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수 많은 사람들의 민주화 열망으로 얻어낸 백지 한 장. 꾸준히 지켜내려는 노력이 없다면, 쉽게 더럽혀진다.
 
 
  3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사회가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국가 경제는 OECD의 일원이 될 만큼, 부유하게 되었고, 선거제도도 그때와 비교하면 많이 깨끗해졌다. 빨갱이로 몰리면, 잡혀가서 누구도 모르게 죽을 수 있었던 불안의 시대에서, 당당하게 항의는 할 수 있는, 시대로 변했다. 이러한 민주화의 성과는 그 당시의 여당이나, 지도계층이 '옛다, 너희들 고생했으니, 이제 좀 편하게 살아라'하고 선심쓰듯 준 것이 아니다. 독재의 숨결을 견디지 못했던 청년들의 외침과 항거, 노동자들의 눈물, 서민들이 지금 당장의 생업을 잠시 잊고, '아, 이건 아니잖아. 이제 그만하고 물러나라'라는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는 희생의 결과이다. 부모님이 떠난 후에야, 그분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듯이, 민주주의 역시, 민주주의가 상실된 그때, 절실히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세상이 변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이 변했다. 이게 다 자본주의가 심화되어, 양극화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0년전에는 이웃간에 살뜰히 공동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어려운 상황을 도우려는 실천적 노력이 많았는데, 지금은 전화 한 통의 후원금, 양심에 찔리지 않을 만큼의 기부 등으로 자신을 위안하거나, '그런 건 정부가 해야지'라며, 모르쇠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들이 생각을 교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앞만 보는 시선을 돌려,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도전해 볼 기회조차 잃어버린 채, 절망에 빠져버린 이들을,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거라며 매도하지는 시선만 거두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사가 소중한 이유는 과거의 체험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역사는 과거의 기억을 해석하는 하나의 틀이다. 예전에는 정부의, 일방적인 관점이 역사인식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한다. 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어두운 기억이 많다. 그 틈새에 어둠을 환한 빛의 공간으로 바꾼, 결과적으로 지는 싸움이였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바꿔, 함께 사는 공간을 만들어 낸 6.10 항쟁이 있다. 지금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과, 6.10에 문외한 사람들이 그 당시를 쉽게 들춰볼 수 있는 만화의 얼굴을 한 책이 출간되었다.
 
 
# 간단한 구성, 간단하지 않은 메시지.
 
 
  가난한 형편에 장남과 영호만 대학을 갈 수 있었던 1989년, 빨갱이와 당장 북한이 물을 내려보내면, 홍수가 난다며, 평화의 댐을 짓자고 정부가 일방적인 여론을 왜곡했던, 당신의 영호가족이 주인공이다. 영호를 위해 공장에 취직했다가,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대학생들이 처참하게 고투를 겪었던 모습을 괴로워하던 누나, 빨갱이라는 말에 자신의 어머니가 총살되어,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영호 어머니, 가정의 형편과 장남이기에, 민주화에 나서지 못했던 직장인 영호 형, 외면하고 거부하는 척 하지만, 결국 발을 들이고 마는 영호와 계속 민주화 운동을 하던 영호를 반대하던 아버지까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6.10을 만나는 과정이 책에 담겨있다.
 
  지금의 시선에서 상상도 못할 일들이 그때는 일상이였음을 등장인물들은 전해준다. 민주화는 의식있는 사람들이 혼자서 열렬히 싸워서 이뤄낸 성과물이 아니라, 힘없고, 무력했던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고, 지는 싸움이 될거라는 걸 알면서도 서로 힘을 모았기에 가능했다는 사실과 만난다.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려서 얻은 결과는 고작 투명한 백지 한 장일 뿐이라는 말이 마음에 닿았다. 함께 힘을 모아 정성스럽게 써야 하는 백지 한 장, 얼룩으로 더럽혀진 지금의 현실을 보며 환멸을 느끼게 하는 정치를 계속 외면한다면, 얼룩진 종이는, 얼룩에 익숙해져, 깨끗함으로 돌아감이 불가능해 보인다.
 
  똑같은 사안도 각자 자신의 위치와 생각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생각한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민주화를 외치는 그런 세상은 이제까지 오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오기 힘들다 생각한다. 다만, 소수의 인물들이 권력을 나눠지고, 통제하는 일을 당연시 하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바뀌어야 한다. 용산 주공참사와 쌍용자동차의 노조원의 투쟁의 과정을 지켜보며, 더 이상 정부가 국민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 누구도 고용을 보장해 줄 수 없는 현실과 만났다. 누군가의 외면속에서, 결국 상처받는 이는 생기고, 그 상처받는 이가 힘 없고, 빽없는 약한 사람들이라는 현실에 눈물이 난다. 홍수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피해보는 이들은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이다. 힘없고 빽없는..., 당장 내가 그런 위치에 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위한 구제 방안을 돕기 위해 노력하려는 마음을 잊지 않고, 지지하는 일이, 함께 사는 사회를 사는 사람의 기본적인 마음이 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세상이 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게으르고, 나태하며, 기회를 악용하려는 마음이 존재한다. 그 마음들 깊숙한 곳에는 현실을 딛고, 희망을 향해 도전해보려는 마음 역시 존재한다 생각한다. 한 사람이 당장 바꾸긴 어렵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피해를 조금 감수하는 시간과 순수한 열정들이 그런 사회로 가는 지름글이라 생각한다. 마음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공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화에 대해, 건강한 사회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나만 잘 사는 삶을 싫어하는, 지인과 함께 읽고 대화 나누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뒷북소녀 2009-08-27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하려고 사요. 근데 비이님 리뷰가 보여서 땡스투 날려요^^

쿨앤피스 2009-08-27 13:00   좋아요 0 | URL
하하. 선물 받은 이에게 좋은 책 선물하시네요. 고맙습니다 뒷북소녀님. ^^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고미숙 지음 / 사계절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불안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삶의 지혜.
 
 
  비정규직, 인턴, 노동 유연성 등등 21세기는 불안의 시대이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다들 아무것도 없었을 땐, 연대라도 가능했지만, 소수만이 탈 수 있는 동앗줄이 있기에, 다들 연대보다는 그 줄을 잡으려 노력한다. 조선전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의 모음인 임꺽정은, 이런 불안에서 자유롭다. 그럭저럭, 하는 일 없이도, 어떻게 버둥기면서 자유롭게 사는 청석골의 일곱 두령들은 신분은 비천하지만, 누구보다 자유롭게 한 세상 살다 떠난다.
 
  열하일기를 열정을 담아 소개했던, 고미숙씨 였기에, 더욱 흥미가 갔던 책이다. 수유+공간이라는 비정규직의 지식공동체에서 활동하던 저자는 우연히 벽초 홍병희의 책, 임꺽정에 관한 책을 쓸 권을 권유받는다. 머뭇머뭇하던 저자는 한 번 책을 읽고, 등장인물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흠뻑 빠진다. 정착민에서 유목민으로 넘어가는 경계의 시대, 유목인으로 흠뻑 살았던 그들의 삶을 지켜보다보면, 불안과 두려움의 시대를 이겨낼 지혜를 얻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신분과 예의라는, 정착민에게 필요한 규범이 벗어난 자리에는, 우정과 연대가 자리를 채운다 뜨거운 정으로 연대하는, 순환이 멈추지 않는 공간에는 어울림의 문화가 존재한다.
 
 
# 사라져버린, 우정의 재발견.
 
 
  저자는 근대사회에서 사라져 버린, 우정의 끈끈한 연대를 청석골의 일곱두령의 우애를 통해 재발견한다. 자신의 컴플렉스를 다 드러내고, 밉지 않은, 마음이 끌려, 자신의 목숨을 내어 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 가부장의 제도 이전의 그곳에는, 혈연공동체라는 사돈의 팔촌까지 함께 어우려 사는 문화가 있었고, 그 문화는 가부장의 책임의 굴레에서 자유롭게 해준다.
 
  그냥 배우고, 목표를 가지고 집중하다보니, 백수에서 달인으로 변한다. 일곱두령들을 보며, 공부의 의미와 달인의 매력, 인적 네트워크의 소통과 영향력을 발견했다. 신분은 천했지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벗과 함께 도를 향해 성장해가는 스승이 있는 삶을 발견했다. 그런 삶을 살려면, 정착민의 규범의 틀에서 벗어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좋은 책은 사유의 지도를 다시 그려준다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임꺽정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정보화 사회가 지속될수록, 유목인의 삶을 준비해야 함을 느낀다. 얼마나 더 많이 버는가가 아니라, 돈 없이 얼마나 풍요롭게 살 수 있을지 연구하는 저자와 저자와 꿈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기획하는 일도 엿볼 수 있다. 공부를 매개로 하여, 따로 또같이, 활동하는 동번서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저자의 행보를 보니, 배움과 삶의 일치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들의 실험이 성공하여 청년들이 백수라는 자신의 위치에  절망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용기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배움의 터가 되어준다면 더욱 좋겠다.
 
  일탈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삶을 고민하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임꺽정을 읽어 본 후, 고미숙씨의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마음 고운, 지인과 함께 읽으며, 우정을 더욱 도탑게 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 산업사회로 들어서며, 소외받았던 노년의 재발견.
 
 
  농경사회에서는 노인들의 지혜가 매우 중요했다. 가뭄과 재해 등 예기치 못했던 사안들에 대해,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혜는 곤란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였다. 산업사회에 들어오면서, 노동력과 힘이 중요해지고, 핵가족화 되면서부터, 노인에 대한 인식은 어둡고 부정적으로 변했다. 힘도 떨어지고, 혼자서 외롭게 지내야 한다는 병약과 외로움, 기억력 쇠퇴의 공포들은 나이듦을 피하고 싶게 한다.
 
  시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관리를 열심히 해서, 피부를 뽀얗고 윤기있게 만들 수 있지만, 나이듦은 인간이라면 인정해야 하는 자연의 법칙이다. 78의 삶, 젊다고 할 수 없는 나이가 된 저자는 예순이 되던 해, 고향으로 낙향했고, 자연과 함께 하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17년 후, 노년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의 책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제 2의 사춘기인 갱년기를 지나, 노년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부모님을 위해 읽기로 결정한 책이다. 노망, 노회, 노약이란 말 대신, 노숙, 노익장, 노련의 글귀와 긍정적인 노년의 모습을 한 책 표지들은 노년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에너지를 담고있다.
 
 
# 현명하게 보내는 노년의 삶의 비결들.
 
 
  자애로움과 여유로움이 넘치는 노년의 초상화를 보여주며, 저자는 노년의 삶을 긍정한다. 응시하고 꼭 다문 입술에서 통찰의 기운을, 수정체의 초점의 힘이 떨어지는 노안의 모습에서 삶을 풍성하게 겪어낸 지혜가 숨어있음을 발견하는 저자의 시선이 따사롭다. 노년의 삶에서 가장 힘들어 보이는 외로움도, 저자는 적극적으로 고독을 홀로인 것을 이겨냄으로 바꿔, 독불장군의 당당한 모습을 지켜내기를 권한다.
 
  노년에 고민하게 되는 죽음의 문턱을 바라보는 세가지 관점, 피하고 싶은 마음과 성화, 승화하는 마음, '미완의 삶을 완성시키는 계기' 로 바라보는 시선을 보게 한다. 삶을 온전하게 만드는 완성의 소중한 계기와 동기라는 죽음의 의미를 곱씹어 생각해보니, 죽음이 두렵지도 가볍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래서 죽어서 눈이나 감겠나?"라고 외칠만큼 열심히 살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행복한 노년을 위한 5가지 하지 말아야 할 사항과 해 보았으면 하는 5가지 일들은 부모님께 전해주고 싶은 글귀들이다. 잔소리와 군소리, 노하는 마음, 기죽는 소리와 노탐과 과거를 회상하는 일들,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고, 타인의 눈쌀을 찌푸리는 일들을 줄인다면, 노년의 삶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될거라 생각한다. 여유로움고 달관, 소식과 사색, 운동을 통해 직업과 생계를 위해 하루종일 일해야 하는 일에서 자유로운 삶, 사색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노년의 삶은 힘과 패기로 달리는 청, 장년의 삶과 또다른 매력이 넘치는 시기임을 인정하게 한다. 힘을 써야하는 일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여유롭게 지혜의 문에 들어갈 기회를 얻는 기분이다.
 
  87세의 최고령 마라토너와 아흔에 새 출발하는 노년들의 이야기들은 노년의 삶에서 피어날 수 있는 열정과 희망을 보여준다. 새로운 학교의 개혁을 위해 90세 교장을 발탁한 학교의 의견을 통해, 노년의 시기도 바라보는 시선의 이동을 통해 긍정적인 기회의 삶의 공간으로 변화 가능함을 배웠다.
   
  어른들의 말은 잔소리처럼 들려, 귀에서 들으려는 것을 거부하기 십상이다, 조금 인내해서, 곱씹어 생각해보면, 매우 옳은 이야기들을 적시에 들려줌이 느껴진다.
 
  며칠 전, 지인을 상심에 빠진 지인을 위로하러 갔다가, 그의 할머니가 내가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소극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지만, 한 번 수가 틀리면 상대를 적으로 만드는 강한 성격의 그에게 할머니는, 내가 좋으면 다 좋다며, 사람들과의 어울림에서 그러면 안된다는 말씀만 하셨다. 지인에게 사람은 언제 어떤 관계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좋은 인연으로 끝맺음하는 일이 좋다고 이야기하려 했는데, 할머니의 말씀 한마디를 생각해보니, 그에게 말하고 싶던 이야기와 함께, 내 마음의 깊이에 따라 세상의 일들을 포용할 수 있다는 깊은 의미까지 전해졌다. 꼭 필요한 말만 하면서, 깊은 의미를 담는 삶의 지혜들을 실제로 대면한 순간이었다.
 
  노년의 나이에도 정정하게 활동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힘을 얻곤 한다. 체력과 근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노년의 삶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함께 공존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노년이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도 많아져야 한다 생각한다. 그저 최소한의 봉급을 주는 일이 아니라, 노년의 삶의 지혜를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정책들을 제안하고,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 결국 다들 나이를 먹기 마련인데, 늘 젊게 산다는 착각에 빠져, 다른 삶을 사는 이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멀어보여, 아직 와 닿지 않는 노년,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부모님 세대를 위한 좋은 책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학, 현실에 말을 걸다 -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통섭
이면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자신의 최소한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제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중요하다.
 
 
  저축만 꾸준히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고금리 시대는 언제 돌아올지 기약하기 힘들다. 부모세대의 경제적 지식이 지금의 세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시대로, 금융시스템의 변화를 준비하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살기에, 다들 자신의 부를 늘리고, 지키기 위해 재테크와 경제 공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재테크는 매순간 변화하는 경기의 흐름을 전망해서, 시기 적절한 자신의 재산을 늘리기 위한 선택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최선의 선택을 위해서는 변화하는 시대와 경제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파생상품 등 다양한 상품들이 투자를 위해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유혹한다. 상품의 등장 이유와 배경을 알지 못한다면, 언제 상품에 참여하고, 언제 물러나야 할지, 타이밍을 잡기 힘들다. 주식도, 부동산도 경제의 많은 흐름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 생각한다. 현재를 읽기 위해서는, 과거를 참고해야 한다. 지금을 살피면, 미래를 전망하는 일이 가능하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지만, 경제에 관한 용어들은 매우 어렵다. 진입장벽이 높다고 할까, 어려운 수식과 복잡한 용어들은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기 전에, 포기의 버튼을 누르게 한다. 남북관계가 흔들린다는 소문이, 시장에 떠도는 확인되지 않는 정보들이 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그 정보를 통해 이익을 보는 이와 손해를 보는 이가 왜 생기는지 경제문외한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경제뉴스에 나오는 정보들을 보면, 다들 부자가 될 거 같은데, 손해본 이가 더 많은지, 궁굼한 사람들에게 경제학의 발전과정과 지금 우리의 경제가 큰 맥락으로 보았을 때, 어느 위치에 있는지, 쉽지 않지만, 도전하고 싶을 정도로 풀어서 이야기해 주는 책이 등장했다.
 
 
#  세상에 공짜는 없다. 호황의 매혹적 이득만큼, 불황의 시기에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거품은 결국 빠진다.
 
 
  책을 읽고나면, 외줄에 선 광대처럼, 언제라도 떨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길을 걷고 있는 세계의 경제의 모습이 보인다. 순조롭게 균형을 맞춰 묘기를 부릴때를 호황이라 한다면, 넘어져서 다시 올라서는 과정은 불황의 시기이다. 한 번 흔들려 줄에서 넘어질뻔한 서브프라임의 위기를 극복하는 중이지만, 여기에서 한 번 더 휘청이면, 결국 넘어져서 고통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거쳐, 다시 외줄에 올라서야 한다. 어떻게 하면 넘어지지 않고, 당장 벗어날 수 있는 방법보다, 근본적인 흔들림의 원인과 어떻게 자세를 바로잡고, 걸어가야 하는지 책은 이제까지 걸어온 흔들림의 역사를 설명함으로써 방향을 제시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로 저자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며, 호황을 겪게되면, 그 이후 불황을 겪게 되는 일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매력적이다. 성장동력을 활용하여, 부를 만들고, 그 성장동력이 사라지기 전에, 성장동력을 통해 얻은 부의 힘으로, 다시 발전을 일으키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할까. 사람들의 욕심을 자극해서 생겨나는 거품은 당장의 현실을 잊게 만들어, 불황으로 가는 시기를 조금 늦출 수 있기도 하지만, 결국 거품은 빠지게 되고, 대가는 치러야 한다는 교훈을 3장의 세계대공황, 일본의 부동산 거품, 아시아의 자본시장과 외환위기,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을 살펴보며, 절실히 공감하였다.
 
  경제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는 시장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시장의 발전의 과정을 살펴보며,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한 인간의 노력과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모순, 양극화와 그에대한 성찰로 만들어진 제도 등 시장의 변천사를 어렵지 않은 용어를 사용해서 살펴보게 만든다. 금에서 화폐로, 다시 전자시스템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금으로 담보하는 현금에 대한 이자를 지불해서 은행에서 돈을 운용하고, 사업을 위해 돈이 필요한 이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화폐대신 현금과 같은 가치를 지닌 현물로서의 금은 얼마되지 않지만, 그 금을 담보로 해서, 돈을 운용해서 더욱 많은 가치를 만들어 부를 축적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에 기대어 이제까지 많은 경제발전이 이뤄왔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환율의 차이가 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파생금융상품이 어떤 원리에서 나오게 되었고, 그 위험도가 얼마나 큰지, 정부정책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인간의 심리와 환경이 늘 변하기에, 꾸준히 정답을 예측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해서도 저자는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더 크게 다가오는 부익부빈익빈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원인과 그 문제점에 대해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점이 좋았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보다, 불합리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믿음이 간다.
 
 
#  똑똑한 경제적 주체가 되기 위해 필요한 책.
 
 
  수요와 공급의 과정을 보면, 카지노 게임처럼, 누구나 똑같이 베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더 많이 가진 이는 실패와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대신, 어떤 이들은 수백명이 모여 한 번 베팅할 기회를 겨우 얻기도 한다. 사회주의가 아니기에, 골고루 공평하게 돈을 나눠줄 수는 없지만, 가난한 이들이 큰 어려움없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다 생각한다. 세상은 경제의 흐름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만, 그 경제를 만들어 나가는 이는 결국 인간이다. 국가단위로 대처했던 경제적 위기가 세계화와 무역의 교류의 활성화에 의해 다양한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로 변해버렸다. 모두가 현명해지지 않는다면, 헤지펀드와 같이 고위험 고수익을 얻는 집단에 휘둘리는 일은 늘 발생하게 될거라 생각한다.
 
  평등을 꿈꾸지만, 현실은 늘 가진자에 유리하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지지 못한 자를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이가 경제공부를 한다면, 그의 품에 안겨주고 싶은 책이다. 『헉! 아프리카』라는 책에서, 야생동물들이 생활하는 곳을 이동하는 지프자가 멈춰섰을 때는, 그냥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린다고 한다. 지프 밖으로 나가게 되면, 야생동물이 공격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그 근처를 지나가는 지프가 계속 멈춰있는 지프를 보게 되면, 도우러 간다고 한다. 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이유는 상품에 대한 신뢰,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경제는 계속 발전의 길을 걷기 발걸음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
 
  투기와 도박, 자신만의 경제관이 없는 철학이 없는 이에게, 로또는 매혹적인 재테크의 수단이라 생각한다. 경제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늘 최고의 결과를 내는 경제의 선택을 할 수 없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흐름을 읽는 노력은 필요하다. 자신이 가야할 길을 선택하지 못하게 되면, 상황이 선택을 결정하게 된다. 뉴스와 정부의 발표, 타인의 이야기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경제의 주체가 되어 변화하는 시대를 생존하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도록 책만 읽는
이권우 지음 / 연암서가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열정적인 책벌레의 책의 흔적을 좇다.
 
 
  109편의 책을 읽은 후의 흔적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저자가 책을 성실하게 읽으며, 고민하면서 지내왔는지, 책의 편수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장르도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소설에서 인문, 자서전, 고전, 경제, 역사까지 다양하다. 깊은 사유가 담긴 품격있는 대화와 논쟁보다는, 척 눈에 보았을 때 느껴지는 스타일과 이미지, 생각보다는 감성을 더욱 자극하는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책들에 대한 흔적은, 책을 저자만큼 죽도록 책만 읽지 못하는 내게 신선한 자극과 함께 질투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40대 후반의 저자가 바라본 책을 통한, 성찰과 흔적을 읽어가며, 현대사회의 풍경과 저자의 가치관을 바라보게 된다.
 
 
# 서평을 통해, 사회의 풍경을, 저자의 가치관을 읽다.
 
 
  책을 읽으며 고민한 생각 하나는, 서평을 통해 독자는 무엇을 볼 수 있는가였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긴 책이 아닌, 그 책을 읽은 리뷰어가 쓴 책의 흔적들은 또다른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해 줄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는 책에 담겨있지만, 메시지를 직접 읽으려면 독자가 직접 그 책을 읽어야한다. 서평을 통해 독자가 읽을 수 있는 건, 서평을 쓴 이가 바라보는 책에 대한 시선과 사회에 대한 풍경, 저자가 생각하는 삶에 대한 가치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빼어난 영화서평을 보고, 기대에 차 영화를 보았다가 낭패를 본 일이 적지 않다. 정말 끌렸던 것은, 영화를 바라보는 서평가의 관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 영화까지 보고 싶은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의 글을 읽을 때는, 동질감과 함께, 그 책도 함께 만나보고 싶어진다.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하는 이의 시선에 닿는 부분까지 예뻐보이듯이 말이다.
 
  기분과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는 다른 서평집과 달리, 『죽도록 책만 읽는』은 소개된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무게를 실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진지한 분위기를,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독자에게, 읽어보고 싶은 책의 목록을 적는 수첩에 끄적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매력을 지닌 책이다. 바쁜 일상과 지나치게 많이 출간되어 눈길을 다 주지 못한 책들이 품고있는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책이다.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수묵화 같은 책이라고 할까. 먹의 농담만으로도, 짧은 분량이지만, 어떤 책인지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흔적을 채우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아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은 일은 좋아하지만, 글로 표현하는 일에 자신없어 하는 이에게 저자의 이전에 낸 서평집과 함께 안겨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조금씩 더욱 세련되어 지는 서평집을 읽으며, 저자처럼 죽도록 열심히 책을 읽게 되면, 우리의 글솜씨도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을거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책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저자가 읽은 독서목록을 참고하도록 권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책을 읽기위해, 직업을 새로 만들어낸 저자의 삶의 선택을 지지한다. 그가 먼저 걸었던 길 덕분에, 다른 많은 이들이 도서평론가의 길을 걷고 있다 생각한다. 책읽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공공활동을 벌이고,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저자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나이가 들면, 생각이 고착화되는 경향이 높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책을 읽는 저자가 10년 뒤에는, 어떤 눈길로 세상을 바라볼 지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