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 - 책과 사람, 그리고 맑고 서늘한 그 사유의 발자취
김풍기 지음 / 푸르메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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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책하면 떠오르는 몇가지 이미지들.
 
 
  조선시대와 책을 연관해서 생각을 하다보면, 몇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김홍도 그림에 나오는 회초리를 맞아가며, 공부하던 학동과 훈장 선생님, 선비와 정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다, 글과 시를 남겨 정표로 간직한 일도 눈에 그려진다. 금서로 지목되면, 소장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큰 처벌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몰래몰래 책을 전달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벼슬을 얻기 위해서는 논술처럼 과거라는 제도에서 글을 잘 써야 했고, 그 과거의 병폐로 정해진 글만 읽는 형식적 글쓰기의 바보로 만드는 교육을 한 점은, 현대 교육의 경직성과 닮음을 느낀다. 뜻 있고 의미있는 책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팔리지 않으면 출간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 안타깝다. 태어나면 신분이 고정되어, 글을 배우는 일이 특권이 된 사회를 생각하면, 현재를 사는 일이 그렇게 슬프지 만은 않구라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와 영화, 책을 통해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접하곤 하지만, 조선시대에 유행하던 책들이 어떤 경로로 보급되고 유통되었으며, 지금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모른다. 관심이 없었다. 천자문과 경서를 읽는 선비들의 딱딱한 이미지만 떠오른다. 한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사유와 지식은 책의 유통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한 권의 책으로 학파가 만들어지고, 책을 통해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왕조의 몰락으로 지금은 소외된, 당대와 후대의 조선의 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던 책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 한 권의 책, 뒤에 스민 다양한 의미들.
 
 
  많은 전란 때문이었을까? 인쇄술을 가진 기관이 권력의 선택적 책의 출간 때문이었을까. 책과 책 속에서 소개된  많은 책 중, 많은 책들이 전해지지 않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남아있는 책들의 조각 사이에서, 원본이 아닌, 필사본과 이본들의 연구를 통해, 조선시대 서재들의 책들을 조각난 퍼즐을 맞춰가듯, 의미를 찾고 있는 국문학자들의 노고가 느껴진다.
 
  조선과 서가라는 단어를 보면 재미없네, 딱딱해, 지루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딱딱한 분위기를 독자의 관심을 끄는 에피소드로 채우고, 소개된 책의 저자와 유통경로, 내용을 간략히 설명한 후, 지금 책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짚어준다. 지인에게 책을 빌렸는데, 책을 분실했다가, 신문광고를 내고, 광고를 본 다른 이와 연결되어 책을 다시 찾게 된 에피소드에서는 책을 소중히 생각하는 학자의 마음과 어디에 머물지 알 수 없는 책의 인생이, 인간의 삶과 닮은 부분을 생각했다. 재미있게 읽다보면, 정보도 얻게 되고, 책을 읽는 의미에 대해 알게되고, 읽고 난 뒤, 책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남겨진 완벽하지 않은 책이 많은 정보를 읽고, 생각거리를 던져준다는 사실이 좋았다. 발해고를 통해, 앞 시대의 역사정리를 마무리 하지 못하는 일이, 현대에 어떤 영향를 미치는지, 남북관계에 대해 다시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연암집의 보존에 일정 역할을 한 친일파 박영철을 통해, 자신이 한 일의 역사적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채 눈 앞의 일을 대하는 인간을 대면하게 된다. 딱딱한 성리학의 거목으로 알고 있던 율곡 이이에게서 좋은 시를 통해, 사람들의 수준을 높이려는 마음을 엿보며, 지구에서 볼 수 없는 달의 뒷모습 같은 새로운 모습을 재발견하기도 했다.
 
 
# 긴 호흡으로,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
 
 
  기획회의라는 격주간지에 실린 글이다. 한 호흡에 읽기보다, 일주일에 한 번이나, 서가에 두었다가 문득 생각이 날 때, 끌리는 글로 읽기 좋은 책이다. 조선지식인의 서가도 돌아보고, 자신의 서재도 살펴보면 좋겠다 생각한다. 한 권의 책에 스민, 시대의 풍경과 사회의 모습, 개인의 운명과 책의 운명, 그 책을 통해 인생이 바뀌어진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한자로 된 멀게만 느껴지던 책이, 컴퓨터 옆 서가에 있는 책들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한 시대의 변화를 통해, 지금은 사랑받지 않은 많은 책들을 보니,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책들도 시대가 변화게 되면, 사라지고 잊혀지고 말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후대에 사랑받지 못하지만, 내가 원하면 얻을 수 있는 책들에 스민, 편집자의 노고와 저자의 땀흘린 글에 대한 정성을 알아주는 일은, 책을 읽고 책이 주는 의미에 대해 한 번 곱씹어보게 된다.
 
  조선시대와 관련된 저자는 정민 선생님과 안대회씨가 떠오른다. 새 책을, 챙겨보게 되는 저자가 한 명 늘어 좋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건,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의미를 넘어, 다양한 책의 유통의 관계자와 인연을 맺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과 정보화 시대의 발달로, 책의 흔적을 남기면, 다른 이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 글을 남기는 이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루어진다. 멀게만 느껴졌던 조선 지식인과 작은 유대의 끈이 연결된 느낌이다. 이미 존재하지만, 사람들에 손길이 적어 수풀로 가려진 길을 알게 된 기분이다. 내가 걷기 전에, 길을 걸었던 수 많은 사람들, 그 길을 알려준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글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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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용어사전
나카야마 겐 지음, 박양순 옮김 / 북바이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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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철학, 왜 낯설게 다가올까?
 
 
  서양의 문물이 들어온지도 백년이 훌쩍 넘어간다. 1900년대 초기에는 제국주의 일본의 문화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었고, 해방 이후에는 미국의 문화가 많이 사회에 흡수되었다. 토속적인 신앙인 무교와 미신으로 치부되는 풍수및 동양학은 근대화 운동시대에 소외받았지만, 차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동양철학과 다른 문화도 많지만, 학계와 주류에서 철학이라고 하면, 서양철학을 생각한다. 그리스 시대부터 계통적으로 잘 내려온 철학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전통문화 속에 스며있는 동양철학의 중용과 여러가지 생각들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 쉽다. 서양철학자들의 이야기가 낯선 것은 우리가 서양문화의 뿌리에 관한 부분에 무지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서양철학의 고유한 풍토성을 받아들이기 곤란한 점을, 긍적적인 관점으로 바꿔, 서양철학이 보편성을 띄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선으로 돌리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했다. 다양한 철학의 가치들이, 개념적으로 스며있다가, 어느 순간 철학자의 손길을 거쳐, 의미있는 철학적 요소로 부각된다. 서양철학을 공부하는 일은, 시대마다 변화하고 이어지는 많은 철학적 요소, 개념들의 모험을 엿보는 일이라는 관점에 동의한다.
 
  개념, 철학, 이데아, 규범 등등 100가지 사고의 용어들이 책에 실려있다. 각 단어들이 지닌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각 단어들이 철학의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바라보는 관점에서 책은 쓰여졌다. 일반적인 뜻을 알려주는, 사전이 아닌, 철학적인 사고를 하는데 보탬이 되는 단어의 역할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하면 된다.


# 100가지 사고를 익혀갈수록, 가깝게 다가오는 서양철학.
 
 
  책을 읽는다고 해서, 서양철학의 계보를 한 눈에 알아보게되는 마법을 지닌 책은 아니다. 각 사고의 단어들이 철학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규정되어졌고, 서양철학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일반인이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풀이되어 있다. 어렵지 않게, 단어의 의미에 대해 도전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책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이다.  칸트, 헤겔, 후설,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등등 다양한 철학자들이 다양한 용어에 대해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고, 사고의 용어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린다.

 

  철학자를 이해해야, 그의 철학을 알 수 있고, 그의 사상도 이해하게 된다는 관점과 달리, 용어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철학자를 통해, 각양각색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할까. 지금 내가 세상을 읽는 틀(프레임) 역시, 내가 스스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서양철학자의 누군가가 만든 관점의 틀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타인과의 시선이 거울이 되어, 자신이 바라보는 곳을 응시하게 되는 점, 이성의 사고를 지닌, 인간이 지닌 가장 큰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뢰즈, 스피노자, 칸트, 헤겔 등 철학자들을 생각하면 철학을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진다. 나만의 생각,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갖고 싶지만, 철학의 난해함으로 낯선 단어들이 의욕을 떨어뜨려 고민하는 독자에게는, 100가지 사고의 용어로 서양철학에 다가설 수 있게 하는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줄거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말을 듣지 않고, 아무렇게나 마음에 드는 데로 읽어분 후, 두 번째 읽을 때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페트병을 뒤집은 것처럼,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다보면, 거꾸로 선 페트병의 물이 위에서 내려오듯이 넓게 보였던 철학의 세계가 한 방향으로 흐름을 잡을 수 있음을 알게되었다.
 
  철학이 밥을 먹여주거나, 직접적으로 생을 살아가는데 보탬을 주는 대상은 아니라 생각한다. 철학을 공부하고, 자신만의 방향을 스스로 이해해서 정립한 이는 돌발상황이 오더라도, 자신의 걸어야 할 길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을 지닌 채 살아가는 이점이 있다. 여러가지 변수가 삶의 방향을 흔들리게 하는, 다양한 선택이 지옥의 고통을 안겨주는 현대사회 일수록, 비실용적인 철학을 공부해야 할 필요성은 높아진다 생각한다.
 
  먹고 사는 일만 해결되면, 만사 OK인 것처럼 보인다. 막상 그것이 충족되고 나면, 아무런 의미없이 생을 살았다는 사실과 대면하게 된다. '왜 내가 지금 살아가는가?'에 대한 정답을 주지 못하지만, 자신만의 답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철학!, 사고의 능력을 기르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얇지 않은 분량만큼, 내용이 충실하다. 책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벤 선택이 아깝지 않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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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마드레 - 공존을 위한 먹을거리 혁명
마이클 폴란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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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외면과 무관심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농촌은 지금 붕괴되고 있다.
 
 
  화학제품에 자유롭지 못한 세상에 생존하고 있다. 유기농 제품도 농약을 전혀 안 쓰는것이 아니라, 저농약이라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농사를 짓는 친척이 말해주었다. 친척은 농약을 최대한 적게 쓰는, 친환경적인 농법을 사용하지만, 상품가치가 떨어지기에 잘 팔리지도 않고, 소득도 많지 않다. 할머니는 혼자서 그래봤자 소용없다고 하시지만, 친척이 농약보다 사람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이 대단하다 생각한다. 단순한 생각에도, 벌레도 죽어버리는 농약과 항생제가 많은 벌레먹은 흔적없는 과일이 몸에 이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판로를 잘 개척하면 제 값을 받을 수 있을텐데, 농사를 같은 종으로 매번 짓는다고 보장할 수도 없고, 신뢰라는 것이 쉽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외국처럼, 자국의 생산물을 외국으로 수출하고, 외국의 싼 농산물을 자국으로 수입하는 무역은 한국사회에도 존재한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는 미미하다 생각한다. 아직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농촌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생산을 하면, 대량생산과 효율적으로 잘 할거라는, 식품인증을 받아 안정성이 높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 십상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유통비용과 보존비용을 제외한다면, 각국에서 많이 생산해서, 다른 나라에 제값을 파는 것이 서로의 이익을 좋지 않을까, 무역도 활성화되고 좋겠다 생각했었다.
 
  책을 읽고 나니, 어처구니 없는 상상에 불과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도시인이 농촌을 생각할 때, 깨끗한 공기와 순박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이미지된 이상적 로망을 갇는 것처럼, 실제 현실은 상상과 다르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FTA와 무역이 활성화 될수록, 한국사회의 농촌과 농업은 무너지고, 기업화 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정부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만, 현실에 와닿는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산업을 위해서라는 변명을 가지고 농업의 절규에 외면하고, '내 일이 아닌데 뭐'하면서 무관심하는 동안, 농촌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그 틈은 기업이 차지할 것이다. 가격을 독점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순간, 우리의 선택권은 사라져 버린다.
 
 
# Slow food 운동과 local food 운동으로 지구를 살리자.
 
 
  테라 마드레라는 말은 '대지의 어머니, 지구'라는 뜻이라고 한다. 좋은 음식, 깨끗한 음식, 공정한 음식이라는 슬로건으로 150여개국, 1200 공동체, 5천명의 사람들이 테라 마드레 모임에 모였다. 함께 열린 슬로푸드박람회에서는 20만명이 모이는 성과를 거뒀다.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슈퍼바이러스, 조류독감 역시, 공장형 가축사육으로 인해 병이 거쳤다고 한다. 유전자변형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 회사에서 종자를 독점해서, 발아되지 않는 불임종자와 속성종자를 만들어 내지만, 기업을 위한 법률로 인해, 지적재산권이라는 이름으로, 농부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종자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다. 농업을 먹거리를 생산하는 단순한 과정으로 생각하는 마인드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냈다 생각한다.
 
  저명한 인사들의 글도 좋았지만, 미국의 식품을 파는 점원이 이야기하는 질나쁜 유기농제품과 슈퍼마켓의 판매전략, 농업법안의 문제점을 볼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 유기농과 로컬푸드라는 이름 역시, 제품을 파는 하나의 이미지로 상품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감시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이윤을 위해,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역적 특성과 전통을 살린 다양한 식생활 문화 건설을 결의한 저자들의 외침을 들었다. '값싼 식량'이라는 산업형 농업의  환상적인 이미지에 속았음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에너지와 인력을 소모하면서도 비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기업보다 유기농으로 더 많은 수확을 낼 수 있다는 점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고, 가축을 먹이기 위해,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많은 곡식들이 그곳에 소비된다고 한다.
 
  63억의 인구 중, 8억은 굶주리고, 12억은 영양과잉으로 비만이 된 현실, 63억의 인구가 120억명을 먹일 수 있는 식량을 가지고 있지만, 굶어죽어가는 사람이 발생하는 현실의 이유를 산업농업의 실패의 결과라 저자는 설명한다.
 
  신토불이라는 말처럼, 그 지역의 제철음식을 그 지역에서 사람들이 먹는 일은, 농부를 살리고, 자신의 건강도 살리면서, 농업문화를 지키는 힘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윤이라는 이름 아래, 농업문화를 자연스럽게 쇠퇴하게 만들고 있다. 때론 알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고 외면하고, '난 취직해서 농업과 관련없는 일을 하는 걸', '난 아무 힘도 없고,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고 무관심하거나 포기하는 동안, 기업을 위한 법률을 제정되고, 농촌은 사라지고 농업기업이 그 빈자리를 채우게 된다. 칼로리를 맞추기위한 다양한 시도들, 값싸고 저렴한 식품은 도달하지만, 그것을 검증하는 방법은 쉽지 않고, 위험을 증명할 수 없기에, 아직 안전하다는 이름으로 기업은 제품을 선전할거라 생각한다.
 
 
# 아이를 둔 부모님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비혼주의자보다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값비싼 유기농 제품을 먹일 능력이 없는 중산층 이하 부모님들이 아이를 위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아이를 위해, 좋은 교육환경과 많은 사회적 자산과 돈을 남겨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은,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어머니, 개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무력하지만, 개인이 모여 관심을 가지고, 테라 마드레 등의 슬로푸드 운동과 로컬푸드 운동을 지원하는 데 힘을 보탠다면, 정치인들도 그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농업을 위한 정책에 신경을 쓸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산업이 고도화로 발달하더라도, 깨끗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없다면, 행복한 삶이 아니라 생각한다. 무역을 하지말고, 지역 음식만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무역을 하더라도, 지역 내 기업이 아닌, 자영농들이 종자를 쉽게 구할 수 있고, 농사를 지어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해야 한다 생각한다.
 
  지원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농업이 우리의 문화를 지켜내는 파수꾼이며,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소중한 직업이고, 다른 일자리만큼 경쟁력이 있는 직업으로 인식하게 하는 분위기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 싼 가격을 찾다보면, 만여종의 종자가 150종, 8종으로 단일화되어가듯이, 세계 모두의 인구가 하나의 완전음식만을 먹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단순할 수록 그 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라는 말이 기억난다. 다양한 음식으로 끼니를 채울 수 없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문화의 발전을 위해, 미래의 발전을 위해, 당장 보이지 않지만, 농업에 대한 관심은 필요하다. 모두가 힘을 합한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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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읽는 CEO -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읽는 CEO 8
김진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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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과 마을이 사라지며, 생겨난 도시. 최고의 문화 형태인 도시의 결을 들여다보다.
 
 
  50년대에 태어난 아버지 세대가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산업화 세대였다면, 80-90년대 태어난 세대는 도시화가 진행된 공간에서 정보사회를 살아가는 새로운 세대이다. 쥐불놀이, 제기차기, 모내기, 품앗이 등 농촌사회의 문화가 사라진 공간에는 익명의 군중과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관계를 맺어가는 새로운 문화가 채워진다. 도시에서 먹고, 마시고, 잠을 자면서 생활하지만, 도시의 풍경과 결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뛰어난 정치가들과 행정가, 건축가들이 모여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일이지, 도시의 소시민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저자는 도시에는 인간의 위대함과 비열함이 동시에 버무러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며, 당신이 하는 일상의 행위 하나하나가 도시를 만든다고 말한다. 문제없는 도시란 이 세상에 없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문제는 없어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모습을 달리하며 도시에 나타난다는 말에서 약점이 없는 인간이 없다는 말과 약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약점이 달라지며 삶을 고민하게 만든다는 글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 모습이고, 내가 꿈꾸는 도시는 어떤 특색이 있으며, 세계의 각 도시의 장단점을 저자의 이야기로 알 수 있겠다는 기대로 책을 읽었다. 도시와 인간은 독립되어 있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뜨거운 볕에 놓인 얼음처럼 샤르르 녹기 시작했다.
 
 
#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과 인간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들을 만나다.
 
 
  저자는 도시에 끌렸던 자신의 체험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도시들을 살펴본다.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기도 하고, 시각부터, 후각, 미각, 촉각, 눈을 감고 느끼는 직관까지, 몸으로 체험하는 도시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꿈을 그리며, 미래의 도시들에 대한 상상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도시 뒤에 스며있는 인간의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인간의 삶과 문화가 스며있는 도시를 보며, 우리가 살아왔던 풍경과 문화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도시의 지도를 그리듯이,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찾아보기도 했다. 길을 잃어야 보물을 찾는다는 이야기에서는 정해진 길이 아닌,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길을 찾게되고, 예상치 못한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지혜을 알게 되었다.
 
  200개국이 넘는 지구에,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쿠리티바와 두바이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부분에서는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서, 뉴욕의 두 얼굴에서는 경쟁력과 삶의 균형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소수의 탐욕이 극한으로 추구되었을 때, 언제나 위기로 치달았고, 그 위기는 사람들을 오랜시간 고통의 늪으로 몰아갔다는 사실에 공감하였다.
 
  인권도시 워신턴과 혁명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스민 파워플레이, 권력의 속성으로 비교하는 부분과 '이데아'를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인 독일과 한국의 분단 도시의 비교에서는 포용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비되는 두, 세 도시를 통해 비교하는 방식으로 설명하였기에, 저자의 메시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 가장 단순한 진실, 사람이 살면 도시가 살아나고, 사람이 떠나면 도시가 죽는다.
 
 
  도시는 다 거기서 거기라 생각했었다. 맛으로 기억되는 도시, 걷고 싶은 도시, 하루를 소비하고 싶은 도시, 공원에 누워 잠들 수 있는 도시, 눈에 피로감이 덜한 자연친화적인 도시 등 다양한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지금 살고 있는 도시의 결은 도시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도시에 사는 시민들과 다양한 정치적 이해와 선택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개인이 도시의 풍경을 바꿀 순 없지만, 개인이 먼저 시작해서 도시의 풍경에 대해 고민하고, 다른 이들과 변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그 선택에 의해 도시의 풍경도 자연스레 바뀐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정치가와 행정가, 건축가에게 도시를 무작정 맡겨둘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리고 싶은 도시와 풍경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 선택을 옹호하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정치행위를 하는 일이, 자신이 원하는 도시를 만드는 데 가까워지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제목처럼 CEO에게 도시의 결과 도시에 사는 인간의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이다. 특히, 20대와 대학생이 읽고 자신이 바라는 꿈의 도시를 디자인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부에 나오는 호기심을 일깨우는 점은 자신의 꿈을 디자인 하는 비법이 숨겨져 있다고 할까. 막연하게 느껴지는 '도시'속에 문화, 예술, 정치, 사회 등 다양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었다. 깊이 있게, 진지하게 읽는다면, 책 읽는 시간과, 책 값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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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ㅋㅋ - 청소년인권 이야기
공현 외 지음 / 메이데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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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어디까지 보호하고,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청소년기는 불씨와 같은 시기인것 같다. 자신을 매혹시키는 일이나 대상을 만나게 되면, 자신을 연소시켜 활활 타오르지만, 차갑고 냉랭한 여건 안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태가 된다. 매일 반복되는 등교와 도망치면 체벌과 꾸지람이 따르는, 불잡아두기만 하는 학교를 생각하면, 군대처럼, 그때로 돌아가라면 절대 응하고 싶지 않은 시기이다.
 
  아이들과 청소년 인권 보호대상자들이 모여, 청소년을 문제의 대상이 아닌, 인격을 갖춘 ’존재’로 봐달라는 책이 나왔다. 대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은 딱 1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3학년과 대학교 1년 사이, 아이들의 인격이 급상승한 것도 아닌데, 왜 대학생들의 차림새는 규제하지 않고, 고등학생의 차림새에는 규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청소년 인권이 나아지지 못하는 이유는 관심의 대상도 적고, 통제로 보는 시선이 여전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금 나와 절실한 연계가 없는 청소년 인권 문제라 생각하니, 그다지 마음이 와 닿지 않았다. 예쁜 조카들과 만약 내 아이들이 태어나 학교의 과정을 밟게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내 일은’ 직접적으로 아니지만, 결국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문제라 생각하니,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책을 읽게 되었다.
 
 
#  아직도 남아있는 획일주의, 통제 위주의 시스템을 학교에서 발견하다.
 
 
  책에서는 입시경쟁의 사회구조, 교사와 청소년과의 관계, 학교를 다니지 않는 비학교-청소년의 인권, 청소년 노동인권, 친권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걸 결정하는 어른과의 갈등, 동성애와 성인식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청소년의 ’문제’가 아닌, 인권의 시각으로 이야기한다.
 
  모두가 머리를 짧게 자른다고 해서 학업성취률이 올라가지 않는다 생각한다. 통일된 복장을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나 교육감 등의 위에서 관리를 해야 하는 어른들이 보기에 불편하지 않을 뿐이라 생각한다. 두발문제와 복장규제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변명과 저자들의 주장을 듣다보면 10여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 발자국에 머물러 있음을 알게된다.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다 복장규제와 두발문제에 동의하지 않았을텐데, 왜 사회는 변하지 않는걸까?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모든 사회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의 원인은 무관심에서 시작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지하지 않는, 굳이 나서지 않는 과정에서, 변화는 일어나지 못하고, 정체되고, 당사자들은 지쳐버리게 된다.
 
  당연히, 복장규제를 풀면 다양한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고, 두발문제를 개방하면 다양한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문제가 생겨났을 때, 구성원들과 진지하게 토론해서 변화하는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아닌, 무조건 안된다고 규제만 하는 시선에서, ’청소년’을 ’문제’의 대상으로,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유지됨을 인식했다.
 
  사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자극적인 내용들을 보면 지금의 10대들은 무섭고 두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금의 성인들이 청소년이었을 때에도,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행동을 못마땅하고, 불온한 시선으로 보았다는 점이 알 수 있다. 대화하기보다, 이건 나쁜거니까 하지 않아야 해, 넌 몰라도 돼, 어른들이 어련히 알아서 좋은 길로 유도할까, 이런 말들이, 결국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개인적으로 어른들에게 종속하게 만드는 아이어른을 만드는 일의 연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  애들이 문제라는 시선이 아닌,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고 해결책을 고민해 봐야 하는 시대.
 
 
  ’인권’이라는 시선에서 접근한 책이기에, 의무는 없고 부당한 권리를 침해받는 사례와 변화의 주장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기에, 청소년 내에서도 변화를 바라는 아이와 그냥 이대로 지냈으면 하는 아이 등 다양한 아이들이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그런 아이들이 공통된 시선을 볼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은 청소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 생각한다. 제목처럼,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건방진 것들’, ’고생을 해 봐야지’라는 어른들의 시선을 충분히 만족하는 책이기도 하다. 어쩌면 변화는 익숙해진 시선을 고치려는, 다른 곳을 바라보는 고통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교육이 바로서면, 그 나라의 백년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입시경쟁의 문화, 좋은 대학이 더 나은 경제적 여유의 기회를 줌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시대, 우수한 성적이 1등급 쇠고기처럼 우수한 품종으로 선택되는 사회는, 행복에 이르는 방법이 적기에 아무리 경제적으로 발전해도 후진국이라 생각한다. 청소년을 ’문제’의 시선이 아닌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보수적이고, 아이가 행복하게 학교를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부모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부모에게 마음이 들지 않겠지만, 지금 아이들의 생각은 여기까지 나아갔음을 인식하는 점은 아이와의 대화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누구라도 아이와 연관되지 않는 삶을 사는 이는 없다 생각한다. ’나’만의 문제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이가 겪어야 할 문제라 생각이다. 교사가 억지로 아이들을 단속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와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사회가 나아가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생각한다. 단시간에,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외면한 채로, 자기의 일에 몰두하는 이 시간에도, 아이들의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 보호해야 하는 시선이 아닌, ’인격’적으로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라는 시선에서, 꼭 책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 건강한 꿈을 안고 사회를 살아야 하지만, 특히 청소년 시기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괴로워하고 꿈을 잃어버리는 시기가 아니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청소년 때 느꼈던 마음이,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잠재의식에 남아있기에, 청소년 인권에 대해, 건강한 사회를 위해, 사회구성원으로서 고민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는 데는 큰 힘이 필요하지 않다. 작은 관심과 대화를 계속해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하면서, 조금씩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간다 생각한다. 아이들의 외침을 들어야,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점이 잘못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힘들었어도, 아이들은 그 과정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따뜻한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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