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기 군과 메이 씨 1
빗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만 보고 흔하디흔한 순정 만화이려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얼마 안 있어 이 만화에 홀딱 반해버리고 말았다. 만화의 배경은 평범한 동네 우체국. 주인공은 어떤 사정으로 인해 예전 직장에서 쫓겨나 새 직장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 우체국 직원 '야마시로 메이'다. 출근 첫날, 메이는 버X리 코트를 입은 남자가 담벼락 뒤에서 여고생을 엿보는 모습을 목격한다. 스토커라고 생각한 메이는 남자에게 다가가 외친다. "이봐요. 여기서 뭐 해요?!"



 


여학생은 놀라서 달아나고, 스토커로 몰린 남자는 오해를 풀기 위해 사연을 말한다. 사연인즉슨, 인근 고등학교에 우체국 앞 우체통에 러브레터를 넣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퍼졌고, 방금 달아난 여학생은 그 소문을 믿고 러브레터를 보내기 위해 이곳에 왔던 것. 남자는 여학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담벼락 뒤에 잠시 서 있었을 뿐인데, 사연을 모르는 메이가 큰 소리를 내는 바람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알고 보니 이 남자는 메이가 오늘부터 출근하게 된 우체국의 직원이자 상사인 '야기 카즈후미'. 국장 포함 직원이 다섯 명밖에 안 되는 작은 우체국의 일원이기도 했다. 나 같으면 첫인상부터 망했다고 좌절했을 텐데, 예전 직장에서 쫓겨나 새 직장에선 어떻게든 잘 적응하고 싶었는지 아니면 야기가 미남이어서인지(후자다), 메이는 아침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잊고 야기와 잘 지내려 애쓴다. 게다가 이 둘, 이름도 야기(일본어로 '염소')와 메이(일본어로 '음메')라서 꽤 잘 어울리는 콤비가 될 것 같다. 





이야기의 배경이 두 사람의 직장인 우체국인 만큼 직장 생활 이야기, 우체국 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다. 우체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국장, 고양이가 애인이라고 말하는 카미무라, 나이가 짐작되지 않는 미모의 소유자 시라카와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이야기의 재미를 돋운다. 업무상 우체국에 들르는 일이 잦은데 앞으로 우체국에 갈 때마다 이 만화가 떠오를 것 같다(회사 근처 우체국에 야기나 카미무라처럼 멋진 남자 직원은 없지만ㅠ). 


만화가 적당히 코믹하고 적당히 감동적인 게 딱 내 취향이라서 빗케의 다른 작품을 찾아봤더니 얼마 전에 읽은 <극채의 집>이...! <극채의 집>도 마음에 쏙 들었는데 <야기 군과 메이 씨>까지 마음에 든 걸 보면 이 작가와 나의 상성이 잘 맞나 보다(그동안 BL 쪽에서 주로 활동한 작가인 듯). <극채의 집>이 동양풍 판타지 만화라면 <야기 군과 메이 씨>는 오피스 청춘 스토리. 오랜만에 의심 없이 내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고 반갑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는, 내가 좋아한다고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1
시라이시 유키 지음, 윤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로맨스 만화든 소설이든 드라마이든, 시대물과 현대물을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테마 중 하나가 '남장여자'다. 어떤 사연으로 인해 남장을 한 여자와, 그녀가 여자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는 지켜보는 이의 심장을 매번 쫄깃하게 만든다. 


<그 아이의 포로>, <사랑과 요괴와 학생회>를 그린 시라이시 유키의 신작 <너는, 내가 좋아한다고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의 주인공 '칸자키 소우시'가 사랑에 빠진 상대도 어떤 사연으로 인해 정체를 감추고 있다. 칸자키는 숱한 여학생들로부터 고백을 받았지만 사귀는 사람은 아직 없다. 칸자키에게는 지금 어떤 귀여운 여자애보다도 눈을 뗄 수 없는 '녀석'이 있기 때문이다. 





칸자키의 마음에 든 '아사히나 미나토'는 칸자키와 같은 고등학교 1학년이자 농구부의 신입부원이다. 곱상한 외모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연습에 임하는 모습이 칸자키의 눈에는 더없이 사랑스럽다. 하지만 이제까지 아사히나 이외의 남자를 보고 설레본 적이 없었던 칸자키는 '이것은 절대로 사랑이 아니'라며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억누른다.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가 없다고 했던가. 칸자키는 아사히나가 위험에 처한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아사히나를 돕게 되고, 이를 계기로 아사히나와 말을 트게 된다. 칸자키는 아사히나와 티격태격하면서 점점 더 아사히나를 좋아하게 되고, 급기야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아사히나를 품에 안고 만다. 깜짝 놀란 아사히나가 칸자키의 품에서 벗어나다가 아사히나의 머리카락이 칸자키의 재킷 단추에 걸리는 사고가 벌어지는데... 





이로 인해 아사히나가 그동안 감춰온 긴 머리카락이 드러나게 되고, 칸자키는 아사히나가 그동안 여자임을 숨기고 남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여학생이 남학생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신기하지만, 어깨를 넘어가는 긴 머리를 어떻게 숨겼는지 그게 더 신기하다 ㅎㅎ). 칸자키는 아사히나가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안도하지만, 아사히나가 남장을 해야 했던 '이유'를 알자 마음이 복잡해진다. 


남장여자라는 설정 자체는 신선하지 않지만, 남장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잘 묘사했다. 남장여자인 아사히나의 캐릭터도 사랑스럽고, 칸자키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농구부 주장도 늠름하고 멋있다. 2권에선 아사히나가 칸자키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나오려나.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토요일 아침마다 파파이스 볼 생각하며 눈 떴는데 요즘은 다스뵈이다 볼 생각하며 눈을 뜹니다. 지독한 저혈압이라서 아침마다 눈 뜨기가 참 힘들었는데, 아침에 뉴스 듣고 시사 프로그램 틀어놓는 취미를 붙이니 주말에도 새벽 5~6시면 눈이 번쩍 떠지네요(혹시 아침잠 많아서 고생이신 분들은 이 방법 한 번 써보시길. 저는 이재용, 이명박 이름만 들어도 파이팅이 차오릅니다 ㅎㅎ).


각설하고, 그동안 산 책들을 정리해봅니다. 알라딘을 포함해 B사, Y사, K사 등등에서도 구입했습니다. 책등에 제목이 보이지 않는 책은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원작 소설 <칠월과 안생>입니다. 김영하의 <검은 꽃>은 알라딘 리커버 판으로 구입했는데 알라딘 상품 DB에 안 나오네요ㅠ 알라딘 중고샵 회원간 직거래로 구입한 책도 몇 권 있습니다. 알라딘 중고샵 회원간 직거래는 가격도 저렴하고 책 상태도 좋은데 재고 없다는 연락을 여러 번 받아서... 혹시 회원간 직거래 판매자이신 분들은 재고 확인 부탁드립니다ㅠㅠ


이중에 가장 궁금한 책은 나혜석의 <조선 여성 첫 세계 일주기>입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저도 아직까지 못 해본 세계 일주를 그 시대에 어떻게 했는지, 세계 일주를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합니다. 같은 이유로 비슷한 시대에 일본에서 유럽까지 여행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삼등 여행기>도 함께 읽어볼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운 나 - 3개월 동안의 자기애 실험
섀넌 카이저 지음, 손성화 옮김 / 움직이는서재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새해를 맞이해 자기계발 관련 도서를 몇 권인가 읽었다. 그중에는 성공하는 법을 알려주는 성공도서도 있고, 돈 잘 버는 법을 알려주는 재테크 도서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 <미운 나>였다. 이 책을 쓴 섀넌 카이저는 대학 졸업 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고 회사에 입사했지만 기대한 것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퇴사와 이사, 남자친구와의 이별 등 불운이 이어지면서 저자는 오랜 지병이었던 섭식 장애와 약물 중독, 임상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과 똑같은 30대 여성들의 자기계발을 돕는 라이프 코치로 일하고 있었다. 타인의 삶을 개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을 알려주면서 정작 자신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다니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있을까. 마침내 저자는 자신이 겪고 있는 모든 증상을 해결하기로 마음먹었고, 오랜 고민과 성찰 끝에 모든 증상의 원인은 단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사랑해본 적이 없었다. 저자에게 자기 자신은 고치고 부정해야 할 대상이었지, 있는 그대로 사랑받아 마땅한, 긍정적인 존재인 적이 없었다.





저자의 이런 깨달음은 어머니와의 대화로부터 비롯되었다. 저자의 어머니는 말로는 저자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했지만 행동은 정반대였다. 어린 시절 저자가 좋아하는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으면 그만 먹으라고 타일렀고 살을 빼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할 거라고 위협했다. 이로 인해 저자는 은연중에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사랑받을 수 없다', '사랑받고 싶으면 나 자신을 바꿔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욕망하는 것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진짜 '나'로 존재하지 못했던 내가 불쌍했다. 

어쩌면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었던 진짜 이유는 

세상에 나를 맞추려고 너무 열심히 애썼기 때문이 아닐까. (24쪽) 


저자뿐 아니라 부모로부터 외모를 지적받고 체중을 관리당하는 딸의 경우는 왕왕 있다. 나의 지인은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가 체중이 부쩍 늘었다는 이유로 간장 종지에 밥을 담아줬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그는 현재 모델 못지않은 날씬한 몸을 지녔지만, 자신이 체중에 강박을 가지게 된 건 어머니 때문이며 그때 품은 원망을 아직까지 풀지 못했다고 말했다. 체중 외에도 부모로부터 받은 지적이나 훈계, 잔소리 때문에 자기 자신을 폄하하고 멸시하고, 이로 인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부모는 자식을 아끼고 걱정해서 한 말이겠지만, 자식도 인간이고 상처를 받는다. 더욱이 자식에게 부모는 스쳐 지나가는 타인이 아니라 조물주, 절대자와 같은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다. 자식이 있다면 자신의 발언이나 행동이 자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고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부모를 바꿀 수 없고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 없어도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는 있다. 저자는 총 3개월에 걸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실험에 도전했다. 첫 번째 달은 몸의 자유를 위해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두 번째 달은 자기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바꾸는 실험에 도전했다. 세 번째 달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내보이는 연습에 도전했다. 자기애 실험을 마친 후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열다섯 가지 원칙을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내게는 20년 동안 복권 당첨에 관해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복권에 당첨되면 새 차를 살 거야." 

"복권에 당첨되면 늘 듣고 싶었던 온라인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결제할 거야." 

그러면 나는 항상 이렇게 대꾸하고 싶었다. 

"친구야, 그걸 지금 하는 게 어때? 왜 복권이 네 길을 막고 있는 걸 그냥 놔두는 거야?" (67쪽) 


책을 읽다가 무릎을 탁 친 대목이다. 한창 시험공부를 하던 시절, 나는 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시험에 합격하면 일본 여행도 하고, 그동안 읽지 못한 책도 실컷 읽고, 은퇴하면 타샤 튜더나 베아트릭스 포터처럼 책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그것들을 팔며 살 거라고.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합격 소식은 요원했고, 도망치듯 떠난 일본 여행에서 나는 생전 처음으로 자유를 만끽했다. 나 자신이 되는 자유. 내가 나답게 사는 자유. 


시험공부를 접은 나는 디자인 문구를 만드는 회사에 취업해 은퇴 후에나 하려고 했던 일을 5년 가까이 하고 있고, 해마다 일본 여행을 한두 차례씩 하고 있고, 책은 2천 권 넘게 읽었다. 시험에 합격했다면 벌이도 더 좋고 안정적이고 남에게 자랑할 만한 삶이 되었겠지만, 시험을 포기한 대신 얻은 지금의 삶이 나로서는 더욱 마음에 들고 나다워서 좋다. 이따금 시험공부를 한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만약 그 시간 없이 바로 취업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후회하지 않았을까.





저자는 자기애 실험 결과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욕구, 욕망,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것에 솔직하게 되었고 그것들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저자는 예전에 먹을 때마다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꼈고, 이로 인해 정량보다 많이 먹고 체중이 늘고 자기 자신을 비관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자기애 실험 이후 저자는 예전처럼 먹을 때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어차피 먹을 음식 맛있게 먹고 즐겁게 먹자고 생각하자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되었다.





자기애 실험은 오히려 내가 되고 싶었던 내 모습을 놓아버리는 데서 시작됐다. 

자기애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고 솔직한 것이다. (102쪽) 


저자는 또한 타인과의 비교와 경쟁을 그만두고 자신의 내면과 잠재력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그룹 SMAP의 대표곡 중에 <세상에 하나뿐인 꽃>이라는 노래가 있다. 사람을 꽃에 비유한 이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다. '작은 꽃과 큰 꽃, 무엇 하나 같은 건 없으니 NO.1이 되지 않아도 돼요. 원래 특별한 Only one.' 


꽃이 저마다 다른 씨앗을 품고 다른 꽃잎을 피우는 것처럼, 사람도 저마다 다른 가능성을 품고 다른 삶의 모습을 발현해야 맞지 않을까. 내 안에는 어떤 씨앗이 있을까. 나는 어떤 색을 지닌 꽃잎을 피울까. 나를 미워할 시간에 이런 고민을 한다면 삶이 더욱 생동감 있고 윤택해질 것 같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18-02-0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키치 님의 솔직함이 느껴집니다. 예전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기(?)인가? 책 제목이 가물가물한데 어쨌든 리뷰 읽으면서 그 책 생각이 났어요. 자신을 사랑하면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

키치 2018-02-09 17:28   좋아요 0 | URL
저자의 솔직함에 저 또한 영향을 받아 솔직하게 리뷰를 쓴 것 같습니다 ㅎㅎ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참 어려운 일이지만 살면서 꼭 해내야 하는 일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읽어본다
요조 (Yozoh)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어본다' 시리즈의 광고를 처음 보았을 때만 해도 다섯 권 전부 사서 읽을 생각은 없었다. 좋아하는 요조의 책만 사서 읽고, 나머지는 기회가 있으면 읽어볼 작정이었다. 요조의 책을 읽으니 요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다른 필자들의 글은 어떤지 궁금해졌고, 며칠 후 나머지 네 권을 마저 사 읽었다. 감히 총평을 하자면 다섯 권 중에 요조의 책이 가장 좋았고, 나머지 네 권은 저마다 다른 의미로 좋았다.





일단 가장 아끼는 요조의 책부터. 나는 요조의 음악도 좋아하고, 목소리도 좋아하고, 뮤지션으로 작가로 책방 주인으로 살아가는 모습도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요조의 글이다(뮤지션에게 글이 좋다고 하는 건 실례일 수 있지만 음악보다 글을 아끼는 나로선 요조의 음악보다 글이 더 크게 보인다). 


요조의 글을 더 자주, 더 많이 읽고 싶은데 요조의 글을 어디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몰랐다. 책을 내면 바로 사서 읽을 텐데, 요조가 쓴 책이라고는 공저자로 참여한 몇 권과 단독 저자로 쓴 <요조, 기타 등등> 한 권뿐. 그나마도 <요조, 기타 등등>은 기타 악보와 사진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책이라서 기타를 못 치는 나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한 줌 정도 되는 글마저도 참 좋았다). 


이제 이 책이 나왔으니 원하는 때 언제든 요조의 글을 읽을 수 있다. 요조가 읽은 책을 따라 읽을 수도 있다. 요조가 6개월에 걸쳐 읽은 책을 따라 읽을 생각을 하면 아득하지만, 다행인 건 요조의 독서 취향이 나의 독서 취향과 제법 많이 겹친다는 것. 요조처럼 나도 페미니즘 도서를 꾸준히 읽고 있고, 요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이게 뭐라고'의 애청자인 만큼 팟캐스트에 소개된 책은 웬만큼 읽었다. 책이 별로이면 별로였다, 지루하면 지루했다고 솔직하게 쓴 덕분에 몇 권은 읽지 않고 넘어가도 되겠다. 


요조가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꼴로 읽다시피 한 시집과 독립출판물은 나로선 생소한 분야다. 생각해보니 어릴 때 동시집 몇 권 읽은 것 빼면 시집 한 권을 통째로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부끄럽다). 이참에 요조가 추천한 시집 위주로 읽어봐야겠다. 독립출판물은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서점에서 팔지 않는 게 대부분이라서 요조가 추천한 책을 전부 읽으려면 발품 좀 팔아야 할 것 같다. 책에 실린 모든 문제의 답이 18인 수학 문제집 <eighteen 수학 1>이 특히 궁금하다 ^^ 


요조가 운영하는 '책방 무사'가 서울에 있을 때 못 가본 게 천추의 한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제주에 새 둥지를 튼 책방 무사에서, 기왕이면 요조의 다음 책을 사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트 2018-02-0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를 좋아했었는데 이 분이 책을 내신 줄 몰랐네요~ 잘 읽고 갑니다😄

키치 2018-02-09 09:59   좋아요 1 | URL
다재다능한 분이시죠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