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 - 15년간 1,500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한 기적 같은 이야기
유주연 지음 / 비타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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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하는 동물들이 때로는 말하는 인간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15년간 1500여 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한 고양이 보호소 '나비야사랑해' 대표 유주연의 책 <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이다.


저자가 고양이에 관심을 가진 건 미국 유학 시절이다. 다른 언어와 문화, 생소한 음식 등으로 고생하던 저자의 눈에 어느 날 '미야'라는 고양이가 들어왔다. 버려진 새끼 고양이 미야는 당시 저자에게 먼저 다가와 준 유일한 '친구'였다. 그 작은 호박색 눈으로 바라볼 때마다 저자는 미야가 꼭 자신의 마음을 아는 것 같고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기뻤다. 미야와의 만남은 말 한마디 통지 않는 동물이 인간보다 더 다정하고 사려 깊을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줬다.


이후 저자는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밥벌이에 전념했다. 유학 후 시작한 사업이 잘 풀려서 30대의 나이에 여러 채의 작은 상가와 오피스텔, 지방의 넓은 땅 등 상당한 자산을 보유했다. 그러던 어느 날 또다시 고양이를 만났다. 추운 겨울날, 좁고 어두운 골목 안에서 떨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를 집으로 데려와 키웠다. 키우다 보니 길거리에 방치된 다른 고양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으로 데려온 고양이가 잇달아 세상을 떠나자, 이래선 안 되겠다, 보다 전문적으로 고양이를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유기 동물을 구조하는 삶을 시작했고, 그러면서 쓴 돈이 15년 동안 13억 원에 이르렀다.


저자의 어머니는 한때 고양이에 푹 빠져 사는 저자를 매우 걱정했다. "세상에 고양이라는 동물은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어머니도 이제는 '장미'라는 고양이의 베프가 되어 캣맘으로 살고 있다. 한평생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어머니의 변화를 보며 저자는 희망을 품는다. 길고양이에게 이유 없는 해코지를 하고 캣맘을 범죄자 취급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도 언젠가는 변하리라고 믿는다. 고양이를 어릴 때만 예뻐하고 조금이라도 크거나 병이 발견되면 버리는 사람들, 자기 사정이 바뀌었다고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도 줄어들 거라고 믿는다.


책에는 저자가 15년간 고양이보호소 '나비야사랑해'를 운영하면서 겪은 다양한 사건들은 물론, 박칼린, 인피니트 엘(김명수), 배다혜 등 유명인들이 '나비야사랑해'를 통해 길고양이를 입양한 사연 등이 자세히 나온다. 길고양이를 만났을 때 대처법, 봉사활동 또는 임시보호하는 법, 입양하는 법 등을 비롯해, '자꾸만 고양이가 저를 따라와요',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을 봤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밥 주지 마시오"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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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 - 회사도 부서도 직급도 없지만
김지은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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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면 사장 부럽지 않지만 안 되면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프리랜서 생활의 희로애락을 담은 책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라이프>를 읽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저자 김지은은 한때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직장인이었다. 당시 저자는 자신이 일도 곧잘 하고, 대인관계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하고 살았더니 연차도 쌓이고 연봉도 조금씩 올라가고 직급이라는 것도 생겼다. 하지만 내면은 불안했다. 나는 누구인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 관한 확신이 점점 희미해져갔다. 회사에선 일 잘 하는 일개미, 친구들에게는 재미있고 넉살 좋은 친구였지만, 가족들에게는 짜증과 무뚝뚝함으로 일관했다. 진심으로 웃어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했다.


명랑한 나를 되찾겠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오 마이 갓...! 프리랜서로 산다는 건, 직장인으로 사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 있었다. 저자는 퇴사 이후에 할 일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기에 본의 아니게 퇴사 다음 날부터 '프리 백수 시절'을 보내야 했다. 언젠가 일이 들어올 거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지만, 아무 연락 없이 하루하루가 흐를 때에는 너무나 불안했다. 얼마 후 일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나름 잘 나가는 프리랜서가 되었지만, 이 때는 또 이 때대로 어려움이 있었다. 프리랜서는 출근도 퇴근도 없지만, 상시 야근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안고 산다. 재밌는 일,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어서 프리랜서가 되었는데, 프리랜서가 되고 보니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았다.


프리랜서가 되어서 좋은 일도 있다. 저자는 두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서점 매대에 누워 있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뿌듯한 마음에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어진다. 관성대로 계속 회사에 다녔다면 책을 쓸 시간도 없고 용기도 못 냈을 것이다. 때론 마감으로 몸서리칠 때도 있지만, 프리랜서는 직장인에 비해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게 사실이다. 저자는 직장인들이 종종걸음으로 출근하는 아침에 늘어지게 늦잠을 잘 때, 콩나물 시루같은 출퇴근길 지하철에 안 타도 될 때, 남들 열심히 일하는 오후 시간에 카페에서 여유를 즐길 때 프리랜서라서 참 좋다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도 프리랜서 라이프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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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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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완벽하고 화기애애한 커플이 실제로도 완벽하고 화기애애하다는 법은 없다. 외려 남들 눈에 보기 좋은 척을 하느라 속이 썩어 들어가고 불화가 끊이지 않을 수도 있다.


잘 나가는 금융맨인 핀과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인 레일라는 첫눈에 반해 연인이 된다.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잠시도 떨어져 있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 주변 사람들은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낸다. 핀은 파리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레일라를 위해 깜짝 여행을 준비한다. 함께 노트르담 성당 근처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센 강변을 산책한 다음 파리 근교의 므제브에서 스키를 타는 완벽한 여행이다. 사건은 스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발생한다. 프랑스의 도로변 주차장에서, 핀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차 안에 있던 레일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외국에서 연인을 잃은 핀을 불쌍하게 여긴다. 한편으로는 핀이 레일라의 실종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한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사건으로부터 12년이 지난 현재, 핀은 레일라와 눈동자 색깔이 같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전혀 없는 여자와 사귀는 중이다. 여자의 이름은 엘런. 사실 엘런은 레일라의 친언니다. 레일라가 실종된 후 추모식에서 만나 급속도로 친해진 두 사람은 현재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결혼식을 앞둔 어느 날, 경찰은 레일라가 목격되었다는 제보를 전한다. 레일라가 부적처럼 지니고 다녔던 러시아 인형도 집 앞에서 발견된다. 레일라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핀은 러시아 인형을 발견하는 족족 숨기며 주변 사람들을 의심한다. 반면 한 번이라도 좋으니 동생을 보고 싶은 엘런은 레일라의 흔적을 찾아다닌다.


B. A. 패리스의 전작 <브레이크 다운>이 워낙 좋았기에 이번 신작도 큰 기대를 했는데 역시 재미있었다. 사건의 진실을 숨기고 싶은 사람과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싶은 사람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다가 그 관계가 역전될 때의 스릴이 대단하다. <나를 찾아줘>처럼 완벽한 커플이 무너지는 모습을 통해 연애 또는 결혼 생활의 본질을 묻는 소설, 남녀 간의 심리적 갈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미스터리를 다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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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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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이 드는 작가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내게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그렇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키친>을 읽었을 때, 내 나이 열네 살이었다. 자주 가는 서점 아저씨가 요즘 인기 있는 책이라며 <키친>을 권해줬다. 중학생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는 경쾌한 문장인 데다가, 소설 속 주인공이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 음식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와닿았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좋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꼬박꼬박 읽었다.


<키친>을 읽은 해로부터 정확히 20년이 지났다. 마침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이 나왔기에 반가워하며 읽었다. 소설의 무대는 '주주'라는 이름의 스테이크 하우스. 젊은 시절 70년대 미국 문화를 동경했던 부부가 '주주'를 시작했고,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금은 그 남편과 딸이 '주주'를 운영하고 있다. 소설의 화자는 바로 그 딸인 '미쓰코'다. 매일 가게에 나와 스테이크와 햄버그를 굽고, 밝은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미쓰코지만, 사실 미쓰코에게는 여러 해가 지나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있다. 자신에게 가게를 맡기고 세상을 떠난 엄마. 형제처럼 자랐고 한때는 연인이었고 현재는 믿음직한 동료인 신이치. 미쓰코는 엄마를 잃은 상실감과 신이치를 볼 때마다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든 정리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픔과 음식을 통한 회복을 다뤘다는 점만 보면, <주주>는 <키친>과 많이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20년의 세월 동안 요시모토 바나나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 그동안 요시모토 바나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연달아 잃었고, 힘들게 가진 아이를 유산한 적도 있다. 나도 가까운 가족들을 병으로 잃었고, 작년에는 친한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일도 겪었다. 


20년 전 <키친>을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죽음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지 몰랐다. 어제까지 살아 있던 사람이 영영 사라지는 일인 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해서, 아무리 슬프고 괴로워도 먹으면 먹게 되고 자면 잠들게 되는 일인 줄 몰랐다. 요시모토 바나나도 30여 년 전 <키친>을 썼을 때 죽음에 대해 잘 몰랐을 것이다. 알았다 해도, 훗날 부모님을 연달아 잃는 슬픔이나 뱃속의 아이를 잃는 고통을 미리 짐작해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주주>를 읽으면서 나는 젊은 날 막연히 짐작해 쓴, 상실의 고통과 회복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으로 알게 된 작가의 아픔을 보았다. 태어난 순간 죽음은 예정되고, 사랑이 시작되면 이별도 따라오지만, 살아있는 한 살아가고, 사랑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말해주는 작가의 단단함과 따뜻함을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한없는 충만함을 느끼는 나도. 함께 나이드는 작가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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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셋, 지금부터 혼자 삽니다
슛뚜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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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랜만에 방 안의 가구 배치를 바꿨다. 책장과 화장대의 위치를 바꾸고, 봄 이불을 여름 이불로 바꿨을 뿐인데도 기분이 한결 개운하고 산뜻해졌다. 내친김에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을 골라내고, 앞으로 영영 읽지 않을 책들은 중고서점에 팔기로 했다. '정리의 신(!)'이 강림한 김에, 주말에는 옷장과 서랍장을 정리할 작정이다.


모처럼 정리할 마음이 든 건, 유튜버 슛뚜의 책 <스물 셋, 지금부터 혼자 삽니다> 덕분이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그때까지 가족과 함께 살던 저자는 느닷없이 집을 나와 자취를 시작했다. 원래부터 혼자 살기를 원했거나, 자취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건 아니다.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을 나와 돈을 모으고 방을 구했다. 몇 평 안 되는 작은 방,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방 한 칸이었지만, 그래도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 생기니 행복했다. 더욱더 나다운 공간으로 꾸미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때부터 저자는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집주인의 허락을 구해 원하는 색으로 벽지를 바꾸고 현관문을 칠했다. 예쁜 조명을 달고 방 안 분위기에 어울리는 침구를 샀다. 늘 즐겁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인테리어에 쓸 돈을 모으기 위해 카페라테 대신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했다. 실외기 그릴을 열지 않는 바람에 에어컨을 틀어도 실내 온도가 낮아지지 않는 실수도 했다. 그렇게 참고 노력한 결과는 달았다. 공들여 고른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들어올 때, 예쁘게 꾸민 방으로 친구들을 초대해 홈 파티를 할 때, 김치찌개를 먹어도 레스토랑에서 먹듯이 나만을 위한 완벽한 한 끼를 준비할 때, 저자는 비로소 어른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스스로가 대견하고 충분히 행복하다.


벌써 4년 차 프로 자취러인 저자는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며 유튜브 채널 '슛뚜sueddu'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가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일상의 풍경과 라이프 스타일은 수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 2019년 6월 8일 현재 구독자 수 27만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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