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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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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경찰이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의로운 집단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버닝썬 같은 일련의 범죄 사건에 경찰이 연루되어 있다는 보도를 듣거나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모습을 보면서, 또는 가까운 사람들(전부 여자)이 스토킹을 당하거나 지하철에서 불법 촬영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접수조차 해주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서, 더 이상 경찰을 믿어도 될지 고민하고 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제6권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경찰 조직의 무능함을 그린다. 스웨덴의 항구 도시 말뫼에서 한낮에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스웨덴의 이름난 갑부 중 하나인 팔름그렌이 사보이 호텔 식당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들어와 팔름그렌을 총으로 쏘고 창문을 넘어 달아났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범인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기억하는 목격자도 없고, 팔름그렌을 쏘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용의자도 딱히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마르틴 베크가 현장에 투입되는데, 마르틴 베크는 왜 자신이 스톡홀름도 아니고 말뫼에서 일어난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가 경찰 조직의 무능함을 그린 소설이라는 증거는 소설 곳곳에 널려 있다. 순찰조인 크반트와 크리스티안손은 어린아이가 한 말을 잘못 듣고 분노해 실수하는가 하면, 말뫼 경찰 바클룬드는 범인이 사용한 흉기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탄피부터 찾겠다고 설친다. 비밀경찰은 누가 봐도 경찰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나타나고, 스카케는 하루 종일 범인의 집 앞에서 '뻗치기'한 보람이 무색하게도 내일에야 범인을 잡을 거라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경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의 결말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이전 책들의 결말과 비교해도 첫째나 둘째 손가락에 꼽힐 만큼 압권이다. 마침내 범인이 밝혀지고 사건이 정리되지만 변하는 것은 거의 없다. 팔름그렌의 최측근에서 범죄의 혐의가 짙은 일을 하던 사람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오직 범인만이 팔름그렌을 죽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 중에 가장 나쁜 놈이 정말 범인일까. 팔름그렌과 그 주변인들, 그리고 그들의 범죄를 알고도 눈 감는 경찰이야말로 진짜 나쁜 놈들이 아닐까. 70년대에 발표된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시의성 있고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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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방차 마르틴 베크 시리즈 5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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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범죄 소설의 고전이자 레전드로 평가받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열심히 읽고 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스웨덴의 작가 커플 마이 셰발, 페트 발뢰의 공동 저작이다. 두 사람은 1965년에 발표한 <로재나>를 시작으로 10년에 걸쳐 한 편씩 작품을 발표해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완성했다. 발뢰는 시리즈의 마지막 권 <테러리스트>가 출간된 해인 1975년에 암으로 사망했다. 셰발은 발뢰가 죽은 후에도 계속 범죄소설을 발표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지금까지도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범죄 소설과 다르게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부정부패와 불의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과 기발한 풍자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시리즈의 제5권에 해당하는 <사라진 소방차>는 사건 너머로 당시 스웨덴 사회를 들끓게 만들었던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인종차별주의 정책 반대 시위 등을 보여줌으로써 당대의 사회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복지 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에도 적지 않은 차별과 비리 등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폭력과 마약 같은 범죄에 빠져들고 있음을 고발한다.


<사라진 소방차>는 스톡홀름 경찰이 거대 마약 조직을 잡을 실마리로 생각하던 차량 절도범의 집이 돌연 폭발하면서 시작된다. 차량 절도범의 집을 감시하고 있던 경찰은 곧바로 화재 신고를 하지만 끝내 소방차는 나타나지 않고, 결국 주택이 전소하고 절도범은 사망한다. 그런데 차량 절도범을 부검해 보니,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밝혀진다. 현장에 온 마르틴 베크는 경찰이 화재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차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부터 알아내려 애쓴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장점은 인물들의 개인사 같은 지엽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고 사건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한다는 점이다. <사라진 소방차>에서도 마르틴 베크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개인적인 일상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비중이 아주 적고, 그 대신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여러 장소에서 이상한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사건 초기에 경찰이 화재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차가 오지 않은 사실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끝내 사건을 해결한 것이 대단하다. 이러한 간결함, 집요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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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7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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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궁녀 마오마오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약사의 혼잣말> 7권을 읽었다. 이제까지 후궁에서 궁녀로 일했던 마오마오는, 진시로부터 '반강제적인' 제안을 받아 관녀 시험을 보고 당당히 합격해 의관 보조 관녀가 된다. 의관의 양녀로, 어려서부터 약과 독을 철저히 교육받은 마오마오로서는 후궁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 된 건데, 일을 시작한 첫날부터 다른 관녀들의 견제를 받아 기분이 찜찜하다. 아무래도 다른 관녀들이 마오마오가 특혜를 받았다고 오해하는 듯하다.


7권에선 이국에서 온 새로운 비 '아이린'과 같은 나라에서 온 무녀로 인해 사건이 벌어지고, 마오마오와 진시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아이린 비가 온 '샤오'라는 나라는 왕과 무녀가 권력을 양분하는데, 이 무녀는 오로지 백피증을 가진 아이들만 될 수 있고, 월경을 하면 자격을 잃는다. 이러한 제한 때문에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마오마오의 일터가 바뀌어서 그런지 진시의 분량이 크게 줄었고, 마오마오와 진시가 함께 나오는 장면도 적다. 다만 마지막에 '강한 한 방'이 있으니 끝까지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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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안전가옥 오리지널 1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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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건 가능할까. 조예은의 장편 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아홉 편의 단편이 연작으로 이어진 구성인 이 소설은, 각각 다른 이유로 불행해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첫 번째 이야기에는 사이가 나쁜 엄마 아빠 때문에 고민하는 딸 유지가 나온다. 엄마 아빠 사이를 좋게 만들고 싶은 유지는, 어느 주말 엄마 아빠와 함께 경기도에 새로 개장한 뉴서울파크에 놀러 간다. 다 같이 놀다 보면 사이가 좋아질 줄 알았는데, 더위와 인파에 짜증이 났는지 눈만 마주치면 싸우는 엄마 아빠. 보다 못한 유지는 혼자서 뉴서울파크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젤리장수를 만난다. 그리고 “이 젤리 먹으면 절대로 안 헤어져요.” 이 말에 홀랑 넘어가 젤리를 사게 된다.


이 밖에도 유지처럼 크고 작은 욕망 때문에 젤리를 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젤리 먹으면 절대로 안 헤어져요.”, “이 젤리 먹으면 무조건 잘 될 거예요.” 같은 말들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 때문에 참극이 벌어진다. 로알드 달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연상케하는 잔혹 환상극이다. 참신한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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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 14년 차 번역가 노지양의 마음 번역 에세이
노지양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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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 <헝거> 등을 번역한 16년 차 번역가 노지양의 에세이집이다. 각 장의 제목이 'reminiscence', 'day to day', 'fair weather fan' 같은 영어 단어 또는 숙어로 되어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다 읽고 보니 영어 제목은 기억에 안 남고 이야기만 남았다.


책에는 저자가 번역가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저자는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KBS와 EBS에서 라디오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전공인 영어로 밥벌이를 해보겠다고 번역가로 전업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번역가가 되고 보니 번역가가 되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고충들이 있었다. 연차가 쌓여도 오르지 않는 번역료(그마저도 운이 나빠 떼먹힐 때도 있다), 남들 눈에는 백수로밖에 안 보이는 프리랜서 생활, 일도 하고 살림도 해야 하는 워킹맘의 스트레스 등등...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삶인가' 하는 자책과 후회가 밀려들 때면, 일단 밖으로 나가서 무작정 걷거나 뛰었다는, 그러다 보면 거짓말처럼 부정적인 생각들이 사라지고 다시 뭐라도 해볼 기운이 났다는 조언이 좋았다. 부디 좋은 책 많이 번역해 주시고 꽃길만 걸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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