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학 콘서트 - 스토리텔링으로 누구나 쉽게 배우는 회계학 콘서트
하야시 아쓰무 지음, 박종민 옮김, 김항규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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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계를 알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경영, 회계, 공학도에게는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경제가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치는 현재는 기업이 내는 정보를 잘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생각한다. 주식 등의 투자를 할 때나, 내가 다니는 회사의 재무상태가 좋은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글로 쓰여있지만, 무슨 말을 써 놓았는지 알아보기가 힘들다. 일단 대차대조표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만만치 않다. 문외한이 회계의 기초 개념을 재미있게 알 수 있는 책을 찾은지, 6개월, 실무보다는 개념에 촛점이 맞춰있지만, 회계의 기초를 다지기에 나쁘지 않은 책을 발견했다. 


# 스토리텔링으로 배우는 회계학 콘서트. 


   모피를 제외한 기성복을 만드는 회사의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유키는 사장인 아버지의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회사를 물려받게 된다. 아버지의 유언으로 회사를 맡게된 유키는, 회사가 생각보다 적자가 심하다는 소식과 1년안에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용자를 해줄 수 없다는 주거래지점장의 이야기를 듣게된다. 경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유키는 어머니가 소개해준 아파트 2층에 사는 회계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기로 결심힌다. 회계전문가 이즈미씨는 한달에 한 번, 강의는 식사와 함께, 보수는 1년 후 유키가 지급하고 싶은 금액으로 할 것이라는 세 가지 단서를 달고 회계 강의를 시작한다. 은근슬쩍 회사의 경영을 방해하는 경리부장과 생산관리부장에 맞서, 유키는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시작하는데..  

  위험에 처한 주인공이 현자를 만나 위기를 극복하는 단순한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회계에 관한 정보를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필자의 비유가 뛰어나 쉽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어 좋은 책이다. 착시현상과 숨은그림찾기 등의 하나의 그림을 두가지로 바라볼 수 있는 루빈의 항아리를 보며, 보여지는 데이터 속에서, 적절한 해석을 잘 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회계에 나온 정보는 실제 정확한 정보보다는 정해진 규칙안에서 회사의 의견인 들어간 요약된 근사치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최대한 회사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어기지 않으면서 제출하는 회계정보속에서 투자자는 회사의 실체를 파악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다른 회계관련된 책과는 다른 개념을 제시해서 흥미로웠다.    


# 비유가 생생히 살아있는 책. 


  고급레스토랑과 좁은 평수의 만두가게에서 추구하는 컨설팅의 차이라던지, 참다랑어 초밥과 전어초밥의 차이, 슈퍼마켓의 심야영업이 증가한 이유, 샤넬같은 고급브랜드가 비싼 이유 등 기초적인 경영정보와 함께, 숫자와 모르는 이름들이 많아 어렵고 난감해 보이는 회계용어를 큰 틀에서 이해하기 쉽게, 간략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회계의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에서 경영자가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은지에 대해 틀을 잘 잡아주었다고 할까. 경영자가 할 일은 기회손실을 최소화하는 것과 회계정보는 숫자이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서, 그 숫자가 반영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각 장의 뒷부분에는 해설이 따라붙어 스토리 속에서 언급됐던 회계정보와 개념을 심화해서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해설을 건너뛰고 한 번 살펴본 후, 두 번째 읽을 때 차근차근 공부를 하면, 처음보다 더 어렵지 않게 내용에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제무제표를 보았을 때보다, 한 번 책을 보고, 두 번 살펴본 후 재무제표를 보니, 조금 더 쉽게 회계에 대한 정보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분식회계 등의 장부조작을 한 사람도 나쁘지만, 그 회계조작을 경영자가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경영자로서 실격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경영자는 현명한 판단과 적절한 인사기용과 회계정보에 대한 이해와 함께 회사의 비전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할까. 경영자의 역량에 따라, 회사의 방향이 여러가지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회계의 첫걸음을 떼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문외한에게 특히 더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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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을 탐하다 - 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
장영희.정호승.성석제 외 지음, 전미숙 사진 / 평단(평단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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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하는 친구 만나는 일은, 좋은 책을 만나는 일 만큼 어렵다.

 

  학창시절에 책을 좋아했지만, 책을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는 일은 참 어려웠다. 농구나, 야구, 축구 등의 운동을 좋아하고, 때론 썩 잘했던 아이들은 쉽게 볼 수 있었고, 공부도 각 과목마다 두각을 나타냈던 아이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그리 활동적이고, 먼저 다가서는 성격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중학교때부터 6년간 사서를 했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거의 보기 드물었다. 그때는 몰랐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참 슬프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기게 되었고, 책을 읽고 글을 남기면 책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글에 혹해 카페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도서관에 들어오는 책들은 발간된지 세 달이 넘어야 겨우 들어오는 실정인 현실에서, 돈은 풍족하지 않고, 신간을 보고 싶다는 욕심과 보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어보았으면 하는 마음과 글쓰기 실력을 억지로라도 좀 늘려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섞이어 시작되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글을 남기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 줄거리가 대부분인 글을 보면서 좌절하고 무기력해지는 경험하고 난 후, 20권, 50권, 100권이 넘어가자 조금씩 내 생각과 감정이 스미기 시작했다. 책을 돈을 들이지 않고 보는 것도 좋았지만, 내가 읽었던 책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글을 읽을 수 있어 좋았고, 내가 들어보이도 못한 제목들의 책을 먼저 읽은 이가 남긴 흔적을 보는 일이 좋았다. 오프라인에서 책친구를 만나서 하고 싶었던 일들인,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다른 책들을 추천해주는 돈독한 관계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이 채워갈 수 있었다.   

  <책, 세상을 훔치다>라는 책을 출간했던 평단출판사에서 책벌레 29인의 책 이야기를 담은 <책, 세상을 탐하다>는 책이 나오게 됨을 알게 되었다. <책, 세상을 훔치다>에서는 서재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 <책, 세상을 탐하다>에서는 도서관과 책 읽는 행위를 권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오프라인에서 친구를 만나는 느낌으로, 카페에 앉아 친구가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 다양한 개성을 가진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권하는 책 이야기.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생각을 지닌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이야기하는 책 이야기들이 마음에 쏙 들었다. 책을 훔치고 싶은 충동을 느낄만큼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났지만, 실현을 하지 못한 책도둑을 미리 실천한 성석제 작가의 이야기도 좋았고, '실랑이를 벌이다'를 '가랑이를 벌이다'로,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여 문화관광인의 긍지를 높입시다'라는 글을 '문화관광인을 분리수거하여 쓰레기의 긍지를 높입시다'로 오독했던 하성란 작가가 다짐하는 정독의 시간도 공감이 갔다. 책장에 책은 쌓여가고, 책을 읽고 싶지만 여유는 나지 않고, 서점을 지나치면 책을 다시 사고마는, 책을 읽다보면 한 번은 경험해 보았던 글에 고개를 끄덕이고, 책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과 상상력들을 통해,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책에 대한 단상과 견해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 좋았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는 일은 책에서 아이들을 멀어지게 하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부모님께서 책을 권하지 않고, 집안 사정이 넉넉치 않았기 때문에,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대안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도서관에 다니게 되었고,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놀이하듯이 이 책, 저책을 읽다가 책을 읽는 재미에 자연스럽게 빠졌다고 할까. 살아계시는 동안 부모님께 효도를 다해야 마음에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말을 알려준 것도 책이였고,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나 자신도 부모님도 슬프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준 이도 책이었다. 책을 통해, 어떤 생각이 영원히 옳을 수 없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두가 희생하면서 참는 사회보다, 각자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면서, 섞이는 칵테일처럼 아름답고 매혹적인 관계를 만드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모든 책이 다 양서는 아니지만, 많은 책들을 통해 내 가슴에 하나 남은 소중한 책을 만나가는 과정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오랜시간을 필요로 하는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마음에 닿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나와 비슷한 경험과 생각들에 더욱 마음이 끌렸고, 두 번째 읽었을 때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내게 부족한 부분의 견해와 생각들을 통해 책에 대해 좀 더 넓은 시각을 보는 안목을 배우게 되었다. 진국처럼 자꾸 읽으면 읽을수록 진한맛이 우러나온다고 할까. 책의 인세는 기적의 도서관과 공공도서관 등을 지원하는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이라는 단체에 기부된다고 하니, 책도 보고 좋은 일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노년이 되어 해 보고 싶은 일은, 영국, 런던의 책마을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한국의 책마을 근처에 사는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는 되지 못하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개인도서관처럼 만들어 놓고, 대여료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책을 좋아하는 이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얻고 싶은 꿈이 있다. 혼자서 이루기 힘들고, 많은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돈도 필요하고, 책에 대한 애정을 지닌 많은 이들이 필요하다고 할까. 기술의 발달에 따라,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모습을 바꿀지도 모르지만, 책이 인간의 삶과 함께 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믿고 있다. 적어도 일본만큼, 책에 대한 시장이 넓어지고 활성화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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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힘, 듣기의 힘
다치바나 다카시.가와이 하야오.다니카와 순타로 지음, 이언숙 옮김 / 열대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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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의 달인, 듣기의 달인, 상상력의 달인, 세 명이 만나다!
  

  고양이 빌딩에 수만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다치바나 다카시, 70-80권의 책을 썼고,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적어도 100권의 책을 읽고, 인터뷰와 논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지성의 수준과 서점의 네트워크의 힘을 알 수 있다고 할까. 번역과 서점에 대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는 대한민국보다 한 수 위라는 점을 인정한다. 카운셀러이자 심리학자인 가와이 하야오는 <불교가 좋다>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늘 들어야 하는 듣기의 달인이라 생각한다. 다니카와 순타로는 <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로 만나게 되었다. 엉뚱한 질문에 깊이있지만 상상력을 뛰어넘는 대답을 한 그는 일본의 유명한 시인이다.  

  대담을 나누는 세 명 모두, 책으로 이미 접해읽었기에 그들이 대담이 기대되고 설레였다. 일본 최고의 읽기 및 질문의 달인, 깊은 듣기의 달인, 상상력의 달인이 만났다고 할까. 60대에서 80대의 지혜가 깊이 묻어나는 세 명의 지식인이 읽기와 듣기에 대해서 대담을 나누었다. 독서를 할 때 행간의 의미를 잘 읽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잘 헤아려 깊게 듣지 못하였기에, 책에 잘 읽고, 듣기 위한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책장의 페이지가 인쇄된 부분에 가운데 손가락을 대고 넘기기 시작했다.
 

# 보다 깊이있게 읽고, 듣는 법을 배우다.
  

  늘 새로운 발견을 하기 위해 책을 읽는 다치바나 씨는, 지적호기심이야 말로 인간이 진화할 수 있는 힘이라는 믿음이 있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통해 많은 책을 읽는 일과 함께, 연구자들의 논문을 찾아 읽고, 연구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듣기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읽고 듣는 능력 모두가 중요하다고 할까. 충분한 조사가 잘 수행되었기에 그의 책들이 큰 울림과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다치바나씨는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이 인공내이를 통해 귀로 소리를 듣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서, 결국 듣는 과정은 귀로 소리를 듣는 과정이 아니라, 그 소리의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알려주었다.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이 수화를 통해 언어를 표현하는 법을 처음 배웠을 때, 서광이 비치는 듯한 경험을 했다는 에피소드를 언급하면서, 진정으로 '듣는다는 것'은 이해하는 '앙당튜'의 세계로 진입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난다고 주장한다. 눈으로 보는 행위도 그저 망막에 상이 맺힌것이 아니라 맺힌 상을 나의 뇌에서 인지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귀로 듣는 일도 나의 뇌가 듣고 판단하고 사고하는 과정이라고 할까. 뇌가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상담을 들어야 하는 듣는 일이 직업인 가와이 하야오씨는 온몸으로 듣는 일에 대해 알려주었다.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상담자의 현재 생각과는 다른 측면을 주목하고 발견 하기위해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서 듣기를 행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전 안정환 선수가 마지막 헤딩을 하는 그 순간이라고 할까. 골을 넣기위한 그 순간에 집중하듯 온힘을 다해 듣기를 행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수 많은 대화와 자연의 소리들을 듣고 있지만, 내 마음의 여유가 없어 깊이 듣지 못하고 마음의 번잡함에 이끌려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채 지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이야기를 듣더라도, 온몸을 다해서, 집중해서 듣고, 하나의 글을 읽더라도 글 뒤의 행간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읽는 행위를 한다면, 보이고 들리는 그 너머의 것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담을 읽다보니, '시'야 말로 언어의 표현 그 이상의 것을 표현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글로 표현하기 힘든 한계 너머의 공간을 최소한의 언어를 통해 언어 너머의 공간으로 닿을 수 있게 해 주는 비행기라고 할까. 음악이나 예술작품에서 느끼는 감동을 언어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수단이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글자의 의미에 너무 신경을 썼기에 그 뒤의 의미를 잘 읽지 못해 시의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빙산의 일각처럼 수면 아래 더 크고 깊은 무언가들을 보지 못한채 수면 위의 얼음덩어리만 보고 너무 쉽게, 시는 난해해하며 포기했었다는 점을 대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 대담을 나누면서 쌓이는 지식과 지혜들..
  

  세 사람이 대담을 나누면서 공통점을 찾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상대가 대답할 수 있게 질문하는 법을 잘 안다고 할까. 대화가 끊어지지 않고 물 흐르듯 잘 이어질 수 있는 건, 질문하는 이와 대답하는 이 모두, 뛰어난 읽기와 듣기의 달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생각한다. 시인과 카운셀러, 논픽션작가, 접점을 찾기 힘든 세 사람이지만, 듣기와 읽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각자 자신의 전문분야를 어렵지 않게 공통적인 주제에 맞추어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이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아'라며 내가 이해하기 힘든 사람을 평가하곤 했지만, 어쩌면 내가 그 사람과 잘 이해하려는 노력을, 그 사람의 말 뒤의 행간들을 잘 들어주고 보아주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와 듣기의 달인들을 통해 행간의 의미를 헤아려야 함을 배웠다. 작지만 생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는 가르침이라 생각한다.  

  노령의 세 지식인들은 새로 발전하는 IT 세계와 기계와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서로 대담을 나누었다. 하나의 글을 읽고 그 키워드로 다른 글로 넘어가는, 인터넷으로 따지면 검색을 통해 링크가 계속이어지는 과정을 프랑스 혁명시대부터 주석달기를 통해 책으로 만든 과정을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운송수단과 정보수단의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발전되면서 나와 다른 문화에 있는 사람과도 쉽게 교류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버렸다. 문자가 세상의 중심에 놓인 시대에, 문자 없는 세상의 감정인 감성과 지혜들이 정보보다 가치가 낮아지는 현상을 경계하면서, 그 한계도 생각해 보았음을 이야기하는 대담자들의 조언은 충분히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혜와 지식을 함께 잘 아우르는 일이 지금 세대와 다음 세대가 해결해야 할 숙제임을 알게 되었다.  

  '읽는다는 것'과 '듣는다는 것' 배후에는 '산다는 것'이 자리하고 있다라는 말고 "우리가 사는 이 현실세계는 언제나 만남의 연속입니다"라는 말이 가슴속에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다치바나씨의 넓고 깊은 독서력과 인터뷰의 요령, 가와이 하야오씨의 온몸으로 듣는 능력, 다니카와 순타로씨의 문자와 감성 사이의 공간에서 양자를 잘 넘나들 수 있는 상상력을의 근원에는 깊이있는 듣기와 읽기가 숨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림책, 아동문학 연구센터'에서 주최한 '읽기, 듣기' 문화 세미나를 글로 옮겨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처음에는 문자로 읽고, 두 번째는 회의 공간과 그들의 문체를 생각하면서 대담을 상상해 본다. 강당에 앉아 세 명이 발표하고 대담을 나누는 상상하면서 글을 읽다보면, 더 많은 점을 느낄 수 있게된다. 읽기와 듣기의 요령을 알 수 있을까 했는데, 그보다 더 깊은 지혜를 배운 느낌이다. 지혜의 의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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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사랑한 예술
아미르 D. 악젤 지음, 이충호 옮김 / 알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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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에 대한 연대의 힘, 세상을 바꾸다. 그 원천은 수학자 집단 '부르바키'!

 
  수학은 명짐함을 생명으로 한다. 문화에서는 서로 다른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수학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명제가 환영받는다. 어쩌면 세상에 유일하게 영원하다고 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할까. 구조주의가 나오기 이전에는 수학에서의 증명과정이 엄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세계대전이라는 큰 전쟁이후, 수학자들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고, 세계 제일의 수학은 독일이 잡고 있었다. 아직 세상에 유명세를 얻지 못했던 수학 교수들은 교과과정 선택에 대한 공통점을 찾기 위한 모임을 가지게 되고, 그 모임의 이름을 '부르바키'라고 짓는다.    
 
  해석학개론 위원회라는 모임으로 시작된 그들의 모임은, 좀 더 넓고 깊게 수학과 세상 사람들에게 기여하려 하였고, 공동모임으로, 저작권을 공동의 단체에 놓고, 만장일치로 회원을 받아들이는 등, 공동의 연구를 시작한다. 앙드레 베유가 주축이 된 모임은 구조주의가 여러 학문의 분야에 전달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실존주의에서 구조주의로 변화는 과정의 가장 큰 역할은 레비-스트로스의 저작이었고, 레비-스트로스가 자신의 저술을 완성하는데 큰 도움을 앙드레 베유가 제공하였다.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수학이, 어떻게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을까. <수학이 사랑한 예술>은 이미 사라진 사조인 구조주의에 큰 역할을 한 '부르바키'의 형성과 발전, 그리고 변화의 기회와 몰락의 과정을 알려준다.

 
#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부르바키' 이야기

 

  알렉상드르 그로텐디크의 실종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르바키의 한 단계 더 큰 발전을 기여할 수 있었던 그는 정치권으로 도전했다가 상처를 입은 후, 부르바키 회원들과의 대립으로, 은거를 택해버린다. 초창기 앙드레 베유의 전쟁당시의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각 수학자들의 간단한 일화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수학이야기가 아닌, 수학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어렵고 딱딱하지 않고, 그들의 부르바키 형성과 발전 과정을 재미있게 따라 읽을 수 있다. 언어학, 인류학, 심리학, 정신의학, 경제학, 문학, 예술까지 부르바키 수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이 어떻게 각 분야에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준다.  

  각 부족간의 결혼이 아닌, 각 개체의 관계에 주목했던 사상, 발전하던 상대성이론을 화가 등의 예술가등에게 알려준 수학자 등 타 학문과의 연계와 공동토론과 공동저술의 합의로 오랜시간 함께 공동의 실적을 낸 그들의 성과는 상상이상이었다. 고등학교 수학책의 첫번째에 나오는 공집합의 기호를 앙드레 베유가 만들었다는 사실, 그리고 베유와 그로텐디크의 서로 다른 성향과 반목이 '부르바키'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하나의 이익을 위해 공동의 사람들이 헌신의 마음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들이 무명이기 때문에 가능했을까. 보이지 않는 작은 연대의 힘은 한 시대의 조류를 변화시킨다고 할까. 어쩌면 전혀 존재하지 못하는 존재로 잊혀질 수도 있는 대상이 하나의 세상에 큰 족적을 남긴 과정이 흥미로웠다. 보이지 않는 작은 틈들이, 서로 연계되어 큰 폭발을 일으킨다고 할까. '부르바키'를 통해 한 시대의 흐름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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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 21세기를 사는 지혜 인터뷰 특강 시리즈 5
김용철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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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사다난했던 2008년, 키워드는 배신.

  

  새해 첫 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12월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감을 느낀다. 상식에 대한 기대가 많이 무너졌던 2008년이라 생각한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구조본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특검까지 만들어졌지만, 결국 한바탕 쇼로 끝나버렸고, 이건희 회장은 무혐의 처리되었다. 소고기 수입 위생조건의 수정으로,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심해지고, 오랜시간 촛불시위가 열리며 국민의 반대가 심했지만, 결국 소고기 수입은 처리되었다. 대운하 사업은 무산되었지만, 4대강 치수사업과 경기위기에 대한 공포를 틀어쥐고 언제라도 대운하가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정부, 비정규직을 늘려 기업의 이익을 도모한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희생을 강요하고, 민간보험의 활성화로 결국 건강보험마저 무너뜨리려 했던 정부의 행동을 보며, 정부는 서민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너무나 큰 실망감, 배신감까지 느꼈던 한 해였다. 더 이상 기득권층에 대한 욕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다는 것을 느꼈던 한 해였다.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현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한다. 

  무조건 욕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원인과 어떻게 문제를 바라봐야 할지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일년에 한 번, 21세기를 사는 지혜 라는 이름으로 한겨레 21에서 열린 오프라인 특강이 5회째를 맞았다. 이번 키워드는 배신, 3월과 4월에 열린 특강이다. 총선 전에 강연들이 열렸지만, 한 해가 마무리 되는 지금 읽어도 원인에 대한 분석과, 지금 사회의 큰 틀을 보여주는 데 손색이 없다.
 

# 굵진한 현안들에 대한, 차가운 비판.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과 특검 쇼, 이건희 회장의 무혐의 처리 등 일련의 결과들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가 삼성에 얼마나 매여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삼성의 최고경영자와 구조본의 핵심 임직원들, 즉 총수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직원들의 차명계좌를 이용해서 비자금을 만들고, 정치인과 공무원 등 이해관계의 대상을 돈으로 관리했던 현상에 비판했지만, 사회 일부에서는 개인의 품격에 대한 비난에 급급하거나, 국가를 위해 삼성의 신인도를 유지해줘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의견들이 우리사회의 수준이라는 점을 받아들이는데,  마음이 아팠다. 돈이 된다면, 다 괜찮아 하는 무의식적 생각들과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딨어, 사람은 의리를 지켜야지라는 생각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제일 뼈 아픈건 이런 문제점이 밝혀졌음에도 그것을 보완하려는 제도들에 대한 논의들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거야 라는 시민들의 반응에 익숙한 정치권과 경제권의 로비가 결합되어 결국 희생양 몇 명만 만들어 놓은 채, 사건은 묻혀지고 마는 점이 안타깝다.

  배신의 정신분석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던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의 특강도 흥미로웠다. 배신당한 사람은 많지만,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가 자신의 행동은 동기부터 생각하지만, 타인의 행동은 현상과 결과로만 생각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지거나 기상 이변이 일어났을 때는 우리가 배신을 느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인간관계에서 많은 배신감을 느끼는 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는 정확한 매커니즘을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말에 왜 배신감을 자주 느끼게 되는 건지 알 수 있어 좋았다. 사람들이 느끼는 배신감에서 많은 부분은 실제 배신이 아닌, 내 욕망과 기대를 상대에 투사한 후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 느끼는 실망감인 유사배신이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범을 연기했던 하정우씨도 실제 내 성격의 악한 기운이 있어 연기를 잘하는건 아닌지 고민했다는 말처럼, 내부고발자들 역시 스스로 많은 괴로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회의 이익을 위해, 개인적 비난을 감수하면서 양심선언을 했던 이를 매도하는 일은 줄여야 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다. 박학기씨가 말했다던 사람은 태어나서 6살까지 효도를 다했다는 말도 흥미로웠다. 6살까지 부모가 시키는 데도 다 하고 그 이후부터 자아가 생겨,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기 시작하는 과정들을 부모의 기대되로 교정하고 바로잡으려 하지 말고, 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기대를 줄여야 한다는 말, 나중에 부모가 되었을 때 잊지 말아야 할 내용이라 생각했다.  

  진중권씨의 강연에서는 논객의 태도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다. 지식인은 대중이 좋아하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들어야 할 말을 하는 존재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대중에 대한 환호때문에 정치인들이 열광한다는 이야기와 지식인은 때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에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수많은 논객들이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다 그 정권의 말로와 함께 막을 내리는 모습도 겹쳐보였다. 대학생들이 보수화되는 경향 역시, 철저하게 관리된 시대였다는 주장,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정당을 무조건 지지 하지 말고, 정당이 자신의 뜻과 맞지 않으면 언제라도 배신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들으며, 많은 생각거리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좋은 강연은 좋은 답을 내 주는 것이 아니라, 많이 고민하게 해 준다는 말과 부합되었던 시간이었다.

  정재승 교수의 강연에서 배신은 동물적인 본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신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배신의 이득이 누구에게 가느냐이며, 더 큰 사회집단의 이익을 위해 하는 배신은 사회 공동체에게 이익이 된다는 말에 공감했다. 김용철씨의 배신은 삼성 내부에는 큰 손해이지만, 결국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주었기에, 사회적으로 지지받을 배신이라고 생각한다. 삼성 내부에서 배신하는 사람이 없었던 건 그만큼 그들이 삼성내의 조직체에 길들여 졌다는 이야기라는 점이 서글프다. 역설적으로 그들이 배신을 했을 때 우리 사회가 지지보다는 비난을 하기에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회전체의 건강을 위해 그 하부 집단의 병든 곳을 꼬집는 일을 다 미룬다고 할까. 그렇게 방치하다가 암에 걸리고 병들면서 사회가 몰락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회적 윤리와 침해되는 부분들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어머니 젖에서 나오는 옥시토신이라는 물질이 애착관계의 형성에 도움이 되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말이 밝혀졌고, 이 연구결과를 통해 배우자의 부정은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것이냐는 비판과 부정은 질병의 행위가 아닌가 라는 의견이 나오는 등, 과학의 연구결과가  사회에 큰 논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미리미리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함을 알 수 있었다. 영화 가타카의 개봉 후 2년이 흐른 후 인간 지놈지도가 완성되었다. 이 사안이 아니더라도, 인간에 대한 연구가 깊어질수록 과학기술과 윤리가 충돌하는 부분은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기술이 상용화 되기 이전에 미리미리 사회적으로 시대정신을 논의해야한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정태인 전 비서관의 강연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747정책이 왜 사회적 약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경기는 활성화되지만, 결국 수도권의 과밀화를 더욱 부각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는 말, 삼성에게 맞춤 법안을 한나라당에서 논의했다는 뉴스보도가 나오게 된 연유를 정태인 전 비서관의 강연을 통해 알 수 있었다. FTA의 4대 독소조항을 하면서 결국 이익을 보는 건 재벌들 밖에 없다는 사실, 그리고 재벌들이 잘 산다고 해서, 취업이 많이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상위 10퍼센트에 당신의 아이와 그 아이들이 들어간다는 보장이 있다면, FTA는 좋은 제도라는 말, 특권 계층의 독주가 이어졌을 때, 결국 그 사회는 말로를 겪었던 수많은 역사적 교훈들을 지금의 지도층이나 부유층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내가 그 10프로 안에 들어가면 돼지'라는 막연한 생각들이 어쩌면 우리 사회를 더욱 병들게 하는데 부채질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조국 교수의 강연에서는 교수와 법률가의 배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법률인을 적게뽑는 제도를 통해 그들을 특권화시켰고 정권에 영합하게 만들었던 사실, 그리고 많은 제도들이 전문가 집단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마음 아픈 현실이었다. 어떤 집단의 이미지로 그들의 행동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이 사회적 약속에 부합하는지 고민해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내년에 재보선 선거가 돌아오는데, 그 선거에 어떻게 투표를 하고, 사람들에게 알려가느냐에 따라, 지금 정부의 행동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꾸준히 사회현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현상이 어떤 방향을 예고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입장을 결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법은 무관심한 대중에게 서비스하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적확한 사실을 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안을 내는 국회의원을 잘 감시해서, 부당한 법률을 내는 국회의원들에게 불이익이 가도록 행동하지 않는다면, 법률적 문제가 있는 사안들을 고치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국 법은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존재 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약자는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급급하다. 그렇기에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지식인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지식인들이 그 책무를 다하지 않고 기득권의 문 앞에서 들어가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우리 사회는 자연스럽게 몰락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주체 모두 이기적인 사실을 인정하고, 모두의 이익을 잘 조정할 수 있는 정치의 묘가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통제하고 억눌렀던 일이 많았던 것 같다.  

  국가를 위해 한다는 말들이 사회집단의 이익을 위한 변명이 되었던 사실들이 많이 보인다. 현상의 원인들을 엿보게 되었으니, 이제 필요한 일은 그 현상에 대고 욕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바꾸어 갈지 고민해 보는 일이라 생각한다. 좋은 강연은 내 기분을 시원하게 해 주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강연이라 생각한다. 주변에 알리고, 꾸준히 관심을 잃지 않는 일, 그 일부터 시작해야 함을 느낀다. 책을 읽고 나니, 강연자의 의견들이 내 머리에 쏙쏙 들어온 느낌이다. 강연자의 생각이 내 생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을 기초로 비판하고, 사색하는 일을 거듭해 내 스스로 동의와 거부의 이유를 찾는 일, 결국 내 스스로 성찰하는 일을 수행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그렇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함을 느낀다.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공부들, 하기 싫지만, 할 수 밖에 없는 건 그 일이 사회적 약자들이 연대하는 데 작은 힘이 될것이라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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