕자마자 잠이 쏟아지므로 자기 전 독서도 관뒀다. 


그 대신 이제는 환한 낮에 도서관 책상 앞에 앉아 공짜 책을 읽는다. 연금생활자인 까닭에 예전처럼 읽고 싶은 책을 넉넉히 살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예전처럼 책 살 돈을 벌기 위해 책 읽을 시간을 줄여가며 일할 필요도 없다. 옛날에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며 '쌤통이다. 이런 독서, 젊은이들은 절대 못 할걸.'이라고 비웃는 것도, 병원에 입원한 틈을 타 그동안 읽지 못한 책을 실컷 읽는 것도 나이 들어서 책 읽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저자의 말이 맞나 틀리나 알기 위해서라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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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8-01-2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식이 이제 반백이 되어가니 정말 눈도 침침하고 요즘은 가끔 오디오북 생각을 해봅니다. 아직 한번도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말입니다

키치 2018-01-23 19:49   좋아요 0 | URL
오디오북이 아직 널리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점차 대중화되겠지요. 덧글 감사합니다 ^^
 
소년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었다 - 불꽃놀이 축제가 열리는 밤, 우리는 '사랑의 도피'를 했다
이와이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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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만듦새가 직접 보면 훨씬 괜찮습니다. 이와이 슌지는 영화도 잘 만들지만 소설도 잘 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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