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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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가진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의 대화를 녹취해 풀어쓴 책이다. 이 책이 화제가 되자 환자와 의사의 대화를 녹취해 풀어쓴 것이 책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인터넷상에서 상당한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출판까지 된 걸 보면 법적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고 윤리적 문제가 남을 순 있겠지만 환자 본인이 공개한 거라서 괜찮은가 보다. ​ 


책의 내용에 관해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데, 내가 보기엔 별점 테러를 받을 정도의 책은 아닌 것 같다. 저자는 12주에 걸쳐 자신의 증상들을 의사에게 호소한다. 그냥 좀 우울해요, 저 혹시 허언증인가요, 내가 나를 감시해요, 특별해지고 싶어요, 자존감이 낮아요, 제가 예뻐 보이지 않아요 등등 누구나 겪어봤거나 또는 주변에서 겪는 것을 보았을 법한 증상들이 연이어 나온다.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고민이나 자기 내면의 못난 부분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서 저자가 참 용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저자가 말하는 증상을 찬찬히 귀담아들은 의사는 이런저런 설명과 처방을 들려준다. 끝없는 우울과 불안을 호소할 때면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며 더 나아진 점을 찾아보라고 조언하기도 하고, 직장 생활과 인간관계에서 크고 작은 좌절을 경험할 때면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도전해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의사의 조언과 충고를 하나씩 받아들이면서 저자는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치료를 잘 받다가 이따금 고꾸라지는 모습까지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 


저자의 증상이 나와 백 퍼센트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라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저자와 비슷한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 적어도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할 - 것 같다. 같은 형식으로 저자의 다른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상담 내용을 담은 책이 나온다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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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팔 독립선언
강세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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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 마케터인 저자가 만 28세, 독립 3년 차, 직장인 5년 차를 겪어내며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진솔하게 담은 에세이집이다. ​


저자에게 독립은 오랜 숙원이었다. 경기도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서울 동쪽 끝에 위치한 회사로 가기 위해 하루에 3시간씩, 일주일에 5일을, 대학생 때부터 7년간 '지옥철'로 불리는 지하철에서 보냈다. '지하철 좀비로 살 것이냐, 은행의 노예가 될 것이냐'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다 결국 노예가 되는 길을 택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직장까지 걸어서 15분 걸리는 위치에 집을 구했다. 보일러를 고치면 세면대 호스가 끊어지고, 세면대 호스를 고치면 이번엔 싱크대 문짝이 떨어지는 단점 많은 집이지만, 그래도 좋다. 더 이상 지옥철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까. 세상에 둘도 없는 '나의 첫 집'이니까. ​ 


이 책은 총 7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이십팔 독립선언'과 제2부 '나약한 인간이라'에는 저자가 가족의 품을 떠나 독립생활을 시작하면서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이 솔직하게 적혀 있다. 난생처음 혼자 살면서 깨달은, 스스로를 먹이고 입히는 일의 어려움부터 혼자 살다가 갑자기 죽으면 누가 나의 죽음을 알고 찾아와 뒤처리를 해줄까 하는 불안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3부 '이십팔춘기', 제4부 '그분을 봤네요', 제5부 '스물여덟의 제이지'에서는 저자가 이십 대를 지나며 사회 초년생으로서, 마케터로서, 직장인으로서 겪은 애환을 소개한다. '신나게 쓰지도 않는데 모을 돈이 많지 않다', '분명 대학생 때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는데... 내 월급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문장에 크게 공감하며 밑줄을 그었다(대체 어디로?). 제6부 '취향 뭐 그거'와 제7부 '이십구 독립만세'에는 저자가 뒤늦게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고 할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생각한 것들이 나온다. ​ 


저자는 독립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누구나 한 번쯤 혼자 살아보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타인과 철저히 단절된 공간은 상상 이상으로 나를 성장시킨다. 가족과 함께 거실에서 공중파 드라마를 볼 시간에 혼자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는다.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다른 사람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색상과 디자인의 물건을 구입해 좋아하는 방식으로 집을 꾸민다. 언제 집에 들어오든 밖으로 나가든, 언제 잠을 자든 일어나든, 모든 것이 오롯이 내 선택이고 내 책임이 되는 경험. 그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진정한 성장을 한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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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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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드릴까요? 당신에게 딱 맞는 일이 있습니다." 누가 내게 이런 제안을 한다면 처음엔 솔깃하겠지만 점점 의심할 것이다. 더군다나 내가 빚에 쪼들려 졸업도 위태로운 남자 고등학생이라면 대체 나의 무엇을 보고 일자리를 제안하는지 도리어 알고 싶어질 것이다. ​ 


일본에서 20만 부 이상 팔린 후지마루의 베스트셀러 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의 주인공 사쿠라 신지 역시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엔 솔깃했으나 점점 의심하는 마음이 들었다. 더군다나 그 아르바이트가 미련이 남아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사자'를 저승으로 보내주는 '사신' 아르바이트라는 걸 알았을 때에는 수상한 종교에 잘못 걸려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급 300엔(한국 돈으로 약 3000원)에 시간외수당 없음, 근무 스케줄 조정 불가능, 보너스 없음, 유급 휴가 없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악덕 기업인가 싶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는 동급생 하나모리 유키가 미인인 데다가, 사쿠라에게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돈을 모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서 아르바이트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 '선택'은 사쿠라의 인생을 크게 바꾼다. ​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은 '라이트노블'이라는 장르에 한정해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소설이다. 사신 아르바이트라는 소재는 분명히 비현실적이지만, 사쿠라가 처한 상황이나 사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현실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틀어진 동생과의 관계를 바로잡지 못한 채 불의의 사고를 당한 소녀,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자신의 삶을 숨기기 위해 도리어 꼰대질을 일삼는 중년 남자, 남편의 사랑을 원했지만 아이 낳기만을 종용당한 아내, 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하면서도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한 아이 등 각각의 사연은 한 편의 소설로 풀어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생생하고 애절하다. ​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삶의 소중함과 선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어떤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살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고 그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에 있는 사람, 한때 다정하게 지냈던 사람 모두 다시 못 만날 사람처럼 소중하게 대하고 한 번 한 번의 만남과 인연을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 올겨울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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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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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하게 하루를 산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대학 병원을 드나들고, 음식 하나를 먹을 때에도 이게 내 몸에 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노라니 몸이 아픈 사람들, 아픈 사람을 곁에 둔 사람들의 마음에 전보다 더 절절하게 공감하게 되었다. ​ 


문지안의 수필집 <무탈한 오늘>에 눈길이 머무른 것도 그래서이다. 저자 문지안은 서울대에 입학해 새로운 걸음을 떼려는 순간 암 선고를 받았다. 3000cc에 육박하는 조직을 덜어내고 보니 다른 장기에 전이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다들 항암 치료를 받으라고 했지만 저자는 거부하고 학교로 돌아갔다. 수업에 들어가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기숙사에 돌아가 잠을 자는 일상이 간절했다. 행여 재발했다는 '결과를 보게 되더라도 이만하면 되었다고 스스로 여길 만큼' 아름다운 나날을 살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원했던 삶을 산 결과, 기적적으로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 


저자는 현재 남편과 함께 가구 공방 애프터문을 운영하며, 여섯 마리의 개와 다섯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함께 생활하는 개와 고양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동물은 인간보다 수명이 짧고 병치레도 잦아서 여러 번 저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나, 동물보다도 저자를 괴롭게 만든 건 항상 인간이었다. "세상에는 왜 키우는 사람, 버리는 사람, 거두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일까. 털이 빠져서, 늙어서, 품종이 안 좋아서, 짖어서, 말을 안 들어서 등등의 이유가 어떤 이들에게는 함께 살던 존재를 내칠 이유가 되는 것일까." 저자는 인간에게 실망할수록, 아니 더는 인간에게 실망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동물들을 거두며 동물에게 헌신하는 삶을 살고 있다. ​ 


"건강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무탈한 오늘. 당연한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어떤 이에게는 처음부터 당연하지 않았으며 결국 모두에게 당연하지 않아질 지점." 삶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은 행복을 원하지만, 삶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삶 그 자체를 원한다. 아픔도 고통도 살아 있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저자의 간결하고도 단단한 문장들을 읽으며 나 역시 저자처럼 간결하고 단단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많은 걸 바라지 말고 오늘 하루를 무탈하게 보내는 일에 집중해야지. 그리고 부디 이 글을 읽은 모든 사람들의 오늘 또한 무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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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 나를 위로하는 일본 소도시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1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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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2,3일, 길어봤자 일주일 정도의 휴가나 여행만을 즐겨왔다. 그렇기에 한 달 넘게 휴가를 즐기거나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책무를 맡고 있는 것도 아닌데, 삶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나 자신'을 위해 한 달 남짓한 시간도 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는 자책도 함께 든다. ​ 


작가 이예은이 한 달 동안 일본 다카마쓰에 머무르며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담은 책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를 읽으며 그런 마음이 더 커졌다. 저자는 학교와 학원이 전부인 학창 시절을 보냈고, 홍콩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로 돌아와 대기업에 취업했으나 이내 가벼운 우울증이 찾아와 도망치듯 도쿄로 떠났다. 대학원을 다니고 이직을 하자 어느새 서른. '스스로 선택한 적 없는 경쟁에 내몰리는 병, 잠시라도 멈추어 있으면 조급해지는 병, 소비가 아니고선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병...' 스스로 '도시라는 병'에 걸린 것 같다고 진단한 저자는, 일본 남서쪽 시코쿠 지방에 자리한 항구 도시 다카마쓰로 떠나기로 했다. 도시와는 다른 풍경과 인정(人情)을 경험하면 지치고 불안한 마음이 치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서. 


다카마쓰는 일본 43개 현 중 가장 작은 가가와 현의 현청 소재지다. 넓은 바다를 면한 항구 도시이자, 가가와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 도시이자 교통의 요충지이다. 직항 항공편으로 인천에서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저자는 다카마쓰에 작은 원룸을 구하고, 오랫동안 꿈꿔왔던 소도시 생활의 로망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낮에는 바닷가와 시골 마을을 유유자적 산책하며 그림 같은 풍경과 그 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오후에는 카가와 현의 명물인 우동 한 그릇을 해치운 후 카페에서 향이 진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밤에는 해변 공원을 거닐거나 선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일정을 짰다. ​ 


저자는 도시라는 병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다카마쓰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테라피(치유법)를 테마로 이 책을 구성했다. 첫 번째 '푸드 테라피'는 카가와 현이 자랑하는 우동을 비롯해 와산본, 안모치조니, 호네츠키도리, 후르츠산도 등 다카마쓰에서 맛볼 수 있는 지역 음식을 소개한다. 오랫동안 수련한 장인들이 지역에서 재배한 신선한 재료들을 이용해 만드는 다카마쓰의 지역 음식들은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 특히 카가와 현은 '우동 현'이라고 부를 만큼 우동으로 유명하니 다른 음식은 못 먹어도 우동만큼은 반드시 먹어보길 바란다. 


 번째 '아트 테라피'는 다카마쓰에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을 소개한다. 다카마쓰에는 이사무 노구치 정원 미술관, 기쿠치 간 기념관 등 일본이 자랑하는 예술가들이 남긴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들이 많이 있다. 다카마쓰와 인접한 마루가메, 사카이데, 나오시마, 데시마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노쿠마 겐이치로 현대미술관, 히가시야마 가이이 세토우치 미술관, 지추 미술관, 데시마 미술관 등이 있다. 한국인이라면 '여백의 미'로 유명한 이우환 화백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이우환 미술관에 방문해보길 권한다. ​ 


세 번째 '워킹 테라피'는 자연을 벗 삼아 하염없이 걸으며 내면을 정리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걷기 명소들을 소개한다. 다카마쓰가 속한 시코쿠 지방은 오래전부터 순례지로 유명했다. 시코쿠 지방의 88개 사찰을 도는 불교 수행인 '오헨로'가 워낙 유명해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순례를 하기 위해 시코쿠 지방을 찾을 정도다. 이 책에는 저자가 추천하는 걷기 명소 외에도 추천 숙소, 여행 팁, 다카마쓰 1박 2일 코스, 나오시마 당일치기 코스, 고토히라 당일치기 코스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일본 소도시 여행, 그중에서도 다카마쓰 여행을 준비하는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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