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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교회 ㅣ 대한민국 권력 비판 3부작
김진호 외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평점 :

이 책은 <권력과 검찰>, <권력과 언론>에 이은 창비의 '권력' 시리즈 제3편에 해당한다. 민중신학 연구자 김진호가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 교수 강남순, 오슬로 국립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박노자,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한홍구,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 김응교, 이렇게 4인과 대담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주제가 무겁고 내용이 쉽지 않은데 대담 형식을 취해 그나마 가독성이 높아졌다. 읽고 싶어서 산 책인데도 왠지 내용을 다 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그동안 교회 비판하는 책이나 방송, 팟캐스트를 워낙 많이 접해서리...) 읽지 않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새롭게 생각해볼 거리들을 많이 얻었다.
강남순 교수와의 대담편이 특히 그랬다. 기독교가 전통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나 가부장제, 남성 중심 사회를 확고히 하는 기제로서 이용되었고, 현재도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고 나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성 교인들이 남성 목회자 중심의 가부장제적 교회 권력을 의문시하지 않고 순종하는 것은 결국 가부장제적 교회 권력에 동조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라든가, 여성 교인들이 교회에서 하는 일은 결국 음식 장만이나 아이들 돌보기, 사교 활동 같은,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이 으레 맡아왔던 일에 국한된다는 지적이라든가, 교회에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여성 교인들에게 한복을 입히는 것은 여성을 대상화하고 공동체의 '꽃'으로 간주하는 행위라는 지적 등은 새롭고 놀라웠다(특히 결혼식 때나 장례식 때 남자는 양복 입고 여자는 한복 입는 문화에 대해 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강남순 교수의 설명을 읽으니 이해가 된다. 이해한다고 납득한 건 아니다. 다시는 입지 않으리...).
성서에는 여성혐오와 관련된 여성의 두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와와 마리아입니다. (중략) 여성은 '열등한 존재'이며 '위험한 존재'라는 여성혐오 사상은 현대에 들어와 다른 옷을 입었지만 여전히 강력하게 교회와 사회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52-3쪽)
교회의 다수를 이루는 여성들은 남성 목회자 중심으로 가부장제적 교회 권력이 지속되도록 주의 이름으로 동조하는 것입니다. 신실하게 목회자에게 순종해야만 복을 받고 천당에 가니까요. (49쪽)
교회에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여성이 한복을 입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자발성을 띠지만, 탈식민 담론을 보면 제3세계에서 일어나는 양상 가운데 하나예요. 남성은 양복을 입고 여성은 전통 복식을 입죠. 대통령 부부가 해외 순방을 갈 때도 마찬가지고요.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때 영부인이 한복을 입지 않은 것을 주제로 해서 칼럼을 쓰기도 했어요. (50쪽)
한복을 입히는 행위의 기저에는 남성은 진취적이고 여성은 전통의 보존자라는 고정관념이 작동하고 있어요. 한복이 더 이상 평상복이 아닌데도 특별한 행사 때마다 한복을 입은 여성을 등장시켜 과거의 전통을 보존하는 역할로서 이상화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교회의 '꽃'인 거예요.
역사학자의 관점으로 기독교의 유입과 전파를 분석한 한홍구 교수와의 대담편도 인상적이었다. 예전에 한홍구 교수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들려준 이야기와 겹치는 것이 많을 줄 알았는데, 겹치지 않는 내용도 많고 방송에서 들려준 이야기(일제 적산을 한국 개신교회가 물려받았다, 빨갱이 누명 쓰면 어쩔까 싶을 때 목사가 그 보호장치를 제공했다 등등)보다 더 충격적인 것도 많다. 개인적으로 충격적이었던 건, 김일성이 가문 대대로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는 것과(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북 지역의 기독교인들을 박해했다고), 간증의 정치가 국가에서 개인들의 성취욕, 권력욕을 동원하는 데 이용되는 과정 등이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이 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부르짖다 박사모 집회로 갔다는(그렇다면 그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김진호 저자의 설명도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