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낭만픽션 7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남궁가윤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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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에도 시대가 배경인 소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물을 그때 거의 다 읽었고,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소설도 그때 처음 접했다.


<인형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는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데뷔 15주년 기념작이다. 때는 에도(지금의 도쿄) 면적 60퍼센트가 불에 탄 '메이레키 대화재(1657년)' 이후. 스미다가와 료고쿠바시 일대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행수의 딸 '오나츠'는 언니 '오소노'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풀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 길을 떠난다. 료고쿠바시 인근에서 활동하는 인형술사 '츠키쿠사'가 데리고 다니는 인형 '오하나'가 모르는 것이 없다는 소문을 듣고, 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게 누구인지, 혹시 아버지가 아닌지 묻기 위해서이다.


이 밖에도 츠키쿠사와 오하나가 자신들을 찾아온 손님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에피소드가 네 편 더 실려 있다. 옴니버스 형식이라서 여러 번의 호흡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고, 다양한 계층,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에도 시대의 사회상을 보다 풍성하게 알 수 있다. 추리 소설, 공포 소설보다는 민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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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라 3 : 도전! 패션 서바이벌 - 제1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 수상작 마시멜로 픽션
박에스더 지음, 이경희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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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여자 초등학생, 중학생 101명으로 이루어진 '걸스 심사위원단'이 직접 읽고 선정한 '제1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 수상작에 빛나는 <미카엘라>의 세 번째 이야기. <미카엘라> 1,2권의 배경인 '브링턴 아카데미'를 벗어나 세계적인 패션의 도시 뮈엘보를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빠만 둘인 집에서 자란 미카엘라는 웬만한 남학생들도 이기는 놀라운 운동 신경을 지녔지만 남몰래 패션 잡지를 즐겨 보는 면도 가지고 있다. 절친이 된 신시아의 할머니네 집에서 감사절 연휴를 보내게 된 미카엘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신시아의 할머니가 알고 보니 유명 패션 브랜드 델 피오라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회장이라는 것이다. 늘 동경해온 패션계의 명사를 직접 보게 된 미카엘라는 상당히 들뜬 기색이다. 하지만 신시아는 표정이 좋지 않은데, 사연인즉슨 신시아는 어려서부터 할머니의 지도 아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 왔고, 할머니로부터 연휴 동안 있을 패션 서바이벌에 참가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다.


흔히 이런 이야기는 '여자 대 여자'의 구도로 진행되기 쉽지만, <미카엘라> 3권은 신시아가 지로라는 남학생과 대결하는 구도를 취한다. 미카엘라는 할머니의 명예를 걸고 패션 서바이벌에 임하는 신시아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헌신적으로 돕고, 끝내는 사사건건 신시아를 시기하며 괴롭히던 지로에게마저 깨달음을 준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은 여성다워야 한다',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다' 같은 통념에서 벗어나 여자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재능과 매력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여학생들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멋진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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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문신한 소녀
조던 하퍼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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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문신한 소녀>는 인기 미국 드라마 <멘탈리스트>, <고담> 등의 작가이자 총괄 제작자로 활약한 조던 하퍼의 첫 소설이다. 범죄 스릴러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답게, 첫 소설 역시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 장르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캘리포니아 범죄조직의 수장 크레이그 홀링턴은 펠리칸 베이 교도소의 무기수로 갇혀 있는 신세다. 그러나 크레이그 홀링턴은 보이지 않는 권력을 이용해 교도소 안은 물론 밖에서도 엄청난 일들을 벌이고 있다.


어느 날 크레이그 홀링턴의 동생 척이 새로운 마약 공급 노선을 만들기 위해 전설의 악당 네이트 맥클루스키에게 접근한다. 곧 출소를 앞둔 네이트는 척의 제안을 거절하는 의미로 척을 죽인다. 동생의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한 크레이그 홀링턴은 네이트와 네이트의 아내, 어린 딸까지 모두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네이트의 딸 폴리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남자를 맞닥뜨린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차에 타라고 명령조로 말하는 이 남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폴리는 무사할 수 있을까.


살인명령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한 이 소설은 뜻밖에도 아버지와 딸의 여정을 그리는 로드무비 풍의 이야기로 변모한다.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된 네이트와 폴리는 부녀 사이의 정을 확인할 새도 없이 쫓기는 신세가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 네이트의 노력만으로 두 사람의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폴리는 네이트에게 싸우는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청한다. 처음에 네이트는 아직도 곰인형 없이 잠 못 드는 어린 딸에게 싸우는 기술을 가르치고 싶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마치 싸움꾼이 될 운명을 타고난 것처럼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폴리에게 경탄한다.


조직의 명령을 거부한 남자가 조직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그 남자가 딸을 데리고 다니면서 그 딸을 자신 못지않은 훌륭한 킬러로 성장시키는 이야기는 흔치 않기에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딸을 킬러로 만드는 아버지의 이야기. 아버지에 의해 킬러로 거듭나는 딸의 이야기. 어느 관점으로 읽어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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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
bonpon 지음, 이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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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이 넘어도 멋있고 즐겁게 살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를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을 쓴 bon과 pon은 일본 센다이에 거주하는 60대 부부다. 남편 bon의 정년퇴직을 계기로 아키타에서 센다이로 이사한 후 유유자적한 날들을 보내고 있던 bon과 pon은 2016년부터 시작한 인스타그램(@bonpon511)에 올린 사진들이 화제가 되어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2019년 2월 현재 팔로워 수는 무려 80만 명. bon과 pon은 일본의 여러 패션지에 화보가 실렸고,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bon과 pon이 화제가 된 건 컬러나 패턴을 맞춘 감각적인 스타일링 덕분이지만, 이 책은 bon과 pon의 패션과 스타일링 비법만을 소개하지 않는다. 이 책은 bon과 pon이 정년퇴직을 계기로 '세컨드 라이프'를 준비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그 과정에서 터득한 노하우, 현재의 생활을 진솔하게 전한다.


bon과 pon은 원래 bon의 고향인 아키타에서 bon의 어머니를 모시고 두 딸을 키우며 살아왔다. 그러던 가운데 bon의 정년퇴직을 2년 앞둔 시점에서 bon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두 딸이 성장해 집을 떠나면서 굳이 고향에서 집안 대대로 내려온 집을 지키며 살 필요가 없어졌다. bon과 pon은 집을 팔고 생활이 편한 센다이에 작은 아파트를 마련했다. 시어머니의 유품과 딸들의 물건을 비롯해 2층 단독주택을 가득 채웠던 짐들을 대대적으로 처분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될 아파트는 온전히 둘만의 취향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가구를 채웠다.





이 책의 전반부가 세컨드 라이프를 준비하며 전에 살던 집을 처분하고 새 집을 구입하고 인테리어를 하는 전 과정을 소개한다면, 이 책의 후반부는 bon과 pon이 본격적으로 세컨드 라이프를 즐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첫 번째는 패션이다. bon과 pon은 둘 다 미술 전문학교 출신으로(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곳도 미술 전문학교였다) 젊은 시절부터 미적인 센스가 좋았고 패션이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타고난 멋쟁이라도 노화는 당해내기 어려운 법. bon과 pon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흰머리가 생기고 몸에 군살이 붙어서 한때는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백발을 염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나이가 들면서 바뀐 체형에 어울리는 스타일링 방법을 터득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책에 자세히 나온다.


둘째는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다. 남편이 퇴직하고 집에 있으면 싫어하는 아내가 많다는데, pon은 bon과 단둘이 지내는 시간이 싫지 않고 즐겁기만 하다고 한다. bon과 pon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는다. 각자 시간을 보내다가 함께 장을 봐 와서 이른 저녁을 먹고 잠이 든다. 가사 일은 함께 하는데, 부부 단둘이 사는 작은 아파트라서 청소 부담이 적고, 빨래 양도 적고, 요리도 최대한 적게 간단히 먹는다. 단, 설거지는 금속 알레르기가 있는 pon을 대신해 bon이 전부 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대목은 pon이 일본의 대표적인 록그룹 GLAY의 오랜 팬이라는 것이다. 딸이 GLAY의 팬이라서 함께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다가 자신도 좋아하게 되었고, 한때는 GLAY 팬을 위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팬모임을 개최할 만큼 왕성한 팬질을 했다(젊음의 비결은 역시 덕질인가!). 얼마 전에는 GLAY의 보컬 TERU가 pon이 GLAY의 오랜 팬이라는 사실을 알고 콘서트에서 pon을 위한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고(심지어 성공한 덕후!!)


bon도 pon도 내 부모님과 비슷한 연배인데 나보다도(!) 젊고 세련된 감각으로 옷을 입고 생활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그동안 나이 드는 건 무섭고 버거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나로선 새로운 발견이다. 나도 이들처럼 나이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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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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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보는 북튜버가 애독서라고 해서 읽어본 책이다. 이 책을 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는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이자 오현제 중 마지막 황제다.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로서도 유명한 마르쿠스는 12세 때부터 철학에 깊은 흥미를 보였고 유니우스 루스티쿠스로부터 스토아 철학을 계승했다.


마르쿠스가 이 책을 쓴 건 자신의 생애 말기에 외적들의 침공을 제압하기 위해 제국의 북부 전선이었던 도나우 지역으로 원정을 간 10년에 걸친 기간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마르쿠스가 전쟁 중에 쓴 '난중일기'인 셈이다. 마르쿠스는 거의 매일 글을 쓰며 로마 제국을 다스리는 일과 이민족과의 전쟁이라는 외적인 압박감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해방감을 느끼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다스리고 다잡았다.


이 책에서 마르쿠스는 자신의 핵심적인 신념들과 가치들을 짤막하면서도 강렬한 문장으로 표현한다. 마르쿠스는 제1권에서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스승들로부터 배운 가치와 교훈을 나열한다. 마르쿠스는 할아버지로부터 선량하다는 것과 온유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웠고, 아버지로부터는 겸손함과 남자다움이 무엇인지를 알았다고 썼다. 어머니에게는 신을 공경하며 살아가는 경건한 삶과 사람들에게 후히 베푸는 삶을 배웠다고 썼다. 이를 통해 마르쿠스는 그 누구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는 것과, 인간은 혼자만의 힘과 지혜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에 되새기지 않았나 싶다.


2권부터 12권까지는 마르쿠스가 원정 중에 쓴 글이 본격적으로 나온다. 마르쿠스는 이런 문장들을 남겼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죽을 수도 있는 사람처럼 모든 것을 행하고 말하고 생각하라.", "설령 네가 삼천 년, 아니 삼만 년을 살 수 있다고 할지라도, 지나가는 것은 오직 지금 살고 있는 삶이고, 너는 지나가는 삶 외에 어떤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문장들은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을 지닌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나 스티브 잡스가 남긴 "내가 곧 죽는다는 걸 기억하는 건, 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같은 말과도 맥락이 비슷하다.


이 책에 실린 마르쿠스의 명언 자체도 좋지만, 로마 황제라는 지상 최고의 지위에 있던 인물조차도 매일 자신의 하루를 반성하고 마음가짐을 바로잡기 위해 일기를 썼다는 사실이 마음에 위안을 준다. 세상을 호령하는 로마 황제도 삶이 버겁고 죽음이 두려워 책과 씨름하며 현자들의 지혜를 구했구나. 어떻게든 가장 적확한 표현을 생각해 내서 자신이 성찰한 바를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했구나. 이 얇은 책이 2000년 가까이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히고 전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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