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훈련소 -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
임정섭 지음 / 경향미디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  글, 어렵다고 고민하면 더 쓰기 어렵다.
 

 

  책을 읽고, 글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지 5년이 되어간다. 길지 않은 시간, 매일 책을 읽고, 한 줄이라도 그 느낌이나 글귀를 적으려 노력했다. 처음에는 그냥 글귀를 적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읽다보니, 욕심이 생기고, 나도 좀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 빠졌다.

 

  올해 한 해동안은 글쓰기에 관한 책 100권을 읽기로 다짐했었다. 요리 책을 100권 읽는 것보다, 하나의 요리를 백 번 만들어 보는 게, 더 요리실력을 발전 시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좀더 체계적이고, 도전의 그림이 보이는 방법이 소개된 책을 만나고 싶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헤매다, 결국 내 집이 가장 좋았던 집이었음을 깨달은 탕자처럼, 그렇게 글쓰기의 초심,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자로 돌아왔다.

 

  처음 초판본이 나왔을 때의, 희망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글을 잘 쓰는 능력이 있는 게 아니라, 포인트를 잡아 쓰다보면, 기술적으로, 기계적으로 상대가 충분히 납득하는 글을 쓴다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글쓰기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잘 쓰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해서 글 쓰기가 어렵다. 저자는 이런 걱정을 없애는 기술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  중요한 틀에, 맞춰 글쓰기를 연습하라.

 

 

  P, O, I, N, T. 알파벳 5글자의 첫 문자를 이으면, 포인트, 요점이란 뜻이 된다. 글의 내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요점과 아웃라인, 배경정보, 뉴스와 생각이라는 틀에,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을 넣으면 7문단이 된다. 7문단에 넣을 내용을 생각해서 넣다보면, A4 한 장의 글쓰기가 완성된다는 쉽고 간단한 방법이 글쓰기 문외한에게 도전해 보고 싶다는 희망을 준다.

 

  지금부터 연습하고 꾸준히 한다면 누구나 대작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와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멋진 글보다는 쉬운 글을, 예술적 감각보다, 기술적인 내용이 많다. 일단, 쓰도록 만들고 싶다는 작가의 생각이 책 전체에 가득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첫 걸음을 떼게 하거나, 주절주절 글은 쓰는데, 전체적인 맥락을 잡지 못하는 이가 읽고, 실천한다면, 글쓰기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틀에 익숙해져 더 나은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전에, 글쓰기에 대한 희망을 유지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북데일리를 운영하는 저자의 노하우가 반영된 책이다. TV, 영화, 드라마, 책 등 다양한 매체를 읽고, 글쓰는 방법에 대한 팁은 그 분야에 대한 첫걸음을 내 딛는데 큰 보탬이 된다. 무엇보다 콘텐츠와 스토리를 강조한 부분이, 시대의 흐름을 잘 이해하는 저자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  실용문을 더 잘 쓰고 싶은 이에게 어울리는 책. 

 

  학생은 레포트, 사회인은 보고서, 공무원은 공문서 등 문서를 읽고, 쓰는 일이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데 많이 필요하다. 멋진 문학작품의 감동을 전하고 싶은 이보다, 상대방에게 알아듣기 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은, 내가 읽었던 감동과 생각들을 잘 정리해 두고 이의 서가에 놓아두고 싶은 책이다. 특히, 따옴표로 시작하기, 질문을 던지며 들어가기, 줄거리를 요약하기, 개인적 체험 털어놓기 등 Intro에 대한 정보가 많아 좋았다. 알고 있었지만, 막상 글을 쓰려면 생각이 나지 않는 글쓰기 기술이 실제 글쓰기를 할 때, 두려움이라는 장애물을 넘는 힘이 되어준다.

 

  글쓰기 책을 읽어서 글쓰기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글쓰기 책을 읽게 하고, 더 나은 글쓰기 실력을 길러준다 생각한다. 글쓰기 책을 뒤적거리는 이에게 필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고, 생각을 표현하는 자신감이다. 자신감을 드러내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다. 한 달에 한 번 읽으며, 내 글의 수준을 점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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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 백탑 아래에서 흥겹게 노닐다.
 
 
  흐드러진 봄날이었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행적을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하던, 박종채는 아버지에게 글을 배우지 못한 점을 후회한다. 글쓰기를 가르쳐달라고 하면, 연암은 "매일 경서 한 장과 주자가 쓴 『강목』한 단씩을 읽거라"라며 글 읽기만 강조했다. 그러던 어느날 종채는 지인에게 아버지가 제자의 글을 베꼈다는 소문을 듣게 되고, 오해를 밝히려 마음을 먹는다. 그러던 그에게 『연암협 일기』라는 책이 도착하고, 종채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연암 박지원의 행적도 알아가고, 글쓰기의 비법도 배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백탑 아래에서 서얼들과 흥겹게 어울렸던 박지원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에, 스토리 텔링 기법을 넣어, 글쓰기의 비법도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고안된 책이다. 추리소설처럼, 비밀의 단서를 던져주고,  다음을 궁금해하게 만드는 작법이 인상적이다.


#  글을 배우다.
 
 
   지문이라는 아이가 아버지의 권유로 연암 선생에게 글을 배우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흥미로웠던 점은, 최근에 느리게 읽기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처음 연암의 가르침의 시작이 천천히 읽기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자네는 앞으로 공부법부터 바꾸어야 하네. 많이 읽고 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야.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음미하고 자세히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네. 알아듣겠는가?"
 
  "우선 『논어』를 천천히 읽게. 할 수 있는 한 천천히 읽어야 하네. 그저 읽고 외우려 들지 말고 생각하면서 읽게. 잘 아는 글자라고 해서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네. 반드시 한 음 한 음 바르게 읽게"
 
  ...

  느리게 읽으라는 것은 다시 말해 꼼꼼하게 읽으라는 뜻이었다. 꼼꼼하게 읽다 보니 예전에는 별 의심 없이 지나쳤던 구절들이 하나하나 걸렸다. 그럴 때면 더 이상 책장을 넘기지 않고 그 구절들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그런 식으로 한나절을 노려보며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그 의미가 이해되는 것이었다.
 
 ...

  '독서는 푹 젖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푹 젖어야 책과 내가 서로 어울려 하나가 된다'  이것이 내가 너에게 주는 첫 번째 가르침이다. - 정밀하게 독서하라.
 
 
  관찰하고 통찰하라. 원칙을 따르되 적절하게 변통하라. 희중을 정확히 전달하라. 관점과 관점 사이를 꿰뚫는 '사이'의 통합적 관점을 만들라. 법고의 묘, 법고 창신의 묘, 사이의 묘를 익혀라.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글쓰기 수칙 11가지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명확한 주제의식 갖기와 제목의 의도를 파악하기, 단락 간 일관된 논리 유지와 인과관계에 유의와 시작과 마무리 잘하기, 사례를 적절히 인용하고 운율과 표현을 활용하여 흥미를 더하며, 참신한 비유와 반전의 묘미, 함축의 묘미 살리기와 마지막 여운 남기기의 방법은 마음에 담아 둘 가치가 있었다. 사마천의 분발심을 잊지말라는 글도 기억에 남는다.
 
  연암과 제자의 대립관계를 통해, 이야기는 흥미진지해진다. 글쓰기의 방법도 자연스레 체계적으로 배우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연암은 정조의 글체에 비해, 소품이라고 불리는 자연스러운 문체를 새롭게 도입한 인물이다. 글을 쓰는데 치열하게 고민했던 연암의 마음이, 소설을 통해 다시 살아난 느낌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함을 느꼈던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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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기를 권함 - 2004년 2월 이 달의 책 선정 (간행물윤리위원회)
야마무라 오사무 지음, 송태욱 옮김 / 샨티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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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린 호흡으로 인생을 살자.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이란 책이 있다. 책, 이제 천천히 즐기면서 읽으라!, 매력적이고 창조적인 '오독'의 발견이라는 부제가 인상적인 책이다. 책을 읽는 방법의 저자는 느린 호흡으로 책을 읽기를 권한다. 소설은 속독을 할 수 없다. 책을 읽을 때 떠오르는 잡생각, 노이즈들이 책을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핵심 요소라 주장한다. 『책을 읽는 방법』이 소설을 좀 더 풍성하게 읽는 방법을 제시했다면, 이 책은 느린 호흡으로 인생을 살기를 권한다.
 
  고 권정생님의 추천사가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책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너무 많이 읽지 말라고 권하던 권 선생님은, 한 달에 서른 권을 읽는 아이는 절대 안된다며, 아무리 많이 읽어도 다섯 권에서 열 권이면 된다고 말씀하신다. 소년 시절 『죄와벌』을 이틀 만에 읽는 일이 후회된다며, 열흘간 천천히 읽었더라면 내용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었을거라 이야기한다.
 
  빠르게, 더 남보다 앞서야 한다며, 속도를 강조하는 정보화 사회에서 느린 호흡으로 책을 읽자는, 살아가자는 주장은 세상의 흐름과 어긋난다. 의미를 찬찬히 생각하다보면, 고속버스로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인생이 아니라, 자전거나 두 발로 거닐며, 주변의 경치를 내 온 감각을 이용해서 호흡하고 숨쉬며 살아가자는 외침이 느껴진다.
 
 
#  느리게 읽었더니, 더 깊은 삶이 보이더라.
 
 
  저자는 느리게 읽기를 강조했던 많은 문학가와 글쓰는 작가를 인용하며, 느리게 읽기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헨리 밀러, 엔도 류키치의 글을 인용하고, 느리게 읽었을 때 더 깊이 있게 느껴지는 체호프와 보바리 부인의 글귀도 인용한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글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한 줄이다.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세 번째 읽었을 때, 이 글귀를 발견한 저자는 글이 있었던 풍경을 그려주며, 이 글을 통해, 고요한 야음의 광경과 쓸쓸하고 절실한 그래서 행복감마저 들게 하는 깊은 마음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수 없이 스쳐지나가는 글귀들 속에, 마음을 서늘하게 만드는 글은, 작품과 함께, 작품을 읽었던 시간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든다. 글의 내용이나 요점등을 파악하기 위한 독서에서는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없다. 영화와 드라마에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인 부분을 많이 빼앗겼지만, 소설이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살아 있는 이유는, 이러한 즐거움을 향유하는 독자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  서가에 꽂아두고 마음을 다잡는데 사용하다.
 
 
  186 페이지의 짧은 글에, 책의 크기도 작다. 서가에 꽂아두고, 제목이 주는 의미만 생각하더라도 많은 이야기거리가 생각난다. 「천천히 읽는다」, 「행복한 책읽기」, 「생활의 시간」, 「대식과 다독」, 「독서의 주기」, 「책을 손을 들고」까지 6개의 글 모두, 느린 호흡으로 음미하며 읽기 좋다. 책이 만들어지는 시간만큼, 정성들여 책을 읽는 건 어떨까라는 저자의 물음표에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졌다. 누군가는 1년, 4년, 10년 이상 긴 정성을 들인 책을 난 하루나 이틀, 짧은 호흡으로 읽어나가고, 기억에서 잊고 살았다. 속도와 양을 자랑하지 않는다면, 자기만의 호흡으로 책을 읽는 일은 중요하다.
 
  비문학, 인문이나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분야의 책보다 문학작품에 특히, 느리게 읽으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다독도 하고, 통독도 하며, 정독도 하는 잡식성 책읽기를 하고 있기에, 저자의 책읽기 방법에서 하나의 방법을 고수하는 이의 강한 신념을 느꼈다. 엉금엉금, 한 걸음씩 걸으며, 깊게 세상을 살아가려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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