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독서 - 삶의 방향을 찾고 실천적 공부로 나아가는 지혜
박민근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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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길로 용감하게 나아간다는 것은 또한 공부에 매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천직이란 생긴 대로의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기꺼이 노력할 수 있는 일이다. 열정과 노력이 함께하지 않은 천직이란 있을 수 없다. 타고난 나 자신에게 적합한 일이란, 그래서 그 천직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던 열정의 반영인 것이다. (p.7)

  


  독서치료 전문가인 저자가 진학이나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을 상대로 심리상담과 독서치료를 하며 추천해온 책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의 많은 청년들이 방황하는 것은 책을 많이 읽지 못했거나 양서를 만난 경험이 적어서라고 지적한다. 독서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간접 체험하고 자신의 미래를 계획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요즘 청년들은 입시 준비와 스펙 쌓기만 강요하는 사회 환경 탓에 독서를 충분히 하지 못 했다. 그 결과 자신의 진로를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무슨 공부를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방황하고 있다.


  저자는 가치 있는 희망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요소로 치유, 자성, 정향(방향 설정), 공부를 든다. 이 중 치유와 자성은 전작 <치유의 독서>에서 다룬 바 있다. 이 책에서는 미래에 대한 체계적인 로드맵을 설정하는 '정향'과 구체적인 배움의 단계로 나아가는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소개한다. 정향, 즉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에 관해 일러주는 책으로는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 지능>, 티나 실리그의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을 든다. 


  진로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인문서나 자기 계발서 위주일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정치학, 경영학 등 여러 분야의 책이 나온다.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현재의 변화와 과거의 경험들을 반추하는 미래학적인 사유가 현실의 중요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데에 보다 지혜로운 열쇠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미래학 책을 다수 소개한 점이 인상적이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철학, 심리학 같은 학문도 좋지만,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미래학도 좋다는 조언에 귀가 솔깃하다. 안 그래도 요즘 나의 내면에만 신경 쓰느라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것 같아 반성하고 있었다. 미래학 책을 읽으면서 시야를 넓혀봐야겠다.



한 남자가 사양이 높은 새 스마트폰으로 새로 나온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것을 살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시간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그 외의 시간 가운데 많은 시간을 그 게임을 하는 데 쓴다. 이렇게 한정된 자신의 에너지 대부분을 '그것들'에 소진한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그의 모습이 한껏 자유를 누리는 듯 보이나, 그를 표현할 수 있는 더 정확한 말은 '고독'이나 '정열의 낭비'일 것이다. (p.236)



  구체적인 학습에 앞서 공부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으로는 켄 베인의 <최고의 공부>, 윌리엄 데레저위츠의 <공부의 배신>, 정민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등을 든다. 공부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라고 해서 공부법 책만 소개하지 않는다. 공부를 하다 보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남보다 뒤처지는 것 같은 열등감이 발목을 잡을 때가 있다. 저자는 이런 때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나답게 살아갈 용기>, 프랑수아 를로르와 크리스토프 앙드레가 함께 쓴 <내 감정 사용법> 등 감정과 마음을 다스리는 '마음공부'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마음공부에 관한 책들 중에 읽은 것이 유난히 많은데, 사회에서 생사를 건 경쟁에 시달리며 나도 모르게 마음공부를 해온 걸 기특하게 여겨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에는 독서치료를 통해 '성장'을 경험한 내담자들의 사례도 나온다. 이들처럼 전문적인 심리상담과 독서치료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독서를 통해 험난한 이십 대를 헤쳐 나오는 데 성공(!) 한 사람으로서 내담자들의 사례에 크게 공감했다. 

  

  나는 대학교 2학년 때 학교 독서 동아리에 가입해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 년에 1~300권씩 책을 읽고 있다. 그 사이에 고시 실패, 취업 실패, 실연 등 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책만은 꾸준히 읽었고, 그 덕분에 그 어두웠던 시기를 버틸 수 있었다. 저자가 소개한 책 중에도 읽은 것이 많다. 저자가 감탄하는 만큼 좋은 인상을 받지는 않았어도, 그 책을 읽었을 때 당면해 있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도움도 안 되는) 책을 계속 읽고 있을 리 없다.


  무엇보다 독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데 도움이 되었다. 스펙이나 프로필보다 당장 읽고 있는 책, 장바구니에 담겨있는 책이 나를 더 잘 말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공인 정치외교학과 경제학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고(덕분에 3년간 내리 낙방하면서도 계속했던 고시 공부를 그만둘 수 있었다), 외국어에 관심이 많고 경영학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덕분에 취업해 먹고살고 있다). 인문학과 심리학을 좋아하게 되었고, 소설을 읽으면서 글쓰기에도 관심이 생겼다. 최근에는 일본 문학과 여행에 관한 책들을 주로 읽고 있다. 전공과 대학 간판을 신경 쓰고,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칠까만 생각하던 이십 대 때는 상상도 못 했던 모습이다.


  독서는 그 자체로 훌륭한 체험이자 학습이다. 게다가 이제는 이 책처럼 좋은 가이드가 있어 책 읽기가 훨씬 편하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왜 공부해야 하는가를 두고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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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6-02-0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책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대학졸업 후에도 꾸준히 책을 읽었더라면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 하면서 말이죠..

키치 2016-02-09 23:25   좋아요 0 | URL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는 저도 많이 들어요. 지금이라도 책을 열심히 읽고 계시다면 다행한 일 아닐까요 ^^ 덧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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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엔 지독한 악몽을 꾸었다. 악몽도 악몽이지만, 악몽을 꾼 탓으로 새벽에 잠이 깨 좀처럼 다시 잠들지 못해 고역이었다. 아직 주위가 컴컴한 시각. 홀로 방에 누워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를 듣고 있자니 머릿속에 온갖 걱정이 떠올랐다. 끝내 이대로 죽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침대에서 기어 나와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일주일에 하나씩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로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나도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삶을 바꿀 수 있을까. 겨우 한 챕터를 다 읽으니 잊었던 졸음이 몰려왔다. 책은 언제나 최고의 수면제다.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이대로 죽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삶을 영위하던 남자가 돌연 포르투갈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오르는 이야기를 그린다.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쓴 독일 철학자 페터 비에리는 2011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열린 강연을 기록한 <자기 결정>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기 결정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자기 인식은 왜 중요한가?',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라는 다소 무거운 질문에 대해 간결하고 명료하게 답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행복하고 존엄해지기 위해서는 '자기 결정의 삶'을 살아야 한다. 자기 결정의 삶이란 타인의 시선, 사회적 규범, 외부의 강제, 자기 검열 등에 구속받지 않되, 불가피하게 구속될 경우에는 그 구속 또한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삶이다. 문제는 자기 결정의 전제인 '자기'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존재는 자기 자신이지만, 하루에도 수십 가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나는 정직하다'고 믿는 것처럼, 자기를 미화하고 때로는 비하하는 자기 기만이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진정한 자기를 인식할 수 있을까? 저자는 기만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진정한 자기를 만나는 방법으로 '언어'를 든다. 언어를 통해 자기 인식을 하는 방법으로는 문학적 글쓰기와 외국어 학습이 있다. 문학적 글쓰기를 하면 자기의 진짜 자아상을 확인하고 자기 가능성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다. 외국어를 배우면 모국어를 낯설게 느낄 수 있고 생각 없이 쓰던 말들을 가려 쓸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머릿속에서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상태로 떠도는 생각을 언어화하고 언어화된 생각을 눈으로 확인하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세분화할 수 있고 자기 인식을 보다 정확하게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돈이 되든 안 되든 작가가 되든 못 되든 꾸준히 글을 쓰고, 글을 못 쓰면 책을 읽고, 계속적으로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사고의 또 다른 카테고리와 삶의 다른 멜로디를 새롭게 배우는 것은 사람의 교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에서의 결정적인 깨달음을 선사해줍니다. 모국어의 습득을 통해 내 것이 되었던 언어적 정체성과 사고의 정체성은 이제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내 모국어는 그저 시대적, 지리적으로 우연히 내가 쓰는 언어가 된 것뿐이며 다른 것이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입니다. 문화적 정체성이란 우연한 것이며 항상 대체물이 있습니다. 교양은 바로 이러한 우연성을 인정하는 것이고요. 교양은 자만심과 독단론, 외부의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낙인과 평가절하로부터 우리를 방어합니다. (pp.78-9) 

 자기를 인식하고 자기 언어를 가지면 다양한 방면의 교양을 쌓고 문화적 정체성을 갖추는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이때 교양은 자기가 남보다 똑똑하고 우월하다는 인식을 가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까지 자기를 구속한 것들이 우연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음을 알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우연성을 인식하고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음을 자각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기 결정으로 이어진다. 결정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일, 그래서 타인이나 조직, 사회가 결정하는 대로 따랐던 일을 거부하고 온전히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 결정이기 때문이다. 

 자기를 인식하고 언어를 갈고닦고 교양을 쌓는 것이 결국에는 자기 결정의 삶을 살기 위해서인데, 오늘날의 한국 사회는 자기 인식은 찾아볼 수도 없고 언어며 공부며 돈이 되고 출세에 도움 되는 것만 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언젠가 신문에서 프랑스 사람들은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고, 근사하게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고,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해야 중산층으로 인정받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재산이나 지위가 아닌 외국어 능력과 취미, 사회 참여 정도로 중산층을 가르는 인식 자체도 멋지지만, 오로지 부동산, 연봉, 자동차, 저축액만으로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중산층 기준과 확연히 대조되어 더욱 멋있어 보였다. 

 생각해 보니 지난 새벽 악몽을 꾸고 깨어났을 때 쉬이 다시 잠들지 못할 만큼 날 괴롭혔던 생각들은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까, 남들보다 잘 살까 하는 '찌질한' 고민이었다. 언제쯤이면 온전히 나 스스로 나의 행복을 결정하고 성공을 판단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아직 요원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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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독서 - 심리학과 철학이 만나 삶을 바꾸는 지혜
박민근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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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에서 독서치료를 가르치는 엘라 베르투, 수잔 엘더킨이 쓴 <소설이 필요할 때>라는 책을 읽었다. 서를 좋아하고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책으로 마음을 치료하다는 콘셉트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저자들이 추천하는 책이 생소한 영미권 소설 일색이라서 아쉬웠다.책으로 마음을 치료하다는 콘셉트는 같되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책 위주로 소개하는 책을 찾고 싶었다. 


 그런 나의 소망과 일치하는 책을 드디어 만났다. 독서치료 전문가 박민근이 쓴 <치유의 독서>는 젊은 시절 죽음을 기도할 정도로 힘들었을 때 책을 읽고 위기에서 벗어난 저자의 독서치료 체험기이자 훌륭한 독서치료 입문서다. 이십 대 후반에 인생의 위기를 겪고 도망치듯 시골로 내려가 은둔 생활을 한 바 있는 저자는 지속적으로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필사하고 그 내용을 깊이 성찰하는 과정을 반복한 것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데 자양분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내 경험상 독서치료는 심리상담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다. (중략)당면한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심리상담의 도움은 꼭 필요하지만, 대개 삶의 근원적 고민과 어려움은 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문제일 때가 많다. 많은 인간문제들, 가령 돈, 인간관계, 실존, 죽음, 일과 삶의 부조화와 같은 문제는 철학적 성찰을 요하는 것들이다. (p.11) 

 독서치료가 일반적인 심리상담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철학상담의 범위까지 포괄한다는 것이다. 철학상담은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심리상담과 달리 인생 전체의 고민이나 번뇌를 깊은 사유와 성찰로 풀어낸다. 문제는 전문가도 어려움을 느끼는 철학적 사유와 성찰을 일반인이 시도하기가 힘들다는 것인데 이때 필요한 것이 독서치료다. 독서치료는 '책과 문학이 가진 본질적 존재성인 타자성'을 이용해 심리적인 질병을 치유하는 것으로, 서양에서는 'Bibliotherapy'라는 용어가 1920년에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실렸을 만큼 보편적이다. 

저자는 독서치료를 통해 먼저 마음의 평정을 구하는 '치유'를 경험하고 내 삶의 가치와 목적을 발견하는 '자성'의 시간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독서치료에서 치유란 몸, 마음, 무의식, 가치, 인생, 사고, 관계 등 다방면에 적용된다. 저자는 티모시 윌슨의 <스토리>를 읽고 나날의 삶에 대해 느끼는 감사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축복 일기'를 쓴 것이 무의식을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텃밭에서 기르던 호박 한 덩이를 따서 맛있는 된장국을 해먹었다', '호숫가를 천천히 걸었더니 기분이 상쾌하고 활력이 솟았다' 같은 소소한 내용 일색이었지만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를 읽은 것은 관계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부버에 따르면 '나' 이외의 모든 것이 도구화되고 대상화되는 현대사회에서 '나'와 '나'가 관계 맺는 '나-너'의 만남은 두 존재가 서로를 전인격적으로 접하는 환상적인 경험이다. 그러니 '너'를 경쟁이나 대립, 비교, 질투, 위세, 정복, 의존 등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귀하고 소중한 인격으로 만나는 경험을 하라고 충고한다. 나는 과연 이러한 '너'를 만나본 일이 있을까. 반성하게 된다. 

 매일 빠짐없이 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에는 나를 채우고, 반성하게 하고, 세상과 타인, 사물의 진실을 이해시켜줄 책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 순간이 마지막일 것처럼 읽고 또 읽었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그 후 몇 년 간 세상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게 해주는 치유의 책들을 읽으며 깊은 자성의 시간을 보냈다. 지금 나의 정신과 가치관은 그 시절 새롭게 설계된 것이며, 지금 삶은 다만 그때 꿈꾸고, 기획하고, 예견했던 비전을 하나씩 펼치는 일에 가깝다. (p.142) 

 독서치료에서 치유의 단계를 지났으면 자성의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자기를 성찰하고 내 삶의 가치와 목적을 발견하는 자성의 단계에서 읽을 책으로 저자는 레베카 라인하르트의 <방황의 기술>, 이정우의 <사건의 철학>,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 등을 든다. 스콧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과 법륜 스님의 <인생 수업>을 함께 제시한 걸 보면 자성에 종교의 벽은 없는가 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말고는 읽은 책이 없다. 천천히 읽어보고 싶다. 

 저자는 이 책 <치유의 독서>에서 치유와 자성을 통해 삶의 목표를 세우고 에너지와 깨달음을 얻은 다음에는 <성장의 독서>를 읽고 본격적인 인생 설계와 평생 학습의 단계로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성장의 독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치유의 독서>가 워낙 좋아서 기대된다. 독서를 즐기고 심리학에 관심 있는 독자로서 독서치료의 진정한 의미는 물론 방법도 배우고, 독서의 힘을 인생설계에 적용하는 비결도 알 수 있어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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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 교토의 명소,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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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일본 교토에 다녀왔다. 교토 여행을 준비하면서 교토에 관한 책을 제법 많이 읽고 여행 정보 프로그램은 물론 블로거,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까지 열심히 찾아 봤다. 그 중 가장 유익하고 도움이 되었던 것이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편> 3권과 4권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편>은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사의 시대 구분을 따라 1권은 고대 문화가 남아있는 규슈, 2권은 아스카와 나라 시대의 유적이 있는 아스카, 나라, 3권과 4권은 헤이안 시대 이전부터 에도 시대 이후의 문화 유산이 숨쉬는 교토를 다룬다. 3권과 4권, 총 2권에 걸쳐 다루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교토는 일본사의 진수이자 일본미의 꽃이다. 일본 역사상 1천 년 넘게 수도로 기능했으며, 도쿄로 수도가 바뀐 지금도 해마다 국내외 연 8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도시다. 그런 교토의 역사와 문화를 상세하게, 그러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4 교토의 명소>는 3권에 이어 가마쿠라 시대부터 무로마치 시대, 전국 시대, 에도 시대의 문화 유적과 그밖에 저자인 유홍준 선생이 교토에 가면 즐겨 찾는 명소에 관한 소개로 구성되어 있다. 


  가마쿠라 시대를 대표하는 교토의 문화 유적으로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텐류지가 있고, 무로마치 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으로는 금각사(킨카쿠지)와 은각사(긴카쿠지)가 있다. 이 밖에도 많지만 지난 교토 여행 때 가본 곳 위주로 정리한 까닭에 이 정도밖에는 독서노트에 남아 있지 않다. 이들 유적은 고대를 지나 중국과의 관계도 끊고 국풍을 통해 자국 문화를 형성한 시기 이후의 것들이기 때문에 3권에 소개된 유적들과 달리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보다는 중국과도 구별되고 우리나라와도 구별되는 일본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많아 일본 문화라고 하면 중국과 한국의 아류로 비하하는 사람들이 놀랄 만하고, 사무라이의 영향을 받아 무(武)를 숭상하고 문(文)과 예술은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새로워할 만하다.


  책 소개는 이쯤 하고, 아무래도 이 사진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리뷰에 한 번은 언급하고 싶어 소개한다.

 


 




  3권 158쪽에 나오는 이 사진은 8세기 간무 천황이 당시 수도였던 나라를 떠나 교토에 헤이안쿄라는 새 수도를 건설했을 때의 모습을 예상해서 그린 전도다. 헤이안쿄는 동, 서, 북쪽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남쪽이 들판인, 풍수로 봤을 때 이상적인 도읍지였다. 간무 천황은 남북 5.3킬로미터의 남북대로와 동서 4.5킬로미터 되는 동서대로를 닦았다. 동서대로는 북쪽부터 남쪽 끝까지 1조에서 9조로 나누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전해지는 이치(1)조, 니(2)조, 산(3)조, 시(4)조 같은 지명에 남아 있다(교토 여행 당시 숙소가 니조조 근처였는데, 니조조는 2조에 있는 성이라는 뜻이다). 남북대로는 황궁에서 도성의 남대문인 나성문을 잇는 주작대로를 두어 동쪽을 좌경, 서쪽을 우경이라 했다. (3권 pp.157-9 참조) 왕을 모시는 궁궐에서 출발해 남대문에 이르는 주작대로를 낸 도시의 모습.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간무 천황이 교토에 헤이안쿄를 건설할 당시 모델로 삼은 것은 동양적 도시 계획의 원형인 중국의 장안이다. 천도 당시 주작대로를 중심으로 우경을 장안, 좌경을 낙양으로 칭하기도 했다. 중국의 장안을 모델로 건설된 도시는 교토만이 아니다. 일본의 나라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경주와 한양, 즉 오늘날의 서울도 그렇다(한양의 경우, 정궁인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에서 남대문을 연결하는 오늘날의 세종로가 주작대로였다). 교토라는 낯선 나라의 옛 수도의 전도를 보고 내 나라,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향기를 느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말인 즉슨, 경주에 가고 서울에 가고 교토에 가고 나라에 갈 때 우리는 그 도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를 계획한 사람들이 꿈꾸었던 장안이라는 도시도 보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이 도시를 매개로 이어지는 것이다. 저자 유홍준 선생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시작에 부쳐 한국사와 일본사가 외따로 전해지는 게 아니라 한중일을 포함한 동아시아 역사 전체 속에서 인식되고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장안을 모방한 헤이안쿄와 한양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놀라울 뿐더러, 일본미의 정수로 불리는 교토와 한국을 대표하는 수도인 서울이 모두 중국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을 모델로 했다는 점이 또한 놀랍다. 과연 장안은 어떤 모습일까. 장안에 가보고 싶고 중국어와 중국사도 배우고 싶다(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배움이 깊어지기도 전에 넓어지려고만 하니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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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
이석연 편저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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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의 <책벌레와 메모광>에 보면 '독기'라는 메모법이 나온다. 상자나 통을 하나 마련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적어서 넣어두고 이따금씩 전부 꺼내서 같은 주제끼리 갈무리하는 것이다. 


  <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의 저자도 독기를 이용해 이 책을 쓰지 않았나 싶다. 저자는 무려 50여 년에 걸쳐 책을 읽으며 그 안에서 건져 올린 좋은 문장이나 사유의 결과를 독서노트에 꾸준히 기록했다. 책뿐만 아니라 신문기사, 여행지에서 본 표어, 유적이나 비문에 새겨진 문구, 영화 대사까지도 메모했다. 그렇게 기록하고 메모한 것을 법, 역사, 정치, 리더십, 인간관계, 글쓰기, 행복 등의 주제로 엮어낸 결과가 이 책이다. 

  

  몇 년 전 저는 <책, 인생을 사로잡다>라는 저서를 통해 자유롭게 이동하며 세계를 정복한 유목민의 삶에서 힌트를 얻어 이미 유목적 읽기(노마드 독서법) 방법과 기술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영원히 살아남는다'라는 유목민의 정신이 바로 저의 독서편력입니다. 건너 뛰어 읽고, 장소를 달리하여 다른 책을 읽고(겹쳐 읽기), 다시 읽고(재독), 좋은 문장 베껴 쓰고 다시 쓰고 외우기 등이 바로 노마드 독서법입니다. (p.7)

 


  책 읽고 글 쓰는 사람인지라 글쓰기에 관한 글에 눈이 가장 오래 머물렀다. '작가는 해결자가 아니라 제시자여야 합니다(조정래, <황홀한 글감옥>)', '내 언어 능력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 생각도 지식도 어휘로 구성되기 때문에 상상력의 한계는 곧 어휘의 한계다(비트겐슈타인)', '가슴 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 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추사 김정희)'... 한줄 한줄이 가슴에 맺힌다.


  저자는 젊은 시절 사찰에서 22개월 간 머물며 책을 400권 이상 탐독한 바 있으며, 이후 공직자, 법조인, 시민 운동가, 작가로서 사회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수많은 주제와 장르의 책들을 읽었다고 한다. 이 책에 인용한 책들만 보아도 동서양의 고전부터 국내외 베스트셀러까지 다양하다. 끊임없이 읽고 쓰고 행동으로 실천한 저자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책벌레이자 메모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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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5-12-21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책소개 감사합니다~^^

cyrus 2015-12-2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을 소장하고 있으면 글을 쓸 때 필요한 인용문을 쉽게 고를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