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나라 물의 나라
이와모토 나오 지음, 김진희 옮김 / 애니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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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부부가 서로 다른 국적을 지닌 이른바 '국제결혼 커플'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부부가 둘 다 한국인이어도 말이 안 통해서, 자라온 배경이 달라서 속이 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적이 다른 부부는 얼마나 힘들까,라는 걱정이 무색하게, 그들은 대체로 행복하게 잘 사는 듯 보인다. 자국에서 만나지 못한 짝을 타국에서 만났기에 더욱 애틋하게 여기고 소중하게 대하는 것 같아 보인다. 


이와모토 나오의 신작 <금의 나라 물의 나라>는 전쟁 중인 두 나라의 남녀가 사랑에 빠진 상황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 만화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A나라와 B나라는 예부터 사이가 좋지 않아서 빈번하게 전쟁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고작 개똥 처리 문제를 두고 전쟁이 터져 신에게 중재를 구했다. 신이 제시한 중재안은 이랬다. "A나라는 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아가씨를 B나라로 시집보내고, B나라는 나라에서 제일 현명한 젊은이를 A나라에 사위로 보내거라." 





A나라의 왕과 B나라의 왕은 신이 제시한 중재안을 곧이곧대로 따를 사람들이 아니었다. A나라의 왕은 A나라에 100명쯤 있는 공주 중에 가장 통통한 사라를 B나라에 시집보내기로 결정했고, B나라의 왕은 명색이 도서관장의 아들이지만 돈 버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나란바야르를 A나라에 장가보내기로 결정했다. A나라의 왕과 B나라의 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상대국에 보내는 마차에 사람 대신 개와 고양이를 넣어서 보낸다. 사정을 모르는 사라는 신랑 대신 온 개를, 나란바야르는 신부 대신 온 고양이를 애지중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을 기다리며 개와 함께 산책하던 사라는 실수로 B나라 영토에 들어선다. 사라는 마침 A나라로 오고 있던 나란바야르를 마주치게 되고, 나란바야르에게 언니들 앞에서 자신의 남편인 척해달라고 부탁한다. 생김새는 거칠지만 심성은 착한 나란바야르는 사라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고, 사라의 남편인 척 연기를 하다가 사라가 A나라의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라를 둘러싼 A나라의 정치가들의 음모까지도. 





이후 사라와 나란바야르는 서로가 양국이 정한 짝인 줄 모른 채 A나라와 B나라를 오가며 여러 가지 일을 벌인다. 사라와 나란바야르가 오로지 서로를 위해서 벌인 일들은, 뜻밖에도 A나라와 B나라 사이를 더욱 좋게 만들고 양국이 함께 번영하는 길로 이끈다. 


판타지에 기반을 둔 작품이지만,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양국을 잇는 다리가 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기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도 않았다. 사라와 나란바야르처럼 국적을 뛰어넘어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면 세계가 지금보다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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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 수집가의 기이한 책 이야기
가지야마 도시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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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라이터인 동시에 소설가였던 일본 작가하면 마츠모토 세이초의 이름을 가장 먼저 떠올렸는데 이제는 가지야마 도시유키의 이름도 같이 떠올려야겠다. 가지야마 도시유키가 쓴 <고서 수집가의 기이한 책 이야기>를 읽기 전 그의 이력을 읽고 한 번 놀랐고, <고서 수집가의 기이한 책 이야기>를 읽고 두 번 놀랐다. 


가지야마 도시유키는 1930년 경성(지금의 서울)에서 태어나 남대문 소학교와 경성 중학교를 다녔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일본으로 건너갔고 1958년부터 기자로 활약했다. 주간지에서 특종 전문 기자로 활약하는 한편, <검은 테스트 카>를 비롯한 다수의 기업소설을 써서 당시 소설가로서는 최고의 인세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 <이조잔영>과 <족보>는 각각 신상옥,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고서 수집가의 기이한 책 이야기>는 저자 자신의 취미이기도 했던 고서 수집에 관한 소설이다. (저자의 분신으로 보이는) 인기 작가인 '나'는 술집에서 만난 '세도리 남작'이라는 고서 수집가로부터 동서양의 희귀본 수집에 관한 에피소드를 듣게 된다. 이를테면 고서에 미친 어떤 남자가 전체 100권에 달하는 고서 <요곡백번>을 모으기 위해 어느 농가의 화장실을 뒤진 일화라든가, 십계명 중 하나인 '너희는 간음하지 말라'가 '너희는 간음하라'로 인쇄된 <간음 성서>를 장정하기 위해 살아있는 인간의 살점을 탐내는 남자라든가... 


직접 고서점을 운영하는 세도리 남작은 조선의 고서에도 관심이 많아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세도리 남작이 한국에 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것이 당시에 유행하던 기생 관광인데, 기생 관광 자체도 한심한 일이지만, 기생이 신라의 보물인 목걸이를 목에 걸고 춤을 추는 것으로 모자라 그것을 손수 팔기까지 하는 대목을 읽을 때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일반인이 나라의 보물을 밀반출하다니. 당시에 이런 일이 정말 있었을까. 가지야마 도시유키가 오로지 허구만으로 소설을 쓰는 작가는 아닌 것 같기에,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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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의 소나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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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의뢰인을 법적으로 방어해주는 직업일까, 아니면 의뢰인이 법망으로부터 피할 수 있게 돕는 직업일까. 한 번이라도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다면 나카야마 시치리의 법정 추리 소설 <속죄의 소나타>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미코시바 레이지는 어떤 중범죄를 저지른 인간이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해주는 걸로 유명한 변호사다. 검찰과 경찰은 미코시바 레이지가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불의를 눈감아준다는 이유로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지만, 어떤 사람들은 미코시바 레이지가 돈이 되지 않는 국선 사건에도 적극적으로 자원한다는 점을 들어 그를 좋게 보기도 한다. 


폭우가 내린 다음 날, 강가에 시체 한 구가 떠오른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지역 관할의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고, 얼마 후 경찰은 시체를 유기한 범인으로 미코시바 레이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미코시바 레이지에게는 그 시각 그 장소에 있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명확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게다가 그는 현재 장애를 가진 한 청년의 어머니가 남편을 살해하고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사건의 국선 변호인이다.


정황과 여론이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미코시바 레이지를 여전히 의심하다가 그의 과거를 알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당시 14세였던 미코시바 레이지가 같은 동네에 사는 여자아이를 아무 이유 없이 토막 살해하고 유기한 사건의 범인, 즉 '시체 배달부'였다는 것을 말이다. 경찰은 미코시바 레이지가 살인자의 본성을 숨기지 못하고 또 한 번 살인을 저질렀다고 추측한다. 반면 미코시바 레이지를 소년원에서 돌봐준 교도관은, 미코시바 레이지가 소년원에서 진심으로 죄를 뉘우쳤으며, 자신이 저지른 죄를 갚기 위해 어려운 사법고시 공부에 도전해 변호사가 된 것이라고 미코시바를 감싼다. 


소설은 미코시바 레이지가 선한 사람인지 악한 사람인지를 결말에 이르러서야 밝힌다. 과연 미코시바 레이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일 수 있는 사이코패스이자, 자신의 법 지식을 활용해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돈을 뜯어내는 악덕 변호사일까. 아니면 자신이 저지른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변호사의 길을 걸어가는 중일까. 


불리한 상황에 놓인 의뢰인을 법적으로 방어해주기도 하고 법망을 피하도록 도와주기도 하는, 두 얼굴의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속죄의 소나타>는 소년범에서 변호사로 변신한 미코시바 레이지라는 문제적 인물을 통해 속죄의 의미와 목적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뛰어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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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예스24에서 주문한 택배가 저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

택배 상자 안에는 주말에 주문한, 난다의 <읽어본다> 시리즈 네 권이 들어 있었지요. 


먼저 주문한 요조의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을 더하니 

전대물에서 다섯 전사가 만날 때처럼 마음이 든든하고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뭘 해낼까요...). 


오늘 저녁부터 한 권씩 야금야금 읽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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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끝은 사랑의 시작 1
타아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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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자매 간에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군다나 형제 자매가 나보다 외모가 훨씬 괜찮고 성격까지 완벽하다면,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물론 부모님까지도 내가 아니라 형제 자매를 더욱 사랑한다면 열등감을 넘어 모멸감마저 느낄 것 같다.


<지구의 끝은 사랑의 시작>의 주인공 야나세 마히루의 경우가 그렇다. 마히루는 어려서부터 쌍둥이 여동생 마요와 비교 당하기 일쑤였다. 마요는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착하지만 마히루는 예쁘지도 않고 착하지도 않다. 그런 마히루의 별명은 '미운 오리 새끼'. 마히루조차 스스로를 미운 오리 새끼 같다고 여긴다.





마히루의 첫사랑은 중학교 때였다. 오랫동안 좋아해온 남학생에게 용기를 내 고백했을 때, 남학생은 이런 말을 해서 마히루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야나세...는 맞는데, 너 말고 다른 쪽(이 좋아)." 그 때부터 마히루는 이성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마요를 보면 마히루보다 마요를 더 좋아하게 될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히루에게 사랑의 기운이 밀려든다. 상대는 같은 반 남학생이자 학교 최고의 꽃미남인 사토미 아오이. 마히루는 아오이와 눈길이 마주치거나 아오이가 말을 걸 때마다 '저런 꽃미남이 나를 좋아할 리 없어!' 라고 생각하며 무시한다. 하굣길에 아오이가 말을 걸거나 빵집에 들렀다 가자고 해도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마히루가 아오이를 피할수록 아오이는 더욱 열성적으로 마히루에게 말을 걸고 마히루를 쫓아온다(스토커처럼 쫓아오는 건 아니다). 결국 두 사람은 아오이가 즐겨 찾는 빵집에서 함께 빵을 먹게 되는데, 고작 함께 빵을 먹는 것뿐인데도 마히루는 착각하지 말라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얘가 미쳤어, 미쳤어! 뭐가 좋다고 새콤달콤한 체험을 하고 있는 거야?' ㅎㅎㅎ


마히루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지구가 멸망할 징조라고 여긴다. 하지만 아오이에게 끌리는 마음이 점점 커져서, 지구가 멸망해도 좋으니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바뀐다. 단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아오이와 알콩달콩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받아온 상처 때문에 자기 자신을 좋아할 수 없게 된 마히루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상처를 극복하고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될지 궁금하다. 아오이가 마히루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궁금하고, 마요를 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지도 궁금하다. 설마 마히루가 걱정하는 것처럼 마요를 보자마자 마음이 흔들리거나, 처음부터 다른 속셈이 있어서 마히루에게 접근한 건 아니겠지(그럼 이 만화의 장르가 바뀔 듯...)? 2권을 어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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