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김영수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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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사기열전, 그 속에서 지혜를 배우다. 

 
  그래, 알고 있다. 그 많고 많은 고사성어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가슴을 뛰게 하고, 인간의 생로병사, 희비를 모두 느끼게 하는 이야기가 모두 사기에 담겨있었다. 130권, 52만 6500자로 이루어진 사기를 다 보진 못했지만, 사기열전으로 나온 축약본과 이야기 형식의 글은 학창시절에 많이 찾아  읽었다. 내게도 '관포지교'와 같은 친구를 사궈야지, 한신처럼 때를 놓쳐서 개죽음 당하지 말고, 장량처럼 박수칠 때 떠나야지 등 이야기 속에서 삶의 지혜를 많이 배웠다. 

  저자는 난세를 '믿음과 꿈과 희망을 잃은 시대'라고 정의한다. 경기는 어렵고, 정치에 대한 불신은 높아지고, 인심은 각팍해지고, 연쇄살인범이 검거되는 꿈은 보기 힘들고, 갈수록 수렁밑으로 빠져드는 느낌, 기분대로라면 난세가 틀림없는 것 같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난세는 달리 말하면, 영웅이 배출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영웅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세상의 늪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옛 사람들의 흔적을 통해 알고 싶었다. 마침, EBS에서 32강으로 강연했던 프로그램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동양의 사상에는 때가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시의적절하게 나온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너져 내린 희망의 작은 씨앗이라도 움켜지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 저자의 해설이 돋보이는, 지혜와 성찰을 안겨주는 사기 이야기.
 
  
   사마천은 드라마 '왕과나'의 처선처럼 내시의 상황에서 사기를 집필하였다. 16년간 치욕의 삶을 견디면서 그가 사기를 쓴 배경과 연유, 그의 삶에 대해 2강에 걸쳐 이야기한다. 억울하고, 인간으로 겪을 수 있는 치욕을 겪었지만, 그는 살아남아 큰 뜻, 세상에 길이 남는 역사서를 남기기 위해 스스로 궁형(내시가 되는 형벌)을 선택하였다. 사마천이 태어난 마을을 통해, 그의 자취와 그의 사망과 태생을 추적한 저자는 사기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성찰된 지식을 하나씩 알려주기 시작한다.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가 7강, 진시황과 관련된 이야기가 2강, 통찰력이라는 주제로 4강, 생존이라는 테마로 3강, 우정, 조직, 약자 등 인간관계에 대해 4강, 현재로 말하면 공무원인 관료에 대해 2강, 경제철학에 3강, 인재에 4강, 총 31강이 진행된다. 예전 축약본이나 열전만 모은 책에서는 저자의 설명없이 이야기로만 전체 이야기가 진행되었지만, 『난세를 답한다』에서는 저자가 말하고 싶은 지혜에 걸맞은 이야기가 사례로 뒷받침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치 앞도 내도 보기 힘들정도로 막막한 현재의 경제상황이지만,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고, 그 원인을 찾는데는 과거의 일에서 찾는 일이 가장 쉽다. 옛 사람들이 먼저 부딪쳤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삶의 자세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할까. 막막하던 어둠속에서 혼자 길을 걷는 느낌이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작은 등불 하나를 얻은 느낌이다.
 
  취업, 인간관계, 꿈, 정치, 경제 등 청소년부터 사회인, 나이가 든 어른에 이르기까지,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누구나 읽어보아도 나쁘지 않은 책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각 강의가 연결되지 않아, 15강이든, 17강이든지 원하는 대목만 읽을 수 있고, 순서대로 따라읽으면, 그 나름대로 큰 흐름을 살필 수 있다. 이야기 형식이라 재미있게 책에 빠져들 수 있고, 곰곰히 생각하다 보면, 지혜의 실마리를 살필 수 있다. 에필로그에 나온 저자가 말하는 감동 14가지를 아무데서나 한 강정도 읽은 후, 흡족하다 싶은 구석이 2가지 이상이라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 고사성어, 한자, 동양문화에 지극히 강한 거부감이 없다면.. 꼭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은 책.
 
 
  고사성어와 한자를 읽는 일을 힘겨워하지 않는다. 쉽게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예전에 사기를 여러 번 읽어보았기에 더욱 쉽게 저자의 강의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고사성어를 생각하면 지긋지긋하고, 한자에대한 어렸을 때 안 좋은 추억이나 자신감이 없는 이에게는, 천천히 한 강씩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31강이기에 하루에 한 강씩, 한 달을 잡아서 읽고, 주변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지혜의 폭을 넓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혼자 읽어도 좋고, 함께 스터디하면서 읽기에도 좋다고 할까. 고전은 다가서기 힘든 난점이 있는데, 저자의 노력의 흔적이 배어,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느낌이다. 유익한 강의를 들은 느낌이라고 할까.
 
  좋은 책은 굳이 좋다고 많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찾게 마련이라 생각한다. 옥의 티라고 할까. 군데군데 보이는 오타들은 책의 완성도에 아쉬움을 남겼다. 많이 팔릴 것 같은 책이므로, 개정판이 나올 때, 오타들은 꼭 수정되었으면 좋겠다. 믿고 배울만한 선배를 찾기 힘든 현대사회, 현재에서 찾기 못한다면, 옛 사람들에게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에필로그 마지막에 저자는 사기의 내용에서 이런 내용을 인용했다.
 
   
  정권을 잡으면 인덕으로 다스려야 한다.
 
  가장 못난 정치가는 백성과 다투는 자다.
 
 
    출간되었을 때 12월을 생각해서도, 지금 생각해도 왜 이리 와 닿는지 모르겠다. 사기에 나온 우려의 이야기를 정치가들은 꼭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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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선물을 주고받는가 - 선물의 문화사회학 SERI 연구에세이 53
김정주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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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기념일과 설과 추석, 졸업, 생일 등 특별한 날이 돌아오면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게 된다. 둘 사이의 관계에 따라, 그가 좋아하는 선호에 따라 선물의 내용이 결정이 되는데, 관계라는 게 둘 사이에서 정의되는 것이라서 내 생각과 달리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이 높아 늘 고민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감사와 축하의 의사를 보이는 물건을 통해 전하는 선물! 선물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선물의 문화 사회학이라는 부제와 영국과 한국의 사례를 비교하는 듯한 목차에 마음에 끌렸다. 

  선물은 관계의 친밀도를 정의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말과 제 3자에 의해 선물의 성격이 결정되기도 한다는 저자의 글에 동의한다. '접대'가 필요한 비즈니스 현실과 '뇌물'과 '선물' 의 미묘한 경계는 명확하게 하나의 선으로 나누기 어렵다. 개인과의 관계에 적절한 선물을 하고 싶은 방법을 알고 싶은 기대에 책의 내용은 일치하지 않았지만, 선물과 뇌물의 미묘한 경계에 대한 논의에 호기심이 일었다. 

 
# 3가지 연구를 통해 '선물'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 고찰하다. 


  유교문화와 집합주의 문화가 강한 한국의 선물교환 형태의 집중 조명, 개인주의, 권력거리, 유교의 영향유무로 살펴본 각 나라별 선물 문화의 특색,  공기업과 사기업으로 나뉘는 직업의 형태와 고위직과 하위직으로 나뉘는 직급의 차이를 두고 국가 내에서 선물에 대한 입장의 차이를 연구하였다. 첫번째 한국의 선물문화에 대한 연구에서는 결혼식, 돌, 장례식 등 행사에 '현금'을 선물하는 건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문화에 따라 다른 차이를 보낸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차이가 유교와 집합주의 문화의 영향이라는 특색을 두 번째 세계의 선물 문화의 연구를 통해 볼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연구는 세 번째 영국과 한국, 공기업과 사기업, 고위직과 하위직 4개의 그룹간의 토론연구 결과였다. 현직 상사, 전직 상사, 직장내 이성간 선물로 살펴보는 각 포커스 그룹간 토론은 현재 기업 내에서 '선물'과 '뇌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똑같은 선물도 고위직과 하위직이 생각하는 방향이 다른 점이 인상적이었다. 고위직은 받는 기회가 많고, 그런 고가의 선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자신에 대한 영향력과 존중의 의미로 해석한다는 의견과 하위직에서는 '동질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다는 의견이 기억에 남았다. 선물을 주고 받는 일이 많은 영업직에서 좀더 유연한 생각을, 공기업에서는 조직전체의 입장에서 더욱 엄격하게 '선물'에 접근하는 점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선물을 공개적으로 건네는 것과 전하는 이의 태도에 따라 선물과 뇌물의 경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에서는 선물과 뇌물의 미묘한 차이의 규정이 힘들다는 사실을 생각할 수 있었다.  

  '선물' 자체에 사회적 의미를 지닌 요소가 많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직급에 따라, 조직의 형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는 행위, 바꿔말하면 자신이 부탁을 들어 줄 수 있는 범위내에서는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뇌물과 선물의 미묘한 차이의 구분의 어려움을 더욱 느낄 수 있다고 할까.  

 
# 더 많은 연구를 기대하게 하는 책.

 
  저자는 서양위주로 진행되는 '선물'에 대한 연구에 '동양'의 연구를 포함한 점을 책의 특징으로 꼽았다. 개인주의와 집합주의, 권력거리, 유교의 영향으로 살핀 저자의 연구는 상식으로 생각되는 결과와 비슷한 결과를 도출하였다. 뻔해보이는 결과지만, 그 자료를 기초로 다른 후속연구들을 기대하게 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저자가 이야기 하였듯이 도시와 농촌의 선물에 대한 생각의 차이, 좀 더 풍부한 표본집단, 자국과 1.5세대, 이민 2세대가 생각하는 문화적 차이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선물'에 대한 의미를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연구들이 기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어 개인의 '선물'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기업내 '선물'의 적정성 논의도 연구하고, 개인간의 부담없는 선물의 경계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하얀 국화가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애정을 고백할 때 선물을 하기가 곤란하듯, 외국인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고려한 후 선물을 한다. 같은 문화권 같은 지역에 살더라도, 개개인의 가정환경과 가치과 선호 대상에 따라 같은 '선물'도 사람들마다 다양한 의미로 전달된다고 할까.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려는 노력과, 자신의 의도를 글이나 다른 방법으로 전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선물'의 효과가 더욱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선물'의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좋은 의도로 받고, 마음이 불편할 때는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은 알아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내 마음과 같은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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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재발견 - 원숙한 삶을 위한 친구의 심리학
가와이 하야오 지음, 박지현 옮김 / 동아시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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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이 있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학창시절. 정말 '우정'이었을까?
 
 
 
  굳이 친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쉽게 농담을 건낼 수 있고, 편안한 마음을 가진 친구는 고등학교 때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다. '우정'이 있기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 것일까? 정말 그 마음과 기분이 '우정'이었을까? 그렇다면 '우정'은 특별한 시기, 특별한 관계 속에서만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생겨났다.  나중에 배우자를 만나더라도 친구처럼 깊어지는 '우정'을 유지할 수 있는 연인을 만나고 싶은데, '우정'에 대해 도통 가늠을 잡을 수 가 없었다. 『읽기의 힘, 듣기의 힘』이라는 책으로 저자를 만난 기억이 있다. 그때의 좋았던 느낌을 믿고, 선택한 책이다.
 
   
# 새로운 생각이 아닌, '재발견'에 무게를 두고 읽으면 좋은 책.
 
   
   제목과 목차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드러내는 저자의 특색에 걸맞게, 목차만 훑어 보다라도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다. 친구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부터, 친구와 선물, 성이 들어갔을 때의 남녀간의 우정, 결혼을 한 이들의 우정, 배신, 동성애, 경쟁심, 친구의 죽음까지 우정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법한 이야기들이 큰 독창적인 생각 없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우정에 대한 일반인들과 다른 특별한 생각이나, 가슴을 경탄하게 하는 특별한 논의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기대에 미치지 않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 의미하는 '재발견'에 무게를 둔다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세심한 부분에 대한 저자의 독창적인 작은 생각들을 들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는 자신의 경험과 책에서 등장하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저자의 설득하는 방법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에 충분히 공감하는 좋은 지지선이 된다.  무엇보다 남녀간의 우정이 존재하기 힘든 이유를 호리병 주둥이에 올려놓은 엽전에 술을 붓는 명인의 재주가 필요하다고 비유한 점이라든가, '동일시'에 의해 상대의 연인을 사랑하는 경우, 그리고 우정은 높은 이상이 아닌, 밤하늘에 놓인 '별'처럼 함께 방향성을 바라보는 관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소하지만 곱씹어 볼만한 내용이 많아 좋았다.
 
 
     
# 불안전하고 어두운 면도 가지고 있는 '인간'이기에, 우정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고매하고 인격이 높은 사람에게도, 마음 속 깊은 곳에 깊은 어둠의 그림자는 인간이기에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 불안전하고, 배신할 가능성도 농후하지만, '그래도 역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게 깊은 우정이 아닐까하는 말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때론 '이성의 강한 열정'에 의해 깨어질 수 있는 유리와도 같기도 하고, '결혼'이라는 틀로 인해 '우정'을 만들기 어려운 경우도 많지만, 우정은 모든 인간관계의 기반이 되며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좋은 인연은 '우리 서로 죽을 때까지 우정을 지키기로 해'라는 맹세나 고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먹고, 존중하면서 지켜가는 함께 만드는 이인 삼각게임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내 욕심에 너무 서둘지도, 그를 배려한다는 생각에 '내 생각'으로 속도를 늦춰서도 안된다. 많이 대화하고, 조금씩 발을 맞춰가다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서로의 호흡과 걸음을 알게되는 관계, 그것이 우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의 첫머리에 이야기했던, '우정'에 대한 해답을 책을 통해 얻지 못했다. 살아가면서, 많이 고민하고 몸으로 공감해야 하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만났던 '우정'이 소중한 추억이 담긴,  좋은 '인연'에 감사하게 되었다. '우정'은 짧은 시간이 아닌, 오랜 시간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보석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우정의 결과를 따질때가 아니라, 내게 스쳐가는 인연들을 오래오래 길고 깊은 관계로 만들어가는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임을 알게 되었다. '내 욕심'에 '동일시'라는 착각으로 상대에게 굴레를 씌우지 말고, 내 '욕심'에 상대에게 크게 기대하고, 크게 '실망'하는 일을 줄이는 일, 상대가 설사 배신하더라도,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일 등의 과제를 책을 통해 많이 받았다. 얼마나 많이 해낼지는 모르지만, 즐겁게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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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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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모르게,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청바지.

  
  두껍고 질긴 무명으로 만든 파란색 바지를 청바지라 이야기한다. 패션 모델들은 청바지 하나와 면티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뽐낸다. 모델이 아니더라도, 체형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파란색 바지인 청바지는 너무 흔해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못할만큼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꼭 청바지를 입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언제나 입을 수 있게 집에 한 벌 정도는 장롱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1849년 골드러쉬와 함께, 황금을 캐기 위한 열망으로 모두가 미국으로 모여들던 그때 튼튼하게 입기 위해 만들어진 청바지는 16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여러가지 외양을 바꾸면서 때론 명품프리미엄으로, 누군가에겐 저자의 싸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그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의 문화와 힘이 세계에 큰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 생각해보니, 청바지는 코카콜라, 맥도날드, 스타벅스와 함께 미국문화의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누구나 많이 그 책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결코 읽어본 이는 많지 않은 고전처럼, 청바지에 대해 누구나 조금은 알고 있지만, 조금 깊이 들어가면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역사서를 보는것처럼 사실을 기술하는 것이 아닌, 즐겁게, 톡톡튀는 개성 넘치는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마침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9개의 그림이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이 되고, 각 그림마다 메세지가 살아있는 독특한 그림을 보는 느낌이다.

 
# 신입사원을 훈련시키기 위해, 내어준 하나의 과제! "청바지를 읽어라!"

    

  광고회사에 새로 입사한 패기있는 신입사원 7명에게 "청바지를 읽어라!"라는 하나의 숙제가 주어졌다. 청바지라는 소재를 가지고, 누군가는 청바지의 탄생에 주목했고, 다른 이는 미국문화와 상징을, 다른 이는 저항의 수단이었던 이념을, 또 다른 이는 프래그머티즘으로 불리는 실용이라는 코드를 읽었다. 보헤미안과 부르주아라는 서로 상반되는 문화의 세계를 보보스로 통일한 매개가 청바지였다고 본 이도 있고, 월급의 10분의 일이 넘는 값비싼 프리미엄 청바지를 수선하기 위해, 싼 청바지 하나 살 돈을 지불해야 하는 문화적 트렌드에 주목한 이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청바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청바지가 인간을 선택한다는 의견까지 하나의 문화적 잣대로 자리잡아버린 청바지를 해석하는 이도 있었다. 다양한 시선이 공존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청바지의 탄생부터 현재의 영향력과, 미국역사의 큰 틀의 변화까지, 사회, 문화의 눈으로 바라보는 150년의 청바지 역사를 살피고 있다.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트렌드를 먼저 읽어내고,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일까. 독특한 아이디어를 통해 광고를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과 달리, 치밀하고 깊게 인간의 문화를 들여다보는 그들의 생각의 깊이가 느껴졌다. 각자의 생각들이 겹쳐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고, 그 책은 청바지의 흐름을 읽는데 도움이 되는 꽤 괜찮은 안경이 되었다.  

  20초안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예술이라는 말처럼, 광고의 담긴 메세지는 어렵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생각의 틀을 바꾸어야 하기에 쉽지 않은 작업이라 생각된다. 한 편의 광고가 나오기 위해, 뒤에 숨겨진 수많은 노력들이 보였다고 할까. 문화와 트렌드를 잘 읽고, 사람들의 세상을 바꾸는데, 보이지 않게 광고가 큰 역할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7개의 발표로 이루어진 각 장은, 전체의 큰 틀로 보면, 사회문화 현상으로서의 청바지가 세상에 끼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5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사람들의 생각과 의식은 많이 변화했지만, 그 틈에서도 청바지는 생생하게 자신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자의 상처와 독충들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파란색 청바지는 누군가에게는 그 옷을 입기위해 자신의 체형을 바꾸고, 자유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그 가치를 사는 대상으로 변하였다. 너무나 비싼 청바지와 값싼 청바지가 공존하는 문화는 손목시계가 시계로서의 역할을 휴대폰이나 다른 대상에게 많이 넘겨주고, 저가의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손목시계와 고급 수제품의 고가의 손목시계로 공존하는 것처럼 아직까지 잘 사람들의 생활공간에 잘 살아남아 있다.

 
# 한가지 아쉬운 점은..

  
  청바지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청바지를 통해 사회문화적으로 세상을 읽는 그들의 메시지는 컨셉에 맞게 잘 정리되어 있다. 기존의 활자로만 이루어진 책과 달리, 한 편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것 처럼, 다양한 디자인과 파격적인 글의 배치가 읽는데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책을 읽는다기 보다, 강연회의 연설자의 발표 원고를 본 느낌이다. 좋은 질문에 좋은 답변이 잘 나온 한 편의 책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과거와 현재를 읽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없다는 점이다. 청바지가 이렇게 태어나서 이런 변화를 거쳐서 아직까지 이렇게 살아남았다라는 꽤 정밀한 분석은 이루어졌지만, 앞으로의 방향성이나 전망에 대한 생각할 거리는 보이지 않는다. 책의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과거의 흐름을 통해 미래를 전망해 보고픈 욕망이 만들어낸 아쉬움이다. 이런 아쉬움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독특한 분석에 대한 매력이 강하기 때문에 만들어낸 급부라 생각한다.  

  애플의 I-pod를 통해 삼성전자가 플래시메모리를 팔아 많은 수익을 남기는 것처럼, 명품 청바지의 데님에 일본의 큰 제조업체가 아직도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 등 미처 알지 못한 사실들도 잘 담겨 있다. 주어진 사실들을 자신의 목적에 맡게 재배치하는 그들의 말하기 방식은, 글쓰기의 한 방식으로서도 매력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글쓰기의 방식의 변화를 담고 싶을 때, 찬찬히 살펴 생각의 변화에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의 샘물을 만난 느낌이다.   

  책을 읽고 난 후, 많은 의문과 생각들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나니, 지금 우리의 일상에 스며있는 다양한 사회현상의 이면과 청바지의 앞으로의 모습, 청바지만큼 흔하지만, 우리 일상에 스며있는 다른 대상은 없는지, 많은 질문을 하고 있는 내 모습과 답을 찾기에 부족한 나의 지식을 느낄 수 있었다. 부족한 지식에 작은 충격을 준 책이라고 할까. 인기 TV 프로그램일수록, 방영전에 꽤 많이 등장하는 광고때문에 많이 지치고 짜증이 났는데, 이제는 그 광고 뒤에 숨겨진 수많은 노력들에 대해, 그들의 노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낯선 분야에 대해 조금 관대해진 마음만큼, 세상을 보는 시각도 미세하게 넓어졌음을 느낀다.  

  하나의 제품이 인기를 얻는데에는 그 뒤에 숨겨진 많은 이들의 욕망이 숨겨져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조금 더 많은 이득을 얻기 위함도 좋지만, 대중성과 함께 시대에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좋은 광고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당신이 사는 집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경쟁'과 '당신만 열심히 하면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어'라고 자극하는 광고가 아닌, '인간'에 주목할 수 있는 그런 광고 말이다.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어떤 광고를 만들어 내는지 잘 지켜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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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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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권하지 않는 사회.


    지식을 얻는 정보의 매체로 가장 각광받았던 책이 점차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도 어른들도 다들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이다. 영화와 TV 등 영상매체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유도 있고, 재밌는 책이 없기에 읽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책이 좋다는 점을 알지만, 막상 책을 제대로 읽고,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일은 단시간에, 짧은 순간 이루어지기 않기에 남들에게 권하기도 쉽지 않다.

  도서평론가라는 이름을 스스로 만들어, 많은 책들에 파묻힌 삶을 살았던 작가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독서의 달인 『호모 부커스』를 출간했다. 책를 읽으라고 권해야 하는 사회현상을 개탄하며, 책 읽는 즐거움을 전하려 노력하는 정성이 책에 잘 스며있다. 짧은 시간, 효과를 보기 어려운 독서의 매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설파할까. 그가 전달하려는 이야기 방식이 궁금했다. 책읽는 일은 한물간 것이 아니라, 오늘 더 가치있는 일이 되었는지 말해주고 싶었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하며, 다른 이가 책의 효용을 물어볼때 활용하려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 왜! 책을 읽어야 하며,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 소상히 알려주는 책.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작가는 다양한 접근을 통해 그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우선 비천한 출생으로 높은 지위와 인격수양을 달성한 공자의 일생을 예로 들어가며, 아무 것 없는 공자가 그런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독서가 가장 큰 힘이었다고 강조한다. 실용과 자본을 중시하는 일반인들의 귀가 솔깃해지게 만드는 주장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조선시대의 이덕무의 책일화로 넘어갔다가, 때론 저축하는 행위와 빗대기도 하고, 정서적 안정과 치유, 잘 쓰기위해 잘 읽어야 한다며 11가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독서의 이유중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내용은 책읽기는 자전거타기와 같다는 주장이었다. 아무리 좋은 교사가 지도를 해 주더라도, 결국 스스로 페달을 밟고 굴리고,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만 하는 자기만의 스타일로 탈 수 밖에 없는 자전거타기와 책읽기와 많이 닮아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 왕도는 없지만 방법은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겹쳐읽기와 깊이읽기, 토론하기 등을 그 방법으로 제안한다. 책벌레로 알려진 다큐멘터리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소개한 독서법 중 속독법을 강하게 비판하며, 그런 방법은 도서평론가나 직업적 작가들에 해당하는 일이라며, 천천히 읽기의 매력에 대해 매우 강조하고 있다. 추천도서를 무턱대로 읽으려 하지말고, 자신이 아는 단어가 많은 쉬운 책부터 차근차근, 다양한 책 정보를 활용하고, 독후감을 쓸 것을 권하는 등 쉽게 책에 인문학 도서에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잘 소개되어 있다. 
 
  자신의 주장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며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인용되거나 소개된 책은 모두 33권을 넘어선다. 한 도시 한 권의 책읽기 운동, 직접 쓴 서평, 대학교수로 학생들에게 독서를 강의한 경험들이 책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저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 책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그만큼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느낀 독서의 매력을 매우 잘 전달하려는 정성이 잘 담겨있는 책이다. 눈높이도 중학생 이상이면 읽을 수 있게 낮게 형성되어 있다.


 # 독서교육에 무게를!
 
 
  책을 읽으라고 애써 권하지 않은 사회를 꿈꾸는 저자는 학창시절에 책과 관련된 교육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개한다. 인증제를 도입하려는 행정당국과 그에 반발하는 교사와 시민단체의 입장에서 저자는 억지로 책을 읽으라고 한다고 책을 읽지도 않을 뿐더러, 저절로 책을 읽기를 기대해서도 안된다며, 부분적으로 인증제를 도입하려는 부분에 찬성한다. 좋은 책을 선정하는 소수의 단체의 현행시스템에서 좀 더 넓은 대상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교사들이 푸념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집필할 수 있게 행정당국에서 교사들에게 지워진 행정업무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과서 폐지운동을 통해, 참고도서로 토론을 통해 학습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자신의 입장을 전개한다. 실효성은 좀 더 깊은 논의를 해 봐야겠지만, 이야기 접근이 독특해서 흥미로웠다. 

    책을 잘 읽는 특별한 비법이 아닌, 방법과 읽어보면 좋은 책들이 잘 소개되어 있는 책이다. 당장 돈을 버는데 필요없는 독서행위에 작은 격려를 받는 느낌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가 읽는다면,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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