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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72일 ㅣ 넬리 블라이 시리즈
넬리 블라이 지음, 김정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8년 1월
평점 :

20세에 지역 신문에 실린 여성 혐오 칼럼을 읽고 쓴 반박문이 신문사 편집장의 눈에 들어 기자가 된 넬리 블라이는 23세에 뉴욕의 악명 높은 정신 병원에 잠입해 10일간 생활하고 쓴 기사로 스타 기자로 발돋움한다(이상의 내용이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에 나온다). 이후 뉴욕 타임스와 라이벌인 신문사 뉴욕 월드에 입사한 넬리 블라이는 일생일대의 도전을 한다. 그것은 바로 '세계일주'다.
넬리 블라이가 환자 학대로 악명 높은 정신 병원에 자진해 들어간 건 "여기자는 안 된다."라는 말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넬리 블라이는 "여기자는 혼자서 세계 일주를 할 수 없다."라는 말에 자극받아 무슨 일이 있어도 세계일주를 해내겠다고 신문사에 으름장을 놓는다. "남자를 보내 보세요. 그러면 같은 날 다른 신문사 대표로 출발해 그 남자를 이기고 말 테니까요." 결국 넬리 블라이는 세계일주라는 아이디어를 낸 지 1년 만에 취재 허락을 받는데, 출발 직전에 허락을 해주지 않나, 경쟁자가 나타났는데 알려주지도 않지 않나, 이래저래 회사가 걸림돌이었다(결국 넬리 블라이는 몇 년 후 회사를 떠났다).
여행의 목표는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처럼 80일 안에 세계일주를 하고 무사히 귀국하는 것. 이때만 해도 비행기가 발명되기 전이라서 오로지 배와 기차로 대륙과 대륙 사이를 이동해야 했다. 이때만 해도 샤넬이 여성의 복장을 간편하게 바꾸기 전이라서 저자는 길고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몇 벌씩 가지고 다녀야 했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는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데, 저자는 젊은 데다가 혼자 여행을 하는 처지라서 항상 주위를 경계하며 다녀야 했다. 아프리카에서 매 맞으며 일하는 일꾼들을 보았을 때, 중국에서 사형장 터를 지나다 바닥에 핏물이 흥건한 걸 보았을 때 저자가 받은 문화 충격 또한 상당했다.
그래도 도전한 보람이 있어, 저자는 72일 만에 세계일주에 성공했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자이자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내가 보기에는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72일>이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보다 훨씬 대단하고 읽을 가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실화이고 기간도 8일이나 더 짧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유명하고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72일>은 덜 유명하다는 게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