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을 지키고 싶어했던 여인. 한 권의 책을 통해, 세상과 맞서 싸우고, 변화를 만들어 낸 여인. 뻔한 남자보다, 멋진 여성이 세상의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디버블링에 나오는 4명의 여성처럼.


살충제를 향한 정부의 입장과 싸워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원전을 향해 싸워가는 누군가를 떠올린다. 살충제의 문제를 제기해, 세상을 바꾼 그녀처럼, 원자력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경제성장이 떨어진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지금의 현실 인식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을까.

조직 활동을 하지 않은 그녀가 세상의 흐름을 바꿨듯이, 그 흐름이 나왔을 때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꼭, 사회 단체를 만들지 않더라도, 우리가 조금씩 더 관심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나눠간다면, 조금 더 세상은 더 밝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습작단의 다양한 1차저자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기 언어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그런 일, 뭐 그런건 어려우니까. 생태소모임을 통해, 그 희망의 끈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p.

  카슨은 침묵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던 메인 주 해안의 조수 웅덩이와 신비스러운 동굴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서, 아무리 작은 피조물일지라도 무자비한 해양의 조류에 맞서 비록 덧없을망정 집요하게 삶을 위한 투쟁을 계속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한밤중 바위투성이 해변 위로 기어오르는 고독한 게, 너무나 가녀리지만 도무지 잡히지 않는 날쌘 그 게들의 인상적인 광경을 향해 손전등을 비추곤 했다. 그 모든 생명체들이 위험에 빠지고, 급기야 인간의 삶마저 위기에 처하게 되자, 그녀는 더는 팔짱만 끼고 묵묵히 관망할 수 없었다. 그녀를 상원 청문회장으로 이끈 것은 바로 이 사명감이었다. 이것은 그녀가 죽기 전 힘겨웠던 5년 동안 내내 그녀를 지탱시켜 준 힘이었다. 

  레이첼 카슨은 무슨 대중 운동에 불을 지필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고독을 소중하게 여겼으며,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고 싶어했다. 조직 활동에는 거의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그녀는 마치 애초부터 증언을 위한 사람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만 같다. 그녀는 전후의 풍요 속에서 되레 무기력해진 중산층을 향해 그들이 귀를 솔깃 세울 언어로 혁명적인 책을 집필했고, 이 책을 통해 그들이 방기하고 있는 책임감을 일깨워주었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카슨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생명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던 비전을 사람들과 나누었다. 그녀는 바다에서, 새의 노랫소리에서 생명의 경이와 신비를 발견했다. 이러한 경이와 신비를 위해, 그리고 모든 생명체의 보전을 위해 나선 그녀의 증언은 끝내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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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에 관한 책 이어읽기로, 『아픈 아이들의 세대』와 『레이첼 카슨 평전』을 도서관에서 대출했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는 나와 상관 없다 생각했다. 도시 아이들 아픈 것 까지, 내가 걱정해줘야 하나. 싫으면 농촌으로 내려와 살던가. 그랬는데,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의 오염도와 한량님과 himjin님이 말했던 아토피의 고통과 한양방 치료들을 생각하며, 그들이 남이 아니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요새 중, 고등학생들을 많이 만나나보니, 아이들이라는 말에 관심이 갔다. 

  2005년에 우쌤은 이미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때는 MB가 이렇게 빚도 많이지고, 토건에 올인할지 몰랐을 때라서, 아이들 걱정까지 할 여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디버블링에서 보이는 어두운 분위기는, 2005년에도 여전히 우울한 현실인식과 대안 없는 방안으로 이어진다.  

  그래도 마지막 에필로그에 희망을 꿈꾸는 부분이 있어 글을 올려본다. 

  나중에 생태 소모임에서 기회가 된다면, 아줌마 참석자와 도시생활자의 경험을 충분히 들어볼 수 있는, 아토피, 건강, 아이들 특집을 만들어 이야기를 해 보았으면 좋겠다. 맛있는 식품법 혁명도 떠오르고, 다양한 책들과 이야기거리가 생각난다.  

253p.  

  10. 어린이 경제교실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뜻은 가상하지만, 프랑스나 영국 혹은 독일에서도, 미국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가 지구상에 유일하다고까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아주 드문 나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재테크나 주식투자법을 캠프까지 보내서 배우게 하는 나라도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 '경제 교육'은 사실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다. 배금주의에 찌든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들이다. 돈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배울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시장사회든 자본주의사회든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도덕에서 나온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쓰기 전에 <<도덕감성론>>을 먼저 썼다는 얘기나, 그가 경제학자 교수가 아니라 철학과 교수였다는 얘기는 어지간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지금 '돈독 오른 사회'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돈독이 오르도록 만든다. 그리고 돈독 오른 사회의 끝에서 아픈 아이들의 세대가 생겨나고 있다. 누구도 남 탓하기 어렵고, 누구도 책임을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1. 아픈 아이들의 세대는 해방 이후 나타났던 여러 세대와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질 것 같다. 아토피를 앓는 많은 아이들이 집 밖으로 잘 나가지 못하고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서울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은 혼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 특별한 세대가 자라나면서 세상의 모습은 많이 바뀔 것이다. 지금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이상한 교육장치들도 이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어른들이 자신의 꿈과 희망을 투영해서 만들어낸 야릇난 이데올로기들도 자연스럽게 해체되고 해소될 것이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들로 가득 차 있는 음식산업이나 눈에 보이는 것 위주의 인테리어산업 같은 것들도 모습이 많이 바뀔 것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상관이 없던 작은 이물질에도 이 특별한 세대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서 돈이면 최고라는 가치관도 사라질 것이다. 이 아이들의 증세와 통증은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선진국 혹은 살 만한 나라를 향한 첫 발을 떼게 될 것 같다. 북한의 '고난의 행군 세대', 그리고 남한의 '아픈 아이들의 세대', 그들이 손을 잡고 열어갈 세상의 모습은 지금 어른들이 상상하고 그리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일 것이다.

  12.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아이들이 살아남아서 그렇게 열리는 새로운 세상을 보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지금 부모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해주고, 아프지만 웃음을 잃을 수 있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지금은, 온 사회가 어머니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 순간이다. 어머니, 그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본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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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은 인간의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 도구일까? 동물은 감정 표현이 없고, 본능으로만 행동할까? 서양에서는 동물을 도구로 바라본다. 편집자 서문에 이런 내용이 잘 드러나 있다.

 

 

 

 


4p. 어떤 것이 가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본래 가치가 있든지 수단으로써 가치가 있어야 한다. 삶, 자유, 행복 추구는 '본질적으로' 가치가 내재한 것들이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가치이다. 우리는 이러한 가치들을 소중히 여기며 법과 규칙을 만들어 존중하고 보호한다. 돈, 자동차, 샴푸는 '수단으로써' 가치가 있다. 다른 것 즉, 본래의 가치가 있는 궁극적인 것들을 얻기 위한 도구로써 이들은 가치가 있다. 돈이란 행복을 증진하고 삶을 유지하기 위한 물건과 서비스를 살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우리는 세상을 도구로써 가치 있는 것과 목적으로써 가치 있는 것으로 나누고 도구가치를 목적가치에 종속시키려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단지 어떤 것이 본래 소중한지, 어떤 것이 단순히 수단으로써 소중한지 혼동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 한 그렇다는 말이다. ........ 노예제도가 바로 그러한 대표적인 실례이다. 노예의 가치는 노예 개인의 행복, 자유, 삶의 관점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사람들을 위해 노예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하는 관점에서 노예의 가치는 결정된다. 노예는 자동차와 다름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위한 도구일 뿐이다. 노예제는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존재를 단순히 도구적 가치를 지닌 존재로 취급하는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


.... 동물에 대한 도구적 관점은 인간의 영혼 깊숙이 스며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동물이 자신의 복리에 기여하는 만큼만 그 가치를 인정해왔다. 인간을 위해 동물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항상 판단의 기준이 된다. 우리의 먹이가 되는가, 우리의 옷이 되는가,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가, 우리를 위해 싸우는가, 우리를 안락하게 해주는가. 하지만 노예와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분명히 도구사용 능력이 있다. 동물은 여러 방식으로 정교한 도구를 만든다. 동물의 경우에, 그들의 본질에 대해 우리가 인식하는 방식은 훨씬 더 도구적인 관점으로 깊이 물들어 있다. 사실상 다른 방식으로 동물을 인식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이기심에 의해 뒷받침되는 우리의 전통과 습관의 힘 때문이다.


동물에게 권리가 있을까??


7p. 다시 말해, 동물의 삶, 자유, 행복에는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새로운 관점의 등장은 우리가 무심코 생각해오던 동물이라는 존재에 대한 개념정의를 다시 한 번 고민해보도록 자극한다. 이제 동물이 도구로써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주장으로 동물들이 전혀 마음이 존재하지 않는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라 감각이 풍부한 유정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점차 깨달아 가고 있다. 동물에게 특별한 권리와 보호를 부여한다는 생각, 동물이 도덕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우리는 이제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물의 관심이 무엇인지를 배려하지도 않고, 동물은 그냥 자유롭게 쓰다 버리는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 그 오만한 편견을 우리는 이제 벗고 있다. 동물들의 관심을 배려하는 일은 여느 사람들의 관심을 배려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통증의 정도가 같다면 사람보다는 어쨌든 동물이 덜 고통스러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해부학적 차이는 통증의 도덕적 무게를 덜어주거나 통증을 무시해도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10p. 롤즈는 원래 인간 사회 안의 재화와 기회의 분매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을 깨기 위해 이 문제를 제기하였다. 롤랜즈는 이를 더 근본적인 - 따라서 더 급진적인 - 질문으로 바꾸었다. 당신이 어떤 종에 속할지 모르는 상태에 있다면 어떤 판단을 할 것인지 묻는다. 이러한 질문은 착취당하는 동물, 인간의 무가치한 도구가 되는 동물의 입장에 섬으로써 현재 우리가 취하는 동물에 대한 태도의 모순을 드러내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그의 논의방식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운하고 특권적이지 않은 위치에 처하면 당신은 어떤 감정이 들까 항상 스스로 되물어보라는 오랜 진리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가장 확실한 방식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우연하게' 속한 집단의 견해만 두둔한다면 정의는 결코 설 수 없다.


롤렌즈는 탁월한 솜씨로 자신의 주장을 서두르지 않고 끈기있게 전개해 나간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있을 수 있는 반론들을 하나 하나 논파해 가면서 체계적으로 독자들을 도덕의 문제 속으로 인도한다. 우선 저자는 동물의 권리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도덕철학을 전반적으로 고찰하여 명쾌한 결론을 이끌어낸다. 그런 다음 이 결론에 비춰 실제 동물을 이용(남용)하는 여러 행위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본다. 이러한 2단계 논증은 저자의 주장에 있어 모두 기본적인 요소이며 따라서 동등한 비중으로 다뤄진다. 우리는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그 원칙이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무심코 행하는 일상적 행위에 숨어 있는 문제가 놀라울 정도로 뚜렷이 드러난다. 저자는 여기서 나오는 결론을 독자들에게 믿으라고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매번 논증을 할 때마다 롤랜즈는 자신의 주장에 완벽을 가하고 설득력 있게 만드는 데 힘 쓸 뿐이다. 아마도 동물들이 처한 가장 불리한 상황이라면, 동물이 스스로 자기 주장을 못한다는 것일지 모른다. 동물은 자신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저항하지 못한다. 어쨌든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 마크 롤랜즈가 동물들의 주장을 대변할 것이다. 아마도 이보다 더 뛰어난 동물권리 지킴이는 찾지 못할 것이다.


콜린 맥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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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도 감정을 느낄까? 라는 사소한 질문에 빠져, 책 절반을 단숨에 읽었다. 원제는 <Aniamls likes us>인데, 한국어판 제목은 강렬한 느낌이다. 동물원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저자에 대한 생각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박물관이나 교도소라고 할까. 인간에게 그런 공간에 있으라고 하면, 있을 사람이 많지 않을텐데... 우리는 쉽게 동물원과 수족관을 보면서, 생태계를 보존하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사냥, 공장형 축산, 애완동물까지... 책을 읽고 나면,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거라 믿는다. 문제는 100페이지를 넘게 읽을 수 있는 끈기가 있는가, 없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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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의 책들로 인해 생태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때, 『아름다운 생명의 그물』을 읽었다.

  생각해보면, 식물과 나무들이 내뿜는 산소 덕에 숨을 쉬고, 예전의 생명체들의 화석에서, 석유를 얻어, 그 에너지로 버스도 타고, 다양한 생활을 한다. 다양한 생태계의 동물과 생명체가 있기에, 지금 인간이 살고 있는데, 인구는 점점 늘어가면서, 환경은 파괴가 되어가고, 무엇보다 생명체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


  제일 눈길이 갔던 부분은 쐐깃돌 클럽- 누가 중요한가? 이다.  

   생태계는 얼마나 많은 다양성을 필요로 하는가? 라는 장에서, 우리는 아직도 많은 생태계의 족보를 구축하려 노력하지만, 아직도 측정하고, 관찰하지 못하는 많은 종류의 종들이 있다는 현실을 알았다.

   45p. 지구 생물 다양성에서 가장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은 종의 수가 열대지역에서 최대가 되었다가, 온대 지역을 거쳐 더 춥고 메마른 극지방으로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지구에서 가장 춥고 가장 건조하고 가장 바람이 많이 부는 남극 로스 사막의 사암 결정 지대 사이에 사는 자족적인 지의류 공동체 안에서는 고작 6종의 미생물만으로도 생태계에 있으리라고 예상되는 모든 과정들이 이루어진다. 이 공동체는 녹은 물이나 공기의 수증기를 포획하고, 바위 위에 쌓이는 암모늄과 질산이 함유된 먼지에서 질소를 모으고, 광합성을 하고, 성장하고, 번식하고, 분해하고, 영양염류를 순환시킨다. 이들은 1천만 년 이상 거의 변함 없이 그 상태를 유지해왔다. 

   반면에 아마존 강 서부와 보르네오의 습한 열대림에서는 1헥타르당 커다란 나무들이 300종 이상이나 자라고 있다. 이런 나무들에 붙어 자라는 덩굴, 난초, 착색식물들의 질량이 얼마나 되는지, 숲 바닥에서 자라는 관목의 질량은 또 얼마나 되는지, 이런 무성한 숲에서 생활하면서 이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 딱정벌레, 개미, 페커리, 재규어 같은 수많은 생물들의 질량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한 사람은 아직 없다. 

    .... 진짜 질문은 이런 것이다. 생태계 과정들이 유지되려면 공동체 내에 존재하는 모든 종들이 보존되어야 하는가? 열대림은 극지방의 바위에 있는 지의류 공동체에 비해 같은 공간당 생산하는 식물체의 중량이 300배가 넘는다. 이용할 수 있는 열, 빛, 물, 양분이 더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숲이 10종류, 100종류의 나무를 가졌을 때에도 그만큼 많이 생산 할 수 있을까?

  54p. ....... 한 종이 공동체의 다양성과 안정성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개념은 1966년 워싱턴 대학의 생태학자 로버트 페인이 처음 제시한 것이다. ..... 페인은 이 불가사리가 너무나 능숙한 솜씨로 홍합을 먹어치움으로써 경쟁력이 뛰어난 홍합들이 바위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페인은 해안선의 한 곳을 골라 불가사리들을 모두 제거해보았다. 그러자 홍합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다른 생물들을 몰아내고 바위를 점령해 다양성이 급격히 낮아졌다. 공동체에 있는 다른 불가사리 종들과 고등, 게 같은 포시작자들은 사라진 피사르테르를 대신해 홍합의 '독점하려는 성향'을 저지시킬 수 있을 만큼 먹성을 지니지 못했다. 그 결과 공동체의 종 수는 15에서 8로,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56p. ...... 확실히 그랬다. 연구자들은 해달이 돌아다니는 섬에서는 성게가 작고 눈에도 잘 안 띈다는 것을 알았다. 그 결과 갈조류 숲이 무성했다. 반면에 해달이 없는 섬에서는 갈조류들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홍합과 따개비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을제외하면 바다 밑바닥이 말 그대로 융단처럼 성게들로 가득했다. 이런 결과들을 근거로 삼아, 연구자들은 해달이 연안 공동체의 구조를 통제할 만한 능력을 지닌 쐐깃돌 포식자라고 선언했다.

결론은...


  315p. 불행히도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물 다양성 상실을 전면적으로 중단시키기란 불가능할지 모른다. 지구 육지 표면 중 공원과 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3퍼센트에 불과하다. 쟁기질이나 포장이나 집중 관리가 이루어지는 곳이든 시골이나 원주민이 사는 곳처럼 간섭을 덜 받는 곳이든 간에, 인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곳이 이미 95퍼센트를 넘어섰다. 대양과 바다는 지구의 70퍼센트를 뒤덮고 있지만, 착취와 쇠토로부터 정식 보호되고 있는 곳은 0.25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렇게 보호를 받는 수역은 거의 대부분 지구의 3분의 2를 뒤덮고 있는 대륙사면과 깊은 바다가 아니라, 대륙붕에 있다. 인구가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종이 미래에 공간을 덜 차지한다거나 자원을 덜 사용한다거나 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더 늪, 연안 수역, 사바나, 열대림에서부터 도시 하천변에 그나마 남아 있는 숲과 생울타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계에 부담을 덜 주고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우리가 자연계를 더욱더 약탈할수록, 지구의 인간 수용 능력, 즉 호모 사피엔스를 지탱하는 능력은 점점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무엇을 구하고 무엇을 방치할 것인지 제대로 알고 결정을 내리는 것을 선별이라고 하며, 그것은 보호론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전략이다. 하지만 이미 인류 사회는 없어도 사는 데 지장 없는 것들에 얼마 안 되는 보존 비융을 쓰는 쪽을 택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다. 노먼 마이어스가 쓴 것처럼, "우리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노아와 놀이를 하고는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신과 놀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설렁 모든 것을 구할 수 없다고 해도, 적어도 우리에게 식량, 물, 에너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더 제대로 이해하기를 기대할 수는 있다. 반드시 필요한 생태학적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것이 어느 생물 자원들인지, 자연계가 지구 규모의 변화를 어떻게 견뎌내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우리는 결국 어느 종과 어느 생태계가 미래의 인류를 부양하는 데 가장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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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p. 그러면서 이 책은 우리가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저자는 이 책에 나열된 사례들은 거의 모두 다른 목적을 갖고 이루어진 연구들에서 뽑은 것이라고 말한다.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말 그대로 본격적으로 다룬 연구는 이제 겨우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마치 잘 알고 있는 양 자연을 파괴하고 생물들을 멸종으로 내몰고 있다. 그 정도 파괴는 별것 아니라고 장담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장담이 헛소리에 불과하며, 신중한 태도만이 우리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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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 책 읽기는 마지막,『동물의 역습』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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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렐 차페크. 어쩌면 생태소모임이 아니면 평생 만나지 않았을 작가이다. 130년 전에 태어나고, 프라하를 배경으로 한 책을 많이 쓴 극작가이자 소설가. ROBOT 이란 말도, 그가 쓴 희곡 <R.U.R>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himjin님을 통해 알았다. 

   도서관에 구비된 책을 찾다, 도서관에서 로봇은 어린이 책이라서 건너 뛰고, 『단지 조금 이상한 사람들』, 『초록숲 정원에서 온 편지』를 빌렸다. 『단지 조금 이상한 사람들』은 즐거운 책이다. 웃음과 인간사회의 이면을 풍자, 재밌게 풍자하는 소설이다. 극작가의 그의 재치가 짤막한 소설에 잘 드러난다.  

   보행 금지 표지판 하나로, 아름다운 푸른 국화를 발견하지 못한 이야기가 실린, 「푸른 국화」를 읽었다. 정원사를 했을 정도로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카렐의 글은 자연스레 「초록숲 정원에서 온 편지」로 이어진다. 

  황폐한 땅에서 물을 뿌리는 호스와 잡초와 싸워가며 정원을 만드는 기쁨을 묘사한 머리글을 읽고 나면, 그냥 가볍게 지나가면서 보였던 잘 꾸며진 정원이 다른 시선으로 보인다.  

   13p. 이제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은 변했다. 비가 내리면 당신은 정원에 비가 내리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햇살이 비치면 그건 정원을 밝게 비추기 위한 햇살일 뿐이다. 밤이 오면, 당신은 정원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며 흡족해한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정원은 온통 초록빛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다 자란 잔디들은 이슬을 흠뻑 머금은 채 반짝거리고, 부풀어 오른 진홍색 꽃망울들은 장미 덤불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리고 나뭇가지에는 어느새 자랐는지 잎들이 무성하고, 습한 나무 그늘은 부엽 냄새를 가득 품고 있다. 그때가 되면 지금의 이 빈약하고 헐벗은 갈색 정원을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잔디인지 잡초인지 구분하기 힘든 최초로 돋아난 빈약한 잔디와 꽃망울들, 진흙투성이에 초라하고 애처롭기 그지없던, 막 만들어졌을 당시의 정원을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미래의 얘기이다. 지금으로서는 부지런히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돌을 열심히 골라 내야 한다.


  15p. 우리가 언뜻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정원사는 씨앗이나, 새싹, 알뿌리, 덩이줄기나 단측지 같은 것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환경과 자연적인 조건들을 통해 탄생한다. 

  어렸을 때 나는 아버지가 가꾸던 정원에 대해 삐딱한 태도를 보였고, 때로는 심술궃은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아버지가 화단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고, 덜 익은 열매는 따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에덴동산의 아담 역시 그 넓은 화단을 밟거나 '지혜의 나무'에 매달려 있는, 아직 익지 않은 열매를 따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아담 역시 어린 시절의 우리처럼 익지 않은 열매를 땄다.  

  .. 한창 젋은 나이일 때, 우리는 꽃이란 윗옷의 단춧구멍에 꽂거나 여자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만 생각한다. ...... 우리는 화단을 가꾸는 대신 소녀들의 꽁무니를 쫓아다니고, 야망에 탐닉하고, 자신이 직접 키우지 않은 인생의 열매들을 아무 생각없이 따 먹고, 대체로 아주 거칠게 행동한다. 아마추어 정원사가 되려면 성숙의 시기,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식을 낳아 기를 나이는 되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정원으로 만들 수 있는 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그리고 어느 날, 자신의 손으로 뭔가를 심는 일이 일어난다. (내가 최초로 심은 식물은 바위솔이다) 식물을 직접 심는 과정에서 손톱 밑이나 긁힌 상처를 통해 흙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서 일종의 중독 증세나 염증을 일으킨다. 일단 이 독에 감염되면 이후부터는 걷잡을 수가 없다. 요컨대 그 순간부터 정원 가꾸는 일에 열을 올리는 원예광이 되고 마는 것이다. 

  또 어떤 때는 이웃에게서 전염되어 정원사가 탄생하기도 한다. 아마 이웃집 정원에 피어있는 수염패랭이꽃을 한동안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이렇게 중얼거릴 것이다. 

   "빌어먹을, 나도 저 정도는 충분히 키울 수 있어. 두고 봐, 내 꽃밭이 훨씬 더 근사해질 테니까!" 

  그렇게 해서 탄생한 아마추어 정원사는 재배에 성공할 때마다 기운이 샘솟고, 실패할 때마다 자극을 받으면서 새롭게 일깨워진 열정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든다. 그리고 수집욕이 꿈틀꿈틀 용솟음치면서, 원예 사전에 수록된 A에서 Z까지 모든 식물을 자기 정원에 옮겨 놓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 후 수집욕은 보다 체계화되고 전문화되어 한 품종에 대한 열정으로 발전한다. 그리하여 그 열병은 지금까지 멀쩡하던 한 인간을 장미 마니아나 달리아 마니아, 그 밖의 별별 식물들에 집착하는 편집증 환자로 만들어 놓는다.
 

  그 뒤의 재미난 에피소드는 생략!
 

  다시 『단지 이상한 사람들』로 돌아와서, 선인장 수집에 푹 빠진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178p의 우체국 노파의 에피소드는 패스. 
 

  178p. 편지 도둑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 모략은 너무나 간단하니까. 나는 선인장 도둑에게 놓은 덫 이야기를 하겠다. 홀벤 식물원의 주 정원사로 있을 때의 일이다. 홀벤 씨는 누구나 인정하는 대단한 선인장 애호가이다. 홀벤 씨가 수집한 선인장을 돈으로 환산하면 30만이 넘을 것이다. 그 종류의 유일한 품종의 것을 제외하고도 말이다. 그 노인은 수집한 선인장을 일반에 공개하는 데도 아주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홀란, 선인장 수집은 고상한 취미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혜택을 줘야 해." 

  그러나 나는, 젊은 선인장 애호가는 금빛으로 빛나는 그루손을 보면 자기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도 크게 상심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늙은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법이다. 

  그런데 지난 수년 동안 우리의 선인장이 없어져 온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형제들이나 다른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했던 선인장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선인장이 없어졌다. 하루는 가시선인장 비슬리제니가 없어졌다. 그 다음은 그라에스네리가 없어졌고 곧 코스타 리차에서 막 수입해 온 비티아가 없어졌다. ...... 도둑은 전문 감정가임에 틀림없다. 

  노인네가 얼마나 역정을 냈는지 여러분은 상상 못할 것이다. 식물원을 닫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하지만 그는 풍요로움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야비한 도둑을 잡아들이라고 했다. 문지기를 해고하고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라고 했다. 경찰에게도 알리라고 했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5만 5천 개 화분 하나 하나에 보초를 설 수는 없는 문제였다. 궁여지책으로 나는 퇴임한 두 형사를 고용해 감시하도록 했다. 그런데 곧 필로세레우스 핌브리아투스를 잃어버렸다. 화분에 남겨진 것은 패인 자국 뿐이었다. 그것을 보자 나는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나 스스로 선인장 도둑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선인장 애호가들은 수도승과 같다는 것을 여러분은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구레나룻 대신 거센 털과 가시를 기른다. 그렇게 그들은 선인장에 미치게 된다. ...... 두 지도자로부터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자 나는 우리 식물원의 단풍나무에 올라가서 사태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생각을 할 때에는 나무 위에 올라가는 것이 제일 좋다. 올라와 있으면 모든 것과 약간은 멀어지는 기분이다. 물러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높은 곳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철학자들도 꾀꼬리처럼 나무 위에서 살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단풍나무 위에서 계획을 세웠다. 우선 정원사 친구들에게 썩어가는 선인장이 없냐고 물어보았다. 훌란의 실험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방법으로 2백여개의 선인장을 가져올 수 있었다. 밤새 나는 그 화분을 식물원 선인장 사이에 놓아두었다. 나는 이틀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흘째 되는 날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훌란 식물원 선인장 위협


비길 데 없는 훌란 식물원 선인장의 많은 부분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병으로 치명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볼리비아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청되는 이 병은 선인장에 침투하여 일정 기간 장복 기간을 가진 후 뿌리 부분을 붉게 한 후 전체로 퍼진다. 급속하게 전염되는 병이며 아직 규명되지 않은 소포자에 의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에 홀란 선인장 식물원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약 열흘이 지난 후 - 우리는 열흘 동안 선인장 애호가들의 질문을 피하기 위해 몸을 숨겼다 - 신문사에 다른 기사를 보냈다.


홀란 식물원 선인장, 구할 수 있는가?


K 식물원의 M 교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홀란 식물원 선인장에 발생했던 병이 특이한 열대성 노균병이라고 밝혔다. 감염된 선인장에는 하바드 롯센 정기제를 뿌릴 것을 권하고 있다. 홀란 식물원선인장에 대대적으로 행해진 이 치료방법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바드 롯센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다음 장소이다.


그 장소에는 비밀 경찰이 앉아 있었으며 나는 전화기 옆에 붙어 있었다. 2시간이 지나자 경찰은 도둑을 잡았다고 전화했다. 10분후에 나는 그 청년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무엇 때문에 저를 잡고 이러십니까? 유명한 하바드 롯센 정기제를 사러 온 것 뿐입니다." 청년이 항변했다.


"알아. 하지만 새로운 질병 같은 것은 없어. 네 놈이 홀란 식물원에서 선인장을 훔쳤지, 이 악당 같으니!" 나는 그에게 호통을 쳤다.


"그럼 새로운 병은 없는 것입니까?" 청년은 불쑥 말했다. "정말 다행입니다. 나머지 선인장들도 그 병에 걸릴까 봐 열흘 동안 한 잠도 못잤습니다!"


그를 잡고 나는 경찰과 함께 그의 아파트로 갔다. ........ 나는 세상에서 그런 소장품을 본 적이 없다. 그의 아파트는 여섯 평 넓이도 채 안 되는 좁은 공간이었다. 구석에는 담요와 작은 테이블과 의자 놓여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선인장이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선인장의 종류나 모양은 비길 데가 없었다.

어느 것이 훔친 선인장이냐고 경찰이 물었다. 눈물을 삼키고 있는 청년을 나는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경찰에게 말했다.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대단하지는 않소. 서장에게 가서 50크라운만 벌금으로 물게 해주시오. 나머지는 내가 지불하겠소" 

  경찰이 떠나자 나는 그에게 우리 선인장을 모두 내놓으라고 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그는 눈을 감지 못하며 물었다. "대신 복역하면 안되겠습니까?"

"안 돼. 우선 가져간 것 다 돌려줘."


그러자 그는 하나씩 꺼내 한쪽에 놓기 시작했다. 약 80개나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선인장이 없어진 줄 생각도 못했다. 내 생각으로는 여름 내내 훔쳐간 것 같았다. 나는 분명히 해두기 위해 소리쳤다. "이게 전부야?"


그때 그는 울음을 터트렸다. 예쁘고 작은 흰색의 레티를 집어서 나머지와 같이 놓았다. 그러고는 훌쩍거리며 말했다. "나머지는 모두 제 것입니다. 맹세합니다."


"그렇겠지." 나는 으르렁댔다. "이제 자네가 어떻게 훔쳤는지 말할 차례야."


"실은...." 그는 입만 달삭거렸다.. 그의 목젖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저는...... 그러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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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다보니, 책장에 꽂혀있는 『젠틀 매더니스』가 생각났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다른 책이 떠오르고, 다양한 생각들이 터져나온다. 이게 다 바쁘기 때문에 그렇다.  

  타샤 투더의 정원도 생각나고, 정원과 식물, 무엇보다 내가 내 주변에 있는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매우 적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이폰, 모니터, 컴퓨터, 노트북, 전자기기와 아파트 등 인공적인 건축물과 생산품에 빠져, 호흡하고, 살아 숨쉬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부끄럽기도 했고, 인간의 문명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 걱정을 심화시키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필요성을 알려준 책이 『아름다운 생명의 그물』과『동물의 역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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