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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다 -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진짜 내 인생'을 사는 15인의 인생 전환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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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성공에 관한 책은 꾸준히 읽는 분야 중 하나인데, 이 분야의 책들을 쭉 보면 충실한 인생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라는, 아주 단순한 원리라는 생각이 든다. 선택과 집중.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서 그 일에 몰두하는 것. 사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닌데 의외로 그렇게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마도 어릴 때 발견하지 못했거나, 커서 뒤늦게 발견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해야 하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내 인생이다>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무릎을 칠만한 책이다. 이 책은 기자 출신의 작가 김혜경이 극적인 인생 전환을 이룬 각 분야의 실제 인물 15인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책에 나오는 15인 모두 전에는 입이 떡떡 벌어질만큼 좋은 직장에 다니고 멀쩡한 직업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저마다 어떤 계기로 인해 인생 후반만은 내 식대로, 내 스타일대로 살아야겠다 하고 자각했다. 그래서 대기업 소속 디자이너에서 배 만드는 목공으로, 음반가게 주인에서 상담가로,
 회계사에서 요가 강사로 극적인 인생 전환을 했다.

좋은 직장에 긴 경력 다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았으니 대부분 수입은 전보다 줄었고 전에는 몰랐던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내면적으로는 훨씬 풍성한 삶을 살게 되었으며 전보다 훨씬 행복하고 인생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한다. 물질적인 풍요가 정신적인 만족도를 반드시 높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필요한 것만 취하고 더 욕심내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환경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참 좋은 것 같다.) 

적성을 가능한 어릴 때 발견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실상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지도가 없으면 힘든 일이고, 그나마도 우리나라 같은 교육 현실에서 주변에 있는 비슷비슷한 어른들이 아이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주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나야 운좋게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분야가 확실했고, 주변에서도 별로 말리지를 않아서 그 길만 쭉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적성을 찾지 못했고, 찾았더라도 포기해야 했던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그런건 다 핑계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도 모두 어린 시절에 적성을 찾지 못하고 성인이 된 후로도 전혀 관계 없는 전공이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적성을 찾게 되었고, 가족도 친구도 직장 동료도 모두 반대했지만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다. 그리고 끝내 꿈을 이뤘다. 다들 '그게 뭐 밥벌이가 되겠냐'고 했지만, 밥벌이는 하는 사람도 있고, 잘 나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했던 유명한 연설 가운데 "과거의 점들을 잇기(connecting the dots)"에 관한 내용이 떠올랐다. 지금의 경험, 관심사가 나중에 무슨 소용이 있을지 알 수 없더라도 현재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보면전혀 별개인 것처럼 보이는 경험과 배움도 결국 서로 연결되고 통합되어 자기다움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앞일을 미리 철저하게 계획하며 무엇인가를 소망하고 관심을 기울이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의 경험이 서로 이어지고 합쳐져 언젠가는 나를 만들게 될 거라고 믿는 일뿐이지 않을까? (pp.21-2)  

     
게다가 뒤늦게 찾은 적성은 과거에 멋모르고 했던 일들과 연결되어 폭발적인 힘을 발휘했다. 가령 기자 출신으로 뒤늦게 의학도가 된 사람이 기자 시절 터득한 질문 방법을 활용하여 환자의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광고 전문가였다가 NGO에 투신한 사람이 홍보 노하우를 발휘하여 다수의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과거의 점들을 잇는' 것의 위력에 대해서는 요즘 읽는 책마다 나오는 것 같다...) 단순히 사례를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자 출신인 저자의 분석과 평이 더해지는 점도 좋았다. 특히 조지프 캠벨을 여러번 인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얼마전에 읽은 <깊은 인생>에도 나왔듯이 캠벨 또한 자기 취향을 고집스럽게 밀고나가 극적인 인생 반전을 한 사람이어서 책 내용과도 잘 어울렸다. 조만간 캠벨의 책을 읽을 생각인데, 벌써 두 권의 책에서 인용되어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사람이니 그가 직접 쓴 책은 어떤 감동을 가져다줄지 기대가 된다.    
 

그(박윤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신화의 힘>에서 들려준 '보이지 않는 손' 이야기를 떠올렸다. 자신의 영혼과 육신이 가자는 대로 그 부름을 따라 천복을 좇아 살면,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자신의 눈빛을 달라지게 하는 조그만 직관을 따르면 창세 때부터 거기서 날 기다리고 있던 길을 만나고,늘 보이지 않는 손이 따라다니며 문을 열어줄 거라던... 캠벨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권했다."천복을 좇되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어도 문은 열릴 것이다." (p.39)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을 보면 30대 후반,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인생 전환을 해야한다는 내용이 많이 보인다. 20대 후반이고 아직 직업도 없는 내 눈에는 '아니, 그럼 지금 직업이 생겨도 십 년밖에 못 버틴다는 말인가' 싶어 암담하지만 불행히도 그게 현실인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번듯한 명함이나 타이틀 없이는 살 수 없었던 부모님 세대와는 달리 우리 세대는 회사나 조직, 명함, 타이틀에 기대지 않고 오로지 내 힘으로, 이름만으로 살 수 있는 삶을 사는 것도 허락되고,
 그게 더 멋지고 근사한 일이니, 지금의 혼란은 시대가 준 선물일런지도 모르겠다. 정말 괜찮은 책인데, 책에 대한 마음이 잘 전해지도록 리뷰를 쓰지 못한 것 같다. 단언할 수 있는 건 나는 내 인생을 두고 어떤 가치를 고집할 것인지, 어떻게 내 인생을 꾸려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는 것. 이 책에 나오는 15인의 인생 선배들처럼 나도 멋진 내 인생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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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이후에도 회사가 붙잡는 인재들의 36가지 비밀
기노시타 미치타 지음, 김정환 옮김 / 명진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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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매년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첫날 환영식에서부터 '사표를 쓰라'고 시킨다고 한다. 물론 뽑자마자 나가라는 뜻이 아니고, 이 회사를 나가도 통하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회사에서 자기를 단련하라는 의미라고. 일본 자기계발서 답게 콤팩트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읽기 쉬웠다. 입사 1년차, 3년차.. 이런 식으로 매뉴얼을 제시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지금 당장 나한테 필요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언젠가 한구절 한구절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날이 오겠지.

 

   
  원시 시대에 남성이 맡은 일은 밖으로 사냥을 나가서 전리품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여성의 역할은 남성에게 없는 최대의 능력인 '아이를 낳는 것'이었다. 여성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더 이해가 쉽다. 출산의 고통은 남성이 경험하면 '쇼크로 죽을 만큼' 심하다고 한다. 본래 여성은 그 정도의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출산할 수 있을 만큼의 '배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남성이 지나치게 배짱이 좋으면 어떻게 될까? 남자가 할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식량을 조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보다 강한 자와 싸워서는 안 된다. 원시 시대에 이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남자가 죽어버리면 식량을 가져오기를 기다리는 여자와 아이들은 길거리를 헤매게 된다.
 

나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남성에게 생긴 재능이 '애교'라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강한 자가 있을 때 그 상황을 피해서 지나가는 균형 감각은 남성이 지니고 있는 재능이다. 본디 남성은 금방 "미안합니다."라고 말하거나 불리한 상황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애교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p.88)
 
   



 
흔히들 '남자는 배짱 여자는 애교'라고 말하지만 저자는 다르게 생각한다고 한다. 남자들은 타고난 균형 감각으로 사태를 모면하는 능력이 있고, 여자들은 역시 타고난 배짱으로 근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성별을 구분하자는 게 아니라, 각각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가지고 있는 능력을 활용해보라는 뜻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남자들은 문제를 지적하면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고 변명할 생각부터 할까 궁금했는데 저자의 말을 들으니 수긍이 되네...ㅎㅎ  

 

   
  일 잘하는 직원은 5년, 10년이 지나도 그냥 직원일 뿐이다. 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한 사람의 구성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회사의 입김에 따라 운명이 좌지우지될 우려가 높다. 예를 들어 회사가 사원 세 사람에게 평균 300만 원씩 지금하고 있다면 총 급여는 900만 원이 된다. 이 중 두 사람의 급여를 250만 원으로 감봉하면 합쳐서 500만 원이다. 그러면 400만 원이 되는데, 실적이 가장 좋은 한 사람의 급여를 350만 원으로 높여도 850만 원이면 된다. 남은 50만 원은 회사가 가져간다. 기업이 파이를 줄이는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pp.212-3)  
   



 
이 책 마지막 부분인데, 회사 생활 잘 하는 방법에 대해 쭉 나오다가 끝에 가서 갑자기 '회사는 네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나와서 놀랐다. 말이야 맞지만... 일본은 정리 해고, 경기 침체, 인원 감축 등의 위기를 우리보다 먼저 겪었기 때문인지 이런 문제들에 더 민감한 것 같다. 회사나 조직생활에 대한 책도 많지만 그만큼 은퇴를 대비한 자기계발서, 자격증 취득, 전문직 이직에 관한 책도 많다. 그러고보면 프리터, 니트족 같은 말도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적인(!) 개념이지만 일본에서는 약 십 년 전부터 사회현상이었지. (일본에서 아직도 나아질 기미가 없는 걸 보면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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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어떻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나- 자본주의 문명의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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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 아프리카- 검은 대륙에서 마지막 기회의 땅으로
매일경제 컬러풀 아프리카 프로젝트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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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과 함께 가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위대한 잠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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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 고령사회 일본이 던지는 화두, “당신의 노후는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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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새로운 명령
한윤형.최태섭.김정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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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는 지난주에 읽었는데, 리뷰를 어떻게 써야될지 좀처럼 떠오르지를 않아서 오늘까지 미뤘다. (솔직히 이 책을 남들한테 권할만큼 내가 떳떳하게 제대로 살고 있다는 확신이 안들어서 감히 이 책 얘기를 꺼내기가 망설여졌다.) 그래도 열심히 읽었는데 뭔가 흔적을 남겨야 할 것 같아서 리뷰는 못되고 그냥 푸념이라도 좀 풀어놓아볼까 한다. 

 

사서 고생하는 타입이기도 하지만, 대학다니는 동안 적성이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정부, 기업, NGO 등 여러 분야에서 기회가 닿는 대로 일해봤다. 여기저기 다 돌고 결국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해 지금은 요모양요꼴인 백수가 되었지만, 모 기업에서 서포터즈 비스무리하게 활동할 때 힘들었던 기억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일 자체는 힘들지 않았고 페이도 좋았는데(그 때 받은 상품 하나는 아직까지도 잘 쓰고 있다. 그건 정말 쌩유!), 기업 특유의 조직적인 분위기가 숨막혔고, 무엇보다도 나도 애용하지도 않는 물건을 남한테 판다는 게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꾹꾹 참고 수업까지 빼먹으면서 활동은 했는데,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고, 거짓말처럼 막판에 병이 나서 결국 집에 며칠이나 누워있었다. 그 때 결심한 게 돈 좀 못 벌고 남들 눈에 안 차도 내 성에 안 차는 일은 하지 말자, 한 번 사는 삶, 나를 속여가면서까지 비굴하게 살지는 말자는 것이다. (뭐 결국 백수가 되었으니 무슨 말을 해도 변명으로 들릴까 두렵다마는...) 


 
그 때 얘기를 친구나 주변사람들한테 해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얼마 없어서(뭔 배부른 소리냐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 후 그 친구들 대부분이 내로라하는 기업에 들어갔다.) 잊고 있었는데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를 읽으면서 다시금 그 때 생각이 났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주는 책이라서 내 또래의 사람들한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데, 막상 내 주변에는 이 책을 읽고 이해할 사람이 없다. 아니 이제는 책 자체를 읽는 사람도 얼마 없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이 땅의 청춘들이 '열정'이라는 구호에 세뇌되어 자본가와 기득권층의 인적'자원'으로서 값싸게 희생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라고 말한다. 사실 '열정'이라는 말을 좋아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동안 무언가로부터 세뇌되어 이 말을 좋아했던 것은 아닌가 싶어 섬뜩했다. 그러고보면 어릴 때부터 참 많이 들었다. 잘 할 수 없으면 열심히라도 하라는 말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수행평가 때 '열심히 하면 A는 못 줘도 B는 주겠다'는 말을 했던 기억도 나고, 시험점수가 몇 점 이상이 안 되면 '이건 머리가 아니라 노력의 문제'라고 협박 비슷하게 했던 기억도 난다. 뭐든 열심히, 성실하게 하라, 노력하라... 은연중에 잘 하는 것은 둘째치고 열심히, 열정을 다해 살라는 말이 머리에 코딩되었던 것 같다.  

 

   
 

열정은 본래 대중의 것이었다. 오타쿠와 마니아들은 자발적으로 모였고, 자발적으로 배웠으며, 자발적으로 창작했다.'문화 산업'과 '벤처 기업'의 등장은 상황을 바꿔 놓았다.취미가 일로, 일이 취미로 변했다. 열정이 산업의 내부로, 그리고 노동으로 유입됐다.자본주의는 '열정'의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과 노동력을 발견했다.'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는 말은 이전보다 더한 성실함과 근면함을 요구했다.열악한 조건도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혹여 불만이라도 토로하는 사람은, 이 일에 대한 열정이 부족한 것이 대하여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열정 노동의 본질은 다음 세 가지 진술이다. 
(1)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이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
(2) 그러므로 나는 (생계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3) 고로 나에겐 노동자의 권리가 필요 없다. (p.186) 

 
   

 

이 책에 등장하는 청춘들도 똑같다. 사회가 요구하는대로, 어른들이 시키고 고용주가 명령하는대로, 하고 싶은 것, 하라는 것 열심히 성실하게 하고, 노력하면서 산다. 그런데 하나도 행복하지가 않다. 그들이 꿈꾸는 것은, 그저 직업인으로 인정받고 세 끼 밥 먹고 옷 입고 문화생활 즐기면서 사는, 아주 소박한 행복인데 그걸 손에 움켜쥐기가 쉽지 않다. 어느 게이머는 합동 연습 빠지고 비욘세 콘서트에 갔다는 이유로 제명이 되었고, 심지어는 故최고은 작가가 빈곤 속에서 병을 앓다가 목숨을 잃었다. 한숨이 푹푹 나온다. 하지만 마냥 절망할 수는 없다. 아쉽게도 이 책에는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가에 대한 얘기는 나와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지 대안에 대해서는 나와있지 않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겠다. 이제는 열정, 그리고 열심히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열정이라는 것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아직도 나는 이 말이 좋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을 추구하면서 사는 것이 대체 뭐가 나쁜가. 다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과연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위에서' 또는 '주변에서' 시키는 말에 끌려서 하는 것인지는 분명하게 가릴 필요는 있다. 아마 저자들도 그런 생각없는 청춘들, 그리고 그런 청춘들을 양성하는 사회를 비판한 것이지, 열정 자체를 나쁘게 말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저자들도 학문과 이 사회에 열정이 있는 분들일테니)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열정, 하고 싶은 일에 뜻을 펼치려는 열정, 이 대안들 뒤로는 이 시대의 가장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삶, 공무원이나 대기업 정규직이 되기 위한 열정이 있을 것이다. 사실은 뒤로 갈수록 기댓값이 더 높기 때문에, 우리는 체제에 순응한다. 그 결과 우리들 대부분이 어떤 영역에서든 불안정 노동자로 남는다.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이 이 사태를 해결하려 들었다간 혼자서 손해를 보게 될 거라는 예감이 있다.그리고 슬프게도 그 예감은 진실에 가깝다. (p.235)  
   

 

덩치에 안 어울리게 민감한 성격을 가진 나는 다행히 아주 짧은 경험을 통해서 내가 어떤 노동의 형태와 맞지 않는지 알았지만, 이런 시스템 하에서도 꾹 참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고, 아마 나도 조만간 취업이 되어 노동자의 신분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열심히 일하는 것과, 내가 지금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열심히 하는 건지 알고 일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적어도 어딘가 개선의 여지는 있을테니. 그러나 현실은 아직 멀었다. TV에 나오는 남의 노래대결에는 열불을 내도 자기가 처한 차디찬 현실에는 미지근해지지도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니. 그렇지만 나라고 뭐 잘났나. 열정을 가장하며 기득권층에 편입되기 위해 기를 쓰고, 뭐가 됐든 닥치는대로 노동하려고 발악하려는 사람이 바로 난데.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이렇게까지 푸념을 늘어놓은 건 나를 '잉여'로 만든 사회에 대한 개탄이 아니라 그토록 싫어했던 미지근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분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이제까지 내가 이 책의 리뷰를 쓰지 못해 빌빌 댔던 건 열정이 어떻게 노동이 되는지, 머리로는 이해하고 가슴으로는 절감하는데 몸으로는 영 따르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혐오 때문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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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 리셋 - 동경대 출신의 신세대 스님이 들려주는 번뇌 청소법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이혜연 옮김 / 불광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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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몸도 찌뿌두둥하고 마음도 축 가라앉은 것이 공부할 기분이 전혀 나지 않는다. 이 참에 밀린 리뷰나 쓰면서 시간을 떼워야겠다. 오늘은, 오늘만은 괜찮겠지. 요즘 나의 화두는 환경, 소비(브라보! 노 임팩트 맨), 그리고 명상인데, 먼저 명상에 관해 읽은 책 한 권에 대해 써보겠다.

 


올해 초에 MBC에서 방영된 명상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처음으로 코이케 류노스케라는 스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도쿄대 출신이다. 그 간판으로 마음만 먹으면 어떤 직장에든 들어가 승승장구하며 잘 먹고 잘 살았을 것이다. 그도 그렇게 믿었다. (결혼도 했던 걸 보니 직장도 다녔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망나니가 되어 있었다. 말로만 듣던 'DV'의 가해자였던 것이다. 무엇이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나, 이렇게 살아서 무엇하나 하는 생각에 그는 그길로 아내와 헤어지고 출가를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도시로 돌아왔고 지금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명상의 힘을 전파하고 있다.

 

장래가 보장된 도쿄대 졸업생에서 고된 수행을 하는 불자로의 변신. 이만큼 극적인 인생의 변화가 또 있을까. 방송을 보고 하도 신기해서 일부러 그의 웹사이트 '가출공간(http://iede.cc/)'에도 방문해보고 그에 관한 글을 찾아 읽었다. (+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명상과 수련을 지향하는 그는 '신세대 스님' 답게 웹사이트를 만들어 명상 철학이 담긴 그림일기를 올리고 일반인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불교식 요리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도 웬일인지 그의 책을 읽을 기회는 좀처럼 생기지 않았는데, 얼마전 도서관에서 <번뇌 리셋>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바로 읽었다. 군데군데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솔직히 거슬릴 정도였다)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기에는 괜찮았다. (많이 참았다.)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번뇌, 즉 화, 짜증, 우울,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살면서 안 좋은 일 한번 안 겪는 사람 없고,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안 좋은 감정을 완전히 극복하며 살 수도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자신의 삶을 좀먹는다면 조치가 필요하다. (문제는 진짜 조치가 필요한 사람들은 이런 책을 안 읽는다는 것이지.)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내가 이 책을 읽고 이해한 바로는 이렇다. 내가 나라고 느끼는 존재는 온갖 감정이 모인 감정 덩어리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부정적인 감정은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통해 더욱 강해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화가 났을 때는 화가 났다는 걸 그대로 인정하고 거기서 멈춰야 한다. 화를 참거나 애써 괜찮은 척 하는 것 또한 '화를 참는 자기', '착한 자기' 등 거짓된 '자기 이미지'를 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산다는 건 자식, 부모, 학생, 친구, 연인, 사회인 등 수많은 가면을 쓰고 벗는 과정의 반복이다. 더 많은 가면, 더 비싸고 좋은 가면을 쓰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 인생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눈 가리기'일뿐이고 그 가면에 만족해서는 진정한 자신을 잃을 수도 있다.


  

   
  자기 이미지는 상처입기 쉽고 불안정하고 취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나' 즉 자기라는 것은 사실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니까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서 많은 환영을 계속 모으는 고생, 수고는 일종의 함정입니다. 자기 이미지는 상처입고 깨지기 쉬운 것입니다. 쉴 새 없이 깨지는 것을 부실하고 이상한 실로 꿰맨다든가, 접착제로 보강한다든가 영양을 계속 보충해 주어야만 합니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자기', '유머와 센스가 있는 자기', '자원봉사 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자기', '기독교도인 자기', '불교도인 자기', '사랑받고 있는 자기',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일에 익숙한 자기', '당신을 이렇게도 사랑하고 있는 자기'... 실이나 접착제로 봉합한 가지가지의 아이템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이 발가벗겨진 우리의 속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그렇게 눈 가리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입니다. (pp.108-9)
 
   

  
 

정말 그럴까? 이 부분은 마침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책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내 인생이다>라는 책인데, 이 책에는 멀쩡한 직업 가지고 잘 살다가 인생 중반에 삶에 회의를 느끼고 극적으로 전환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러고보니 전환, 리셋... 비슷하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말에 따르면 새로운 인생을 찾은 느낌이 마치 안 맞는 옷을 벗은 것처럼 시원하고 자연스러운 기분이라고 한다. <번뇌 리셋>의 저자의 말대로 직장이나 사회에서 쓰고 있었던 거짓된 '자기 이미지'를 모두 버리고 긴 고민 끝에 자기한테 가장 맞는 삶을 선택했으니 당연히 그렇겠지.

 

그러고보면 명상이든 일이든 인생이든 모두 하나의 원칙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나 자신이 되기(Be yourself), 그리고 선택과 집중, 나에게 올인. 그걸 몰라서 이제까지 빌빌대고 살았나보다. 아니, 알면서도 일부러 피해다녔던 걸까. 아무튼 끈적끈적한 날씨 때문에 치밀어오르는 화와 짜증은 그만 '인정'하고 이제는 오늘 일과로 다시 복귀해야겠다. (하루 리셋?) 아, 그리고 코이케 류노스케의 책은 '다른 번역자의 책으로' 더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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