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시크릿 2
이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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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쌀쌀한 기운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지만, 지난주와 이번 주 날씨가 다르고 어제와 오늘 햇볕이 다르다. 얼마 안 있어 새싹이 올라오고 눈길 닿는 곳마다 붉거나 노란 꽃이 피겠지. 그 밑으로 다정하게 걸어가는 연인들의 모습도 자주 보이리라. 바야흐로 연애하기 좋은 계절이 오고 있다. 네이버 웹툰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이온의 <슈퍼 시크릿 2>에도 연애의 기운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어려서부터 남매처럼 가깝게 지낸 이웃사촌이자 단짝 친구인 은호와 견우. 견우에게는 은호만 모르는 '슈퍼 시크릿'이 있으니 그건 바로 그가 늑대라는 사실이다. 슬픈 일이 있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은호의 방을 찾아와 품을 내어주는 늑대가 실은 견우라는 사실을 알 리 없고 의심조차 하지 않는 은호는 친구의 소개로 두 학번 위의 선배 승우와 사귀게 되고, 견우는 그제야 자신이 은호를 친구로서가 아니라 이성으로서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슈퍼 시크릿 2>는 1권 마지막에서 승우가 입원하고 승우의 전 여자친구가 등장하면서 혼란에 빠진 은호의 모습을 비추면서 시작된다. 이별을 예감하지만 애써 담담한 척하는 은호와 그런 은호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속이 타는 견우. 우여곡절 끝에 은호와 견우는 서로를 이성으로써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만, 본격적인 연인 관계가 되면 전처럼 좋은 친구 사이, 이웃사촌 사이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망설인다. 은호야 승우 선배와의 관계 정리 때문에 한참 지나서야 견우에 대한 마음을 깨달았다고 해도, 진작부터 은호에 대한 마음이 사랑인 걸 알고 있었던 견우는 참 답답했겠다. 참 잘 참았다. 


<슈퍼 시크릿 2>는 은호와 견우의 풋풋하고 달달한 러브 스토리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두 사람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나는 은호의 단짝 친구인 지민이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은호의 연애 사정은 물론 학교생활, 출결 상황까지 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해주는 착한 친구 지민이는 남동생과 단둘이 사는 집에 동생 친구가 더부살이를 하게 되지 않나, 선글라스에 레이스 양산을 쓰고 다니는 스토커가 따라붙지 않나, 온갖 희한한 일들을 겪게 된다. 이 모든 게 인간 아닌 초능력자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알게 되면 지민이가 얼마나 놀랄까? 과연 알게 되기는 할까? 어서 3권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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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라이프 5
야요이소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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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교복 입은 중, 고등학생들을 보면 '좋을 때다' 싶지만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시험, 성적, 친구, 장래에 대한 걱정 등등 별것 아닌 일 때문에 속 태우고 마음 졸이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잘 알기 때문이다. <리라이프>에서 자기보다 열 살 어린 열일곱 살 고등학생들과 학창 시절을 다시 보내게 된 카이자키 아라타의 마음도 그럴까. 


구직 활동에 실패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스물일곱 살 백수 카이자키 아라타는 요아케 료라는 남자로부터 '리라이프'라는 실험에 참가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이에 응한다. 약을 먹고 10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1년간 다시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 돈도 주고 직업도 제공한다니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다. 겉모습만 열일곱 살, 속마음은 '아저씨'(이제 겨우 스물일곱 살인데 아저씨라니!)인 카이자키는 몸도 마음도 진짜 열일곱 살인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때론 즐겁고 때론 괴롭다. 


열일곱 살 아이들이 시험, 성적, 동아리 활동, 친구 관계, 장래에 대한 걱정 같은 일로 마음 태우는 모습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지만, 나이를 열 살 이나 속인 데다가 1년 후면 아이들 앞에서 사라질 예정이고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도 지워질 것임을 알기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아무리 '사춘기 고등학생들과 얽히게 해서 나이를 먹으며 둔해진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리라이프의 목적 중 하나라고 해도 이건 확실히 괴롭겠다. 


이번 5권에서는 3권에서부터 이상 신호를 보냈던 카리우 레나와 타마라이 호노카의 관계가 다시 좋아진다. 고등학교 입학 후 배구부에서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둘도 없는 절친이었던 두 사람은 은퇴 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관계가 급속도로 냉랭해진다. 카리우는 타마라이의 천재적인 배구 실력을 질투하고, 타마라이는 자신의 재능 때문에 단짝 친구를 잃는 것이 섭섭하다. 


보다 못한 친구들이 먼저 나서서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하게 되는데, 선봉에 서는 것은 놀랍게도 전교 1등자리를 놓치지 않는 수재이자 극도의 커뮤니케이션 둔치인 (내 사랑♡) 히시로라는 사실! <리라이프> 5권도 재미와 감동을 모두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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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녀전설 1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강동욱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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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데뷔 이래 수많은 작품을 선보이며 일본을 대표하는 SF 만화가로 자리매김한 호시노 유키노부의 초기 단편을 모은 책이 출간되었다. 제목은 <요녀 전설>. '월몽', '로렐라이의 노래', '메두사의 머리', '히다카가와', '카르밀라의 영원한 잠', '만가',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보르자 가의 독약' 등 모두 여덟 편의 만화가 실려 있다. 


호시노 유키노부의 만화를 처음 보는 나로서는 첫 만화 '월몽'부터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아폴로 11호 이후 스무 번째로 달에 착륙한 인류. 인류를 대표해 달에 간 우주비행사 세 명 중에는 '닥터 사카키'라는 일본인 남성이 있다. 달 표면을 천천히 유영하던 그가 갑자기 어딘가를 향해 달리고, 일본 벽지의 어느 숲 속 풍경으로 장면은 급전환한다. 숲 속을 걷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월간지 기자 둘. 이들은 팔백 년 넘게 산 비구니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숲 속에 있는 암자에 찾아왔다. 과연 이들은 팔백비구니를 만날 수 있을까? 팔백비구니는 달 위를 걷고 있는 우주비행사와 무슨 관계일까? 


이어지는 '로렐라이의 노래'는 독일에서 전해 내려오는 로렐라이 전설을, '메두사의 머리'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 전설을 배경으로 한다. '월몽'이 일본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구야 공주 전설과 SF를 결합했다면, '로렐라이의 노래'와 '메두사의 머리'는 서양의 유명한 전설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색다른 재미와 공포를 준다. '히다카가와'는 일본의 전통 인형극인 분라쿠를, '카르밀라의 영원한 잠'은 흡혈귀 전설을, '만가'는 설녀 전설을,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2차 대전 당시 유럽을 휘저었던 여성 스파이 마타 하리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이야기도 무섭고 그림도 무섭지만, 나로서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탐구하고 작품으로 승화한 작가의 에너지가 가장 '무섭다'. 


개인적으로 대학 시절 이탈리아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그중에서도 보르자 가문에 관련된 이야기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책 마지막에 실린 '보르자 가의 독약'이라는 만화가 인상적이었다. 체사레 보르자의 여동생이자 보르자 가의 보물이라고 불렸던 루크레치아가 주인공으로 나올 줄이야. 게다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그 예술가'가 등장할 줄이야. 일본에 이토록 넓고 깊은 세계관을 가진 만화가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호시노 유키노부의 초기작 이후 작품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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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게임 소장판 2
아다치 미츠루 지음,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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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 미츠루의 대표작 하면 보통 <터치>와 <H2>가 많이 거론된다. 실제로 두 작품 모두 대중적 인기나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는 평이다. 아다치 미츠루 또한 <터치>와 <H2>의 대성공 이후 이들을 뛰어넘는 작품을 선보이지 못 했다. 2005년 <터치>와 <H2>를 잇는 장편 야구 만화 <크로스 게임>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크로스 게임>은 '아다치 미츠루표 야구 만화'다운 흔적이 많이 보인다. 아다치 미츠루 하면 떠오르는 비슷비슷한 그림체를 차치하더라도(^^), 본격 야구 만화의 틀을 갖추고 있는 듯 보이면서 청춘 러브 스토리가 큰 줄기를 이룬다는 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미성숙한 남자 주인공이 야구에 몰입하고 첫사랑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점,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는 점 등이 그렇다. 특히 남자 주인공 코우가 와카바, 아오바 자매와 삼각관계라는 설정은 <터치>에서 타츠야, 카즈야 형제가 미나미와 삼각관계였던 것을 성별만 역전시킨 것으로 보이고, 형제 또는 자매 중 한쪽의 죽음으로 인해 셋의 관계가 바뀐다는 것도 <터치>를 연상케 한다. 히로인에 비해 미성숙한 느낌이 폴폴 나는 남자 주인공이 뒤늦게 야구에 빠지고 사랑을 깨닫는다는 점은 <H2>를 떠올리게 한다. 


<크로스 게임>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히로인 아오바가 야구부원이라는 점이다. <터치>와 <H2>의 히로인들은 야구를 좋아해도 기껏해야 야구부 매니저가 되거나 스포츠 기자를 꿈꿀 뿐 직접 야구를 하지는 않았다. 아오바는 다르다. 직접 야구를 할 뿐 아니라 남자 선수를 능가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아오바의 실력도 상당한데 언니 와카바는 훨씬 실력이 뛰어났다니 대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크로스 게임>은 <H2>와 달리 원색적인 그림이 드문 점도 마음에 든다. 아마도 <H2>에서 <크로스 게임>으로 이어지는 동안 일본 사회의 분위기가 차분해지고 교육 친화적으로 바뀌면서 남성 독자들을 자극하는 히로인들의 '서비스 컷'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여성 독자인 나는 한결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만화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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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2
신카이 마코토 지음, 코토네 란마루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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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팟캐스트 '교보문고 낭만서점'에서 최근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 <너의 이름은>의 소설 버전을 다뤘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영화의 감동에 푹 젖어 있었는데 마침 <너의 이름은> 관련 서적이 세 권이나 곁으로 왔다. 먼저 집어 든 것은 만화 <너의 이름은> 2권이다. 1권을 읽고 나서 영화관을 찾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 전의 일이다. 일본에서 워낙 화제를 모은 작품이라서 흥행이 될 줄은 알았지만 누적 관객 수 361만 명(2월 24일 현재)을 넘길 만큼 대히트를 칠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다. 


만화 <너의 이름은> 2권은 서로의 몸이 바뀌는 현상이 꿈이 아니라 실제임을 깨달은 시골 소녀 미츠하와 도시 소년 타키가 오랫동안 몸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학교에 가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버지와 단둘이 식사를 하는, 예전과 똑같은 생활이 이어지지만 타키의 마음은 예전 같지 않다. 미츠하가 타키였고, 타키가 미츠하였던 시간들이 잊히지 않는다. 결국 타키는 미츠하가 사는 마을을 추측해 그림으로 그리는 데 성공하고, 그림 속 마을을 찾아 도쿄에서 기차로 5시간 반 거리에 있는 히다로 떠난다. 


어렵게 히다를 찾아간 타키는 우연히 들른 라멘집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 속 마을의 이름이 '이토모리'이고 3년 전 혜성의 충돌 사고로 인해 마을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타키가 아는 미츠하 역시 이 사고로 죽었다는 것도. 충격을 받은 타키는 자신이 그동안 체험한 현상의 정체가 무엇인지 답을 구하지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과 두 번 다시 미츠하를 만날 수 없다는 것. 좌절한 타키의 눈에 문득 자신의 팔목에 묶인 실매듭이 들어온다. 대체 이건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받았을까. 


만화 <너의 이름은> 1권을 읽고 나서 영화를 봤을 때도 좋았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만화 <너의 이름은> 2권을 읽으니 역시 좋다. 줄거리도 결말도 다 알지만 만화에는 영화에 생략된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포함되어 있어 감동이 배가 된다. 가령 타키가 스마트폰으로 미츠하가 남긴 메모를 보다가 '나 처음에는 네가 마냥 부러웠지만 네게도 힘든 일이 많다는 걸 몸이 바뀌어온 동안 알게 됐어'라는 문장에 시선이 멈추는 장면이 있다. 시골 생활에 지친 나머지 도시에서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미츠하가 도시 생활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 장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겉보기엔 멀쩡해도 남모르는 외로움을 안고 있던 소년 타키로서는 미츠하가 처음으로 자신의 내면을 이해해줬다는 느낌을 받은 때가 아니었을까. 


코토네 란마루의 작화는 아름답지만 연출은 만화라는 매체의 한계가 보인다. 영화의 전반부 하이라이트는 3년 전 사고를 알게 된 타키가 미츠하를 구하기 위해 미츠하가 만든 '구치카미사케'를 마시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부분인데,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환상적인 영상으로 매끄럽게 연출된 반면, 만화에서는 모노톤의 그림으로 간략하게 묘사되어 있다(신카이 마코토가 소설 <너의 이름은> 후기에서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형태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이유를 알 만하다). 영화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인 음악이 없는 점도 아쉬웠다. RADWIMPS 음악을 틀어놓고 다시 만화를 본다면 애니메이션의 감동이 재현될지도 모르겠다(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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