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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게임 소장판 3
아다치 미츠루 지음,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4월
평점 :
<크로스 게임>은 <터치>, <H2>로 유명한 아다치 미츠루의 야구 만화다. 야구를 사랑하는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기본적인 포맷은 <터치>, <H2>와 같지만, 초반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와카바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와카바의 동생인 아오바가 여자 주인공의 자리를 채운다는 설정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이는 <터치>에서 남자 주인공인 카즈야가 돌연 죽음을 맞이하고 일란성 쌍둥이인 타츠야가 남자 주인공을 대신하는 것과 비슷하다).
스포츠용품점 아들인 키타무라 코우는 야구 배팅센터를 운영하는 츠키시마 가의 네 자매와 어려서부터 가깝게 지냈다. 츠키시마 가의 둘째 딸 와카바와 셋째 딸 아오바는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야구를 즐겨 하고 실력도 뛰어난데, 코우는 야구에 관심이 전혀 없고 오로지 동갑내기인 와카바에게만 관심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와카바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충격을 받은 코우는 와카바의 소원대로 시속 160km 대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되기 위해 훈련을 시작한다. 혼자서 묵묵히 훈련을 한 코우는 고등학교에 입학해 야구부에 들어가고 전국의 야구 소년들이 모이는 고시엔에 출전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가 대개 그렇듯이, <크로스 게임> 역시 스포츠와 로맨스가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 남자 주인공 코우는 원래 야구에 별 뜻이 없었지만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와카바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진지해지고, 고등학교 야구부에 들어가 본격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실력이 부쩍 상승한다.
아오바는 언니인 와카바를 좋아하는 마음에 와카바의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코우를 처음엔 미워했지만, 와카바가 세상을 떠나고 코우가 야구를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코우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씩 달라진다. 아오바는 어려서부터 야구 연습을 해왔고 중학생인 지금도 남자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아오바가 보기에도 코우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좋아진다. 아오바는 코우의 변화와 성장이 반가우면서도, 그 계기가 언니 와카바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크로스 게임> 3권에는 야구부 1군과 2군의 시합이 무사히 끝나고 여름 방학을 맞아 합숙 훈련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코우가 놓고 간 짐을 아오바가 합숙 훈련장까지 가져다주기로 하는데, 코우의 실수로 코우와 아오바의 길이 엇갈리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다. 길이 엇갈린 것만으로도 큰일인데, 우연히 만난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아오바가 들어선 길에 하필이면 예전에 근처 개천에 빠져 죽은 어린 자매의 유령이 떠돈다고 해서 코우는 아연실색. 에피소드 마지막 부분에서 밝혀지는 반전도 좋았다.
코우가 야구부의 미인 매니저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고 오해하는 대목도 흥미로웠다. 알고 보니 코우는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난 와카바로부터 매년 받고 싶은 생일 선물을 적어둔 계획표를 받아서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었고, 그 계획표에 적힌 선물을 사기 위해 본의 아니게 미인 매니저의 수발을 든 것이었다. 와카바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코우를 보며 아오바는 행복할까 아니면 불안할까. 동생으로서는 언니인 와카바를 챙기는 코우에게 고마움을 느껴도, 여자로서는 코우의 마음 속에 와카바 아닌 다른 여자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사실로 인해 슬프지 않을까. 아오바의 마음 속에서 서로 교차하는 심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