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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 앤드 버터 4
아시하라 히나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만화를 보다가 나 자신처럼 느껴지는 인물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가 잘되면 내가 잘 된 것처럼 뿌듯하고, 그가 괴로우면 내가 그 일을 겪는 듯 안타깝다.
<브레드 앤드 버터>의 주인공 유즈키를 볼 때 내 마음이 꼭 그랬다. 초등학교 교사인 서른네 살 유즈키는 학교를 그만두고 맞선을 전전하다가 동네 문방구에서 맛있는 빵을 먹고 이제 겨우 두 번 만난 문방구 주인 요이치에게 청혼한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겸 문방구 일을 돕게 된 유즈키는 요이치에게 빵 만드는 법을 배우고 사람들에게 파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유즈키는 무리하고 있었다. 남들이 선망하는 교사가 되고 통장에 적지 않은 월급이 쌓이는 건 싫지 않은 일이지만 좋지도 않았다. 유즈키는 교사라는 책임감 때문에 학생들 앞에서 억지로 웃고 바른 모습만 보이는 생활이 괴로웠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 자기 앞가림을 해야 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유즈키의 삶을 억누르고 있었다. 결국 학생으로부터 불미스러운 일을 당해 학교를 그만둔 유즈키. 서른 중반 넘어 직업도 없고 애인도 없다는 사실은 불안했지만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선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했다.
움켜쥐고 있던 것을 놓고서 얻은 결실은 달콤했다. 빵 만드는 일이 처음엔 익숙지 않았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조금씩 실력이 늘었다. 무엇보다 유즈키가 만든 빵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면 행복했다. 비싸고 좋은 재료로 만든 빵을 싼값에 팔아서 가게 매상은 늘 적자이지만, 그래서 앞날이 불안하지만, 지금의 생활이 싫지 않다. 과거를 숨기고 뭐든 시원하게 말해주는 법이 없는 요이치가 웬일인지 미덥고 든든하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마저 든다(아, 이런 남자는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처음엔 어딘가 나를 닮은 (외모 말고) 유즈키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유즈키와 요이치가 만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유즈키와 요이치의 가족과 친구, 과거 인연들을 통해 진정한 가족애란 무엇인지, 우정과 사랑은 무엇인지, 직업과 인생은 무엇인지, 오늘날 가정에서 음식이 지니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작가의 시선도 좋았다. 1권부터 4권까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다. 이어질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위 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