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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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해 뒤에 피어나는 희망.


    일본에 대지진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고, 피해를 입었다. 지진 전까지 서로 경쟁하며, 더 돈을 벌기 위해, 경쟁성장을 하기 위해 노력하던 나라들이 도우려는 마음으로 변했다. 지금도 커지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위험을 막기 위해, 범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돕고 있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는 제목을 보며, 지금의 재해를 생각했다. 다들 잘 살때는 더 벌기 위해,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걸 잃어버릴까봐 벌벌 떨며 산다. 실제 재해가 일어났을 때 돕는 그 마음들만 있으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난하더라도 충분히 잘 살아간다.


# 경제성장, 달콤한 이름 뒤에 숨어있는 착취


  소비를 자극하는, 아이돌, 유명 스포츠 스타, 돈 만 있으면 많은 걸 누릴 수 있는 불평등한 사회에서, 경제 성장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꺼내는 건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경제성장을 한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풍요롭게 될 순 없다고 말한다.
  
  사회과학 모임에서 한 회원이 식당에서 겪은 일이 떠오른다. 20년간 경제성장을 했지만, 자신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가난하게 살고 있다며, 경제성장을 한다고 해서, 내 삶이 얼마나 나아지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회과학에 대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기억난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다고 해도, 그 지위에 오를 수 있는 의자는 적기 때문에 모두가 노력한다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순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자식은 남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는 믿음으로, 학교와 학원, 수 없는 스트레스와 기대를 주입하며, 자식을 힘들게 하는 부모들이 한국에는 많다. 교육으로 만들어진, 공정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그러면 더 능력을 키우면 되지 않느냐라는 방식으로 경쟁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자격을 갖추기 위해, 돈이 필요하듯이,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연의 자원들을 사용해야 한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우린 너무나 많이 사용하고 있다. 부자들은 자신의 부를 늘리기 보다, 자신의 부를 유지하며, 다른 사람들을 가난하게 해서 자신의 부자, 권력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에 빠져, 왜 우리가 돈을 벌어야 하는가, 돈을 벌지 않아도 풍요롭게 살 수 없는 걸까라는 생각을 놓치면서 살았다. 그러다보니, 어렸을 때 누렸던 놀이터에서 놀던 일도, PC방, 게임방, 카페 등 돈을 지불해서 살아야 하는 돈에 매여서 사는 사회로 변해버렸다.
  
  
  #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면.


  내가 열심히 돈을 벌어야, 사회에서 리더가 되야지 하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어디부터 우리가 경제성장이라는 이름에 빠져 살게 되었는지 궁금한 이에게 필요한 책이다. 사회의 통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우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궁금한 이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주는 책이다. 
  
  한 쪽으로만 바라보면, 생각도 굳어지고, 답답한 사람이 되기 쉽다.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친, 너무 경제성장으로 치우친 한국에는, 생태와 환경, 분배에 대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책이 필요하다. 뜨거운 욕망을 식혀주는 책이다. 나만 생각하는 이보다 함께 살고 싶은 이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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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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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살기 바쁜 세상이다.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낭만도 사라진지 오래이다. 혁명을 꿈꾸기에는 사회는 너무 단단하고, 내 한 몸 잘 살 여유를 갖고 싶지만 제도적으로 희망을 보기는 어렵다. 신입사원 임금삭감에 한 번 울고, 고용없는 성장으로, 취업대란에 불안에 떨어야 하는, 공부만 잘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이 지배하는 사회에 사는 20대의 현주소이다.
 
  우파들은 눈높이를 낮추라 하고, 좌파에서는 짱돌을 들 힘도 배짱도 없다며 비겁하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치이는, 가련한 존재, 20대,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20대에게 위안이 되는 책이라 생각했다.
 

#  왜, 바뀌지 않을까? 왜 꿈꾸지 않을까?

 

 

  왜, 우리는 바뀌지 않을까? 왜 우리는 꿈꾸지 않을까로 접근하는 저자의 시선이 날카롭다. 20대가 문제라는 시선에서 시작하는 잔소리가 아니라, 지금 현재 여기에서 20대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대학, 정치, 교육, 가정, 사랑, 소비, 돈, 열정, 잉여까지... 대학생들의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덕성여대와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쓴 책이기에 20대 대학생들이 실제 마주하는 고민들이 그들의 고민을 깊게 고민하게 한다.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알지만, 세상을 바꾼 이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혜교의 고백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는 현실, 무엇 하나가 달라진다고 해서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아는 20대의 냉철한 현실인식에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면, 의미없이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애쓴다고 당장 무언가가 변하지 않는 현실, 왠지 개미지옥처럼, 더 열심히 움직여도 죽고, 빠져나갈 수 없는 덫에서 허우적되는 그들의 현실이 우리가 겪고, 앞으로의 세대도 끝없이 겪어야 하는 모순이라는 사실만 확인했다.
 
  사교육을 시키고 싶지 않지만, 사교육을 받고, 보살핌을 받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미안한 마음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는 초등학생을 둔 엄마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자격'이라는 이름이 공평하지 않고, 오히려 부의차이에 의해, 다양한 여건에 의해 충분히 차별적임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시대, 많은 돈을 벌어야 성공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세상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지만, 결국 현실의 여러가지 요소와 타협하면서 살다보면, 비겁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니면 세상의 통념이 전부라고 믿으며 살아가게 되는 현실만 다시 확인하게 됐다.
 
  덤벼라 빈곤의 저자 마코토는 의자 자리뺐기 싸움이라는 말로 빈곤을 정의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앉을 자리는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 자리에 앉으려고 노력하는 정글같은 현실, 이 구조가 계속 된다면, 의자따윈 필요없다는 생각을 빨리 인식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다는 우울한 현실만 확인하게 되었다.
 
  모두들 무기력과 환상이라는 두가지에 빠져있다. 난 잘 해낼 수 있다는 자기계발서의 막연한 희망에 자기최면을 걸거나, 뭘해도 안될거라는 자포자기의 마음만 남아있는 사회,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더라도, 이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내 주변에 있는 가장 가난한 이가, 노력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꿈을 꾸지 않는다면, 그 사회에 살아간다는 건 지옥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울한 현실을 돌아본다고 해도, 현실은 나아지지 않는다. 다만, 이 보다 더 나빠지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을 다시 새길 뿐이다.
 
  귀엽게 잘 자라고 있는 조카들에게,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는 언제 오게 되는걸까.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래동안 생계와 우울함에 잊고 살았던, 숙제를 만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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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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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질문은, 시대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2010년 인기가 많았던 책 제목 중 하나이다. 불공정해 보이지만, 공정하다고 외치는 사회에서 불편한 마음을 외칠 곳 없는 이들이, 과연 공정함이란, 정의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기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정의인지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가 중요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저자는 자신의 철학을 기준으로, 논쟁적으로 질문을 던져가며,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저자가 미국인이기에, 미국에 있는 현안을 가지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왜 도덕이 중요할까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왜 도덕인가이다. 윤리라는 단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는, 기독교의 나라인 미국에서 도덕은 기독교 신앙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2004년의 부시의 재선을 만든 이유가 유권자들이 도덕적 가치를 판단의 근거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용해서, 도덕에 관한 사회적 논쟁들을 짚는다.
 
  9.11 사건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권자들이 테러의 망령에 사로잡힌 채 현직 대통령이 풍기는 안정적 이미지와 도덕적 확실성에 손을 들었다는 판단이 인상적이다. 복권과 도박, 광고와 상업주의, 존엄사, 낙태, 동성애자의 권리 등 다양한 논쟁에서 정치와 도덕적 딜레마는 공존한다. 저자는 첨예하게 반복되는 논의에서 개인의 권리와 자유의 상충성에서 어떤 점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좋은 삶에 대한 모두가 공감하고, 인정하는 정의가 없이 공공생활에서 일어나는 난해적 도덕적 문제를 풀겠냐며 성찰을 요구한다.
 
  불평등이 당연화 되어 보이지만, 여전히 보수층이 튼튼한 자리를 잡고 있지만, 미국이 아직도 세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건, 좋은 질문을 던지는 학자들이, 신념의 방향에 따라, 찬성과 반대가 뚜렷할 수 있지만 많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 사회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부족하다. 뉴스를 듣고, 분노와 화를 분출하는 일은 쉽게 하지만, 그 다음 삶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자신의 수고를 무릎쓰고, 무언가 해야 하는 일에는, 그런 일은 당연히 국회의원이 누군가가, 다른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며 자신의 생각하고 행동하고, 실천하고, 질문을 던지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아님 알면서도 귀찮아서 혼자서 껴안고 외면하는 비겁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
 
 
 #  정답이 아닌, 생각의 틀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현재 미국에서 쟁점화 되고 있는, 도덕과 정치적 이슈를 한 눈에 살폈다. 복권과 도박에 얽힌 사람들의 논의와 당연하다 생각했던 50프로의 수익을 정부가 가져가는 일이, 독점에 향하는 일이라는 점은 똑같은 사건과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줬다. 무엇보다 한 쪽 방향으로 생각하기 쉬웠던 생각의 틀을 깨고, 왜 그들은 반대 방향을 더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좋은 책은 지식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생각의 폭도 넓게 해준다.
  
  공정한 시민 사회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한국에서는 지도자가 정확한 룰을 잘 적용하기만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한다면, 저자의 생각은 시민의식과 희생, 봉사 등의 공동체 의식의 강화와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 빈부격차를 통해 벌어진 공공서비스 이용의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서 연대감을 만들어 낼지, 다른 종교적 신념을 외면하지 말고, 서로 알아가려는 노력을, 노력 이후 더 싫어지더라도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지도자와 사회적 계층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는 한국 현실보다, 시민이 스스로 어떻게 사회의 틀을 만들고, 질문을 던지고, 무엇이 정의로운 사회인지 무게를 두고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에서, 좋은 사회의 틀을 만들기 위해 쟁점화 되는 사안에 대해 잘 짚어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 단점이라면...
 
 
  단점이라면, 사람들이 정치에 많은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차세대 정치지도자들이, 활동가들이 많이 숙고하고, 고민해 볼 문제들에 대해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사례에 중점이 되어 있기에, 존 듀이의 자유주의나, 미국적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는, 한국에 대한 현실만 고민하는 이에게는 거리감을 주는 내용이 된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디에서부터 문제를 찾아가야 할지, 실마리를 얻게 한 책이다. 더 깊은 공부와 더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책이다. 읽을 때는 쉽게 읽히지만, 그 이후 무엇에 대해 생각해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세상이 좀 더 복잡흔 틀 속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게 하는 책이기도 한다. 쉽고 단순한 질문, 지금 우리 잘 살고 있습니까? 같은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시민들이 좀 더 많아졌을 때, 사회는 더 건강해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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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오천축국전 - 혜초, 천축 다섯 나라를 순례하다
혜초 지음, 지안 옮김 / 불광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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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수, 혜초, 왕오천축국전
 
 
  이상문학상을 받은 김연수 작가가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은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는 왕오천축국전에 주석을 다는 여교수가 나온다. 국사시간에 혜초의 이름과 왕오천축국전만 알고 있다가,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으로 이어지는 누군가의 절망에서 희망을 찾는 사랑이야기를 통해, 혜초의 이름을, 천년도 넘은 옛날에 하나의 꿈을 위해, 40개국의 나라를 헤맸던 구도승의 모습을 상상했다.
 
  김연수 책의 135페이지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교수님은 혜초를 다 이해하시잖아요. 어머니를 아내로 삼는 나라에 대해서도 다 이해하시잖아요. 혹시라도 이해하지 못할까봐 주석을 다 달아놓으시잖아요. 저는 제 여자친구가 왜 자살했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거든요.(...) 하지만 교수님은 다 아시잖아요. 고작 227행뿐인 두루마리를 가지고 한권의 책을 쓰시잖아요.
 
  매우 짧은 분량의 기행문이라는 사실만 알고 접했던, 왕오천축천이다. 역주를 보니, 4년간의 여행동안 40개국의 나라를 둘러보면서, 여행을 한 기록이 담긴 책이다. 감정이라던지, 느낌이 담긴 부분은 거의 없고, 어떤 방향으로 여행을 떠났고, 그 나라가 불교를 믿고 있는지, 그 나라만의 풍습이 어떤지에 대해 간략하게 적혀있다. 간간히 있는 시에는 감격과 외로움, 고향을 그리는 마음으로 먼 길 떠난 수행자의 마음을 더듬어 보았다.


# 풍부한 역주가 좀 더 많은 사실을 보게 하는 책.
 
 
  결자라고 해서, 글자가 빠진 부분도 있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역주자는 꼼꼼한 정보를 바탕으로 혜초가 방문한 나라와 그 당시 종교와 특색에 대해 이야기한다. 앞에 소개된 어머니를 아내로 삼는 나라는 호국과 페르시아이고, 페르시아는 배화교, 조로아스터교를 숭상해서 실제로 남아있다는 정보는 역주자가 독자를 배려한 좋은 정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200개가 넘는 나라들과 셀 수 없는 부족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천년 전에도 구도의 마음으로 말이 통하지 않음에도 여행을 한 이가 있었는데, 난 뭐가 두려워서 가까운 이웃나라도 떠날 생각을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가라는 자책의 마음도 들었다.
 
  뭔가 준비되어야 떠나는 것도 아니고, 마음 속의 강렬한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떠날 수 있다는 걸, 매우 짧은 두루마기에 적힌 글을 통해, 이해했다.
 
 
# 그리고 슬픈,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현실.
 
 
  왕오천축국전의 원본은 아직도 프랑스 파리의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제 나라 문화의 소중한 유산을 지키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이 눈에 보였다. G20을하고, 아무리 국민소득이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문화의 소중함을 지키려는 노력이 없다면, 욕망에 빠져, 언제든지 경제가 어려워지면 피폐해지는 가련한 인생을 살거라는 생각을 했다. '생존'과 '경쟁'이라는 이름의 노예가 되어, 꼭 지켜야하고, 많은 관심이 필요한 부분을 쉽게 잊고살아가는 한국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원문인 일체경음의와 남아있는 원본을 출판본으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다른 3대 여행기 중의 하나인 현장법사가 쓴 대당서역기, 서유기의 내용도 궁금해진다. 김연수 작가에서 시작해서, 서유기로 넘어가는 길목에 혜초스님이 징검다리가 되었다. 고증된 사실을, 상상력과 역주의 풍부한 내용을 함께 음미하며 읽기 좋은 책이다. 여행의 두려움이 생길 때, 서가에 두고, 힘을 얻기 위해 가까운 곳에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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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그림 수집가들 -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니 모으게 되더라
손영옥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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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아가 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무언가에 흠뻑 빠진 이들을 치, 광이라 말한다. 간서치, 매화광 등 조선 후기 시대를 풍미했던 무언가에 흠뻑 빠진이들이 생각난다. 오늘날로 한다면, 오타쿠, 매니아가 어울리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훌륭한 문화유산에 흠뻑 빠져, 그 존재를 완상하고, 후대까지 이어오도록 잘 보존한 컬렉터들이 있다. 수집가라 불리는 그들 덕에 전쟁과 다양한 사연들로 인해 소실되거나 사라질 뻔한 작품들이 아직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 그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조선의 그림 수집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라 생각한다. 쉽사리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그들의 인생과 수집한 작품을 통해, 단지 부를 늘리기 위한 예술 재테크가 아닌, 그림의 가치를 알아보고, 작품의 진면목을 완상하는 이들의 삶을 엿보았다. 조선이라는 이름에서 오래되고, 재미없는 느낌을 받았지만, 꼼꼼하게 구성된 연구와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한 꼭지, 한 꼭지 다음을 궁금하게 읽게 했다.
   
 
#  그림에 흠뻑 빠졌던 왕족, 양반, 중인들...
 
 
  왕족과 양반, 중인, 신분으로 구분해서 3부가 나뉘어진다. 연산군이 예술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도 책을 통해 더 깊게 알게 되었다. 양반 컬렉터에서는 이병연과 박지원의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겸재의 그림에 나오는, 좋은 벗이 이병연이었다는 사실은 앞으로 이병연의 시와 겸재의 그림을 볼 때, 두 사람을 함께 떠올리게 되어 좋다. 수집가였지만, 감식안은 없었다는 사실에서, 투자의 재능과 미를 알아보는 능력은 구별된다는 현실을 알았다. 재벌이 수집하는 그림에도 투자목적인 그림이 있을테고, 서민이 가지고 있는 그림에 감식안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그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박지원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호질전과 허생전 등 풍자적 면모의 글을 쓴 작가와 백탑파의 거두라는 생각만 했는데,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제발을 남긴 사실을 알았다. 수장가와 감상가에 대한 평에서는, 책을 소유를 먼저 하고, 나중에 읽는 이와 읽었던 책 중 의미깊었던 책을 소장하는 두 부류로 나눠 보는 생각의 전환도 했다.
 
  16인의 다양한 그림 수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살피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공을 들여 연구했을지가 눈에 보인다. 공들인 정성과 시간만큼 글이 길어지다 싶은 부분에는 다음 글로 넘어가기를 돕는 적절한 그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그림수집가들의 이야기와 함께, 다양한 그림들과 그림의 가치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점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  남아있는 것들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책, 그림, 골동품 등 남아있는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고,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들에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유명하지 않아, 관심받지 못해 이야기가 없더라도, 무언가가 내 앞에 보일 때에는 다양한 사연을 거쳐서 지금 이 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배웠다. 다양하게 찍힌 수장인은, 만남 속에서 남겨지는 상처와 추억을, 위작 시장이 판치는 면에서는 원하는 것을 쉽게 얻으려하는 욕망과 그 욕망에 부응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마음을 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곳은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위작 시장과 수집가와 감상가들을 통해 다시 엿본다.
 
  미술하면 서양 미술, 회화만 생각했는데, 책과의 만남으로 조선 그림에 대해서도 살짝 눈길이 간다. 작품이 어디에 소장되어 있는지, 누구를 거쳐 소개되었는지, 그 시대에 유명했던 사람들은 누구였는지 생각하다보면, 역사에 대해서도 미술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은 욕망이 생겨난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니 모으게 되던 수집가처럼, 조금씩 공부하다 보면, 그림을 더
깊게 알아가는 기회가 생길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분야를 만나면 어렵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마음을 울린다. 조금 더 조선시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시리즈로 나온『조선 국왕의 일생』, 『조선 양반의 일생』, 『조선 여성의 일생』도 읽어보며, 조선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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