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시카시 8
코토야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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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분기 애니메이션 <다가시카시>의 원작 <다가시카시> 8권이 출간되었다. <다가시카시>를 처음 본 게 언제였나 봤더니 딱 2년 전 이맘때. 그때만 해도 <다가시카시>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첫 방영을 앞두고 있었는데, 2년 사이 인기 만화로 자리 잡아 애니메이션 2기가 방영 중이다. <다가시카시>를 오랫동안 지켜본 팬으로서 뿌듯뿌듯 ㅎㅎ 





<다가시카시>는 다가시(막과자) 전문점 '시카다 다가시'의 외아들 시카다 코코노츠가 대형 제과회사 '시다레 컴퍼니' 사장의 딸 호타루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코믹 만화다. 코코노츠는 만화가가 되고 싶지만 아버지는 코코노츠가 가게를 이어받기를 바란다. 설상가상으로 호타루가 나타나 다가시의 매력을 설파하며 코코노츠를 가게에 눌러 앉히려고 하면서 일이 점점 커진다. 


지난 7권에서 만화 평가를 받기 위해 잠시 고향을 떠났던 코코노츠는, 이번 8권에서 상심한 얼굴로 고향 가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코코노츠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화가가 되기 위한 첫 발로서 만화 평가라는 걸 받았지만 기대와 달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마음이 상했다. 나에게는 재능이 없는 걸까. 이대로 고향에서 다가시를 팔며 살아야 하는 걸까.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대합실에서 호타루를 만날 줄이야. 오랜만에 만난 호타루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코코노츠가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아도 '슈퍼마리오군 만화껌'을 꺼내며 이거나 먹으라고 할 뿐이다. 


그런데 코코노츠는 그 모습이 조금도 싫지 않다. '다가시 마니아' 호타루 다워서 오히려 마음이 놓이고 편안하다. 그 후로 고향에 돌아간 코코노츠는 언제나처럼 가게 일을 도우면서 만화 연습을 병행하고, 그런 코코노츠를 지켜보던 호타루는 자신의 회사를 차릴 계획이니 도와주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한편, 호타루의 친오빠가 나타나 호타루에 비하면 자신은 다가시를 좋아하는 것도 뭣도 아니라며, 호타루에게 시다레 컴퍼니를 물려받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는데...!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나는 역시 <다가시카시>에 나오는 다가시 이야기가 참 좋다. 다가시란 한국으로 치면 문방구나 길거리에서 파는 불량식품, 불량과자 같은 것인데, 단행본 8권이 나오도록 소재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이니 일본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종류의 다가시가 있는 걸까. 다가시를 볼 때마다 이 만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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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코와 수학왕자
아난 쿠지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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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만화의 주인공은 대체로 여성인데, 이따금 주인공이 남성이면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마음이 설레는 건 왜일까. 더욱이 그 남자 주인공이 사랑 따위 관심 없는 냉미남일 때, 그가 돌연 사랑에 빠지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훨씬 더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마루코와 수학 왕자>의 주인공 모모세가 딱 그렇다. 고등학교 1학년인 모모세는 전국 모의고사 종합 3위의 수재이자 수학 과목은 매번 만점만 받는 수학 천재다. 좋아하는 소수는 2. 존경하는 인물은 아이작 뉴턴. 숫자를 보는 순간 피보나치 수인지 아닌지 판별하고, 기상 예보의 태풍 사진을 보면서 대수나선을 떠올린다. 수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모모세에게 인간의 삶이 매력적으로 보일 리 없다. 남을 위해 시간을 낸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모모세는 같은 학년 여학생 마루코 아이를 알게 된다. 마루코는 모모세와 달리 수학엔 젬병이고, 모모세가 경멸하는 오컬트에 푹 빠져 있다. 모모세는 마루코와 다시는 마주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웬일인지 모모세와 마루코는 그날 이후로 자주 마주치게 된다. 알고 보니 마루코는 모모세의 몇 안 되는 친구인 이가라시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마루코가 이가라시의 주변을 맴돌 때마다 모모세와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모모세는 걸리적거리는 마루코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마루코와 이가라시가 잘 되도록 밀어주기로 하지만, 웬일인지 마루코와 이가라시가 잘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점점 더 강해진다. 사랑 따위 관심 없다, 한쪽이 승자가 되면 다른 한쪽은 패자가 되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수학 천재 냉미남이 생애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것이다.





1권으로 끝나는 짧은 만화인 만큼 전개가 빠르고 결말도 깔끔하다. 남자 주인공 모모세가 사랑에 눈을 뜨는 모습은 귀여우면서도 애틋하고, 여자 주인공 마루코가 모모세의 마음을 받아주는 장면은 은근히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달달하고 산뜻한 순정 만화를 원하는 독자에게 이 만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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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리 봇치의 00생활 1
카츠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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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친구 사귀는 게 힘든 적은 없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마다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이 여러 명 있었고, 그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다 보면 금방 새 친구가 생겼다.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를 하거나 어제 본 드라마 이야기를 하다가 친해진 친구도 여럿 있었다. 어쩌면 친구 사귀기는 학창 시절보다 어른이 된 지금이 더 힘든지도 모르겠다. 


인기 애니메이션 <별 셋 컬러즈>의 원작을 그린 카츠오(KATSUWO)의 신작이 나왔다. 제목은 <히토리 봇치의 00생활>. 낯을 심하게 가리는 소녀 '히토리 봇치(일본어로 외톨이를 뜻한다)'가 중학교에 입학해 친구를 사귀는 과정을 담은, 느긋한 분위기의 코믹 만화다.





히토리 봇치는 유일한 친구인 '야와라 카이(일본어로 부드럽다는 뜻이다)'로부터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같은 반 전원과 친구가 될 때까지 너랑 절교하기로 결심했어."라는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안 그래도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서 친구가 카이뿐이었는데, 카이한테 마저 절교를 당했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그렇다고 중학교 3년 내내 혼자서 지낼 수는 없는 노릇. 봇치는 우선 앞자리에 앉은 '스나오 나코(일본어로 솔직한 아이를 뜻한다)'와 친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나코는 인상이 무서운 데다가 봇치가 열심히 말을 걸어도 제대로 답을 해주지 않는다. 처음으로 친구가 되고 싶은 친구가 하필이면 이렇게 무뚝뚝한 아이라니... ㅠㅠ 






앞자리에 앉은 나코한테 지우개를 주워달라는 말도 못하고, 친해질 수만 있다면 '빵셔틀이라도 되고 싶어'라고 생각한 봇치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날 오후 나코와 단둘이 우산을 쓰고 집에 돌아가게 된 것이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ㅎㅎ 


처음엔 낯을 많이 가리는 데다가 소심하기까지 한 봇치가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까웠는데, 겉보기엔 무뚝뚝하지만 속마음은 여리고 착한 나코와 어울리면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친구 사귀는 법을 터득해가는 모습이 기특했다. 어떻게 보면 낯가림이 없다는 핑계로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사람보다, 봇치처럼 낯은 가려도 한 번 사귀면 진지하게 마주하는 사람이 더 좋을지도. 





이 밖에도 '혼쇼 아루(일본어로 본성이 있다는 뜻)', '오시에 테루요(일본어로 가르치고 있다는 뜻)'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잔잔한 만화에 재미를 더한다. <유루캠>, <케이온>처럼 여학생들 간의 우정을 다룬 만화 또는 <내가 나이기 위해>, <일주일간 친구>처럼 심리묘사가 두드러지는 잔잔한 학원물을 선호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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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셋 컬러즈 3
카츠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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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꾸러기 초등학생 삼총사 '컬러즈'의 활약을 그린 만화 <별 셋 컬러즈> 3권이 출간되었다. 이번 3권에는 '원 코인 삿짱', '눈이 너무 많아', '꽃가루 알레르기', '크로 아줌의 사건', '하이퍼 숨바꼭질', '클린업 프로젝트', '날고 튀고 돌고', '아르바이트예요', '아카마츠 유이' 등 아홉 편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고, 하나같이 컬러즈가 동네 안팎을 활발하게 누비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컬러즈 3인방 유이, 삿짱, 코토하는 방과 후마다 동네 어귀에 있는 아지트에 모여 게임을 하거나 장난을 치면서 시간을 보낸다. 아지트 안에서 노는 게 지겨워질 때면 아지트 밖으로 나오는데, 밖으로 나온 컬러즈가 동네 이곳저곳을 누비며 크고 작은 장난을 치는 모습이 이 만화의 볼거리다. 





3권의 첫 번째 에피소드 '원 코인 삿짱'은 컬러즈가 마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사러 갔다가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없는 것 빼고 다 판다는 우에노 아메요코초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컬러즈는 총이나 칼 같은 무기를 사려다 실패하고(당연하다), 꿩 대신 닭이라고 무전기를 대신 구입한다. 형사라도 된 것처럼 비장한 모습으로 무전기에 대고 말을 주고받는 컬러즈가 참 귀여웠다(나도 어릴 때 무전기 놀이를 했던 것 같다. '대답하라, 오버'). 





이어지는 에피소드 '눈이 너무 많아'는 제목 그대로 눈이 많이 내린 날 야외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컬러즈의 모습을 담고 있다. 새하얀 눈길 위를 달리다가 세 사람이 똑같이 미끄러지기도 하고, 미끄러졌다고 깔깔거리며 웃다가 고개를 돌렸더니 개가 만든 '응가 트랩'이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컬러즈를 공격하는(이라고 쓰고 '컬러즈와 놀아주는'이라고 읽는다) 순경 아저씨와 눈싸움을 하기도 하고... 


생각해 보니 어릴 때는 눈이 오면 그렇게 좋았다. 온 세상이 놀이터였다. 학교 운동장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친구들과 모여서 눈싸움하고, 약간이라도 경사진 곳이 있으면 썰매를 타고... 그랬던 내가 이제는 눈이 오면 차 막히겠다, 빙판길 위험하다 같은 (네거티브한) 생각부터 떠올리는 어른이라니.. 컬러즈처럼 근심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살았던 때가 그립다 ㅠㅠ 





이밖에도 어린이에게는 일상의 소중함을,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줄 만한 사랑스러운 에피소드가 일곱 편 더 실려 있다. 컬러즈가 팽이치기를 하는 모습,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나도 이런 때가 있었지' 싶었다. 그나저나 요즘 아이들도 팽이를 알까? 학원 다니느라 놀이터에서 놀 시간이나 있을까? 컬러즈처럼 활발하게 뛰어노는 초등학생을 보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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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홀했던 것들 - 완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완전한 위로
흔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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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따금 과거에 잘 못했거나 하지 않은 일들을 후회한다. 어차피 일어난 일인 줄 알면서, 이제 와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나 자신을 탓하고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후벼판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어. 넌 최선을 다 했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 채널에서 70만 구독자에게 위로와 살아갈 힘을 주는 작가 흔글(조성용)의 에세이집 <내가 소홀했던 것들>은 내게 그런 위로를 건네준 책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일상에서 건져올린 여러 빛깔의 감정들과 그 감정들에 얽힌 추억에 관한 글이 담겨 있다. 때로는 시 같고 때로는 소설 같은 글 너머로 얼핏 보이는 저자의 얼굴은 참으로 따스하다. 


소홀했던 것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소홀했다고 느낀 것들 중에는 

오히려 내가 열중했던 것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실제로는 소홀하지 않았지만 

내 역량이 부족해서 해내지 못한, 

그래서 소홀하다 느끼는 그런 일들. 


(114-5쪽) 


저자는 지나온 나날을 돌이켜보며 사는 일에도 사랑하는 일에도 배우는 일에도 소홀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저자만큼 열심히 살고 사랑하고 배운 사람도 없어 보인다. 특히 사랑.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매일 속을 바꿔가며 김밥을 싸고,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입에 맞지 않는 마카롱을 꾸역꾸역 먹고,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혼자서 마카롱을 사 먹기도 한다니. 입맛이 바뀔 정도로 사랑하고도 소홀했다 말하는 가혹함이란. 


어쩌면 나도 저자처럼 열중한 일일수록 더 열중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지도 모른다. 자책하느라 지금 붙잡아야 하는 감정에 열중하지 못하고, 지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이제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후회와 자책은 그만두고 온전히 현재에만 집중해야지. 괴로웠던 마음을 훌훌 털게 도와준 이 책이 더없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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