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쇼크 - 집에 일생을 걸 것인가?
이원재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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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집값 안정'이 아닌 '주거안정'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바로 국민주택 공급 정책을 세워야 한다! - 242p
 
 ...
 
  정부가 지금 할 일은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기 전에 아파트 가격 하락 추세를 연착륙 방향으로 유도하고, 적절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매입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가격에만 집착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주거안정' 정책을 시행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낼 것이다. 이것이 국가 경제, 실물 경제, 내수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 243p
- 본문 중에서-
 
 
# 아파트 가격, 더 오르지 않는다.


  한국은 사교육과 집만 해결되면 살만하다.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살려는 욕망이 서울의 집값을 하늘 높게 솟게 했다. 서울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욕망이 지금도 서울에서 살기 위해서는 꽤 많은 돈이 있어야 하는 현실을 만든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때가 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조금씩 하향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뱅크런처럼 한번에 돈들이 빠져나올까봐 대책을 세우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언론에서 열심히, 핑크빛 전망을 내세우지만, 수많은 '하우스 푸어'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 불안에 떨면서, 이번에 터지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마음이 모두를 불안하게 한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를 소망하는 저자가 작정하고 지금 아파트 투자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책이다. 정말, 아파트가 올랐으면 좋겠지만, 지금 몰려있는 시장 상황에서는 시장 붕괴가 더 빠르지, 아파트가 오르는 일은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 아파트 대책, 백약이 무효!

  정부에서는 다양한 대책을 내 놓았지만, 뛰는 집값을 잡으려는 욕심 뿐, 거래를 활성화 시키는 방법은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정부에서는 8.29 대책으로 집을 많은 사람이 살 수 있게 기대했다. 서민들은 아파트를 살 능력이 없다. 아파트 가격으로 서민들이 살 수 있게, DTI 등 대출규제를 낮추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식 이상으로 가격은 상승하는데, 무리해서 구입하고 나서는 그 차익을 보상받을 수 없는 상태이다. 누가 아파트를 살까? 저자는 높은 아파트 가격이 낮춰지지 않고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피라미드와 아파트의 매입방식이 비슷하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적당한 가격에 들어가 올랐을 때 팔고 나오는, 도박처럼, 일단 돈을 떼고 시작해서 누군가 손해보는 사람이 존재하는 게임, 아파트 매매 역시 아파트 가격이 50년간 떨어진 일이 없었다는 신화를 믿는 이들이 지금의 위기를 계속 키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살기 위해서는, 아파트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
 
 
  저자는 '하우스 푸어'와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아파트 역시 상품이고, 상품은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있을 때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물건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 지금의 경제상황에서는 비싼 이자를 내가고, 원금을 갚아나가는 현실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털고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는 일이 당연하다는 걸 알지만, 이제까지 비정상적으로 개발과 집값의 상승으로 재미를 보았던 과거가 있어 털고 나가는 일이 쉽지 않다. 알아도, 팔리지 않아 괴로워하는 사람도 많다 생각한다.
 
  '반값 아파트'가 나오지 않는다면, 두배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둘 다 멀어 보인다. 비싼 이자를 내면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를 구매할 생각이 있는 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는 책이다. 언론과 주변의 장미빛 환상에 속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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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사과하라 - 정재승 + 김호, 신경과학에서 경영학까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신뢰 커뮤니케이션
김호.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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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들이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과에 대한 세 가지 전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실수나 잘못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둘째, 리더는 자신의 실수나 잘못은 물론 다른 사람의 실수나 잘못까지 책임져야 할 때가 많다. 셋째, 21세기는 실수와 잘못이 더욱 투명하게 노출되는 시대다.

  ....

  사과의 과학이 밝혀내는 ’사과의 기술’에 대해 우리가 주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쿨하게 사과할 줄 아는 성숙한 자아를 가진 리더만이 살아남는 시대. 훗날 ’사과의 역사’는 다음과 같이 기억될 것이다.

  "사과, 19세기와 20세기 루저(loser)’의 언어에서 21세기 ’리더(leader)의 언어로 부상하다.’"

- 본문 중에서-

 
 

 # 한국에서 듣기 힘든 말,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이 실종되었다. 미안해 할 상황에도, ’뭘 그런걸 가지고 그래?’라든가, ’내 업무가 아니다’라는 변명이 대부분이다. 나쁜 기분에 분노까지 더운 머리를 뜨겁게 한다. 자동차 사고가 나더라도 절대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말부터 하지 말라는 팁이 올라오는 한국 사회이다. 어떻게 하면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그러게, 미안할 짓을 하지 말지 그랬어?’라는 냉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과’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좋은 정보, 잘 하는 방법을 안다면, 우리가 부딪치는 많은 사건들과 관계들이 더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다.
 
  설득의 달인과 뇌를 연구하는 공학자가 만나, 사과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연구했다. 10년 넘게 설득과 행동연구를 공부했던 두 저자가 사과에 대해 3년간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그들은 멋진 사과 하나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바꾸고, 위기에 빠진 기업을 구하며, 의료사고 등 사고 이후 만들어지는 상처를 어루만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잘못된 사과, 하질 말던가..
 
 
  우리가 사과할 때 알아야 할 모든 것, 우리가 사과에 대해 오해했던 모든것, 우리가 사과해야 할 때 해야 할 모든 것 중,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사과할 때 절대 쓰지 말아야 할 3가지 표현이었다.
 
  ’미안해,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사과할게’, ’실수가 있었습니다’라는 표현은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갈등을 조장하는 표현이다. 난 잘못하지 않았지만, 니가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할께, 큰 일이 아닌데 작은 실수가 있었어라는 표현은 상처받은 이에게는 한 번 더 마음의 상처를 후벼파는 표현으로 관계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비겁한 사과, 조건부 사과, 변명하는 사과... 그 상황을 인정하기 싫어서 하는 사과는 사과를 하는 취지를 잊게 하고, 더욱 더 분노하게 한다. 미안해야 할 상황해서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빠른데. 잘못된 자존심이나, 자신에 대한 변명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크다.
 
  피해자들은 사고로 인해 한 번 상처받고, 잘못된 사과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더욱 커진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오는 미안함, 재발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대책, 상황에 맞는 적절한 사과 방법이 더해지면 사람과 사람 사이, 회사와 개인 사이, 정부와 개인이나 회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상황이 더 빨리 정리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 바른 사과가 더 좋은 사회를 만든다.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발생하는 사과, 군대의 총기사고가 발생했을 때 발생하는 사과, 정부의 미흡한 조치로 인해, 재해가 일어났을 때 만나는 사과, 기업이 실수 또는 고의적인 잘못으로 불편함을 주었을 때 만나게 되는 사과 등, 위기 상황에서 사과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다음의 대응이 달라진다.
 
  한국사회는 한 번 잘못하면 끝이라는 인식때문에, 사과는 외면하거나, 잘못을 감추려다 더 크게 사회적 비용이나 관계의 어긋남을 겪는 일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노조와 사용자와의 갈등, 철거민과 정부와의 갈등, 사회적 이해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고에서, 우리가 만나는 해결 방식은 사과와 대화보다는 기싸움이나 한쪽을 억누르는 공격적인 대응이 많다.
 
  뉴스를 보면 머리가 아파지고, 기분이 언짢아 진다. 우리가 배워야 할 건, 돈을 더 많이 버는 방법이 아니라, 잘못을 했을 때 제대로 잘 사과하는 방법이다. 잘 사과하는 리더가 팀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관계의 시대,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첫번째 능력은 사과를 잘 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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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벼라, 빈곤 - 우리 사회의 빈곤에 맞서는 통쾌한 외침!
유아사 마코토 지음, 김은진 옮김, 우석훈 해제 / 찰리북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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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게마츠 : 성실함만 강조한다면 너무 힘들고 괴롭잖아요. 아니, 지나치게 성실하면 나중에는 지쳐 버리지요. 그러니까 활동도 이를테면 나는 매일은 할 수 없지만 주말만 활동한다든가 하는 식이면 좋겠지요. 편안하면서도 진지하게 말이죠.

 

  유아사 : 작은 활동가는 정말 그렇게 활동하는 사람들이지요. 그런 사람들이 늘어가야만 사회도 훨씬 더 품이 넉넉해질 것이고 살기 좋은 사회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232p, 본문 중에서-

 

 
  

# 구조적 빈곤, 고개를 돌린다고 외면할 수 없다.

  

  88만원 세대, 공무원에 대한 열망, 불안한 미래. 청년들에게, 그리고 삶의 기회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빈곤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지금도 내일의 꿈을 위해서, 많은 이가 공무원 시험 및 각종 시험과 대기업, 취업의 꿈을 꾸지만..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면, 취업 컷트라인이 올라가지, 모두가 공무원이 될 수 없다.

 

  '의자 뺏기 게임',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적은데, 앉으려는 사람은 너무 많은, 치열한 경쟁위주 사회다. 도태된 이에게는, '니가 노력하지 못해서 그렇다'라는 냉소와 '자기책임론'만을 강조하는 사회,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노력하지 않고 날로 먹으려 한다는 비판으로 지금까지 그렇게 빈곤은 외면되어 왔다.

 

  일본에서 빈곤문제가 큰 전환점을 맞이한 건, 도요타 자동차처럼, 대기업 파견사원이 대량회고를 당하면서, '자기책임론'이라 부를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나서부터이다. 한국 역시, 서브프라임과 여러가지 문제들이 직면했을 때, 관리자와 실제 책임자는 책임을 지지 않고, 가장 취약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희생되고 구조조정 되면서, 피해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서브프라임으로 인해 취업의 기회조차 받지 못한 취업재수생들, 이때가 아니면 취업하기 힘들다는 보이지 않는 나이로 인한 장벽, 능력이면 다 된다는 사회분위기가 한국의 현실이다. 공부할 수 없는 여건에 있는 이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현실은, 삶을 꿈꾸기보다, 절망과 비탄을 응시하게 만든다.

 

 

# 모두가 자신의 불만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다.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하는 이는 지식인들이다. 언론과 학자, 교수들은 사회의 문제에 대해, 말하지 못한 이들을 대신해서 그들의 분노와 괴로움, 힘겨움, 절망의 이유를 대신 말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올림픽이라는 큰 이슈, 경제극복이라는 큰 이슈만을 선점한 채, 파업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기회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말이 없다. 실질임금은 떨어지고, 금리가 올라가고, 물가가 올라가는데도, 공공요금은 올라가지만, 그에 대한 대안은 없고, 데이터요금제 폐지라던지, 기업의 이윤을 위한 정책에 대한 논의는 많은 언론들을 통해 다양하게 이슈화된다. 자본이 언론과 정치까지 통제하는 사회, 기업사회에서 노동자가 취약계층이 일어설 공간은 부족하다.

 

  '밑천'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 목표가 그리 높지 않지만, '밑천'이 적은 사람에게는 그 목표라는 것이 엄청나게 높아 보일 수 있다. - 40p.

 

  '똥돼지' 사건이 사람들에게 큰 이슈를 나은 것도, 주어진 혜택이 많은 사람들이 그 지위를 이용해서 부당하게 기회를 얻은 것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지위가 아니더라도, 상류층이나 부모의 지위와 경제력이 의해, 자식의 직업의 선택의 폭이 선택되어지는 한국의 현실에서, '대부분 니가 잘나서 그 자리를 차지하면 되잖아'라는 외침 뿐,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도쿄대 법대 대학원까지 나온 저자의 경력이 아닌, 모두가 불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저자의 외침이 좋았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풍경, 모두가 익숙하다고 느끼지만, 누군가가 먼저 그 벽을 깼기에, 그 다음에 좋아지는 사회적 관용의 벽을, 빈곤까지 넓히자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활동가의 모습이 좋았다.

 

  일할 때의 기초상식, 일본의 교육비, 부의 재분배, 넷카페 난민, 파견 노동과 파견 해고, 홈리스, 생활보호, 세계 대불황, 사회보장의 역사, 글로벌 경쟁까지. 구조적으로 혼자서 버텨야 하는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자에 앉지 못한 사람들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진지한 언급이 인상적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는 책이 가장 멋진 책이라 생각한다. 무언가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작은 손이라도 나도 도와볼까 하는 작은 행동을 이끌어 내는 책, 이 책이 그렇다. 빈곤은 나의 문제가 아닌걸 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어떤 사람도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지, 그렇구 말구'라며, 내가 행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 무얼까 고민하게 만드는 책.

 

  마코토의 외침을 조용히 듣다보면, 한국의 외곽지대에서 다른 사람들의 나은 생활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활동가의 모습이 보인다. 어쩌면 세상은, 보이지 않는, 그들의 작은 노력에 의해, 새벽에 첫 차로 출근하는 환경미화원 분들의 숨은 노력에 의해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경계는 무엇일까. 그것을 위해 우리의 세금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어떻게 사용하는게 가장 좋은지, 언론이 말하는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우리의 눈높이에게 말을 계속 꺼내는 일이, 용기도 없고, 시위를 할 자신도 없는 이에게 가장 강력하고 힘 있는 변화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자꾸 말하다 보면, 용기도 생기고 행동도 시작된다. 그 말은 누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깨어있는 한 사람이 시작하면 된다. 소심해서 용기가 없는 지인에게 좀 더 힘내자는 이야기를 하는 대신,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보자고 권유할까 생각을 했다.

 

  딱딱하고 경직된 운동이 아닌, 자유롭게, 하지만 무례하지 않게 자신의 불만과 대안을 말하는 사회를 꿈꾼다. 이 책은, 자민당 장기집권의 몰락과 민주당의 변화를 만들어냈던 한 사람의 진지한 고민의 기록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뀐다고 사회가 바뀌진 않지만,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더 나아진다 생각한다. 그 변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 여기에서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일이다. 귀찮다고, 피곤하다는 변명을 하지 않는 일. 부담스럽고, 무겁지 않게, 대화할 수 있는, 시작의 방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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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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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관심, 가장 비겁한 행동.

 
  하루 하루 지날수록 숨이 가파온다. 시내버스 요금부터 공공요금은 오르고, 일자리는 찾기 어렵고, 물가는 구름 위를 걷고 있다. 쏟아지는 비리로 가득 찬 뉴스는 볼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서 사람들을 만나기 겁이 난다는 이야기로 대화를 나눴다.

  무관심, 회피, 내 일이 아닌데... 경제 위기, 살인적인 물가를 겪으면서 드는 생각과 행동이다. 바꿔야 하는데, 화내야 하는데, 내가 바꿀 수 있을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래봐야 조금 있다 사라지고 마는 건 아닐까, 반값 등록금을 내 건 시위도, 크레인 위에서 목숨을 걸고 1년 넘게 싸우는 이에게도 잠깐의 눈속임이 지나고 나면 다들 외면하는 현실인데... 현실을 바꿀 수 없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까. 이런 마음만 가득찼다. 


  좋은 자리는 정해져있는데,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서 의자에 앉으려하는 '의자 뺏기 게임'이라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해진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나머지는 힘들고 어려운 삶을 아무 배려없이 살아야 한다. 의자에 앉지 못한 이에게 다가오는 건, '루저', '열심히 하지 그랬어'라는 비난과 열심지옥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절망 뿐이다.

  현실은 어렵지만, 해답은 보이지 않고, 아무런 대책도 보이지 않을 때 이 책을 만났다. 분노하라! 


#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는 일에서, 분노는 시작된다.

  
  누군가를 향한 비난을 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독립투사라 할 수 있는,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93세의 노 활동가는 타인을 배제하고, 참여라는 방법을 잃어버린 젊은 세대들에게 분노라는 이름으로 사회를 들여다보고, 무기력의 어둠에서 나오라고 외친다. 

  첫번째로 제시한 분노의 사항은 극심한 빈부격차, 그리고 인권. 프랑스에서는 이민자에 대한 태도가 문제가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다문화세대에 대한 차별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크게 늘어난 부동산과 금리, 물가와 무책임한 정부의 대응이 분노할 대상이다. 분노할 일은 많지만, 합법적으로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현실, 어쩌면 분노의 적극적 분출 방법을 찾는 일부터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39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내용은,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해보게 한다. 물론, 뚜렸한 방법이 제시되진 않는다. 스무살이 넘으면 다 알게 되듯, 세상은 좋은 방법 하나가 모든 걸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실타래처럼 얽힌 일듯이, 그때그때 변화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가던지, 더 힘들어지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저자는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고 지원하는 일에서부터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하나씩 행동해나가자고 외친다.

  그냥 모르는 척 외면하다보면, 나를 지켜주던 사람들은 다 사라지고, 지옥 속에서 홀로 버텨내야 한다는 현실, 알지만, 실제 움직이려 하면 여러가지 제약들이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게 한다. 힘들다는 외침을 모르는 척 하지 않고, 함께 화내주는 일, 고개를 끄덕여주는 일에서 공감과 분노가 시작된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일에만 파묻히지 않고, 다른 주변의 일에 귀기울여 주는 일, 대학등록금이 나와 상관이 없더라도, 내 친구, 내 엄마의 동생, 내 친척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 주는 일, 그리고 함께 방법을 찾아본다.
  
  조금만 변화가 지속되다 보면, 큰 흐름으로 형성될 거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면과 무관심이 아닌, 분노와 참여와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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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 - 중국 낙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31가지 근거
데이빗 매리어트 & 칼 라크루와 지음, 김승완.황미영 옮김 / 평사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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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의 눈으로 중국을 보다. 
  
 
   중국 내에서는 조금이라도 국가를 부정하는 낌새가 엿보이는 글들은 샅샅이 추적당한다. 그러다가 한 번 찍히기라도 하는 날이면 블로그가 ’반 자유언론’의 무기 역할도 하는 인터넷 상에서 불문곡직하고 매도되기 십상이다.
 
 ...
 
   이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중국인들이 현재 너무나 큰 재앙이 기다리는 절벽으로 꾸역꾸역 걸어 들어가고 있으며, 그 재앙은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이다.

 ...

  이 책은 중국의 희망찬 미래를 저주하려는 게 아니라 썩어들어가는 현실을 비판코자 하는 게 주목적이다. 여기서 시사하는 31가지 문제점은 논쟁이 될 만한 여러 사안들의 핵심을 수록한 것으로, 중국 인민들 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이들도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다.  

  16-19p. 서문 중에서...



  중국 제품이 세계를 장악했다. 나무젓가락부터 식품, 음료, 핸드폰 부품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벗어나는 일은 어렵다. 중국은 매년 고속성장을 통해 중국의 화려한 모습과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철저히 중앙당, 공산당의 통제 아래에서, 발전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 중국, 미국과 함께 막강한 군사력과 자본으로 조금씩 중국으로 세계의 중심이 바뀔거라는 걸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중국에서 많은 꿈을 꾸고 있다.
 
  중국에서 20년 넘게 체류한 지식인 두 명이 까칠한 시선으로 중국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두가 희망과 꿈의 대상으로 중국을 바라볼 때, 그들은 이런 문제점 때문에 중국은 절대 패권 국가, 중심에 서는 나라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 중국이 패권국가가 될 수 없는 6가지 이유.
 
 
  저자들이 중국이 패권국가가 될 수 없는 이유로 꼽는 부분은 통제와 억압으로 유지되는 민주주의가 아닌 통치체제가 첫 번째 이유이다. 국경 분쟁 및 식민지 탄압 등의 대국이 갖추어야 할 배려와 여유가 없는 모습을 저자들은 우려한다. 1인 1가구로 떠받들여진 1억명의 유리아이들과 사람의 목숨이 파리목숨처럼 낮게 평가되는 인권후진국이 세 번째로 중국의 발목을 잡는다. 짝퉁과 싸구려, 지배계층인 공산당과 블루 화이트 칼라의 부패로 만들어진 멜라민 파동과 중국산 식품 오염 사안들은 중국의 무역과 신인도에 악영향을 주는, 중국을 무너뜨리는 네 번째 위험요소이다. 절대 빈곤과 거대한 쓰레기, 계속되는 황사와 산림파괴로 인한 환경오염, 의료체계의 전반적인 문제는 중국이 짊어진 다섯번째 걸림돌이다.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점이 저자들이 제기하는 마지막 문제이다.
 
  서구에 문화에 익숙해진 저자들이 쓴 책임을 인지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자국의 문화를 기본으로 해서, 다른 체제의 중국이 앞으로 겪게 되는 위험요소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 중국이 미국을 넘는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31가지 사안보다 가장 중국의 미래에 걱정이 되는 부분은, 힘과 압력으로 다른 민족과 억압받는 대상을 탄압하면서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현실이다. 힘과 무력으로 누르는 압력은 때론 4-50년 오래 유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바닥부터 조금씩 무너지면서 현실을 나락으로 만들고, 체제의 붕괴를 만든다. 광주 민주화 운동, 4.19 혁명 등 한국에서 보여준 많은 변화의 시도의 근저에는 권력자가 아첨하는 사람의 입에 휩싸여, 진실을 숨기기 위해 민중을 탄압하다가 결국 그 체제를 유지하지 못하고 혼란의 상황으로 돌아갔음을 이야기한다.
 
  철저히 유지되고 있는 공산당 체제가 유지되려면, 팍스콘 등의 공장에서 자살하면서 비극적 현실을 보여주는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티베트 독립을 바라는 이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 이익이라는 이름 앞에서 힘과 경제력을 통해 조정하는 국가의 모습 등이 변화해서 다른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일까. 섹시한 정치인이 없다는 저자들의 비판은, 중국이나 한자문화권, 유교문화권에 스민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연장선에서 하는 비판이라는 생각을 했다. 중국도 아니고 영국도 아닌, 제 3의 나라의 독자이기에,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면서, 아닌 부분을 짚어가며 읽다보면 중국의 어두운 현실과 함께, 한국이 짊어지고 있는 문제 역시 응시하게 된다.
 
 
# 한국은 잘 성장하고 있는가?
  
 
  대통령 공약을 지키라는 시위도 경찰에 의해 연행되는 한국사회, 등록금의 부담으로 제대로 공부할 수 없는 대학생의 현실, 취업이 되지 않으면 살아가기 어려운 부족한 복지시스템, 고령화는 지속되는데 마땅한 대책은 없는 노인 무대책의 현실, 사교육, 내 자식을 위한 이라는 열망에 사로잡혀 모두가 경쟁의 바닥에 매여있는 교육시스템,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투기열풍을 조장하는 집값의 불안정과 물가 폭등과 대출 권하는 사회는 한국사회가 왜 발전하지 못하는지 응시하게 만드는 책이다.
 
  마틴 자크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과 존 나이스비트의 『메가 트렌드 차이나』 처럼 중국의 긍정적 급부상을 주장하는 책과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 한 인간도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듯, 지금의 중국의 밝은 햇살만큼, 긴 그림자가 드리워짐을 알았다. 해결책 역시, 중국 스스로 찾아야 하듯, 한국의 문제 역시 한국인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 타인의 모습을 보고, 지금의 내 모습을 비추어 보게 된다. 만족스러운 부분 만큼, 부끄러운 부분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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