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요조.임경선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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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 작가도 좋아하고 임경선 작가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두 작가가 함께 책을 낸다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뻐했을지 상상이 될까. 요조 작가와 임경선 작가가 공동으로 진행한 네이버 오디오클립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긴 책이라는 걸 알고도 실망감보다는 기대감이 컸다.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를 여러 번 반복 청취했을 만큼 좋아했기에, 두 작가의 말을 글로 소유할 수 있음이 기뻤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대목은 "'하고 싶은 걸 찾기'보다 '하기 싫은 걸 하지 않기'"이다. 대체로 '좋음'보다 '싫음'의 감정이 더 직감적이고 본능적이고 정직하다. 음식을 예로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음식이 싫어하는 음식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싫어하는 음식을 싫어하는 정도는 좋아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정도를 다 합친 것보다 훨씬 크다. 좋아하는 음식은 꼭 안 먹어도 살 수 있지만, 싫어하는 음식은 절대 안 먹는다.


삶도 사람도 마찬가지다. 삶에서 '하고 싶은 것'을 더하는 것보다 '하기 싫은 것'을 덜하는 편이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 사람도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을 늘리는 것보다 '곁에 두기 싫은 사람'을 멀리하는 편이 낫다. '하기 싫은 것/곁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을 나로부터 멀리하는 것은 가장 본질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법'이기도 하다. 쓰레기 버리기는 귀찮지만 일단 버리고 나면 엄청 개운하고 후련하다. 조금 있으면 쓰레기가 있었다는 사실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인생도, 인간관계도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잘 풀린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큰 틀에서 여성 자기계발서로 분류될 만한 책이지만, 여느 자기계발서처럼 '이게 정답이다'라고 단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조에게는 요조만의 답이 있고, 임경선에게는 임경선만의 답이 있다. 때로는 그 답이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답을 바꾸지도 않고 상대의 답을 바꾸려 들지도 않는다. 의견이 맞아야 만족하고, 의견이 맞지 않으면 억지로 바꾸려고 드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는데,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이 작가들은 어찌나 '앗쌀'한지. 부럽고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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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띵 시리즈 1
이다혜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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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주제가 조식이라고 해서 호텔 조식을 떠올렸다. 이다혜 작가는 여행을 많이 다니니까 호텔 조식을 먹어본 경험도 많겠지, 얼마나 많으면 책 한 권으로 엮을 정도일까, 라고 내심 부러워하며.


막상 책을 읽어보니 호텔 조식뿐만 아니라 온갖 아침밥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차려준 아침밥, 빈속으로 등교한 날 쉬는 시간에 몰래 까먹은 도시락, 대학 시절 지각을 불사하며 사먹은 토스트, 영화제 취재로 찾은 전주에서 먹은 콩나물 해장국, 야식으로 먹고 남은 양념치킨을 다음날 아침 반찬으로 먹는 일상 등등. 직접 요리를 하기 전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식구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수고를 몰랐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어머니가 되어야만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말에도.


아침밥이라는 주제 아래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니 놀랍고, 이렇게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지닌 작가의 내공에 새삼 감탄했다. 일본 교토 후시미의 어느 료칸에서 먹을 수 있다는, 차린 것이라고는 냄비로 지은 흰쌀밥에 고만고만한 반찬뿐인데 환상적으로 맛있다는 조식은 언젠가 나도 꼭 먹어보고 싶다. 부산 명물이라는 초록색 전복죽도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이다혜 작가의 중식, 석식(간식, 야식도!!) 이야기도 읽고 싶고, 다른 작가들의 조식 이야기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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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 그건 사랑한단 뜻이야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흔글·조성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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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현실 때문에 마음까지 뾰족해지는 요즘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을 전할 방법이 뭐 없을까 생각하다가, 마침 적당한 책이 있길래 펼쳐봤다. 인기 캐릭터 카카오프렌즈와 출판사 아르테가 콜라보레이션해 만든 책 <카카오프렌즈, 그건 사랑한단 뜻이야>이다.


이 책은 40만 구독자를 보유한 SNS 작가 흔글이 썼다. 라이언, 어피치, 튜브, 무지, 콘, 네오, 프로도, 제이지 등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총출동했다. 책을 펼치면 작가 흔글이 쓴 짤막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글과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의 귀엽고 재치 넘치는 일러스트가 보인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이렇게 따뜻한 글과 귀여운 그림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밤 사이 늘어난 사망자 수부터 확인하게 되는 요즘이다 보니 삶의 의미,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전보다 많이 생각하게 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사가 갈릴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막막하고 두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하고 언젠가 하려고 미뤘던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지고 바빠진다. "슬퍼하고 있기에 우린 너무 바빠."(149쪽)라는 말을 상기하며, 오늘도 부지런히 내 몫의 삶을 살고 관계를 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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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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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한 구절이 마음에 사무치는 요즘이다.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왔음을 사방에 핀 꽃들이 신나게 알리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꽃들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지 못하고 창문 너머로만 감상해야 하는 현실이 기막히고 안타깝다. 이런 나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산책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 나왔다. 에마 미첼의 <야생의 위로>이다.


저자 에마 미첼은 무려 25년 동안 우울증을 앓았다. 사소한 일과도 버겁게 느껴지고 산다는 것이 축복이라기보다는 형벌처럼 여겨질 때마다 저자는 가까운 숲이나 들판으로 갔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또 걷다 보면 기적처럼 어둡고 우울했던 감정이 걷히고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기분이 나쁘지 않은 날에도 습관처럼 산책을 했다. 하다못해 작은 정원이라도 걷다 보면 우울증이 주는 고통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과학에서는 이를 '세로토닌 분비'라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일 년에 걸쳐 집 주변을 거닐며 관찰한 자연물에 관한 글과 그림, 사진을 담고 있다. 자연을 눈여겨본 적 없는 사람의 눈에 숲이나 들판은 그저 초록색의 이파리가 가득한 미지의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처럼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자연을 관찰한 사람의 눈에는 수십, 수백, 수천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보물 창고나 다름없다. 키 작은 들꽃, 곰팡이 핀 낙엽, 그 위를 선회하는 잠자리와 새, 여우와 오소리의 발자국 등 온갖 자연의 신비가 눈앞에 있는데,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고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만물이 소생하는 4월은 산책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다. 저자가 정성을 다해 가꾸는 정원에는 겨울 동안 보이지 않았던 새들이 찾아오고 꽃과 풀이 싹을 틔운다. 우울증은 보통 겨울에 심하고 봄이 되면 나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저자의 경우, 봄이 되어도 우울증은 여전하지만 봄이 진행되는 속도를 지켜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활력이 생기는 걸 느낄 수 있다. 저자가 놓아둔 먹이통에 정신없이 드나드는 새들을 보면 자기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두 딸과 함께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숲에 사는 식물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즐거워하는 딸들의 모습을 보면 저자의 기분도 나아진다.


실은 나도 기분이 가라앉을 때마다 친한 사람들과 가까운 산이나 숲을 거닐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취미가 있다. 바깥출입을 자제해야 하는 요즘은 못 한다. 그 대신 EBS 라디오 <임이랑의 식물수다>를 듣거나 이렇게 식물에 관한 에세이를 읽으며 마음을 달랜다. 산이나 숲 같은 거대한 자연을 체험할 수 없다면, 저자처럼 꽃 한 송이, 잎사귀 한 장을 놓고 지그시 찬찬히 관찰하고 감상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참에 집에 예쁜 화분을 들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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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 - 퇴사가 아닌 출근을 선택한 당신을 위한 노동권태기 극복 에세이
이하루 지음 / 홍익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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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로또 명당으로 소문난 복권 판매점이 있다. 그 앞을 지나가다 보면 어김없이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시기인데도 변함이 없다. 로또를 사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줄을 서는 사람들을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나도 사볼까?'라는 생각과 '그럴 돈도 없다...'라는 생각.


이하루의 에세이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을 읽었다. 저자는 문예창작학과 졸업 후 정규직, 계약직, 프리랜서로 11년을 일했다. 처음 취업했을 때는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있는 시대에 문과 출신으로 일자리를 구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7시까지 출근해 연이은 회의와 업무를 치러내고 저녁밥도 못 먹은 채 달을 보며 퇴근하는 날들이 이어지니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퇴사를 결심할 수 없었던 까닭은 '적자 인생'이 무서워서였다. 지금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돈을 벌어두지 않으면 어떻게 노후를 살지 막막했다. 당장 오늘을 사는 것도 힘들면서 이십 년 후, 삼십 년 후를 걱정했다. 이러다 미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부터 로또를 사기 시작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의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 절대로, 무조건, 반드시 로또 1등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책에는 저자가 11년에 걸쳐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얻은, 나름의 마음 관리 노하우와 사회생활 팁 등이 담겨 있다. 한때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회사에서 받은 월급으로 상쇄되기도 했다. 이제는 스트레스의 증가폭이 월급 상승폭보다 커서 월급만으로는 스트레스를 상쇄하기 힘들다. 한때는 회사 안에서 마음 맞는 사람을 사귀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이제는 회사는 회사, 사람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일 때문에 만난 사람들과는 사적인 감정을 나누지 않는 편이 차라리 속 편하다.


공감 가는 에피소드도 많다. 저자는 예전 회사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동료들과 카페에 가곤 했다. 그때마다 상사가 커피값 내기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내기에 빠지면 뒷말이 나올 것 같아서 그냥 했는데, 한 번에 2만 원 정도 하는 커피값이 여러 번 쌓이니 제법 큰돈이 되고 부담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저자는 어느 날 단호하게 거절했다. "전 먼저 들어갈게요. 돈이 없거든요." 상사는 어이없어 했지만, 나중에 보니 다른 동료들도 하나둘씩 빠졌다. 다들 속으로는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면서 남들 눈치 보느라 억지로 해왔던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가 심리 상담을 하면서 느낀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때문에 대상포진, 공황장애, 탈모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저자는 심리 상담을 받기로 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계속하다 보니 효과가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그동안 회피해왔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사회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크고 작은 상처들과 대면하고 치유할 수 있었다. 로또는 여전히 구입하고 있다. 나에게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아직은 버리고 싶지 않다.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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