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페티시즘 - 욕망과 인문의 은밀한 만남
이원석 지음 / 필로소픽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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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분야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잡독'하는 편이지만 인문학과 자기계발이 결합된 책은 학문의 정수인 인문학을 한낱 자기계발의 도구로 이용하는 발상이 거북해 꺼린다. 왜 나는 인문학과 자기계발의 만남이 거북한 것일까? <인문학 페티시즘>을 읽고 그 이유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중앙대에서 문화이론 전공으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저자는 강신주를 비롯한 인문학자의 아이돌화 현상부터 인문경영, 자기계발 열풍, 다독, 책 쓰기 과열, 대학의 몰락, 학습 모임의 부흥 등 현재 한국 사회 각 분야에서 인문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상을 이 책에 낱낱이 분석했다. 



현재의 상황을 냉정히 보자면, 인문학이 우리의 삶을 바꾼다기보다 인문학이 자기계발의 주요 방편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인문교양은 우리의 스펙을 늘려주는 훌륭한 문화적 액세서리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는 다른 이들과 거리를 벌리기 위한, 구별짓기(distinction)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p.10)



저자에 따르면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유한 계급을 위한 자유인의 학문(Liberal Arts)으로서 탄생한 인문학이 자기계발과 실용성에 목마른 현대 대중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활용되는 것부터가 모순이다. 대학 강단을 벗어나 대중을 상대로 강연하는 일군의 인문학자들이 시장에서 소비되는 작태와, 이들을 강사로 초빙해 만드는 인문학 프로그램, 고위경영지도자 과정이 어색해 보이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인문학이 출판계에서 소비되는 실태는 더욱 참담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소위 인문경영이라고 해서 인문학과 경영학을 접목시키거나, 고전 읽기나 인문학 공부를 자기계발서의 콘텐츠로 쓴 책이 많이 나왔다. 나도 그런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인문과 경영 그 어느 쪽으로도 제대로 된 교훈을 얻은 적이 없었고, 외길로 공부해도 힘든 고전과 인문학을 어쭙잖게 활용한 것이 불편할 뿐이었다. 그 어떤 산업 분야보다 인문학의 쓰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출판계에서조차 인문학이 매출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안타깝다.


독서와 책 쓰기를 자기계발과 연결시키는 책은 말할 것도 없다. 나 또한 자기계발의 일환으로서 책 읽기를 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오로지 자기계발만을 위해 독서를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는 꿈도 있지만,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여기는 대중의 자책과 책을 써서 유명해지고 싶고 돈도 벌고 싶은 욕망을 이용해 책 쓰기를 권유하는 책을 보면 어디 가서 책 쓰고 싶다고 말하기가 민망하다. 역으로 어떤 책을 쓰지 않아야 하는지 나쁜 예를 알려주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



인문이 자유인의 학문이던 시대는 갔다. 그때는 철저한 비실용성을 전제했다. 잉여로운 시간을 교양 추구로 채우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일갈하였다. 이것은 결코 문교양이 철저한 실용성을 획득하게 되고만 현실에 대한 한탄이지, 인문학 그 자체의 가능성에 대한 좌절은 아니다.


인문학 자체의 비실용성은 명백하게 비현실성을 의미한다. 현실 유지보다 현실 초월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현행 세상을 넘어 다른 세상을 갈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문학은 마르쿠제가 말한(지금 세상을 떠받치는 평면적 이데올로기에 속박되어 살아가는) 일차원적 인간의 처지를 벗어나게 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른 세상의 신선한 공기를 맡을 수 있게 해준다. (pp.216-7)



그렇다면 인문학은 왜 배워야 하며, 우리는 인문학을 어떻게 소비하고 활용해야 할까? 저자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지만, 후기에 저자가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쇼생크 탈출>을 예로 들며 인문학은 '교양을 통한 현실 초월과 해방'을 가능케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한 대목을 읽으며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문학의 쓸모라고 생각했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단순히 '재밌다', '멋있다'고 느끼는 사람과 저자처럼 자신만의 관점으로 관찰하고 풍성하게 해석할 줄 아는 사람 - 둘 중 누구의 인생이 더 재미있고 풍요로울까. 이것이야말로 비용 대비 효과가 큰 투자이며, 인생의 부자가 되는 길이 아닐까. 오늘 밤엔 사놓고 오랫동안 읽지 않은 '진짜 인문학' 책을 들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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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C 힐러리 로댐 클린턴
조너선 앨런.에이미 판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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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공강 시간이면 중앙도서관 시청각자료실에서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을 보았다. 웨스트 윙은 정치외교학과 전공자인 나에게 미국 정치에 대해 교과서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공직을 경험한 적 없는 내게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의 생활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해득실을 계산하며 어울리는지를 알려주었다.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볼 만한 드라마다. 


2016년 미국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을 다룬 책 <HRC>를 읽는 내내 웨스트 윙 생각이 났다. 웨스트 윙의 주인공인 제드 바틀렛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 애비의 모델이 클린턴 부부라는 설이 있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웨스트 윙 생각을 한 건 웨스트 윙에 나오는 바틀렛 부부가 정치적 실패, 건강 악화, 딸 납치, 심지어는 피격 사건 같은 큰일이 발생했을 때에도 좌절하지 않고 재빨리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았던 것처럼 클린턴 부부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힐러리가 2008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오바마에게 패배한 후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전력적으로 오바마를 돕는 한편 예비선거에서 자신을 돕지 않은 인물들을 가려내는, 이른바 '살생부' 작업을 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빌이 아칸소 주지사였던 시절부터 미국 정계에 있었던 힐러리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많았지만 그 중에는 친구인 척 하는 적도 많았다. 힐러리는 민주당 예비선거를 통해 누가 적인지 똑똑히 깨달았고, 천천히 은밀하게 복수를 감행했다. 반면 자신을 도와준 사람은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힐러리가 바쁠 때는 빌이 대신했다. 2016년 대선을 위한 초석을 이 때부터 다지고 있었던 것이다.


힐러리는 또한 오바마 행정부에서 5년 동안 국무부 장관을 역임하며 외교 활동을 하고 국내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한때 경쟁자였고 자신을 패배시킨 오바마의 밑에서 일한 건 공직자의 소명을 다하고 민주당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외교정책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쌓는다는 목적도 있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힐러리가 국무부 장관직을 수행한 다음에는 재무부 장관이나 세계은행 총재로 자리를 옮겨 경제 분야의 커리어를 만들지 않겠느냐고 짐작한 바 있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국무부 장관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자신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한 것은 분명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힐러리 혼자만 노력한 것이 아니라 빌도 함께 했다는 것이다. 빌은 오바마와 꽤 오랫동안 서먹한 사이였지만 결국엔 좋은 사이가 되었다. 물론 정치적 이해관계도 있었다. 빌에게는 힐러리의 정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의 도움이 필요했고, 오바마로서는 민주당 내에서 큰 세력을 가지고 있고 여전히 높은 국민적 인기를 자랑하는 클린턴에게 밉보여서 좋을 것이 없었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애매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힐러리가 패배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을 보며 클린턴 부부의 남다른 팀웍을 알 수 있었다.


대학교 때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이번에 다시 그녀에 관한 책을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책이 나온 이천 년 대 초만 해도 퍼스트레이디였던 힐러리가 직접 정치인이 되겠다고 나선 게 놀라운 일이었는데,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녀가 대권에 도전한다고 해도,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자리에서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여성이 고위직에 오를 수 있고 대권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인 그녀 자신의 공이 아닐까. HRC. 힐러리 로댐 클린턴. 앞으로 그녀가 어떤 '살아있는 역사'를 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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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 -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공감 능력을 회복한 아이들
브루스 D. 페리, 마이아 샬라비츠 지음, 황정하 옮김 / 민음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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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를 읽으며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기를 택한 어머니께 감사했다. 이제까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크게 좌절하지 않고 견디며 살 수 있었던 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온종일 편안히 있게 해주신 어머니 덕분이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꼈다.


이 책은 미국 최고의 트라우마 전문가이자 소아 정신과 의사인 브루스 D. 페리 박사와 과학 저널리스트 마이아 샬라비츠가 공저했다. 저자들은 공감 능력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고, 이것이 사람의 행복과 가정의 평안은 물론 사회 안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아기 때의 경험이 공감 능력 발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는 '개로 길러진 아이'의 동생인 유지냐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러시아 고아원에서 태어나 생후 2년 동안 누구에게도 보살핌을 받지 못한 유지냐는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 극도로 결여되어 있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면 스트레스 요인의 처리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데, 이 사람이 없으면 아기는 감각 발달이 지체되고 심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아기 때 곁에 항상 엄마가 있고, 엄마와 반응을 주고받고 공감하는 시간이 많은 것은 더없이 큰 축복이며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부모만이 공감 능력 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니다. 사회적 뇌가 제대로 발달하려면 사회적 경험이 필요하다. 오늘날 TV, 컴퓨터, 스마트폰의 보급은 사회성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 면대면으로 만나 공감하고 진심으로 유대감을 갖는 시간을 빼앗기 때문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악플이 횡행하고, 싸이코패스 범죄가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타인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해소되어야 할 감정이 분출되지 못하니 남에게 무관심하거나 남을 조롱하고 공격하는 문화가 퍼지는 것이다.


매력적이지만 냉혈한 소시오패스 소년 라이언의 사례는 그래서 무섭다. 아기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 전혀 없는 '아동맹'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라이언은 어린 시절 애착을 형성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고, 그 결과 이웃 소녀를 성폭행하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소시오패스가 되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도 크고작은 사건을 여러 번 일으켰는데, 부모는 그의 문제를 진심으로 알려들지 않고 문제를 막는 데 급급했다. 타인은 물론 부모와의 소통, 감정 교류마저 차단된 소년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감지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부모 또는 미디어 같은 외부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마약 중독자인 부모 슬하에서 온갖 폭력과 위협에 시달렸지만 자기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난 트리니티의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지만, 사랑을 받을 때 그 사랑을 아는 것은 자기 책임이다. 트리니티는 비록 부모에게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주 가끔 부모가 사랑을 표할 때 그것을 발견해 소중히 간직했고, 자신을 도와주는 이웃 아주머니와 교사들의 도움을 감사히 여길 줄 알았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으나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상심하지 말자. 사랑받는 행복도 있지만 사랑주는 행복도 있는 법. 지금 나는 사랑받고 있는가를 넘어, 지금 내 곁에 나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에게 나는 충분한 사랑을 주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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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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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2004년에 출간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10주년 개정판이다. 부시 재임기에 나온 이 책은 미국 공화당의 전략을 언어적 차원에서 분석해 정치 전략 수립에 있어 프레임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그 결과 2008년 민주당의 오바마가 대선에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로, '정치에서 프레임은 사회정책과 그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만드는 제도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pp.10-1). 프레임은 주로 언어를 통해 인식된다. 심지어는 어떤 프레임을 부정할 때도 그렇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공화당은 정치 전략 수립에 있어 프레임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잘 활용해왔다. 감세 대신 '세금 구제(tax relief)', 온난화 대신 '기후 변화' 같은 말을 사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대중의 머릿속에 자신들의 프레임을 주입했다. 저자는 민주당이 공화당을 이기려면 상대의 언어 대신 자신들의 신념을 반영한 언어를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공짜라는 뜻이 담긴 '무상급식' 대신 굶는 아이 없이 모두가 혜택을 받는다는 뜻을 강조한 새로운 개념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문화와 예술의 힘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저자는 1776년 미국에서 인권 선언이 이루어진 데에는 1760년과 1980년 사이 서유럽과 미국에서 개인의 심리묘사 중심인 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 새로운 견해를 받아들이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한 예는 이밖에도 많다. 지금과 다른 세상을 꿈꾼다면 대중매체가 주입하는 문화를 소비하는 데 급급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보는 것이 어떨까. 요원하게만 보이는 정치 변혁도 이러한 작은 노력이 이어지고 모이면 가능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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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북 TEST BOOK - 나도 몰랐던 진짜 나를 찾아가는 심리 지도
미카엘 크로게루스 외 지음, 김세나 옮김 / 시공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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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오늘날만큼 이렇게 많은 테스트를 치러야 했던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모든 걸 시작하기도 전에 하나가 오고(임신 테스트), 모든 것이 다 지나고 나서도 또 하나가 옵니다(사인 규명을 위한 테스트). 그렇다면 그 사이에는? 무덤에서 요람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조사와 규격화, 공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전 테스트, PISA, 대입 시험, 운전면허 시험, 샘플링, IQ 검사, EQ 검사, 피트니스 테스트, 우울증 테스트, 치매 테스트 등 우리 인생 전체가 테스트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는 그저 실험용 모르모트일 뿐입니다. (p.8)

 


심리학은 모르고 시험은 싫어도 심리 테스트는 좋아하는 사람, 많지 않을까 싶다. 누구를 예로 들 것 없이 내가 그렇다. 심리 테스트를 포함해 MBTI, 에니어그램, 타로, 사주(이건 아닌가?) 등 인간의 유형을 탐구하는 테스트라면 덮어 놓고 좋아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간의 유형을 완벽하게 탐구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테스트는 만나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만난 게 에니어그램인데, 다른 사람은커녕 나 자신이 몇 번 유형인지조차 잘 모르겠다. 어디 알기 쉽고 잘 맞는 테스트 없을까?


<테스트북>을 읽은 것은 그래서였다. 이 책에는 기질 테스트, 나르시시즘 테스트 등 기질과 성격을 알아보는 테스트, 알코올의존자 테스트, 우울증 테스트 등 신체와 건강을 측정하는 테스트, 학습 유형 테스트, 주의력 테스트 등 스킬과 커리어를 판단하는 테스트, 정치성 테스트, 부자 테스트 등 라이프스타일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알아보는 테스트, 인지도 테스트, 백만장자가 테스트 등 지식과 믿음을 측정하는 테스트가 64개나 소개되어 있다.


허나 책 한 권에 64개의 테스트를 담는 것은 욕심이었던 것 같다. 소개만 나와 있고 실제로 해볼 수 없는 것도 있고, 약식으로만 제시된 것도 있고, 해설이 빈약한 것도 있어서 실제로 해볼 수 있는 테스트는 50여 개뿐이다. 편집도 아쉽다. 테스트를 먼저 하고 테스트 설명을 읽으면 좋을 텐데, 테스트 설명을 먼저 읽고 테스트를 하도록 되어 있어서 (지식이나 이해 없이) 순수하게 테스트에 임하기 어려웠다. 책의 컨셉은 좋으니 형식적인 부분만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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