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빵 1
보담 글.그림 / 재미주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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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기분이나 먹고 싶은 케이크로 매일매일 새로운 '오늘의 케이크'를 만듭니다." 평범한 주택가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풍겨온다. 향기를 따라 골목을 굽이굽이 들어가다 보면 파란 대문집 2층 옥상에 '옥탑빵'이 있다. 


옥탑빵의 주인은 30대 여성 지영. 작은 회사에 다니던 시절, 퇴근 후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에 위로받는 시간이 좋아서 회사를 그만두고 보무도 당당히 빵집을 열었다. 메뉴라고는 매일매일의 기분을 반영해 만든 '오늘의 케이크'와 빵 몇 가지가 전부. 집주인은 이래서 장사가 되겠느냐고 타박하지만, 그 말을 듣고 속이 상할 때도 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옥탑빵에서 파는 케이크가 얼마나 부드럽고 달콤한지. 옥탑빵에서 파는 빵이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는지. 그래서 지영은 오늘도 즐겁게 케이크와 빵을 굽는다. 오늘은 누가 옥탑빵을 찾아올까, 어떤 좋은 일이 생길까 기대하면서. 





웹툰 작가 보담의 첫 장편 연재작 <옥탑빵>은 저자의 자전적인 경험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작품이다. 지영과 마찬가지로 이제 막 20대에서 30대가 된 저자는, 지영처럼 회사를 그만두고 웹툰 작가라는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고, 지영처럼 케이크와 빵을 무척 좋아한다. 


<옥탑빵>에는 지영 외에도 아영, 은혜, 혜수 등 여러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2,30대 여성들이 으레 겪는 일, 연애, 진로, 가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회사에선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면서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고, 가뜩이나 연애가 잘 안 풀려서 고민인데 부모님은 언제 결혼하느냐고 성화다. 힘들 때는 옥탑빵에서 지영이 만든 케이크를 먹고 나면 아주 조금 다시 힘이 나기는 하는데, 이런 채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해야 하는 일만 하기에는 하고 싶은 일이 아직 많이 있는 이들에게 부디 좋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기를. 2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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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교회 대한민국 권력 비판 3부작
김진호 외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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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권력과 검찰>, <권력과 언론>에 이은 창비의 '권력' 시리즈 제3편에 해당한다. 민중신학 연구자 김진호가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 교수 강남순, 오슬로 국립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박노자,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한홍구,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 김응교, 이렇게 4인과 대담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주제가 무겁고 내용이 쉽지 않은데 대담 형식을 취해 그나마 가독성이 높아졌다. 읽고 싶어서 산 책인데도 왠지 내용을 다 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그동안 교회 비판하는 책이나 방송, 팟캐스트를 워낙 많이 접해서리...) 읽지 않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새롭게 생각해볼 거리들을 많이 얻었다. 


강남순 교수와의 대담편이 특히 그랬다. 기독교가 전통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나 가부장제, 남성 중심 사회를 확고히 하는 기제로서 이용되었고, 현재도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고 나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성 교인들이 남성 목회자 중심의 가부장제적 교회 권력을 의문시하지 않고 순종하는 것은 결국 가부장제적 교회 권력에 동조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라든가, 여성 교인들이 교회에서 하는 일은 결국 음식 장만이나 아이들 돌보기, 사교 활동 같은,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이 으레 맡아왔던 일에 국한된다는 지적이라든가, 교회에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여성 교인들에게 한복을 입히는 것은 여성을 대상화하고 공동체의 '꽃'으로 간주하는 행위라는 지적 등은 새롭고 놀라웠다(특히 결혼식 때나 장례식 때 남자는 양복 입고 여자는 한복 입는 문화에 대해 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강남순 교수의 설명을 읽으니 이해가 된다. 이해한다고 납득한 건 아니다. 다시는 입지 않으리...). 


성서에는 여성혐오와 관련된 여성의 두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와와 마리아입니다. (중략) 여성은 '열등한 존재'이며 '위험한 존재'라는 여성혐오 사상은 현대에 들어와 다른 옷을 입었지만 여전히 강력하게 교회와 사회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52-3쪽) 


교회의 다수를 이루는 여성들은 남성 목회자 중심으로 가부장제적 교회 권력이 지속되도록 주의 이름으로 동조하는 것입니다. 신실하게 목회자에게 순종해야만 복을 받고 천당에 가니까요. (49쪽) 


교회에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여성이 한복을 입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자발성을 띠지만, 탈식민 담론을 보면 제3세계에서 일어나는 양상 가운데 하나예요. 남성은 양복을 입고 여성은 전통 복식을 입죠. 대통령 부부가 해외 순방을 갈 때도 마찬가지고요.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때 영부인이 한복을 입지 않은 것을 주제로 해서 칼럼을 쓰기도 했어요. (50쪽) 


한복을 입히는 행위의 기저에는 남성은 진취적이고 여성은 전통의 보존자라는 고정관념이 작동하고 있어요. 한복이 더 이상 평상복이 아닌데도 특별한 행사 때마다 한복을 입은 여성을 등장시켜 과거의 전통을 보존하는 역할로서 이상화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교회의 '꽃'인 거예요. 


역사학자의 관점으로 기독교의 유입과 전파를 분석한 한홍구 교수와의 대담편도 인상적이었다. 예전에 한홍구 교수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들려준 이야기와 겹치는 것이 많을 줄 알았는데, 겹치지 않는 내용도 많고 방송에서 들려준 이야기(일제 적산을 한국 개신교회가 물려받았다, 빨갱이 누명 쓰면 어쩔까 싶을 때 목사가 그 보호장치를 제공했다 등등)보다 더 충격적인 것도 많다. 개인적으로 충격적이었던 건, 김일성이 가문 대대로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는 것과(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북 지역의 기독교인들을 박해했다고), 간증의 정치가 국가에서 개인들의 성취욕, 권력욕을 동원하는 데 이용되는 과정 등이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이 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부르짖다 박사모 집회로 갔다는(그렇다면 그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김진호 저자의 설명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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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나의 인문 기행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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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은 서경식 선생의 대표작 <나의 서양 미술 순례>의 후속편 격이다. <나의 서양 미술 순례>가 처음 출간된 건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난 저자는 두 형(서승, 서준식)이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한국에서 투옥되고, 이로 인해 충격받은 부모님이 잇달아 세상을 떠나면서 사면이 벽으로 막힌 듯한 기분을 느꼈다. 도망치듯 유럽으로 떠났는데, 목적 없이 유럽의 미술관을 누비며 그림을 보고 조각을 감상했던 시간들이 훗날 전화위복이 된다. 저자는 이 여행의 기록을 책으로 발표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으며 작가로서도 큰 성공을 둔다.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은 <나의 서양 미술 순례>가 나온 지 30년 만에 이탈리아를 다시 찾은 저자의 기록과 감상을 담고 있다. 당시 변변한 직업도 없고 세상을 암울하게만 바라보는 삼십 대 청년이었던 저자는 이제 은퇴를 바라보는 노인이 되었다. 두 형은 살아서 출소했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불만 없는 상태이지만, 세상을 암울하게 바라보는 시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한국이 민주화되고 전 세계의 냉전이 끝난 후에도 일상 곳곳에 독재와 파시즘의 잔재가 남아있는 까닭, '내가 이런 안정을 얻은 것은 단순한 우연과 행운의 덕이라는 의식', '좀 더 어울리는 다른 누군가를 대신해 내가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저자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까닭이다. 


저자는 30년 전에 찾았던 로마, 페라라, 볼로냐, 밀라노, 토리노 등을 다시 방문하며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미래의 자신과 만난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저자가 좋아하는 작가나 관심 있는 주제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저자는 여전히 인간성을 시험하고 운명을 조롱하는 듯한 분위기의 작품에 매혹되며, 극한 상황에서 굴하지 않고 자기 신념을 관철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끌린다. 카라바조, 모딜리아니, 레비, 모란디, 긴츠부르크, 미켈란젤로 등이 그렇다. 저자는 이들의 작품 앞에서 묻는다. 저는 그동안 잘 살았나요. 지금 잘 살고 있나요. 남은 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한 점 그림 앞에 서서 자신을 비춰보고 인생을 돌아보는 노작가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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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의 모험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6
마크 트웨인 지음, 강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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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명작 동화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읽었던 <톰 소여의 모험>을 다시 읽어볼 마음을 먹은 건 기무라 타쿠야 때문이다. 기무라 타쿠야가 언젠가 어느 방송에서 소년 시절 TV 애니메이션 <톰 소여의 모험>을 보고 톰이 뗏목 타고 모험을 떠나는 모습에 자극받아 따라 했다가 어른들한테 걸려서 크게 혼이 났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준 적이 있다. '타쿠야 소년'이 엄청난 개구쟁이였던 건 알았지만 뗏목 타고 모험을 떠나는 위험천만한 일을 따라 할 정도였을 줄이야. 호기심 왕성하고 모험심 가득한 타쿠야 소년을 자극한 <톰 소여의 모험>이 대체 어떤 작품인지 원작으로 만나보고 싶었다. 


<톰 소여의 모험>을 읽어보니 씩씩하고 활발한 소년이 자기 이야기인 양 감정 이입할 만한 작품이다. 부모님 없이 이모 슬하에서 자라는 소년 톰은 장난이 심해서 이모와 선생님에게 혼나기 일쑤다. 물론 톰이 혼날 만한 짓을 해서 혼이 날 때도 있지만, 이따금 톰이 저지르지 않은 잘못 때문에 혼이 나거나, 저지른 잘못에 비해 너무 심한 벌을 받을 때가 있어서 안쓰럽고 짠하다. 어른들이 뭐라고 꾸짖든 간에 톰은 소년다운 왕성한 호기심과 끝을 모르는 모험심으로 마을 이곳저곳을 누비며 온갖 사고를 친다. 그러다 실종이 되기도 하고 도둑들을 목격하기도 하고 범죄에 휘말리기도 한다. 백인인 톰이 흑인인 허클베리 핀과 만나 친구가 되고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는 출간 당시만 해도 엄청나게 센세이셔널한 일이었다고 한다. 


어디선가 듣기로는 마크 트웨인의 자전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일들도 '실화'인 걸까. 틈만 나면 어른들 속을 뒤집었던 문제아 소년이 훗날 자라서 미국 사회의 모순을 꼬집는 대단한 작품들을 몇 편씩 썼다고 하니 신기하게도 느껴지고 당연하게도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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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에 끼었던 아기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타풍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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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타퐁은 어느 날 친구 부부로부터 고양이 한 마리를 받는다. "몇 시간이나 수풀에 머리가 끼어있었던 녀석이야. 우리가 키우고 싶은데 아무래도 어려워서..." 이렇게 해서 새로운 식구가 된 고양이의 이름은 '아케비'. 전체 크기가 사람 주먹 크기만 한, 작고 앙증맞은 아기 고양이다. 


<수풀에 끼었던 아기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습니다>는 만화가 타퐁이 아케비를 새 식구로 맞이한 이후 겪은 일들을 그린 일상 만화다. 저자가 고양이를 키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 링고와 레몬이라는 고양이를 키웠고, 아케비가 처음 왔을 때에도 부도와 라이치라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상태였다.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우다 보면 먼저 온 고양이가 나중에 온 고양이를 경계하거나 영영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데, 아케비는 워낙 작고 어리다 보니 선배 고양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한다. 형과 동생이 아니라 할아버지와 손자 같은 느낌이다(너무 나대면 혼나기도 한다 ㅎㅎㅎ). 


얼마 전에 읽은 <구구는 고양이다>에서도 고양이들끼리 먹이를 빼앗아먹는 에피소드가 나왔는데 이 만화에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아기 고양이는 건사료, 어른 고양이는 캔사료를 먹는 것이 이 집의 규칙인데, 캔사료가 맛있어 보였는지 아케비가 자꾸 부도 밥에 손을 대서 반려인 부부가 애를 먹는다. 결국 비슷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반려인 부부가 최후의 무기로 사용했던 고추냉이를 꺼내 캔사료에 섞는데, 이때 아케비가 보이는 반응이 너무너무 웃기다(아케비는 바보였다! ㅎㅎㅎ). 아무 부담 없이 웃으며 힐링할 수 있는 만화를 원하는 분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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