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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
bonpon 지음, 이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60이 넘어도 멋있고 즐겁게 살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를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을 쓴 bon과 pon은 일본 센다이에 거주하는 60대 부부다. 남편 bon의 정년퇴직을 계기로 아키타에서 센다이로 이사한 후 유유자적한 날들을 보내고 있던 bon과 pon은 2016년부터 시작한 인스타그램(@bonpon511)에 올린 사진들이 화제가 되어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2019년 2월 현재 팔로워 수는 무려 80만 명. bon과 pon은 일본의 여러 패션지에 화보가 실렸고,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bon과 pon이 화제가 된 건 컬러나 패턴을 맞춘 감각적인 스타일링 덕분이지만, 이 책은 bon과 pon의 패션과 스타일링 비법만을 소개하지 않는다. 이 책은 bon과 pon이 정년퇴직을 계기로 '세컨드 라이프'를 준비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그 과정에서 터득한 노하우, 현재의 생활을 진솔하게 전한다.
bon과 pon은 원래 bon의 고향인 아키타에서 bon의 어머니를 모시고 두 딸을 키우며 살아왔다. 그러던 가운데 bon의 정년퇴직을 2년 앞둔 시점에서 bon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두 딸이 성장해 집을 떠나면서 굳이 고향에서 집안 대대로 내려온 집을 지키며 살 필요가 없어졌다. bon과 pon은 집을 팔고 생활이 편한 센다이에 작은 아파트를 마련했다. 시어머니의 유품과 딸들의 물건을 비롯해 2층 단독주택을 가득 채웠던 짐들을 대대적으로 처분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될 아파트는 온전히 둘만의 취향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가구를 채웠다.
이 책의 전반부가 세컨드 라이프를 준비하며 전에 살던 집을 처분하고 새 집을 구입하고 인테리어를 하는 전 과정을 소개한다면, 이 책의 후반부는 bon과 pon이 본격적으로 세컨드 라이프를 즐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첫 번째는 패션이다. bon과 pon은 둘 다 미술 전문학교 출신으로(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곳도 미술 전문학교였다) 젊은 시절부터 미적인 센스가 좋았고 패션이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타고난 멋쟁이라도 노화는 당해내기 어려운 법. bon과 pon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흰머리가 생기고 몸에 군살이 붙어서 한때는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백발을 염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나이가 들면서 바뀐 체형에 어울리는 스타일링 방법을 터득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책에 자세히 나온다.
둘째는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다. 남편이 퇴직하고 집에 있으면 싫어하는 아내가 많다는데, pon은 bon과 단둘이 지내는 시간이 싫지 않고 즐겁기만 하다고 한다. bon과 pon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는다. 각자 시간을 보내다가 함께 장을 봐 와서 이른 저녁을 먹고 잠이 든다. 가사 일은 함께 하는데, 부부 단둘이 사는 작은 아파트라서 청소 부담이 적고, 빨래 양도 적고, 요리도 최대한 적게 간단히 먹는다. 단, 설거지는 금속 알레르기가 있는 pon을 대신해 bon이 전부 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대목은 pon이 일본의 대표적인 록그룹 GLAY의 오랜 팬이라는 것이다. 딸이 GLAY의 팬이라서 함께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다가 자신도 좋아하게 되었고, 한때는 GLAY 팬을 위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팬모임을 개최할 만큼 왕성한 팬질을 했다(젊음의 비결은 역시 덕질인가!). 얼마 전에는 GLAY의 보컬 TERU가 pon이 GLAY의 오랜 팬이라는 사실을 알고 콘서트에서 pon을 위한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고(심지어 성공한 덕후!!)
bon도 pon도 내 부모님과 비슷한 연배인데 나보다도(!) 젊고 세련된 감각으로 옷을 입고 생활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그동안 나이 드는 건 무섭고 버거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나로선 새로운 발견이다. 나도 이들처럼 나이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