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 앞으로 만날 수 없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기에, 그리스어나 라틴어로 된 책들은 한글로 번역되지 않는 이상 만나보기 힘들다. 『도쿄와 천황대』라는 두꺼운 책의 리뷰를 쓰다보니, 일본 특유의 천황제와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의 이야기를 한국의 일반독자가 읽을 필요가 있는지 고민을 해 보게 되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미리 리뷰를 쓴 이는, 한국적 상황과 별 관계가 없는 글이며, 다른 저작을 통해서 독서에 관한 이야기는 충분히 알 수 있으니 읽을 필요가 없다는 글을 보았다. 그의 말에 동감하면서도, 전혀 다른 상황이 되면 글을 읽을 필요는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은 미국에서 번역이 되었지만, 일반 독자에게 알려지지 않은, 하지만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저자를 추리고 모은 후, 그에 관한 평을 한 책이다. 그리스와 한국에서 팔릴 것 같아 보이지 않은 꽤 많은 작품들이 현재 한국의 서점에서 번역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도쿄와 천황대』은 한국에 출간이라도 되었지만, 더다의 목록들은 만나보기 힘든 책들도 많으니, 읽을 필요가 없는 것일까? 어쩌면 더다의 글에서 이 딜레마를 넘어설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  그 어떤 광고보다 매혹적인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더다의 글.
 
 
  숨겨진 보석처럼, 처음 보았던, 이름으로 들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읽어보고 싶어진다. 저자의 소소한 에피소드나, 작품의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를 짚어내어, 때론 시대와 연결시키고, 때론 작가의 개성으로, 작품이 영향을 주었던 작가들의 이름들을 통해, 소개된 작가의 책이 읽어보고 싶은 목록에 하나씩 기록된다. 첫 문단을 읽으면, 끝까지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그의 매혹적인 글 솜씨 덕분이라 생각한다. 책 속에는 다양한 삶을 살았던 작가들의 풍경과 작은 에피소드, 작품 내의 인용이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작품과 작가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이렇게 소개를 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작품들을 쭉 읽어보았다는 전제인데, 얼마나 그가 풍부한 독서를 하고 있고, 꾸준한 글을 써왔는지 글을 통해 거꾸로 저자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일대기를 독서기록으로 풀어낸『오픈 북』을 보면, 저자의 풍부한 독서와 독서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느낄 수 있고,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한층 더 깊이있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함께 짝지어 읽어보라고 권하고픈 책이다.
 
  과거에도 그렇지만, 현대에도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제외한 많은 책들은 그 빛을 잃고 출판사의 창고나 독자의 기억속에서 사라져간다. 주류의 흐름에서 벗어난, 저자와 작품이 매력적인 책들은 관심을 기울이는 독자와 평론가들이 자주 나서서 발굴해 주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는 서평만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아직 출판시장이 열악해서인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깊이있는 평론이 아닌, 신문 한 면을 채울 수 있는 책에 대한 소개글을 쓸 수 있는 신문사와 잡지, 출판의 환경이 많이 지원이되고 그쪽을 공략하는 눈썰미 좋은 경영자들이 나와 작품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면 더욱 좋다고 생각한다. 비영리이면서 출판사의 지원을 받지 않는, 다양한 색깔을 많은 시도들이 나온다면, 한국에서도 빛을 보지 못하는 작품들도 재조명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자유롭게 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은 많이 부러웠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국에서 생활하는 영문학을 전공한 작가이기 때문일까? 동양에 언급된 텍스트는 부록으로 실린 『도덕경』하나 뿐이고, 아프리카와 다른 제 3세계의 작품들이 전무한 점은 그리스, 로마, 유럽, 미국 문화로 이어지는 그들의 틈 속에서 당당하게 세계 최초라는 말을 자신에게 책에 언급한 점은 그 역시, 그가 보는 세계를 전부라고 믿으며 이야기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미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출간한, 알려지지 않은 읽어볼만한 독서목록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오페라의 유령을 쓴 작가 가스통 르루가 기자시절, 제물포에 와서 러일전쟁의 영웅들을 취재하며, 유럽 중심의 시선으로 글을 쓴 책이 떠올라 마음이 씁쓸했다. 저자의 문제이기보다, 우리나라의 저작이 외국어로 다양하게 번역되지 못한 소통의 부재의 현실이 엿보여 마음이 씁쓸했다.
 
  매혹적인 출간되지 않은 영어책들을 소개받고보니, 영어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겨났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인식하려면 외국어를 숙지하는 건 또 다른 경쟁력이 된다는 점을 저자의 책을 통해 다시 통감하게 되었다. 그리스-로마, 유럽-영국, 미국에 숨겨진 보석같은 책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시인들의 작품은 한국에 번역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 출신이나 출판인 출신의 문화관광부 장관이 선정되어야 출판계에 지원이 잘 될 수 있을까. 달콤한 아이스크림같은 저자의 소개글을 본 후, 한국의 출판시장의 한계를 함께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좀 더 풍부한 독서를 하고픈 이에게, 교양을 넓히고 픈 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책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출판기획 시리즈 2
강주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 하루에도 끊임없이 나오는 책의 물결.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하루에도 많은 TV 프로그램이 독자를 유혹한다. <1박 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처럼 큰 자본과 인기도 높은 예능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심야시간에 많은 이들이 찾지 않지만, 기획의도와 교양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다양한 채널속에서 인기를 얻고 못 얻고는 정성도 중요하지만, 시청자의 선택이 가장 큰 영향을 차지한다.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편집자와 기획자들이 정성을 들여, 이 책은 사회에 의미가 있기에, 상업성과 사회적 의무 등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책을 출간한다. 
 
  많은 돈과 광고와 홍보, 저자로 오래 사랑받는 책이 있는가 하면, 작은 홍보로도 큰 의미를 만들어내는 책도 가뭄에 콩나듯 아주 작게 존재한다. 베스트셀러의 순위를 보지 않고도, 즐겁게 책을 고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내게, 유명한 번역자에서 출판 에이전시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강주헌씨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마트에서 주부의 손길을 기다리는 제품의 뒷공정을 알 수 있듯이, 수없이 나오는 책의 뒷그림자를 알 수 있는 기회이기에 망설임 없이 책을 선택했다.
 
 
# 기획과 출판 에이전시로서의 생활이 잘 드러난 책.
 
 
   다른 번역자들도 주강헌씨가 높은 수익을 얻었던 이유는 류시화씨와 함께 출판기획에도 함께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다른 책에서 본 기억이 있다. 책의 방향과 시장성을 고려해서 책을 낸다고 할까. 해외 에이전시로, 해외 출판사와 선인세를 가지고 고투하는 그의 싸움과 과정, 출판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잘 알 수 있었다.
 
  1부에서는 기획에 대해, 2부에서는 에이전시의 생활과 해외 출판사의 독창적이고 의미있는 기획의 사례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번역 작품이 출판에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 2-3위를 다투는 우리나라에서 번역작품이 어떻게 나오는지, 독점출판의 폐혜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하며 생존하는 경우처럼, 대형 출판사들이 전체 책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상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백화점도 좋지만, 다양한 재래시장과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이 출판계에도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독자로서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되었다. 돈이 되는 책만 출간되다 보면, 독자의 선택의 폭 자체가 제한받게 된다. 외국에서는 다양한 지원 뿐 아니라 독자의 폭넓은 관심을 통해,  책이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독자의 문제 이전에, 독자에 관심받기 위한 흥미있는 주제를 쉽게 풀어내는 저자의 눈높이 저술이 겸비되어야 출판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책은 출판사와 저자를 주로 보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기획과 편집, 교열 등의 출판사 내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많은 이들이 기획을 꿈꾼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다. 좋은 기획의 뒤편에는 좋은 편집과 방향성을 보는 안목이 기본이라는 점에 동감했다. 틈새시장을 노리는 신생출판사가 매우 많이 출간되고 있는 현실이다. 저자가 꿈꾸는 '서평전문잡지'가 형성되어 독자의 다양한 생각과 출판인이 흐름을 선두할 수 있는 시너지가 잘 발휘되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꿈꾼다.
 
  독자로서의 할 일은 많은 책을 읽고, 많이 사 주는 일이 좋다 생각한다. 그러기에 한국의 책값은 은근히 비싼 편이다. 직장인의 눈높이가 아니라, 중,고생, 대학생들이 기꺼이 책을 스스로 살 수 있기에 책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 출판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점은 아니지만, 정부의 지원이던지, 사회단체와 개인재단의 협업을 통해서 책을 읽고 나눌 수 있는 저렴하고 좋은 품질의 책이 많이 유통되기를 희망한다. 그런 토대가 갖추어지지 않는 한, 반값세일과 1+1에 눈독을 들이는 독자는 늘어날 수 밖에 없고, 그런 현상은 출판사의 대형화와 끼워팔기를 양산하는 결과로 결국 출판의 질과 다양성이 줄어드는 현실로 돌아설 수 밖에 없다. 저렴한 값에 책을 사기를 원하는 독자의 입장과 최소의 이윤을 추구해야 다음 책을 낼 수 있는 출판사의 선택, 그 둘을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책의 뒤편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에게 추천한다. 기획과 편집, 에이전시 일을 하고 싶은 이라면 꼭 읽어야 할 내용이 많다. 책을 좋아하는 중,고 대학생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래의 독자들이 건강한 책에 대한 안목을 기른다면, 우리의 출판시장도 많이 발전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양의 다양성은 풍부해진 시대, 질적인 다양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위기일수록 독자의 need와 끊임없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그 힘의 원천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자이름이 2009-06-0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자 이름이 '주강헌' 씨가 아니라 '강주헌' 씨인데요... 간단한 것이니 수정해주셔도 될 듯합니다. ^^;;

쿨앤피스 2009-06-02 09:51   좋아요 0 | URL
날카로운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
 
미디어 아라크네 - 정여울이 만난 방송, 드라마, 책, 사람들
정여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의 비평을 넘어, 미디어 비평으로.
  
 
  정보를 알 수 있던 미디어가 부족했던 시기에는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였지만, 미디어가 넘치는 시기에는 어떤 사안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또다른 사건을 터트려, 정보의 과잉을 통해 권력을 유지한다. 우리가 보는 뉴스가 공정해야 하는 이유와, 신문이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암묵적으로 당연시하는 기준의 잣대가 뉴스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평론이라고 하면 문학평론이 가장 큰 권위를 차지했는데, 인터넷과 다양한 매체의 출현으로 그 권위가 상실되고 있다 생각한다. TV, 드라마, 영화 등 일상에서 쉽게 볼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자의 함의와 내용에서 우리의 삶의 모습이 때론 더 강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저자는 다양한 미디어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엮어, 현대사회의 삶과 풍경을 읽으려 한다.
 
 
# 지적이며, 권위적이지 않고,  공감하기 쉬운 저자의 글들.
  
 
  저자의 메세지는 철학적이지만, 저자가 사용하는 소재들은 일상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일상을 살며 잊기 쉬운 꿈은「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지식인을 바라보는 시선은「눈의 여왕」으로 이야기한다. 현란한 외양 뒤 권태와 고독, 대화로 슬픔을 웃는 살풀이의 상상력을 개그 프로그램「사모님」으로 이야기한다. 돈이 되지 않고, 난해한 용어가 많아 다가가기 힘든 철학이다. 철학과 인간 사이에 놓인 넓은 강을 저자가 짠 카페트를 통해 바라보다보면. 철학에 이야기에 성큼 다가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의 글은 읽기 쉽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곱씹어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높다.
 
 
 비평자가 가지기 쉬운 권위의 색채가 없다는 점이 좋았다. 자신이 경험했던 소재들을 통해,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하면서도,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깊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사안들이 많다. 단순히 웃고 즐기면서 넘어가는 이야기들 속에, 삶에 대한,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담겨있다. 비평가들이 휘두르기 쉬운 날선 검을 저자는 따스한 애정을 담긴 칼로 사용한다. 위독해서 떨쳐야 하는 수술대의 의사처럼 냉철하게 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처와 고통을 아파하며, 그 모습 그대로 바라보며 칼을 사용한다고 할까. 팬클럽회원의 맹목적인 추앙이 아닌, 따스한 시선이 글에 묻어있음이 느껴져, 오래오래 곱씹으며 저자의 글에 빠져들었다.
 
 
#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매혹적인 글.
 
 
  드라마와 영화를 제외한 저자가 선택한 책은 쉽게 도전하기 힘든 책이다. 『비극의 탄생』, 『분서』, 『남자의 탄생』,『탐史』등 인문학 책도 많다. 그의 글을 읽으면, 당장이라도 책을 읽어보고 싶게하는 매혹적인 글 솜씨를 지니고 있다. 생계의 위협을 받지 않는 이상,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비평을 하지 않는, 침묵으로 지키는 것이 제일이라 생각하는 저자의 비평관은 김병익씨의 관점과 닮아있다. 친구를 소개받을 때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소개했을 때 낯선이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듯이, 글에 빠져 기대를 가지고 읽다가 예상과 다른 책을 만나기도 했다. 책을 읽지않았었던 시절에는, 저자의 글이 광고처럼 판매를 위한 홍보글이라 치부했겠지만, 작품을 읽고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나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사회와 삶의 풍경에, 비평의 대상을 도구로 활용하는 듯 보였다. 보고 싶지만, 보이지 않는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때론 현미경으로, 어떤때는 망원경, 안경이 되어, 시점이 이동과 적절한 초점을 가진 렌즈로 사회의 풍경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지금 이 순간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관점에서 글을 써야하는지 많이 생각하게 해 준 책이였기에, 하루면 읽을 수 있는 책을 나흘간 책을 붙들고 찬찬히 독대하듯 다시 읽었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용서할 수 없는 것들에게」라는 제목의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읽고, 2년 전에 종영된 프로그램을,  1회부터 16회까지 보았다. 경쟁과 돈이 많은 걸 해결해주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많은 풍경들, 걱정해주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는 따스한 마음들, 세상을 원망하고 까칠하던 이의 마음의 빗장을 풀어헤치는 모습들, '에이즈'가 주는 심정적 공포와 편견, 마음에 둥지를 튼 죄의식은 살아남은 자에게 그대로 전이된다는 것을, 가해자의 죄의식과 피해자의 피해의식은 미안하다는 한 마디 말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 삶을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조금씩 벗어나야 한다 이야기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잊고 살았던 어쩌면 다시 보지 못할 드라마를 다시 만나게 해 준 것만으로도 책을 읽은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한동안 그가 읽고, 보고, 느꼈던 매체의 대상과 함께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다음 책은 『은유로서의 질병』과 『타인의 고통』이다. 많은 이들이 격찬하고, 칭찬하는 책도 나와의 인연의 끈이 닿지 않으면 쉽게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봄이가 친구들의 냉대와 어른들의 편견과 공포에 힘겨워하지 않게하는 힘을 『은유로서의 질병』을 통해, 나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이미지로 학습하다보니 무뎌지는 감정적 둔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타인의 고통』을 통해 찾을 계획이다. 작가와 작품이 아닌, 사회의 풍경을 들여다보는 비평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저자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전산 이야기 - 불황기 10배 성장, 손대는 분야마다 세계 1위, 신화가 된 회사
김성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 불황이 무서운 건, 공포와 불안이 모두의 가슴속에 내재되어 희망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환율을 하늘을 향해 달려가고, 주가는 낭떠러기를 향해 곤두박두치는 요즘, 불황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웅크리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인간은 의욕을 잃고 만다. 자본주의 사회일수록, 돈이 잘 돌아야 기업과 가정, 국가가 모두 싱긋 웃지만, 움추려들어 돈을 쓰지 않게되면, 결국 모두가 망하고 만다.
 
   헤이세이 10년, 일본은 버블경제의 충격을 맞아 10년간의 불황을 겪어낸다. 잘못된 시스템이 만들어낸 절망의 상황, 모두가 희망을 잃고 힘겨워하고 있을 때,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더 성장한 기업이 있다. 정말 강한 기업은 위기에 더욱 강해진다는 신념으로,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회를 잘 잡아 더욱 성공의 길로 매달린 회사가 있다. 잘 되는 회사에는 인재가 적재적소에 등장하듯이, 위기의 상황을 이겨내는 힘 역시, 회사원의 마음에 극복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시작된다. 결국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사람만이 위기를 잘 이겨내었다는 이야기를 일본 전산 이야기에서 보여주고 있다.
 
 
# 일반적 회사규칙과 다른, 발상의 전환.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 되다.
 
  
  회사의 직원을 뽑는 면접장에서는 밥 빨리 먹기 시험과 화장실 청소, 오래달리기 시험이 열린다. 질문을 통해 대답을 준비했던 구직자의 발상을 깬 엉뚱한 시험에는 경영자의 독특한 철학이 담겨있다.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 태도를 보기 위한 화장실 시험, 일처리 방식을 볼 수 있는 화장실 청소, 열정과 투지, 인내심을 시험할 수 있는 오래달리기를 통해, 말과 이미지가 중요시 되는 시대에서, 인간의 내면에 스며있는 투지를 측정하는 마인드가 흥미로웠다. 평범하지 않은, 위기를 기회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인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신상태를 강조하는 시험장의 이면에는 강한 단결력과 모든 직원의 같은 마음인 화합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칭찬과 긍정의 힘이 비즈니스계를 휘감은 이 때, 일본전산이야기에서는 열정과 채찍으로 분발을 요구할 것을 이야기한다. 편한 일자리가 아닌, 기회를 주는 회사, 실패한 사람의 도전적인 마인드를 칭찬하는 여유, 꾸중에는 관심과 애정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에피소드에서, 직원을 일을 처리하는 조직의 구성원이 아닌, 인간적인 면으로 대하는 애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조건 호통을 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지적해서 고칠 수 있게 하는 마음, 힘들지만, 더 나은 기회를 주는 CEO의 지원이 있기에 회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힘을 내었다고 생각한다.
 
 
# 위기는 기회다.
 
  
  조직을 휘감은 열정에 동기부여를 하고, 세계 최고라는 마음과 회사의 명예심을 강조하여 일본전산은 먼 미래를 달려가는 초석을 다져왔다. 모두가 힘들고 어렵다고 움추려드는 지금, 가장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회사에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열정을 심는 일이다. 힘들다고 웅크리는게 아니라, 더욱 더 분발해서, 최고와 도전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한다면, 회사원이 하나로 단합이 된다면, 평소보다 더욱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일본전산은 실제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모든 것은 인간에서 시작해서 인간으로 끝난다고 한다. 직원 회사의 안일한 마인드가 작은 실수를 만들어, 결국 회사의 이미지와 매출에 큰 악영향을 미치듯이 도전하고, 열정적이고, 승부를 걸 수 있도록, 회사에서 충분히 지원하고, 적절한 대우를 해 준다면, 인간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무대를 만들어준다면, 그 회사는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힘들다는 손바닥 안쪽만 보지 말고, 도전하겠다는 손바닥 바깥쪽을 바라보는 용기와 열정,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쉬운 일이지만,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평생을 가도 힘들만큼 어려운 일이다. 불황과 절망의 에너지가 넘치는 시대, 지금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믿음, 관점을 바꾸는 시선의 이동과 인간의 가능성을 믿는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 대한민국, 저들의 공화국 - 토건.시장 만능, 미국.재벌 프렌들리, 딴나라 2MB정권
지승호 인터뷰 / 시대의창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일주일마다 초대형 사고가 펑펑 터지는 대한민국 사회, 답답하다.
   
   
  김어준씨가 상담가로 나서는 칼럼에서 좌파와 우파의 경계를 나눈 대목이 생각났다. 삶이 불확실한 시대, 공포에 대응하는 방식이 좌파와 우파는 다르다고 한다. 우파는 세계를 약육강식 정글로 보고, 두려움을 포식자가 되어 더 많은 자원을 독점해 스스로 살아남으려 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자원의 사유보장과 질서유지를 위한 위계를 중요시한다고 한다. 좌파는 정글 자체를 문제 삼는다고 한다. 개인이 아니라 정글탓이므로 정글의 공포를 잘게 나누어 각자가 감당할 몫을 줄여 대응하려 한다고 한다. 결속을 강조하고, 평등에 민감한 수평적 관계지향성, 키워드는 연대와 염치, 때로 도덕적 우월의식과 지적오만은 그들의 단점.
 
  현실은 고유가와 고환율, 주가폭락, 뉴타운의 증가, 비정규직 양산 등이 많아져서 기대와 다르지만, 정말 시민들을 위해 잘 해 주었으면 좋겠다. 하다못해 공기업 신입사원의 임금을 20프로 줄인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제로 고위공직자와 임원들은 50프로씩 감원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이 아닌, 고용유연화가 아닌 방식으로, 예측하지 못했던 재앙의 시대를 견딜 수 있게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다. 
  
   
# 한국의 병든 사회 구조의 원인을 제시하는 6인과의 인터뷰.
 
 
  한강을 경계로 강남과 강북이 나뉘듯이, 저들과 이들의 경계는 너무나 멀어 남처럼 느껴진다. 원인을 알아야 해법을 알 수 있다. 양극화가 심해진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그들의 공화국’에서 ’우리의 공화국’이 되는 과정을 위해 끝없는 문제제기를 시도하는 6인을 지승호씨가 만났다.
 
   홍성태씨는 한반도 대운하가 왜 대재앙이 될 수 밖에 없는지, 박상표씨는 한미 FTA에 건강주권이 얼마나 침해당했는지 알려준다. 생태마을 공동체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교수 이장님인 강수돌씨는 1차 산업의 중요성과 노동의 재의미, 경쟁을 강조하는 현행교육이 환경을 너머 인간을 파괴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생명을 노래하는 아나키스트 조약돌씨에게서는 연대와 국가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고, 김용철 변호사로부터는 이미 삼성공화국이 되어버린, 삼성 핵심인사들의 재산승계와 ’이건희 일가의 비자금’에 대한 모두가 알지만, 삼성을 위한 길이 나라를 위한 길이라 착각하며, 쉬쉬 넘겨버리는 현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김상조씨를 통해서는 한국적 대타협이 힘든 현실과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어디서부터 우리사회가 병들어 있는지, 가장 크게 병든 부분에 대해 여섯명의 인터뷰를 통해 전체적으로 병들어버린 한국의 사회 건강 상태를 볼 수 있다.
 
  언론에서 터트려주지 않기에, 이런 내용들은 더욱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상식이 통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속에 묵시적으로 피해온 ’친일문제’, ’재벌의 지배구조’, ’미국에 많이 의존했던 현실적 상황’, ’경제만을 강조했던 시기’, 한국 특유의 문화가 결부되어 이것들을 해결되지 않는 이상,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론과 교육, 국방만이라도 바로 선다면 나라의 미래는 걱정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언론은 광고로 통제가 가능한 자본에서 자유롭기 힘들고, 교육은 인사고과가 결부되어 있어,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특기생의 성적을 누락하는 결과를 보고하고, 교수들의 파벌이 더욱 견고하며, 국방이 중요하다며 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했던 국방부 역시, 인사권을 지닌 권력에 대응하기 힘들어 성큼성큼 큰 양보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자기 지향성을 위쪽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까지 결부되어 단 시간내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현실이 눈에 보인다. 분노의 에너지는 솟구치는데, 뚜렷한 대안은 없는 상황, 절망의 늪에 빠진 기분이다. 그래도 모르는 채, 헤헤거리며 좋은 세상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보다는 우울하는 면이 내일을 위해 낫다며 마음을 달래본다.
 
 
# 대안은 없다. 꾸준히 감시하며 잊지 않는 것이 최선.
 
    
  광우병 예방을 위해 전수조사를 하는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체적인 위생시스템도 열악하고, 개인의 복지부분도 사회에 기댈곳이 없이 오로지 가정내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당장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세력도 없고 대안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경제만 잘 되면 된다는 마인드, 내 자식은 잘 살아야지라며,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 끌려들어가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이상, 양극화와 문제들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씁쓸하다.   
 
  뉴스에 나온 정보만 습득하는 대학생들이 읽어보기를 권하는 책이다. 한국 사회가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가장 큰 위험을 지닌 요소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즐거운 답이나, 우울한 현실을 치유할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는다. 늘 살면서 좋은 것만 입고, 좋은 모습만 보며,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현실의 밝고 어두운 면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회의 거친 물살에 휩쓸리기 전에, 맑고 예쁘게 포장된 현실만, 난 능력이 되니까 괜찮을거야 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