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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트 뭉크 - 미술문고 208
장소현 / 열화당 / 1996년 3월
평점 :
절판




  #  뭉크의 절규.
 
 
   마음이 힘겨울 때가 있다.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다가 자신감 없이 한 일이 더 나쁜 결과로 다가올 때, 불안불안 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공포가 무엇인지, 절규가 무엇인지 생생하게 몸으로 체감한다. 불안과 절규, 인간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화폭으로 그려낸 이를 떠올리라면 뭉크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깡마른 여자아이를 그린 그림과 병든 아이라는 제목의 그림 등 뭉크 하면 어두운 기운이 먼저 떠오른다.
 
  책을 통해 뭉크의 생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80이라는 꽤 긴 생을 살았고, 작품의 대부분은 40세가 되기 전에 이루어졌으며, 말년에는 나치에 의해 힘겨운 생활을 했다는 점 등, 작품으로 기억하는 화가와 화가의 실제 삶에는 큰 폭의 차이가 있음을 배웠다.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만점이 넘게 그린 판화와 꾸준히 작품활동을 모색한 부지런한 화가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림을 보고 지나갔을 것이다. 본 만큼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만큼 보인는 것이 미술세계라 생각한다.
 
 
#  뭉크는 뭉클하다
 
 
  뭉크는 뭉클하다.
  그의 작품들은 묘하게 우리의 심성 저 깊은 바닥에 숨겨져 있는 인간적 본성을 들쑤시고, 우리의 정서를 뭉클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평소에는 드러내지 않고 사는 본성들, 그리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밑바닥의 본능적 정서들에 생생하게 파고드는 뭉크의 힘은 우리의 마음 구석구석으로 거침없이 스며들어 우리를 뒤흔들고 옥죈다. 그래서 뭉크의 그림을 대하면 벌건 대낮에 벌거벗은 듯한 얄궂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부끄러우면서도 시원하기도 한....
 
  12p, 에드바르트 뭉크, 장소현, 열화당, 1996
   
  뭉크에 대한 저자의 평과 뭉크의 그림 시기를 다섯 시기로 나누어 그의 작품세계를 다루고 있다. 어린시절 강하게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와 프랑스 유학을 통해, 예술이 꽃핀 시기, 스캔들로 인해, 그의 작품의 절정기를 살핀 후, 생의 프리즈, 삶과 죽음의 파노라마라는 내면에서 외면으로 바뀌는 시기를 다룬다. 마지막은 방황과 고독으로 가득한 그의 작품과 삶을 이야기한다.
 
  풍부한 도판이 글의 이해를 도왔다. 90개가 넘는 그림이 저자가 살았던 생애와 작품을 잘 보여준다. 뭉크의 그림을 보면 하늘에서 외줄을 걷는 이가 떠오른다. 흐릿한, 경계를 무너뜨리는 흔들리는 내면의 상황이 인물의 외부에 그대로 드러나, 마음의 흔들림을 자극한다. 작품을 보지 않았더라면, 뭉크가 같은 작품을 판화와 유채로 두 번 작업을 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았을 것이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판화의 질감과 매끄러운 유채, 같은 그림도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독자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느꼈다. 생동감이 넘치는 판화가 더 끌린다.
 
  저자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일본어로 된 뭉크 도판을 구입해 선물하고, 아내에게 번역을 해 주다가, 책으로 펴내는게 났겠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결혼 15주년 되는 날 원고를 끝냈다고 한다. 독신으로 살았던 뭉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는 글을 보다 살짝 웃음이 나왔다. 뭉크가 살아있었다면, 자신을 위해 글을 쓴 작가를 칭찬해 주었을 것만 같다.
 
  우울할거라만 생각되었던 화가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누군가를 알아나가는 일은 그와의 단편적인 추억만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생애 전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나의 풍경 뒤에는 그의 삶과 다양한 인연이 그림자처럼 깔려있다. 예전에는 작품에만 집중했는데, 현재는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라던지, 화가의 생애에 대해 좀 더 관심이 간다. 이 작품 이후로 화가는 어떤 화풍으로 나아갔을까, 화가는 계속 이 스타일로 그림을 그렸을까? 그의 생애는 어떠했을까 등 다양한 질문들이 떠오른다. 다행히 뭉크는 주변에 그를 이해해주는 이가 많아 다양한 작품과 평가 등 자료가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자신이 죽은 후에도 자신을 떠올려 줄 사람이 있고, 그를 위한 미술관도 있다. 불안의 대명사였던 그가 매 순간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화가로 기억되었다. 책이 그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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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를 부르는 그림 Culture & Art 1
안현신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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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Kiss,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키스, 포옹, 사랑 등은 둘이 함께 하여야 그 빛이 난다. 생활방식도, 삶의 가치도 다른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입술을 통해, 둘이 아닌 하나가 되는 일, 키스는 매혹적이고 달콤하다.
 
  인생에 기쁨이 있는 크기만큼, 슬픔의 자리가 들어차듯이, 키스 역시, 아름다운 풍경의 순간도 있지만, 배신과 불안, 두려움의 순간을 드러내기도 한다. 23편의 예술가가 그린 키스의 장면이 담긴 명화를 보며, 처음 느낀 생각은 무지개처럼, 키스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 다른, 다양한 상황에서 일어난 키스 장면이었다. 그림에는 화가의 생각이 배어있고, 화가는 그 시대의 삶의 양식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 작품을 통해, 시대와 화가의 삶을 읽다. 

    
  키스를 하는 두 남녀 뒤에서 그들을 짝사랑하는 한 사람이 있다. 키스를 하는 커플에게는 키스의 순간이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이겠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이에게는 가질 수 없는 고통을 확인해야 하는 아픔의 시간이 된다. 동시대를 살아가더라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가슴에 스미는 감정이 달라진다.
 
  열렬히 사랑에 흠뻑 빠져있던 샤갈의 그림에서는 사랑에 빠져있는 이의 따스한 열정이 느껴졌고, 어두운 방안, 얼굴의 윤곽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흠뻑 빠진 뭉크의 그림에서는 두려움의 마음이 가득찼다. 저자는 그림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함께, 화가가 살았던 시대와 화가의 살아가던 시대의 풍경도 함께 알려준다. 유년시절에 사랑했던 사람들을 잃어야 했던 아픔을 가진 뭉크의 삶에서, 그의 그림의 어두운 느낌의 이유가 이해되었고, 샤갈의 삶의 결을 통해, 그가 갈망했던 마음이 전해졌다. 
      
 
# 가상의 작업일지를 통해  화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조각부터 회화까지,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화가의 마음을 대신 짐작해서 저자가 쓴 가상의 작업일지가 6편이 담겨있다. 작품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닌, 편지와 새로운 방식을 통해, 예술작품과의 교류를 시도한 저자의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가상의 작업일지를 통해,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삶의 방식을 짐작할 수 있었고, 저자가 화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를 확인하였으며, 추신으로 남긴 키스마크 뒤의 이야기를 통해, 밝혀지지 않는 사실과 논쟁적인 부분에 대한 정보도 얻었다.
 
  보통 화가들이 활약했던 시대나 한 명의 화가나 유행하는 화풍을 통해 서양예술을 접해왔는데, 키스라는 독특한 문화적 주제를 통해서도 이야기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놀라웠다. 키스라는 행위가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로맨스와 에로스, 사랑 사이에서 이뤄지는 행위이기에,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이 식어갈 때 인간이 담는 그 마음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사탕키스처럼 달콤한 장면말고도, 시작하려는 마음이나, 질투에 자신을 무너뜨린 키스, 두려움의 키스 등 다양한 감정들을 예술가들이 그려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내 마음속에 숨어있는 감정에 화가가 표현하려는 감정이 숨어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었다.
 
  종교가 사람들을 매혹시키지 못하는 현실에서, 인간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종교는 사랑이라 생각한다. 사랑에 빠진다면,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키스라는 작품처럼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으며, 어떤 사랑을 꿈꾸는지, 다양하게 소개된 작품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따스하게 아이품을 안아주는 메리 카사트의 키스를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사랑을 듬뿍 받았던 시절을, 일상을 살다보면 쉽게 잊고살게 된다. 아이였을 때, 나를 감싸안아주는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을 떠올려 봤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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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구겐하임 자서전 - 어느 미술 중독자의 고백
페기 구겐하임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인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  부를 위해 미술작품을 모으지 않는다.
 
 
  미술을 잘 모르지만 페기 구겐하임이란 이름은 알고 있다. 『그저 좋은 사람』이란 책을 번역한, 예술가 겸 번역가인 박상미씨가 쓴 『뉴요커』란 책을 통해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녀가 처음 번역하고 싶었던 책이 페기 구겐하임 자서전이었다. 번역도 마치고, 출판사와 연락할 즈음, 이미 판권이 다른 출판사에 넘어갔음을 알고 망연자실한 일화로 페기 구겐하임을 기억한다. 어떻게 미술의 문외한인 그녀가 멋진 컬렉터로 변화하게 되었는지 자서전이 친절히 알려준다. 무언가에 미치도록 빠진 사람은 멋지다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일상의 행복 대신, 미술에 흠뻑 빠졌던, 특히 새로 두각을 나타낸 현대미술의 중심지 미국에서 큰 족적을 남긴 그녀의 삶을 대면했다.
 
 
#  예술에 빠지기까지, 솔직한 고백이 인상적이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는 과정들은 남에게 보이기 쉽지 않다.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던 그녀는, 결혼을 결심하는 과정과 그녀가 사랑에 빠졌던 남성들이 예술가였다는 행운을 받았다. 미술에 관심이 없던 그녀가 예술가와 사랑에 빠지면서, 하나씩 미술을 접하게 되었고, 그 열락에 빠져,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미술품을 사고, 예술가를 후원하는 일을 평생 지속한다.
 
  그녀의 주변을 스쳐갔던 예술가들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인상적이다. 그림을 보고, 화가의 삶에 대해 궁금해 하는 편이 일반적인데, 자서전을 통해, 페기의 눈에 비친 예술가의 성격을 떠올리며, 그들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옷을 살 욕망을 줄이고, 비싼 차는 팔고, 싼 차로 바꾸며, 자신을 수도사처럼 금욕하면서, 하루에 한 점씩 예술작품을 사모았던 열정의 시간들을 떠올렸다. 한 권의 멋진 책을 만나, 그 다음 책을 구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에 비해 예술작품은 고가의 과정이지만, 한 권의 책을 얻기위해, 다른 욕망을 포기해도 좋을만큼, 그 책과 대화하는 시간의 즐거움을 알기에, 그녀의 열정의 시간들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였음을 짐작하였다.
 
  세계대전의 위협속에서도 하나씩 그림을 모았던 그녀의 삶이 유년시절부터 베네치아에 머물 때까지 이어진다. 한 남자의 아내로 영영 남아있지않고, 많은 예술가와 교류하여, 예술가들을 후원했기에, 좋은 그림들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기회도 선사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의 작품이 하나의 공간에 머무는 과정 사이에, 많은 만남과 에피소드가 있음을 책을 통해 배웠다.
 
 
# 후원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다.
 
 
  무엇보다 눈길이 갔던 부분은 세금 면제나, 나중에 부를 증식하기 위한 재테크의 방법으로 미술작품을 모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예술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욕망을 절제해서 예술작품을 모으는 열정에 반해, 끝까지 한 호흡에 읽었다.  앨프리드 H.바가 정의한 후원자란 단순히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예술작품을 모으ㄴ른 수집가나 예술가를 돕고 공공 미술관을 설립하는 자선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예술가 모두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적절한 수단을 동반하여 그런 감정을 행동화할 의지를 지닌 사람이란 의미에서 페기는 후원자에 걸맞는 이라는 생각을 했다.
 
  재벌 총수일가가 매입한 미술품이 문제가 되어, 뉴스와 세간의 사람들의 입에 올랐던 일을 기억한다. 소박하게 사는 월급쟁이가 평생 돈을 모으더라도, 미술품 한 점을 살 수 없을만큼 큰 액수의 미술품을 보았을때, 이제 미술이 작품으로서의 가치보다, 돈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주목받는 시기가 되었음을 느꼈다. 지금의 고가에 팔리는 고흐 작품을 보며, 그림은 예술가가 그리고, 돈을 컬렉션이나 부자들이 버는 건 아닌가 하는 편견이 있었다. 이 땅에 사는 예술가들이 풍족한 생활이나, 좋은 후원을 넉넉하게 받아 예술작품을 만들기 보다, 생활고와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그림에 대한 열정을 쏟더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많았던 사실을 책을 통해 만났던 기억들이 편견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페기와 같은 후원자들이 많아진다면, 문화의 강국이 되는 일은 멀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잘 키운 예술가가 만든 그림으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마음놓고 작품에 매진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길을 많이 열어주는 일이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페기의 자서전을 읽으며,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예술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과 중동, 아프리카에도 많은 예술가들이 있을텐데, 언젠가는 유럽중심을 뛰어넘는, 컬렉터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이가 남긴 자서전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살아있었다면, 꼭 한 번 만나보길 소망했을만큼, 멋진 여성을 알게 되었다. 그녀 덕에, 그녀가 모은 작품들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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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사사진의 모든 것 포토 라이브러리 8
브라이언 피터슨 지음, 공민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 찰나의 순간, 생생하게 그 순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클로즈업 사진!
 
 
  사진을 보면,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생각난다. 멀리서 배경으로 보았을 때의 그의 모습, 가까이에서 바라본 옆 모습, 가까이 더 가까이 클로즈업해서 보고 싶은 눈까지, 누군가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그 인상을 기억하고, 뇌의 기억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찰나의 순간이 호감의 대상으로 그의 인상을 결정하기도 하고, 왠지 멀게 느껴져 멀리하고 싶게도 만든다. 하지만, 한 장의 사진이 그의 전부를 말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사진은 전부가 아닌, 짧고 강렬한 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멋진 친구다.
 
  그의 이미지라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았을 때, 호감을 갖거나 그를 달리 생각하게 만다. 수줍게 웃는 얼굴이 멋진 그에게서 거칠고 냉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나, 거칠고 냉정한 이미지의 그가, 뜨겁게 흘리는 눈물을 보았을 때, 즉, 다른 모습을 보았을 때, 그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지거나, 거리를 두게 된다. 사진 역시, 늘 보던 일반적인 구도에서 벗어나, 쉽게 놓쳐가는 이미지의 순간들을, 피사체에서 가깝게 촬영한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했다. 특히, 아름다운 꽃과 자연의 풍경들은 다양한 클로즈업의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창조적인 이미지를 보는 법부터 노출과 인물사진 등, 청어람미디어에서 출간된 브라이언 피터슨의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의 글은 친절하면서도, 뭔가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영감을 준다. 저런 사진을 꼭 찍어봐야지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접사와 클로즈업 사진의 차이는, 피사체보다 1배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사진은 접사, 그 이하는 클로즈업 사진이라고 한다. 항상 수동으로 초점을 조정해야 하는 클로즈업의 사진을 저자와 함께 따라하다 보니, 대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의 폭이 한 뼘 자란 기분이다.
 
 
#  다양하고 다채로운 렌즈와 친절한 설명에 빠지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렌즈에 대한 설명과 심도와 조리개, 클로즈업 팁과 실내촬영까지, 저자가 실제 촬영한 많은 사진과 설명을 듣다 보니, 사진기를 들고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보인다. 특히, 일반 자동 디지털카메라로도 과일과 채소를 파는 가게에서, 지나가는 나무에서, 내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얼마든지 클로즈업해서 담을 수 있는 많은 이미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좋았다. 어떤 장비를 갖추는가보다, 어떤 시선으로 피사체를 바라보는 일이 중요한 가를 배웠다.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 할까. 무엇보다 질감, 거칠고 부드러운 감각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그의 사진촬영의 비결을 배울 수 있어 좋다. 질감이 살아있는 사진은 표정이 살아있는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다양한 구도와 한 장의 사진 뒤에 많은 노력이 숨어 있다는 점을, 저자의 사진과 설명을 보며 깨닫는다. 가마우지 새 한마리를 촬영하기 위해, 77장의 사진을 촬영한 그를 보며, 짧고 순간의 강렬함을 보여주는 사진 이면에, 많은 노력과 시선들의 부딪침이 스며있음을 느낀다. 그저 스쳐지나가며 보던 한 장의 사진 뒤에도, 사진사에게는 많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한 장의 이미지를 선택하는 노력이 담겨있다. 조금 더, 진지하게 사진을 바라봐야 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진 뿐 아니라, 살아가며 부딪치는 많은 관계와 작품들, 방 안의 작은 공간에도 수많은 이의 숨결과 정성이 배어있음을 느낀다.
 
  지식이 자라고, 다양한 사진을 통해 눈이 호강했던 시간이었다. 타인에게 잘 보이는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라는 마음을 버리고, 열심히 찍는 수고를 감내하는 노력과 다양한 관점을 잃지 않으려는 유연성을 지닌다면, 빠른 시간에 타인까지 만족시키는 사진을 찍는건 힘들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흘러, 타인의 영혼에도 울림을 줄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사진기는 알아갈수록, 더욱 더 세밀하게 다룰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일도, 사진기에 익숙해지는 일과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늘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새로운 시선으로 데이트 하듯이 늘 함께 있는 일, 매력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사진기로 사진을 찍을 때와 낯선 이와 친해지는 과정, 둘 다 필요하다. 소장하고 있는 사진기의 기능을 다 활용해보고 싶은 욕망을 끌어낸 책이었다. DSLR을 소장한, 조금 더 가까운 세계를 바라볼 준비가 된 이의 품에 안겨주고 싶은 책이다. 책값이 싸진 않지만, 제 값 이상의 힘을 지닌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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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러브 - 사랑하는 영혼만이 행복하다
메이브 빈치 지음, 정현종 옮김, various artists 사진 / 이레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  너무나 익숙해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랑의 감정. 사진을 통해 다시 느끼다.
  
 
  소중한 존재의 가치가 그가 곁을 떠난 이후에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찾아오는 아쉬움의 감정들은 그 마음을 그때도 알았다면, 더 잘했을텐데라는 후회로 남는다. 뉴스를 보면,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소식과 분노와 짜증이 나게 하는 뉴스가 있듯, 세상에는 즐거운 일과 힘겨운 일이 동시에 공존한다. 힘겨운 일에 마음을 쏟다가, 정작 하루를 살아가게 만드는, 애정, 친밀감 등의 사랑의 마음은 잊고 살아간다.
 
  지하철 안에서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상대를 바라보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연인의 사진보다, 사랑의 속삭임과 사랑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활자를 좋아하는 난, 사진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정현종님이 옮겼다는 이야기에, 사진과 함께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책을 살펴보다보면, 포토에세이가 아닌, 사진집이라는 걸 알게된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M.I.L.K(MOMENTS INTIMACY LAUGHTER KINSHIP - 친밀감과 웃음 그리고 가족애의 순간들) 프로젝트이 열리고, 세계의 많은 사진 작가들이 사진을 보내왔다. 가리고 추려, LOVE라는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 있으신가요?
  
 
  하나의 사진에는, 사진이 말하지 못한, 독자가 놓치기 쉬운, 많은 뒷이야기들이 있다. 프롤로그에 실린, 킴 푹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 생각이 더 강해진다. 베트남 전쟁때 네이팜탄에 화상을 입으며, 도로를 뛰던, 벌거벗은 채 울면서 뛰던 소녀가 킴 푹이다. 베트남 전쟁의 폭력성과 사진을 찍은 작가를 풀리처상 수상자로 만든 한 장의 사진에는, 숨어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진을 찍고, 그가 그녀를 돕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생명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화상의 치료하는 고통의 순간에 정성들여 돌보아주었던 간호사가 없었더라면, 그녀를 사랑하는 가족들이 없었더라면, 그녀는 유네스코 친선대사로서의 지금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살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녀가 가장 감동받았던 사진은 머리가 다 빠져버린 아이의 볼에 뽀뽀려는 간호사를 찍은 사진이다. 그 사진을 보며, 그녀는 네이팜탄의 화상을 치료하기 위해,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던 병원에서, 그녀를 정성스럽게 돌봐주었던 간호사 홍을 떠올렸다. 100장의 사진이 독자 모두에게 큰 감동을 전해줄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100장의 사진 중에 한 장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억 아래, 심장에 숨쉬던 추억의 공간으로 여행하는 여행티켓이 되어주어, 마음을 변하게 만들어주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했다 생각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생명의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모습, 할머니의 손을 꼭잡는 예쁜 아이의 모습, 그저 바라보기만 헤도 설레는 순간,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찍은 사진 등 다양한 모습들이 책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과 사진 사이에는,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잠언들이 채워져 있다. 적지 않은 글 중, 눈물이 살짝 맺히게 했던 글귀는 잭 다이킹거의 글이었다. 사진작가인 그가 찍은 사진은, 누워있는 남성의 손을 꼭 잡고, 그의 이마에 키스하는 여인의 사진이었다. 맞은 편에는 병실에 누워있는 그를 간호하는 그녀의 모습이 4장의 사진으로 담겨있고, 사진 아래에는 짧은 글이 남겨져 있었다.
 
 
  내 절친한 친구 팀 캐러벨로는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다.

  집에서 간호하던 마지막 몇 주 동안 그의 아내 린다는
 
  이 친밀한 시간을 사진에 담아달라고 내게 부탁했다.
 
  단 한 번의 접촉으로 수많은 말을 전하는 매 순간이 소중한 시간을.
 
  그리하여 이것이 불멸의 사랑의 마지막 장면이다.

 
 
  돈이 없어 가난한 사람보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았을 때, 추억이 없는 사람이 가장 슬프다는 글귀가 생각난다.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을 살펴보면서, 추억이 없는 사람보다, 추억이 있음에도, 추억의 순간들을 잊고사는 사람들이 가장 가련한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국가에서 찍은 사진들은, 우리가 경험했거나, 쉽게 볼 수 있는 그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 주는 에너지를 전해준다.
 
  사진을 보고 상황을 짐작해 보다가, 책의 마지막 부분으로 가게 되면, 사진작가 약력과 사진 설명이 나온다.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했던 사진도 있었고, 전혀 다르게 생각했던 사진도 있었다. 처음에는 사진을 보고, 자신의 추억을 떠올려보고, 두 번째는 사진 설명을 보며, 사진의 뒷 이야기를 알아가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책은 사진으로 채워져, 많은 글이 보이지 않는다. 눈을 감은 채, 귀를 기울이면, 가슴에 숨어있던 이야기들이 가슴에서 추억을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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