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 집을 나가다 - 가족 밖에서 꿈꾸는 새로운 삶 스물여덟 가지
언니네트워크 엮음 / 에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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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만 함께하는 삶이 아니기에, 더욱 고민해야 하는 결혼. 

  혼자 살아가야하기에, 더욱 고민해야 하는 비혼.    
    

  서로 사랑해서 없으면 허전할 만큼, 깊은 유대의 끈이 맺어졌다 생각하더라도, 결혼은 쉽지 않다. 그의 어머니와 그녀의 아버지 등 다른 가족과의 연결된 일상과 문화까지 인내하고, 서로 인정하며, 대화로써 살아가야 한다. 둘 만의 행복한 삶을 꿈꾼다거나, 남들 다 가니까, 사회의 흐름에 맞게 살아가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이에게는 결혼을 말리고 싶다. 누군가의 기대, 사회에서의 인정에서 벗어나는 독립적인 삶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충분히 깊은 사랑을 받은 본 이는 알고 있다. 절대적 지지 속에 숨어있는 내 의사에도 따라야 해라는 암묵적 의지를 느낀이에게는 결혼이 부담으로 느껴지는 현실도 인정한다. 무엇보다 명절과 가족모임 등, 내가 원하지 않지만, '아내', '며느리'이기에 해야 하는 삶이 부담스러운 이는, 결혼을 꼭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들 그렇게 해 왔기에, 내가 사랑하는 이가 견뎌내야 하는 고통을 바라보는 일은, 남자에게도 즐겁지 않은 일이니까.
 
  혼자로 살아가는 일은 결혼생활 이상으로 힘겨운 의지와 결정이 필요하다. 아무런 간섭없이 당당하게 내 시간을 통제하는 무한의 자유의 삶을 꿈꾼다. 이루어지지 않는 꿈일 뿐이다. 사소하고 귀찮은 일상의 일을 혼자 해 내야하고,  때로는 외로움과 싸워야 한다. 다른 선택지의 삶을 보며, 남들처럼 무난하게 살아도 괜찮을텐데라는 마음속의 외침을 당당하게, 내 삶을 내가 선택했기에 이겨내야해라며 용기내야 하는 힘도 필요하다. 결혼 아니면 비혼이라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법적인 결혼제도를 거부하는 삶을 사는 이에게도, 핍박과 매도를 당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인식의 변화는 필요하다 생각한다.  

  결혼제도를 부정하지 않는다. 힘겨운 삶, 혼자가 아닌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일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제도가 주는 즐겁고 매력적인 생활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적 눈치를 보며 살아야하는 삶은 불합리하다 생각한다. 명절때 다가오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취업과 결혼 스트레스, 걱정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있는 지나친 간섭들은 잘 살고 있는 솔로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피하게 만든다. 공동체가 함께 모이는 명절이라의 의도를 없애버린다.
 

#  '정상가족'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도 괜찮아.
 
 
  '엄마', '아빠'가 모두 집에 있는 정상가족이 아니라도, 가정환경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는 이가 나 자신뿐이라도 말이다. 책을 읽으며, 결혼 전에 따지는 부모님은 뭐하시느냐는 질문, 부모님이 살아계시느냐는 물음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둘이 결혼하는데, 부모님이 왜 중요한 걸까. 가정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게 결격 사유가 된다는 이유에 동의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부모님 세대에서 이혼이 불륜과 파산 등 끝장까지 보는 상황에서 취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지금은 서로가 합의한다면 가능한 선택으로 변한 세대간의 격차에서 오는 차이가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남들 다 하는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비혼의 삶을 고민하는 이에게 응원의 힘을 전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결혼을 반대하는 반결혼주의자가 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남들이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를 보며 공감을 폭을 넓어갈 때,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난 다른 일을 하는데 괜찮더라는 응원의 힘을 전해주는 책이다.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대면하고, 선택하는 과정, 피할 수 없는 힘겨움과 그 힘겨움을 극복하거나, 극복하는 과정이 담긴 28가지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단체에서 나온, 결혼이 아닌 비혼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미혼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자식을 둔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에게는 가족제도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하는 계기를, 남성에게는 결혼이 여성에게 얼마나 큰 희생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성찰해 보게 하는 책이다. 특히, 결혼생활을 하는 남성에게는, 결혼제도 안의 늪에 빠진 아내의 힘겨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가부장적인 가족의 모델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순진한 남성에게 더욱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자신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그 공간이 어머니에게 여성에게는 얼마나 힘겨운 과정인지 알게되어, 삶의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될거라 믿는다. 연애에 한참 빠진 연인이라면, 책의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좋다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결혼이 꼭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아닌,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점검하는 일은 필요하다. 수 많은 인생에 놓여진 선택의 과정을 위한 자신의 방향을 설정하고 돌아보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저출산의 이유가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아서, 젊은 미혼여성이 이기적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부당하다 생각한다.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건 미혼여성에 대한 매도가 아닌,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아도 아무런 걱정없이 아이들을 성인으로 성장하게 만들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정책적 지원을 하는 일이다. 양육비에 대한 지원과 합리적인 교육제도가 잘 정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한다. 결혼하는 일을 희생으로 만드는 가부장적인 제도를 사회에서 함께 공론화하면서 고민하는 일도 필요하다. 잘 만들어진 제도를 이용하되, 누군가에게 희생이 되는 일을 무력화할수록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할까. 어떻게 하면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지,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나누며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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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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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최후의 성역, 법조계의 실책들..
  
  
  신영철 대법관 사건으로 인해, 사법부가 신뢰를 상실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 인해, 검찰은 중립성을 잃고, 신뢰도 잃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수뇌부 비리 폭로 때, 변호사 협회의 대응을 통해, 변호사 역시 신뢰를 잃었다. 대한민국 지도층의 마지막 보루, 법조계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지인이 토지와 관련해서 재벌을 상대로 소송을 했는데, 변호사를 잘못써서 패했다고 울분을 토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재판을 승소하던지 패소하던지에 관계없이 변호사는 돈을 챙기고,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썼는데, 결국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재판에서 패소했다는 지인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재판이 끝난지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아직도 분해하고 있었다. 결과에 관계없이,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평범하게 살기에, 법정에 갈 일은 없다 생각하지만, 촛불시위 등을 보면 꼭 단정지을 수 없다 생각한다. 사람들과의 분쟁의 관계를 가장 잘 푸는 일이 법정에 있다 생각한다. 왜? 사람들은 사법고시를 나온 사람을 알고 싶어하고, 친해지고 싶어하는 것일까. 저자의 심층인터뷰로 살펴보는 법조계 인사를 통해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 부담스러운 청탁, 거절할 수 없는 돈, 그리고 브로커.
 
 
  검사와 판사, 변호사, 사무장, 사무실 여직원 등 법조계와 관련이 있는 이들의 심층인터뷰를 통해서, 왜 판사와 검사가 돈을 먹는다고 말하는지, 브로커가 왜 존재하는 지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고고하고 공정한 재판을 할 것 같은 법조계에 회사 택시의 최소수당과 실적제와 같은 사무장과 변호사의 관계, 전관예우가 될 수 밖에 없는 부담스러운 청탁과 거절할 수 없는 돈의 배경과 구조적인 문제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다.
 
  여행이 설레임과 함께 공포와 두려움을 주는 이유는 낯선 정도에 혼자 떨어져있기에 모든 상황이 돌발상황이 되고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법정에 낯선 이가 내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부담감, 검사와 만남의 두려움 등이 승소율이 높은 변호사를 찾게되고, 그 틈을 노려 브로커들이 사건을 받아들이는 구조, 변호사가 의뢰인을 상대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사무장의 내 몫도 챙겨야지 하는 마음들이 결부되면서, 법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 서민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포를 줄일 수 있을 뿐.
  
  
  책을 읽으며 무력해지는 마음이라고 할까. 검사도 판사도, 도제관계와 같은 독특한 수업방식으로 인한 거절 할 수 없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게되었다. 신성가족이라는 법조계의 그들만의 관계 속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며 어찌할 수 없는 그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브로커에 속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함에 한 번 더 상처를 받는 사람들, 가장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법조계이기에 더욱 개혁이 힘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대안으로 자기 권리를 지키고자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의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브로커들이 '신통기'로 사용하는 『한국법조인대관』도 활용하고, 변호사에게 너무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고 탄원서 등 가능한 방법을 사용하기를 권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 달에 100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검사와 판사의 업무량은 검사와 판사의 수를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생각한다. 검사와 변호사에게는 처리해야 하는 하나의 사건일 뿐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인생이 뒤흔들릴 수 있는 절대절명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결과의 평형 못지않게, 과정의 공평함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여성이 시민권, 노동자의 파업권 등 세상의 권리는 뛰어난 지도자가 시혜를 베풀어 내려준 것이 아니라, 피와 눈물을 흘리면서 쟁취했다고 한다. 모두가 똑똑해지지 않는다면, 가진 사람들만이 더욱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더욱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을 이용할 뿐이다. 누구에게도 자유로울 것 같은 검사와 판사 역시, 조직의 내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한국의 사회적 구조의 현실의 한계를 크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일주일 전에 읽을 때만 해도, 안개 속에 쌓인 법조계 내의 안쓰러운 분위기를 통해 우리나라 사법계의 현실을 조망해 볼 수 있어 좋았다라고 글을 마무리 하려 했었다. 가장 격동적인 정치적 사건 속에서, 법조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순간에 글을 쓰려니, 글이 날카로워지기만 한다. 문제를 인식했다면, 문제의 원인을 찾아 개혁하는 일밖에 방법이 없다. 가장 검찰과 법조계에 개혁적이였던 정치적 인물이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생을 버린 이 때, 무엇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망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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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잡영 - 이황, 토계마을에서 시를 쓰다
이황 지음, 이장우.장세후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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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원짜리 지폐를 볼 때마다, 매번 만나지만..
 
 
  새로나온 천원짜리 지폐에는, 퇴계 선생의 초상과 명륜당, 매화그림과 도산서원의 풍경이 담겨있다. 천원짜리 지폐를 볼때마다 매번 그를 만나지만, 유명한 성리학자 라는 점을 빼면, 아는게 거의 없다. 『아버지의 편지』라는 책을 통해, 유명한 성리학자의 모습 뒤에, 가난하였지만, 가난에 지지 않은 마음의 여유를 지닌, 처가살이하는 자식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의 퇴계 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 외부의 평가가 아닌, 그 사람을 잘 알 수 있는 건, 그의 글이라 생각한다. 나아감과 물러섬을 알고, 후학을 많이 키운 학자가 아닌, 토계 마을에서 시를 짓고, 농사를 지으며, 공부를 하는 일상인의 선비를 만나고 싶었다. 『퇴계 잡영』은 벼슬에서 물러나 퇴계마을에서 머물면서 지인과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풍경을 볼때마다 느껴지는 감흥을 옮긴 시를 모은 시집이다. 시집을 옮겼다기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과연, 5백년의 시간, 달라진 문화의 공백을 넘어,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게 감흥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 흘러간 시간의 공백은 꼼꼼한 주석과 유려한 산문으로 채우다.
 
 
  20년 이상 퇴계시를 번역한 공저자들의 노력과 대중이 읽기 곤란한 부분은 쉽게 산문으로 바꿔 옮긴 정성이 5백년이란 시간의 공백의 벽을 무너뜨렸다. 사서삼경, 한자를 모르더라도, 풀어쓴 산문을 읽다보면, 그 당시 퇴계가 어떤 풍경과 누구를 만나, 어떤 감흥을 만났는지 느낄 수 있다. 한문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꼼꼼하게 달린 주석이 시를 이해하는 데 큰 보탬이 될거라 생각한다. 문외한과 전공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 오랜 세월 퇴계를 연구한 저자의 정성과 독자를 생각하는 배려라 생각한다.

   
  아파트나 현대의 주택보다는, 산과 정원 등의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책을 읽기를 권한다. 글 속에 담긴 정취를, 상상으로 채우는 것보다, 실제 자연과 접하면서, 감흥을 떠올린다면, 퇴계의 시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다 생각한다. 시에는 신하로서의 충성됨, 오래된 벗을 만난 즐거움, 토계마을에서의 일상의 삶이 잘 드러나있다. 선비라고 해서, 책만 읽는 샌님일 줄 알았는데, 주경야독, 땀과 독서가 함께 어우러진 삶을 살았고, 늘 공부의 퇴보가 일어날까 경계하는 꾸준함을 지닌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천원짜리 화폐의 초상과 함께 나올만큼 매화를 사랑한 마음 또한 시에 잘 드러나 있다.
 
  관직과 명예, 부라는 세속의 가치보다는 시골의 숲 아래에서 태평성대를 즐김을 더욱 기뻐하였던 선비의 기품을 느낄 수 있다고 할까. 일상의 풍경과 떠오르는 마음을 마음에만 담아두지 않고, 글로 적어 남겨두었기에, 세월이 흐른 후에도 한 시대를 알차게 산 선비의 일상과 함께, 그 당시의 풍경과 문화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게 된다. 조선시대에 기록문화가 발달하였다는 점을, 『퇴계잡영』을 보며, 새삼 깨닫는다.
 
  토계마을로 옮겨온 퇴계는 뜰 앞에 매화 두 그루를 심는다. 가을이 되니 매화나무는 다른 초목보다 빨리 시들어있고, 골짜기 안쪽의 빽빽하고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은 마구 섞인 모습을 서로 조금이라도 땅을 더 차지하려는 듯 다투고 있는 모습으로 바라본다. 매화나무던지 골짜기 안쪽의 나무던지 한 차례 서리가 내리고 세찬 바람이 불고 한 번 몰아치면 잎이 빙빙 돌며 떨어지는 풍경은 절개가 굳은 나무나 무른 나무나 차이가 없다고 퇴계는 시에서 말한다. 자민만이 가진 아름다운 향기도 알고 보면 다 제 때가 있는 것이니, 어찌 반드시 남들이 모두 다 함께 알아주어야 귀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글귀에서, 세간의 이목에 자유로운 선비의 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젊은 시기에는 치열하게 삶을 살고, 자식된 도리를 다하고 난 후에는 퇴계 선생처럼 조그만 공간에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 자연을 느끼고, 지인을 만나고, 그 감흥을 시로 옮겨, 지금의 삶을 기록하고 싶다고 할까. 큰 벼슬과 넉넉하지 못한 재산, 하지만, 마음이 여유롭고, 자연을 벗삼아 살아간다면, 그 또한 아름다운 삶이라는 점을 『퇴계잡영』은 시로 들려준다. 돈이 많은 걸 해결해주는 사회, 하지만 돈에 메이지 않고도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안다는 일은 인생을 사는 데 있어, 여유를 안겨준다. 현실적 잣대에 자유롭지 못한 일상에, 잔잔한 바람처럼 마음의 여유를 남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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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사랑하라 - 그러면 누구와 결혼하든 상관없다
에바 마리아 추어호르스트 지음, 김인순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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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맘 같지 않아 생기는 어려움. 관계, 연애, 결혼.
 
 
  결혼은 자동차 운전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나만 애쓴다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 건 아니다. 외줄타기처럼, 왼쪽과 오른쪽이 균형을 잘 이루어져야 한다. 처음에는 상대의 매력에 끌려, 장점에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권태라는 이름의 바람을 맞게 되면, 현실을 바로 보게 된다. 삐걱거리는 작은 차이, 이렇게 되면 좋을텐데라는 바램들이 맞물린다. 조금씩 지치고, 결국 관계를 더 연장할 것인지, 끝낼 건지 고민하게 된다. 아주 사소한 차이들, 외출할 때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 부탁했던 작은 일 하나를 들었는가하는 작은 차이로 부부는 매일 싸운다. 오래 함께 했으면, 이제 포기할 때도 된거 같은데, 늘 치열하게 싸우고 미워하고 원망한다. 『19금 경제학』이라는 책에서 부부는 싸우기 마련이라는 작은 지혜를 들었지만, 행복해지려고 하는 결혼인데, 그렇게 매번 싸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들 사이의 관계에 주목해온 저자의 이력에 마음이 끌렸다. 솔직하게 자신의 부부생활의 위기를 공개하고, 권태기에 빠진 부부을 상당했던 경험을 활용하여,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한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 그러면 누구와 결혼하든 상관없다. 자신이 바꿔야 세상이 바뀐다는 말과, 환상을 가진 채,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을 그려 보아도, 그이와 생활을 하다보면, 남편과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는 주장이다. 스스로 변해야 한다! 작은 시작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부터라고 저자는 외친다.
 
 
# 사랑이 클수록, 실망도 크다.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상대방의 단점을 분명하게 인식한다는 글과 사랑이 클수록 실망이 크다라는 문장에 공감했다. 가족은 너무 가까이에 있어 편향되어 바라보고, 연인은 서로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기에 나중에 실망하게 된다. 서로에게 기대하는 미묘한 차이, 대화 속에 숨은 표현 뒤 부수적 의미들, 상대가 내 맘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기대와 통제의 마음 때문에 상대에게 실망하거나 자신을 자책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경험과 함께, 다양한 여성의 실제 사례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좋았다.
 
  바다에 떠있는 빙산의 작은 조각 아래에는 숨겨진, 깊은 무의식의 얼음덩어리가 존잰한다. 결혼하였어도 상대에 대해 모르는 점이 많다는 사실이 마음에 와 닿았다. 타인을 이해하기 전에, 자신의 무의식을 바라보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상대를 사랑으로 대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사실, 참 뻔한 이야기이다. 뻔한 이야기를 새롭게 느껴지게 하는 이야기의 힘은, 저자의 솔직한 체험과 다양한 부부의 실제 사례에서 나온다.
 
 
#  쉽게 포기하지 마라.
 
 
  50년 전보다 이혼율이 많이 늘어났다. 참다참다 마지막에 관계의 파탄이 나서야 헤어지는 예전의 이혼문화는 한쪽의 성에 지나치게 억압적이었다. 관계의 끝이 가기전, 현명하게 헤어지는 요즘의 이혼문화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처음에는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성격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게 결국 헤어지는 선택이 안타깝다. 소개된 이야기를 꾸준히 읽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스스로 먼저 변하기 시작한다면, 결국 선택이 헤어짐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더 나은 관계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독일에서 입소문만으로 50만부가 팔린 책이다. 결혼생활이 익숙해져 설레임이 없는 부부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예비신부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혼자 읽어도 좋고, 연인과 함께 읽으며 서로 대화하는 모습도 관계의 발전을 위해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단, 난 이게 문제라 생각한다며,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상대의 문제를 추궁하는 태도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스스로 변하기위해 노력하는, 현명해지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혼을 하려는 부부에게, '어른들이 이놈, 저놈하고 살아봐야,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라고 할까. 내가 변해야, 내가 보는 색안경을 벗고, 새로운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았을 때, 관계에 발전이 생긴다는 말에 동의한다. 사랑은 노력과 인내심, 자제력과 많은, 끊임없는 훈련 뒤에 찾아오는 결실이라는 저자의 주장을 믿는다. 내 사랑은 멋진 환상의 이상형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흔한 개구리일 뿐이라는 현실과, 나 역시 개구리라는 시각을 잊지 않는다면, 기대로 인해 실망하고, 상대를 아프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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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함께 보는 조용헌의 담화 談畵
조용헌 지음, 이보름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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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의 마지막 환타지를 찾아서...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했더라도 결국 일은 운에 달려있다고 할까. 인간은 최선을 다할 뿐,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 결과를 알고 싶은 마음과 지금 잘하고 있는지 불안한 마음이 점이라는 도구에 의지하게 한다고 할까. 지금 이 일을 할 때인지, 적절한 타이밍을 알고 싶은 마음이 있어, 사람들은 명리학에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서양문명과 과학과 이성의 시대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환타지라 생각한다. 한의학은 체계적 연구를 통해, 병원도 생기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지만, 서양의학도 못고치는 불치의 병에 대해서, 침술과, 한약으로 낫게 하는 현대판 화타가 재야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풍수 역시, 화장문화를 통해 사라져가고 있지만, 환경의 중요성과 함께, 재조명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최창조 교수의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명리의 고수에 관한 이야기가 현재에도 사람들의 이야기속에 살아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은거하는 고수를 취재한 저자의 능력도 대단하다 생각한다. 맹신 아니면, 무시하기 십상인 강호동양학에 속하는 명리와 풍수에 관한 이야기를 저자는 과학과 이성을 중시하는 대중들의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게 이야기한다. 고수들의 놀라운 일화, 다시말해 이야기로 구름 속에 가려있는 강호동양학의 매력의 숲으로 안내한다.
  
  
#  이야기의 힘이 살아있는 책.
   
 
  잘 알려지지 않는 그들만의 세계를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난 저자의 필력이 대단하다. 조선시대에 실시했던 식년제부터 고위관직의 정치싸움에 그들의 역할이 존재했고, 서북지역, 핍박받던 지역의 고수들이 많은 이유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사실을 기반으로 설명한다. '니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라는 묘한 능력,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말이 되는 이야기로 설명되니, 재야의 고수들의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르는 사람을 지인에게 소개받을 때, 그의 장점을 먼저 소개받듯이, 저자는 명리와 풍수에 대한 알려지지 않는 분야의 매력적인 부분을 그 분야에 달인들의 일화를 통해, 설명한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일제 시대에 인재를 못나오게 하기 위해 명산에 쇠말뚝을 받은 이야기와 지금의 주식시장의 선물거래처럼 미두시장에서 주역을 통해 큰 돈을 번,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은 재야의 거인과 명리의 극한까지 끌어올려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그 분야의 '스타'들의 좀더 깊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된다.
 
  6.25 전쟁 이후,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며 외면받았던 동양학이 아직도 적지않은 사람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고, 그들만의 분야가 있다고 할까. '한국'만의 문화적 관습과 틀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동양학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족보와 매장문화, 궁합 등의 한국적 문화와 화장제도의 도입으로 변화하게 될 시대의 모습도 저자는 동양학적인 입장에서 상식의 선을 넘지 않게 잘 설명하고 있다.
  
 
# 팔자을 바꿀 수 있는 힘. 
 
 
  태어날 때 정해진 생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팔자를 바꿀 수 있는 힘으로 저자는 적선과 명상, 명당, 독서, 명리학을 이야기한다. 명당은 아파트와 화장문화로 인해 힘들고, 명상은 하루 두 시간 이상 해야하는데 바쁜 현대인에게 쉽지 않다. 명리학은 '때'를 이야기하기에 실수를 줄여주며, 무엇보다 적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다. 500년 넘는 명문가가 버틸 수 있는 힘도, 6.25를 예측해 안면도에 숨어지냈던 야산 이달의 문파가 전쟁의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점도, 가진 돈을 모두 풀어 빈민들에게 베풀었던 선을 쌓았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선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타인에게 욕을 먹더라도 타인에게 좋은 일을 하는 일이 선이라 정의내린다. 동양학의 이야기하는 결과가 복을 쌓는 일이라는 점, 세상의 순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향성도 좋았다.
  
  명리, 풍수 등 동양학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이보다는, 알려지지 않는 우리의 문화를 보는 관점에서, 가볍게 책려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기대가 크면, 그 기대에 상처받기 마련이다. 명리학이나 풍수는 학문보다 사람에 의해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에, 어떤 사람을 어떤 때에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가능하면, 타인에게 많은 결정을 얻는 것보다는 스스로 선택하되 조언을 얻는 선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 생각하다. 한 걸음 늦추고 찬찬히 생각해보면, 급한 마음에서 나온 충동을 돌아볼 수 있고,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생각한다. 숙고해서 내린 결정은 결과가 잘못되어도 후회하지 않게 마련이다.
 
  비주류인 강호동양학을 매력과 상식의 안경으로 바라본 책이다. 상식의 눈높이로 읽고, 상식 선에서 판단한다면, 세상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는 계기가 될거라 생각한다. 관심은 있지만, 신뢰가 가지 않았던 명리학의 큰 얼개를 본 느낌이다. 저자의 소개로 접한 강호동양학은 알쏭달쏭, 매력이 넘치는 또하나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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