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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독서 - 삶의 방향을 찾고 실천적 공부로 나아가는 지혜
박민근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자기 길로 용감하게 나아간다는 것은 또한 공부에 매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천직이란 생긴 대로의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기꺼이 노력할 수 있는 일이다. 열정과 노력이 함께하지 않은 천직이란 있을 수 없다. 타고난 나 자신에게 적합한 일이란, 그래서 그 천직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던 열정의 반영인 것이다. (p.7)
독서치료 전문가인 저자가 진학이나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을 상대로 심리상담과 독서치료를 하며 추천해온 책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의 많은 청년들이 방황하는 것은 책을 많이 읽지 못했거나 양서를 만난 경험이 적어서라고 지적한다. 독서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간접 체험하고 자신의 미래를 계획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요즘 청년들은 입시 준비와 스펙 쌓기만 강요하는 사회 환경 탓에 독서를 충분히 하지 못 했다. 그 결과 자신의 진로를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무슨 공부를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방황하고 있다.
저자는 가치 있는 희망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요소로 치유, 자성, 정향(방향 설정), 공부를 든다. 이 중 치유와 자성은 전작 <치유의 독서>에서 다룬 바 있다. 이 책에서는 미래에 대한 체계적인 로드맵을 설정하는 '정향'과 구체적인 배움의 단계로 나아가는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소개한다. 정향, 즉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에 관해 일러주는 책으로는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 지능>, 티나 실리그의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을 든다.
진로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인문서나 자기 계발서 위주일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정치학, 경영학 등 여러 분야의 책이 나온다.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현재의 변화와 과거의 경험들을 반추하는 미래학적인 사유가 현실의 중요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데에 보다 지혜로운 열쇠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미래학 책을 다수 소개한 점이 인상적이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철학, 심리학 같은 학문도 좋지만,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미래학도 좋다는 조언에 귀가 솔깃하다. 안 그래도 요즘 나의 내면에만 신경 쓰느라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것 같아 반성하고 있었다. 미래학 책을 읽으면서 시야를 넓혀봐야겠다.
한 남자가 사양이 높은 새 스마트폰으로 새로 나온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것을 살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시간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그 외의 시간 가운데 많은 시간을 그 게임을 하는 데 쓴다. 이렇게 한정된 자신의 에너지 대부분을 '그것들'에 소진한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그의 모습이 한껏 자유를 누리는 듯 보이나, 그를 표현할 수 있는 더 정확한 말은 '고독'이나 '정열의 낭비'일 것이다. (p.236)
구체적인 학습에 앞서 공부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으로는 켄 베인의 <최고의 공부>, 윌리엄 데레저위츠의 <공부의 배신>, 정민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등을 든다. 공부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라고 해서 공부법 책만 소개하지 않는다. 공부를 하다 보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남보다 뒤처지는 것 같은 열등감이 발목을 잡을 때가 있다. 저자는 이런 때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나답게 살아갈 용기>, 프랑수아 를로르와 크리스토프 앙드레가 함께 쓴 <내 감정 사용법> 등 감정과 마음을 다스리는 '마음공부'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마음공부에 관한 책들 중에 읽은 것이 유난히 많은데, 사회에서 생사를 건 경쟁에 시달리며 나도 모르게 마음공부를 해온 걸 기특하게 여겨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에는 독서치료를 통해 '성장'을 경험한 내담자들의 사례도 나온다. 이들처럼 전문적인 심리상담과 독서치료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독서를 통해 험난한 이십 대를 헤쳐 나오는 데 성공(!) 한 사람으로서 내담자들의 사례에 크게 공감했다.
나는 대학교 2학년 때 학교 독서 동아리에 가입해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 년에 1~300권씩 책을 읽고 있다. 그 사이에 고시 실패, 취업 실패, 실연 등 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책만은 꾸준히 읽었고, 그 덕분에 그 어두웠던 시기를 버틸 수 있었다. 저자가 소개한 책 중에도 읽은 것이 많다. 저자가 감탄하는 만큼 좋은 인상을 받지는 않았어도, 그 책을 읽었을 때 당면해 있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도움도 안 되는) 책을 계속 읽고 있을 리 없다.
무엇보다 독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데 도움이 되었다. 스펙이나 프로필보다 당장 읽고 있는 책, 장바구니에 담겨있는 책이 나를 더 잘 말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공인 정치외교학과 경제학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고(덕분에 3년간 내리 낙방하면서도 계속했던 고시 공부를 그만둘 수 있었다), 외국어에 관심이 많고 경영학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덕분에 취업해 먹고살고 있다). 인문학과 심리학을 좋아하게 되었고, 소설을 읽으면서 글쓰기에도 관심이 생겼다. 최근에는 일본 문학과 여행에 관한 책들을 주로 읽고 있다. 전공과 대학 간판을 신경 쓰고,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칠까만 생각하던 이십 대 때는 상상도 못 했던 모습이다.
독서는 그 자체로 훌륭한 체험이자 학습이다. 게다가 이제는 이 책처럼 좋은 가이드가 있어 책 읽기가 훨씬 편하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왜 공부해야 하는가를 두고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