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12
후지무라 마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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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방영된 일본 드라마 중에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가 있다. 서른이 넘도록 연애 한 번 못해보고 회사에서 일만 한 주인공이 어느 날 열두 살 연하의 훈남과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고 연상의 상사와도 엮여 삼각관계를 이룬다는 줄거리는 최고지만, 주인공이 자타 공인 일본의 정상급 여배우인 아야세 하루카인 관계로 도저히 감정이입이 안 된다는 장애물이 있어 직접 보진 않았다(아니 대체 아야세 하루카의 얼굴과 몸매로 서른 넘도록 모태 솔로가 말이 되나? 아야세 하루카라면 열두 살 연하남한테 대시를 받고도 남지ㅠㅠ).


아무튼 이런 열패감에 젖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 작품을 원작 만화로 만났다. 읽어보니 예상한 것보다 내용이 진지하고 특히 30대 여성의 심리를 잘 보여줘서 깊이 공감했다. 33세 생일에 12살 연하인 타노쿠라와 첫날밤을 보낸 하나에는 우여곡절 끝에 타노쿠라와 사귀게 되고 결혼까지 약속한다. 결혼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하나에는 생리가 늦어지는 것을 깨닫고 임신인가 싶어 산부인과를 찾는다. 오히려 임신이 어려운 체질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복잡해진 하나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노쿠라가 자기보다 훨씬 젊고 예쁜 여자와 가깝게 지내는 것 같아서 불안감이 엄습한다.


처음에는 열두 살 연하 훈남과 사귀다니 웬 복인가 싶었으나 하나에의 상황을 알고 나니 연하의 훈남과 사귀는 것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조차 무리라고 생각했던 하나에가 이제 결혼을 앞두게 되었고 임신까지 기대하고 있는데 임신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으니 절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상대는 흠 잡을 것이 하나도 없는 타노쿠라다. 하나에가 아직 젊고 앞길이 창창한 타노쿠라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아사오의 말대로 하나에가 실망하고 상처받고 갈등하고 있다고 믿는 것은 하나에지, 타노쿠라가 아니다. 즉 모든 것이 하나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일뿐 실제가 아니다. 연인 사이를 포함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상대를 믿고 고민이 있으면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멋진 조언을 해주는 아사오 선배가 훨씬 듬직하고 근사해 보이는 건 오직 나뿐? 하나에는 타노쿠라와 이어지고, 나는 아사오 선배 같은 멋진 남자와 이어졌으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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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주점 노부 1
버지니아 이등병 지음, Kururi 그림, 세미카와 나츠야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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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좋아하고 만화를 좋아하다 보니 음식 만화도 적지 않게 봤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역시 <어제 뭐 먹었어?>. 최근에는 <먹고 자는 마르타>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세미카와 나츠야의 라이트 노벨이 원작인 <이세계 주점 노부>도 만족스러웠다. 배경은 고도(古都) 아이테리아. 중세 유럽을 연상시키는 이 도시의 어느 골목 어귀에 생뚱맞게도 일본식 주점 '노부'가 있다. 게으름뱅이 위병, 제멋대로인 자작 가문의 영애, 엄격한 징세 청부인 등 아무리 쌀쌀맞고 퉁명스러운 사람도 '노부'의 주인장이 만드는 맛있는 음식과 간판 아가씨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나면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1권에 등장하는 음식은 오뎅, 닭튀김, 나폴리탄, 탕두부, 회덮밥, 돼지고기 된장국 등 여섯 가지이다. 어쩌면 하나같이 다 맛있어 보이는지. 가게에 발을 들인 사람은 누구나 주문처럼 외치는 '일단 생맥' 한 잔으로 목을 축인 다음, 주인장과 간판 아가씨가 추천하는 음식을 하나씩 맛보며 긴긴밤을 보내면 너무나 행복할 것 같다. 일단 1권에서 내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은 닭튀김. 한국 치킨도 맛있지만 나는 일명 '가라아게'로 불리는 일본식 닭튀김을 무척 좋아한다. 가라아게 위에 새콤달콤한 난반 소스를 뿌린 치킨 난반에 맥주 한 잔 마시면 천국에 온 기분일 듯. 1권보다 2권은 얼마나 더 '맛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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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왈츠 1
사토나카 미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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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4명뿐인 남녀 공학에 입학했는데 전교생 중 여학생은 4명뿐이라면? 사토나카 미카의 만화 <병아리 왈츠>는 설정부터 눈길을 확 잡아끈다. 주인공 히나코는 그동안 여학교만 다녀서 남자를 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여고생(자칭 남자 공포증). 부모님의 강요로 남녀 공학에 입학했는데, 하필이면 원래 남학교였다가 올해부터 남녀 공학이 된 학교인 데다가 지원한 여학생 수가 너무 적어 전교생 중 여학생은 고작 4명뿐이다. 히나코는 과연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운 좋게 여학생 네 명이 같은 반에 배정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같은 반 남학생들의 행동이 영 껄끄럽다. 체육복을 갈아입는 모습을 도촬하지 않나, 학급 회의에선 "여자들은 얌전히 남자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라며 여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하지 않나, 작품 밖에 있는 내 입에서조차 얼척없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황당한 일이 연이어 벌어진다(불쌍한 여학생들ㅠㅠ). 여학생으로서는 최초로 서울대 공대에 입학한 김진애 전 의원님이 생각났다. 당시만 해도 서울대 공대 건물에 여자 화장실이 없어서 급할 때마다 다른 건물에 있는 여자 화장실에서 해결했다는 얘길 듣고 참 황당했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히나코에게 사랑의 기운이 다가온다. 그것도 둘씩이나. 첫 번째는 옆자리에 앉은 남학생 와쿠이 미즈키. 처음엔 이름 때문에 히나코가 미즈키를 여학생으로 오해하기도 했고, 미즈키가 짓궂은 장난을 거는 통에 부딪치는 일도 있었지만, 미즈키가 알게 모르게 히나코를 도와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두 번째는 학급 반장이자 입학성적 1등인 시이나 슈운. 슈운은 늘 히나코를 쌀쌀맞게 대하지만, 히나코는 슈운의 잘생긴 외모와 의외의 면에 자꾸만 끌린다. 입학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남자를 둘씩이나 꿰차(?) 다니! (남자 공포증 맞아?) 부러워서, 어서 2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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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이기 위해 1
하즈키 맛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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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만화 <일주일 간 친구>를 그린 하즈키 맛차의 최신작 <내가 나이기 위해>를 읽었다. 주인공 아사쿠라 슈운의 첫사랑은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함께였던 와카츠키 사나. 전학 간 지 7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사나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걸 후회하던 슈운은 사나가 사는 동네로 돌아오게 되고 운 좋게도 사나와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배정된다. 이번에야말로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리라 다짐한 슈운 앞에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일이 조금씩 꼬인다. 하필 그 인물이 안경만 안 썼을 뿐 슈운과 똑같이 생긴 후지사키 아유무인 것이다.


처음엔 평범한 순정 만화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슈운과 똑같이 생긴 아유무가 등장하면서 만화에 대한 인상이 180도 달라졌다. 안경을 쓰지 않았을 뿐 나와 똑같이 생긴 남자아이가 있다. 하필 그 아이는 나보다 공부도 잘 하고 성격도 좋다. 사나를 두고 그 아이와 삼각관계가 되면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내가 슈운의 입장이라면 답답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다. 심지어 오랫동안 친구였던 사나조차 슈운과 아유무를 헷갈리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작가는 여기에 하나의 트릭을 더 추가한다. 어느 날 아유무가 슈운에게 서로인 척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앞으로 혹시 우리 둘을 착각하는 녀석이 있으면 그냥 그런 척해 보지 않을래?" 슈운은 아유무의 제안에 가벼운 마음으로 응하지만, 뜻밖에 이 행동은 오랫동안 좋아해온 사나를 슬프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만다. 도플갱어 소리를 들을 만큼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나를 구별하기 위해, '내가 나이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평범한 순정 만화라기엔 너무나 심오한 이 만화에 홀딱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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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신부 3
사쿠라노 미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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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학교 선생님과 결혼하고 같은 반 남학생의 의붓엄마가 된다면? 황당무계한 설정으로 뒷이야기가 몹시 궁금하게 만들었던 만화 <사자와 신부>의 마지막 3권이 나왔다. 


2권에서 스바루가 며칠째 집에 돌아오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걱정하는 유아 앞에 의문의 여성이 나타난다. 알고 보니 그 여성은 선생님의 전처이자 스바루의 친엄마. 전처에게 선생님을 빼앗길까 봐 걱정하는 유아를 보다 못한 스바루는 유아를 바다로 데려가고, 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유아와 스바루는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전보다 한층 더 가까워진다. 얼마 후 유아는 선생님에게 큰 결심을 고백하고 세 사람의 관계는 변화를 맞이한다. 그리고 다가온 졸업. 곧 있으면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유아와 스바루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설정이 워낙 막장인 탓에 결말도 막장이면 어쩌나 걱정했으나 예상보다 원만하게 세 사람의 관계가 정리되어 마음이 무겁지 않았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혼자서 생활하느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그림 같은 따뜻한 가정을 꾸리는 것'만을 꿈꾸었던 소녀가 선생님, 스바루와 함께 살며 '유사 가족'을 체험하면서 가족의 의미와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성인으로 성숙하는 것으로 결말이 그려져, 막장인 줄거리가 무색하게 크나큰 감동마저 느꼈다. 시원시원한 전개가 이 작품의 미덕이지만, 막상 작품이 끝나니 더 많은 이야기가 펼쳐졌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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