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 나를 위로하는 일본 소도시 ㅣ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1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대체로 2,3일, 길어봤자 일주일 정도의 휴가나 여행만을 즐겨왔다. 그렇기에 한 달 넘게 휴가를 즐기거나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책무를 맡고 있는 것도 아닌데, 삶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나 자신'을 위해 한 달 남짓한 시간도 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는 자책도 함께 든다.
작가 이예은이 한 달 동안 일본 다카마쓰에 머무르며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담은 책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를 읽으며 그런 마음이 더 커졌다. 저자는 학교와 학원이 전부인 학창 시절을 보냈고, 홍콩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로 돌아와 대기업에 취업했으나 이내 가벼운 우울증이 찾아와 도망치듯 도쿄로 떠났다. 대학원을 다니고 이직을 하자 어느새 서른. '스스로 선택한 적 없는 경쟁에 내몰리는 병, 잠시라도 멈추어 있으면 조급해지는 병, 소비가 아니고선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병...' 스스로 '도시라는 병'에 걸린 것 같다고 진단한 저자는, 일본 남서쪽 시코쿠 지방에 자리한 항구 도시 다카마쓰로 떠나기로 했다. 도시와는 다른 풍경과 인정(人情)을 경험하면 지치고 불안한 마음이 치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서.
다카마쓰는 일본 43개 현 중 가장 작은 가가와 현의 현청 소재지다. 넓은 바다를 면한 항구 도시이자, 가가와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 도시이자 교통의 요충지이다. 직항 항공편으로 인천에서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저자는 다카마쓰에 작은 원룸을 구하고, 오랫동안 꿈꿔왔던 소도시 생활의 로망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낮에는 바닷가와 시골 마을을 유유자적 산책하며 그림 같은 풍경과 그 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오후에는 카가와 현의 명물인 우동 한 그릇을 해치운 후 카페에서 향이 진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밤에는 해변 공원을 거닐거나 선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일정을 짰다.
저자는 도시라는 병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다카마쓰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테라피(치유법)를 테마로 이 책을 구성했다. 첫 번째 '푸드 테라피'는 카가와 현이 자랑하는 우동을 비롯해 와산본, 안모치조니, 호네츠키도리, 후르츠산도 등 다카마쓰에서 맛볼 수 있는 지역 음식을 소개한다. 오랫동안 수련한 장인들이 지역에서 재배한 신선한 재료들을 이용해 만드는 다카마쓰의 지역 음식들은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 특히 카가와 현은 '우동 현'이라고 부를 만큼 우동으로 유명하니 다른 음식은 못 먹어도 우동만큼은 반드시 먹어보길 바란다.
두 번째 '아트 테라피'는 다카마쓰에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을 소개한다. 다카마쓰에는 이사무 노구치 정원 미술관, 기쿠치 간 기념관 등 일본이 자랑하는 예술가들이 남긴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들이 많이 있다. 다카마쓰와 인접한 마루가메, 사카이데, 나오시마, 데시마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노쿠마 겐이치로 현대미술관, 히가시야마 가이이 세토우치 미술관, 지추 미술관, 데시마 미술관 등이 있다. 한국인이라면 '여백의 미'로 유명한 이우환 화백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이우환 미술관에 방문해보길 권한다.
세 번째 '워킹 테라피'는 자연을 벗 삼아 하염없이 걸으며 내면을 정리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걷기 명소들을 소개한다. 다카마쓰가 속한 시코쿠 지방은 오래전부터 순례지로 유명했다. 시코쿠 지방의 88개 사찰을 도는 불교 수행인 '오헨로'가 워낙 유명해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순례를 하기 위해 시코쿠 지방을 찾을 정도다. 이 책에는 저자가 추천하는 걷기 명소 외에도 추천 숙소, 여행 팁, 다카마쓰 1박 2일 코스, 나오시마 당일치기 코스, 고토히라 당일치기 코스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일본 소도시 여행, 그중에서도 다카마쓰 여행을 준비하는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