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츠 하루 1
후지사와 시즈키 지음, 서수진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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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여자를 바꾸며 데이트하는 인기남 이치노세 카이. 전교에서 카이에게 반하지 않은 여학생은 타카나시 리코뿐이다.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사이(주로 리코가 우위다). 여자 대표 학급 위원이 된 리코가 남자 대표로 카이를 추천하고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카이의 마음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리코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리코도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로 부임한 스와. 리코와 스와는 오래전부터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가깝게 지냈고, 아버지가 안 계신 리코는 다정한 스와에게 의지하면서 이웃집 오빠 동생 사이 이상의 감정을 품게 되었다. 리코의 비밀을 알게 된 카이는 리코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야 할지, 리코를 위해 리코의 사랑을 응원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후지사와 시즈키의 다른 작품 <그녀는 아직 사랑을 모른다>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화자가 남성이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기획 단계에선 리코가 화자였는데 편집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카이를 화자로 설정했고 두 주인공의 캐릭터도 바꿨다고 한다. 덕분에 얌전하고 소심한 여학생이 밝고 활기찬 꽃미남을 좋아하는 평범한 이야기에서 사랑을 모르고 가볍게 살던 꽃미남이 뜻밖의 상대에게 반해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 매력적인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화자를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니. 생각해보면 화자가 여성인 순정만화를 볼 때도 가끔 남성의 시점이 나올 때 더욱 설렜던 것 같다. <꽃보다 남자>에서 츠쿠시의 시점이 내내 나오다가 도묘지의 시점이 가끔 나오면 마음이 더 짠하고 아팠던 것처럼 말이다. 리코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한참을 애태운 카이는 어떤 선택을 할까. 과연 리코는 카이의 마음을 받아줄까. 어서 다음 2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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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직 사랑을 모른다 1
후지사와 시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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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타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조부모님이 일하는 대저택에서 얹혀살고 있다. 저택에는 명문가의 외동딸이자 소라타와는 한 살 차이라서 어려서부터 남매처럼 자란 안나가 있다. 세월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소라타는 안나를 여자로 의식하기 시작하지만 두 사람은 이어질 수 없는 운명이다. 명문가의 외동딸인 안나는 가문에서 정한 남자와 결혼해야 하고, 하인의 손자이자 더부살이 신세인 소라타는 결코 안나를 넘봐선 안 되기 때문이다. 


소라타는 안나를 여자로 보면 안 된다고 명령하는 이성과 안나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싶은 감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때 대기업 총수의 아들이자 안나의 약혼자 후보인 타츠야가 나타난다. 소라타는 타츠야가 생각한 것보다 괜찮은 사람이라서 불편하고, 안나도 타츠야를 꺼리지 않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사랑'이라는 감옥에 갇힌 소라타와 '집'이라는 감옥에 갇힌 안나. 두 사람은 과연 서로의 진심을 깨닫고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을까. 


순정만화의 화자는 여성인 경우가 많은데, 이 만화의 화자는 남성이다. 화자가 여성이면 (주로 여성인) 독자가 주인공 여성에게 감정을 이입해 주인공 남성과 '대리 연애'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 만화는 화자가 남성이다 보니 독자가 주인공 남성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동시에 그에게 애정을 느끼는 독특한 체험을 선사한다. 실제 남성이 이 만화에 얼마나 공감하고 몰입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소라타가 안나를 보면서 느끼는 욕망과 벽을 간접적으로나마 절절하게 느꼈다. 


후지사와 시즈키의 다른 작품 <하츠 하루>도 화자가 남성인데 이 작품도 매우 재미있다. 화자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만화의 재미가 달라지다니. 화자가 남성인 순정 만화를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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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오리지널 박스판 1~5 세트 - 전5권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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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청춘, 사랑과 우정 사이를 그린 만화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아다치 미츠루의 대표작 <H2>를 기억할 것이다. <H2>의 주인공 히로와 히카리의 러브 라인은 너무나 유명해 한국의 대중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감독이 직접 아다치 미츠루의 팬임을 밝혔고, 델리 스파이스의 노래 '고백'에는 만화 속 대사가 그대로 나온다. '중2때까지 코흘리개 꼬마였어. 겨우 키가 커서 슬슬 여자친구라도 하나 사귀어 볼까 싶었을 땐, 괜찮은 애는 모두 첫사랑 진행 중이었지.' (<H2> 4권 중에서) 


한국에도 수많은 팬을 보유한 <H2>는 어떤 이야기일까. 최근 출간된 <H2> 오리지널 박스판으로 만나보았다. 히로는 중학 시절 절친인 히데오와 같은 야구부에서 각각 투수와 타자로 활약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갈라진다. 히데오는 야구 명문 메이와에 입학해 단숨에 4번 타자가 되지만, 히로는 팔꿈치 부상으로 선수 생활이 힘들다는 진단을 받고 야구부가 없는 센카와에 진학한다. 고교 생활에 좀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히로는 하루카를 통해 교내에 야구 애호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때마침 팔꿈치 부상이 심각해 선수 생활이 힘들다는 진단도 돌팔이 의사의 오진으로 판명 난다. 마침내 히로는 야구에 대한 열정을 재확인하고 야구부를 만들어 히데오와 맞붙을 날을 꿈꾼다. 


초반 줄거리만 보면 정통 야구 만화 같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인물들의 감정 묘사의 비중이 더 높다. <H2>에는 히로와 히데오, 히카리와 하루카라는 네 명의 'H'가 나온다. 히로와 히데오의 만남 이전에 히로와 히카리의 만남이 있었다. 히로와 히카리는 어릴 때부터 남매처럼 지낸 친구 사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서로를 이성으로 의식하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 어느 날, 둘 사이에 히데오가 끼어든다. 히로가 같은 야구부이자 절친인 히데오를 히카리에게 소개한 것이다. 히데오와 히카리는 연인 사이로 발전했고 히로는 그 일을 중 2가 되어서야 후회한다. 히카리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1이 된 지금도 히로는 히카리를 좋아한다. 히카리도 조금씩 히로를 남자로 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둘 사이가 연인으로 발전하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히로에겐 절친이며 히카리에겐 연인인 히데오가 있고, 그 이전에 히로와 히카리가 서로를 이성으로 의식하지 않고 보낸 시간이 너무 길다. 만약 둘 사이가 연인으로 발전한다면, 그러다 행여나 헤어지기라도 한다면 둘은 가장 친한 친구를 잃게 될 것이다. <H2>가 이렇게 가슴 설레는 이야기였을 줄이야. 결말은 알지만 과정이 궁금해 끝까지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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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곁에서 -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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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는 보람은 아니라는 기분이 들어요. 사는 보람은 한 사람 한 사람 자신 속에만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p.133)

마스다 미리의 작품 중에서 <주말엔 숲으로>를 가장 좋아한다. 도시를 떠나 숲 근처에 사는 하야카와. 주말마다 하야카와의 집에 묵으며 일상을 재충전하는 마유미와 세스코. 세 친구가 하야카와의 집에 모여 실컷 먹고 수다를 떤 다음 개운한 기분으로 숲 속을 거나는 장면을 볼 때면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함께 걷고 싶다(제발 저를 끼워주세요!). 


<주말엔 숲으로>의 두 번째 이야기 <너의 곁에서>를 읽었다. 7년 사이 하야카와에게는 새 식구가 생겼다. 센스 만점인 남편과 귀여운 초등학생 아들 타로다. 어느 날 타로네 반에 출산 휴가 중인 담임 교사를 대신할 임시 교사 다카기 히나가 온다. 도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 학교 임시 교사가 된 히나는 사실 어머니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도시에 사는 어머니가 집으로 찾아와 살림에 참견하는 것으로 모자라 틈만 나면 도시에 돌아오라는 둥, 맞선을 보라는 둥 잔소리를 늘어놓기 때문이다. 


<주말엔 숲으로>가 싱글 여성이 택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삶의 대안을 제시했다면, <너의 곁에서>는 여성이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 필연적으로 넘어야 하는 가족이란 벽을 그린다. 히나의 벽은 어머니이다. 히나는 원하는 대로 살고 싶고 그럴 능력도 있지만, 그런 자신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어머니 때문에 혼란스럽다. 히나 어머니의 벽은 히나다. 그녀는 일까지 그만두며 키운 딸이 이제 다 컸다고 자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게 서운하다. 자식만 보고 살다가 이제 와서 자기만의 삶을 살기도 막막하다. 


이 작품에 나오는 또 다른 어머니 하야카와는 어떨까. 하야카와는 일곱 살배기 아들 타로를 키우고 있지만 타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타로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깊은 대화를 나누지만 하야카와가 여행을 가고 싶을 때는 타로를 두고 혼자서 다녀오기도 한다. 하야카와는 타로 때문에, 타로를 위해서 자신의 욕구를 참지 않는다. 타로를 자기 인생의 대리물로 여기지도 않는다. 하야카와의 '사는 보람'은 타로가 아니다. 그것은 하야카와가 자신의 삶 속에서 직접 찾아낼 것이다.


하야카와는 친절한 나무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체코 교회의 음악회. 모차르트의 곡이 교회 안에 울렸고 그 소리가 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워서 눈물이 흘렀던 일. 그리고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계에 이별을 고하고 언젠가 죽을 자신이 슬펐던 일. '이 슬픔은 분명 아름다움의 일부겠지.' (pp.137-8)

하야카와는 안다. 슬픔도 아름다움의 일부이며, 죽음이 있기에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부모와 자식도 한때는 한 몸처럼 가까웠어도 때가 되면 거리를 두고 언젠가는 영영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서로가 괴로울 뿐이라는 것을. 하야카와는 아마도 자연으로부터 이걸 배우지 않았나 싶다. 찬 바람이 불면 나무는 이파리를 떨구지만 그래야 봄이 되면 새 잎이 되고 여름 지나 가을 오면 알찬 열매를 맺는다. 부모와 자식도 서로 간의 '열매'를 맺기 위해선 헤어짐을 겪어야 한다. 


육아 7년 차에 벌써부터 '득도의 경지'에 오른 듯한 하야카와. 이런 엄마를 둔 아들 타로는 앞으로 어떻게 자랄까. 하야카와와 마유미, 세스코, 히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기다려도 되는지 기약은 없지만 부디 다음 이야기가 꼭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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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0-1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가 나왔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공감가는 이야기가 펼쳐질꺼 같네요ㅎ
 
스즈키씨는 그저 조용히 살고 싶다 1
사토 히로히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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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스케는 아빠가 죽은 후 엄마와 단둘이 연립주택에 살고 있다. 일 때문에 바쁜 엄마는 진스케와 긴 시간을 함께 있어 주진 못하지만 함께 있을 때는 누구보다 진스케를 아껴주고 사랑해준다. 진스케의 생일날, 하루 종일 혼자 지낸 진스케는 밤늦게 집에 돌아온 엄마가 디지털카메라를 선물해줘서 뛸 듯이 기쁘다. 그런 진스케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옆집 처녀는 '좀 조용히 해달라'며 진스케네 집 현관문을 두드린다. 현관문이 열리면 더는 '조용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룰 수 없게 된다는 걸 알지 못한 채. 


1권만 읽었을 뿐인데도 스릴러 영화의 도입부를 본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진스케와 엄마가 조금이라도 큰 소리를 내면 현관문을 두드리며 조용히 해달라고 성화인 옆집 처녀 스즈키 씨의 정체는 다름 아닌 킬러. 가족이라고는 하나 남은 엄마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 진스케를 내버려 두지 못하고 함께 도주하는 길을 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알고 보니 진스케의 엄마는 진스케의 아빠를 죽인 일당이 찾아와 죽인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이들은 조직폭력배 같은 악당이 아니라 오히려 경찰 쪽 사람들인 것 같다. 스즈키 씨와 진스케는 무사히 도주할 수 있을까.


여자 킬러 스즈키 씨의 변화도 흥미롭다. 옆집에서 나는 자잘한 소음에 신경을 곤두세울 만큼 성질이 곱지 못 했던 스즈키 씨는 아빠에 이어 엄마까지 잃은 진스케와 함께 지내며 진스케를 연민하게 된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냉혹한 킬러의 가면 뒤에 숨겨두고 있었던 따뜻한 얼굴을 드러내기도 한다. 문제는 진스케와 함께 지내면서 킬러로서의 냉혹함이 무너지기도 하고 완벽함에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 그런 스즈키 씨를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진스케가 보완해줄 수 있을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두 사람이 그 어떤 콤비보다도 끈끈하고 완벽한 콤비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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