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지음, 나일등 옮김 / 후마니타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  당신이 성공을 꿈꾸는 동안에, 늪에 빠진 사람들.
 
 
  경계 계층이 있다. 절대 극빈층도 아니고, 중산층도 아니다. 차상위 계층이라는 이름으로, 더 지원을 받지 못하면 극빈층으로 떨어지는 계층에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경계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의료보호 및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임금의 일을 하여, 생활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워킹푸어라 부른다.

  살려고 발버둥 치지만, 늪에 빠진 것처럼 열심히 노력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진보와 보수도 외면해버린 경계선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기회의 땅으로 보이는 미국의 어두운 풍경들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나라의 현실과 겹쳐보인다.
   
 
#  지원을 받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미국은 집과 학교, 자동차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매우 긴 할부를 통해, 적은 돈을 가지고 있더라도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빚은 꾸준한 일을 했을 때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서, 아프거나, 큰 돈을 써야 할 일이 생기거나, 일을 못하게 되면, 늘어나는 이자와 함께, 생활이 힘겨워진다. 충분히 열심히 일 하지만, 정부의 보조금의 세무조사의 폐혜와 거대한 기관이 개인에게 부과하는 수수료 등의 부당행위를 통해, 가난한 이들의 적은 돈은 더욱 줄줄이 새 나간다. 절망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 로또는 불티나게 팔리지만, 결국 돈과 힘을 가진 기관들의 배만 불러주는 놀이 일 뿐이다.
 
  세금고지서의 오류에 상처를 입고, 지원을 받는 일을 포기하는 데브라를 들여다보면, 지원을 받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 서류들에도 수수료가 필요하고, 은행을 이용하기 위해서도 수수료가 필요하다. 가난한 이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늘 한가지 문제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다양한 해결책이 동시에 해결되지 않는 이상 그들은 경계와 그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화려해 보이는 미국의 이면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리는 이들이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다. 한국 역시, 아직은 의료보호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여러가지 정책면에서 청년이나, 저소득층이 자활을 하고 싶도록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은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행정편의적인 보여주기 위주의 정책은 많다. 하지만, 빈곤에 처한 이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시행했던 정부주도의 사회적기업 지원사업 역시, 그들의 정책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능성과 희망이 보이는 사업도 탈락시켰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현실과 마주치게 된다.
 
 
#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책.
 
 
  어떤 사회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자기 회복 능력을 확인해 보면 된다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 사회 고유의 문제가 드러났을 때, 정부와 기업과 여러 자선사업 제도를 살펴보면, 그 사회의 힘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경계에 선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뭐가 있을까. 희망근로사업을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체계적으로 5년, 10년을 보고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은 없는 걸까. 찾아보고 살펴보지만, 밝아 보이지 않는다.
 
  좋은 사회는 어떤 상태이던 간에, 지금 열심히 노력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희망이 보이는 사회라 생각한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관계 없이, 아픈 사람은 치료받을 수 있고,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교육받을 수 있고,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은 도와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함을 느낀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일수록, 이런 책에 시선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일수록, 경계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생각한다.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더라도, 도움을 받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 좋은 지도자가 그런 사회를 만들어준다 생각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낮은 자리에 있는 이들을 살펴보고, 사회의 모순에 주목하려는 노력을 잊지 않는 마음이, 선거에 표로, 여론조사에 지지율로, 이어질거라 생각한다. 제발, 투표를 하려는 마음을, 함께 살려는 노력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심리학 - 천 가지 표정 뒤에 숨은 만 가지 본심 읽기
송형석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유심히 관찰하면 그의 특성은 자연히 드러난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루에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기분과 태도가 달라지는 걸 보면, 가끔 나 자신도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 상대에 따라 내 모습도 함께 변하는 움직이는 거울이 생각난다. 최근에 생각한 나라는 존재에 대한 답이다. 푸른 하늘의 솜사탕을 풀어놓은 듯한 예쁜 흰구름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후 누군가를 만나면, 상대가 꺼려지는 이라도 유연하게 넘기기도 한다. 감정을 가지고 있는 움직이는 거울이다.
 
  어릴 적 타인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가 되고 싶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그다지 잘못한 거 같지 않은데, 크게 화를 내거나, 전혀 엉뚱한 반응을 보이는 이를 만나게 되었을 때, 저자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저자는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순 없지만, 남을 보고 유심히 관찰하면, 다른 사람의 특성도 읽을 수 있고, 거기에다 자신도 발견할 수 있다 이야기한다. 하루에도 남 걱정을 해 주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마다 각자 자기만의 시각을 가지고, 타인을 재단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와 비슷한 이에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와 다른 이에게는 부정적인 반응으로 대한다. 타인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지만, 이야기했던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타인에 대한 관심은 내게도 넘친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이를 읽는 말투, 표정, 상대의 반응 등 소소하지만 일리있는 도구들이 소개된다. 가장 눈길이 갔던 설명은 그 사람이 어떤 단어에 집착하는 가였다. 반복되는 말을 잡애낸 다음, 그 단어의 특성을 분석하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말에는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 녹아있다는 설명이 마음에 와 닿았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그 사람의 성격을 만들고, 성격이 그 단어를 반복되게 사용하게 만드는 순환구조를 이룬다는 생각을 했다.
 
 
# 성격 문제가 심한 이들은 가능하면 피해라.
 
  상대하기 힘든 사람을 만나게 되면, 가능하면 피하게 된다. 보통 많은 책들에서는 문제점이 나오게 되면,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제시해주는데, 저자는 견디기 힘는 이는 가능하면 피하라는 솔직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 이런 사람을 보면,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끌려 깊은 관계를 맺게 되지만, 어떤 사람인지 감당할 수 있는지 정도는 판단을 하고 만나라는 이야기가 좋았다.
 
  대신, 하나씩 문제를 벗어날 수 있는 힌트는 남겨둔다. 고압적이고 위압적인 이에게는 당당함과 이성적인 면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대화의 초점이 타인에게 가는 걸 못 참는 이에게는 무한한 인내심을 가진이가 어울린다 이야기한다. 독특한 점은, 다 개성적이고 독창적이여서 어울리는 이들이 없어 보이지만, 각자의 특성들이 묘하게 맞물려 각각 어울리는 이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책을 읽으며 자꾸 떠올랐다. 자기 얘기만 하고,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내면에는 어떤 요소들이 있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다보니, 심하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 많이 볼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 정신과에 관한 편견이 사라졌으면...
 
 
  에필로그를 보면,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글이 나온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게 되면, 마음의 상처가 따라오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를 쉽게 외면하거나 남에게 알리지 않으려 한다. 숨기려고, 숨기려고 하는 마음이 쌓이다 보니, 더 큰 마음에 종기가 생기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자살률 1위인 한국, 항우울제만 조금 더 쉽게 생각하고 먹어주더라도 지금의 자살률은 반으로 떨어질 것이라 자신하는 저자의 말에, 우리의 정신과에 대한 시선이 드러나 안타까웠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마음이 아팠을 때 병원에 가는 일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하길 바란다.
 
  21세기에 들어오며, 뇌에 대한 연구결과가 하나씩 나오고 있다. 마음이 뇌에서 만들어지고, 마음의 변화와 뇌의 작용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정보들이 계속 나온다. 인간의 성격이 분류되는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건, 서로에 대한 배려라 생각한다. 넌 이런 사람이니까 안돼가 아니라, 이런 당신도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려는 모두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할 때, 사회는 더 밝아지고, 마음의 상처와 스트레스로 인한 범죄도 줄어들거라 생각한다. 늘 경제는 어렵고, 흉흉한 사건들을 보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자꾸 떨어진다. 그래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더 많기에, 사회가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감당하지 못한 이는 상대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다. 타인을 열심히 들여다보니, 특히 공감하는 부분은 나의 일면도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성격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의 결과를 다르게 하는 건 가능하다 생각한다. 나와 매우다른 이를 만나도 쉽게 당황하지 않게, 도와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유의 역습 - 당신이 몰랐던 우유에 관한 거짓말 그리고 선전
티에리 수카르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 우유를 먹는 나라에 왜 골절이 더 많을까?
 
 
  마케팅의 세상이다. 예쁜 디자인의 상품에 눈길이 더 먼저 가는 것처럼, 몸에 좋다는 말을 신뢰하는 소비자들은, 그말에 빠져 상품을 선택한다. 화려한 선전은 눈과 이성을 마비시켜, 선택을 유혹하지만, 결과는 보이는 이미지대로 나오지 않는다. 프랑스는 1950년대부터, 낙농업계의 지원을 받은 총리의 지휘를 통해, 세금으로, 매일 설탕과 우유를 초등학교 급식에 포함시켰다. 우유를 먹으면 골다공증을 예방한다고 알려져있다. 저자는 우유를 좋아했지만, 이제는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골다공증과 우유를 홍보하는 선전들이 거짓말이라 이야기한다.
 
 
# 완전식품, 그 거짓말을 뒷받침하는 선전들.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말이 생각난다. 프랑스의 광고 1순위인 낙농업계의 이해를 지지하는 광고들이 널리 퍼진 가운데, 우유에 대한 잘못된 선전을 반박하는 책이다. 많은 이들이 믿고 있는 사실에 반대를 드는 일은 힘이 든다. 편견과 오해와 주류의 반박에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저자는 상식적인 질문과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낙농업계가 주장하는 내용을 조목조목 반대한다.
 
  가장 수긍이 가는 내용은 오끼나와에 있는 100세 이상의 일본인의 건강습관에 우유가 빠져있다는 항목이었다. 우유를 먹지 않아도, 건강하게 잘 생활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폐경기의 칼슘부족과 아이들이 키가 크는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만 언급되어있을 뿐, 우유에 대한 부작용이나 부정적인 내용은 소개되어 있지 않다. 저자의 골다공증에 대한 내용과 유방암과 다른 질병에 대한 문제점은 한 번 꼽씹어 들을 필요가 있는 내용이다.
 
  유럽인들은 육식과 우유를 자주 먹는 생활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프랑스 남부지방은 우유가 없이 농업으로 생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시아계에서 우유에 대한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는, 오랜시간 우유를 먹지 않았기에 생기는 부작용때문임을 확인하였다. 건강정보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학회에 대한 보고를 거의 무비판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 신뢰의 허점을 업계가 어떻게 이용하는지, 확인했다.
 
  우유 뿐, 아니라 많은 제품들의 제조업계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정확한 보도보다는, 결점은 말하지 않고, 장점은 부풀리는 쪽으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더 팔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건강에 대한 부분은, 인간적으로 최대한 반대의견을 수렴해서, 과학적과 상식적으로 도리에 맞게 대응하는 일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광우병에서 많은 사람들이 높지 않은 감염률에도 촛불시위나 반대의견을 표명했던 이유는, 로또도 내가 당첨되기는 쉽지 않지만, 매주 누군가가 당첨되는 것처럼, 내가 만날 확률은 적지만, 그 작은 확률이 절대 내가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는 걸리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일은, 아무리 경제적 이윤이 높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한 번 더 고려하고, 막는 편이 더 현명한 일이라 생각한다.
 
  의학정보에 무비판적으로, 광고의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누군가 선전하는 내용이 모두 사실만 이야기하는 사회라면 참 좋겠지만, 세상에는 내가 직접 당하는 일이 아니라면, 외면하는 일이 적지 않다. 주류의 박해를 무릎쓰고, 우유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 나와 좋다. 책에서 우유의 효능을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낙농업계에서 선전하는 과도한 양을 먹는것보다는, 채식과 다른 경로를 통해 칼슘을 섭취할 수 있고, 그 효능이 우유에 못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읽기를 권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달 2021-10-02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생각의 함정 - 무엇이 우리의 판단을 지배하는가
자카리 쇼어 지음, 임옥희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  잘못된 판단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약속 장소에 버스를 탈지, 택시를 탈 것인지, 누군가와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끊을 것인지 등, 인간은 늘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선택의 결과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매 순간,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선택하지만, 늘 좋은 선택을 했다, 말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선택을 뒤돌아보면, 후회와 아쉬움이 남아있다.
 
  현명한 판단을 하기 위해, 사람들은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를 활용한다. 저자는 충분히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며, 노련한 전문가로 구성된 미국의 엘리트인, 미 행정부가 선택한 이라크 전쟁의 폐해를 예로 들며, 잘못된 선택을 하는 원인은 정보와 관련이 없다 말한다. 그는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사고방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지함정은 정태적인 집착으로 실책을 이끄는 사고의 틀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그는 독자가 신중하게 의사를 결정하는 법을 배우고 향상시키기를 바란다.
 
   니콜라 테슬라와 에디슨의 전류 전쟁을 예로 들며, 저자는 실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한 의지와 독특한 상상력,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도 생각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살아가며 부딪치는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는 지혜가 담겨있다 생각했다. 사례들은 이해하기 쉽고, 해결책도 분명했다.
 
   
#  풍부한 사례를 통해, 원인을 쉽게 이해하다.
 
 
  노출불안, 원인혼란, 평면적인 관점, 만병 통치주의, 정보집착증, 거울이미지, 정태적 집착까지, 7가지의 생각패턴이 현명한 판단이 아닌 실책으로 이끄는 원인이라 저자는 주장한다. 노출불안의 사례로 든 조지오웰과 코끼리 이야기를 통해, 왜 사람들이 거짓 페르소나를 만드는지 쉽게 이해했다. 원인 혼란의 예로 든 『닥터스 씽킹』과 평면적인 관점의 예로 든 『플랫랜드』와 정보집착증의 사례인 『목걸이』는  다른 책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질 만큼, 매혹적인 이야기였다. 만병 통치주의의 사례에서는 감옥민영화인 미국의 현실과 문제점과 수자원공사 민영화에 접근하는 두가지 사례는, 똑같은 상황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저자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저자는 풍부한 사례를 통해, 생각의 함정에 빠지는 많은 현실의 상황들을 바라보게 한다. 해결책으로 열린 마음을 제시한다. 경직된 사고에 빠져들지 않도록 경계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말과 불확실성을 계속 의식적으로 인식함으로써 우리의 주장에 유보적인 제한을 가하고 우리가 택한 해결책을 적절히 조절할 힘을 얻게 된다는 주장을 이해하는데 역사적인 많은 사례들로 쉽게 이해하였다.

   
  특히, 사회생활과 연인, 가족과의 인간관계에서 범하기 쉬운 '거울이미지'의 오류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반응을 보일 때 충분히 많이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했다. 옛부터 내려오는 역지사지라는 말이 떠올랐다. 지금의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하는 원인혼란과 함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꼭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사항이라는 생각을 했다.
 
  컨셉도 뚜렸하고, 이야기에 힘이 실린 책이다. 우리의 선택이 늘 잘못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열린마음은, 최악의 선택에서 벗어나게 하는 큰 힘이라 생각한다. 머리로 이해하지만, 늘 실천을 할 때면 주춤주춤하게 마련이다. 책을 서가에 두고,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한 번씩 다시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반복해서 읽다보면, 더 나은 선택을 할거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릭스터, 영원한 방랑자 - 시간의 숲에서 고대 중세 근세의 문화영웅을 만나다
최정은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친구가 추천하는 친구와 사귀듯이, 알게 된 책.
   
   
  한 권의 책을 알게 되어, 읽게 되는 일은 누군가와 친해지는 과정과 흡사하다. 가까이에 있다고 해서 다 친해진다 말하기 어렵다. 계기가 필요하다. 어렸을 적에서는 자연스레 같은 환경에 지내는 계기로 친해진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마음 속의 결정에 의해 그 사람과 친해지거나 책을 읽게 된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아가씨, 대중문화의 숲에서 희망을 보다』라는 책을 즐겁게 읽다, 디지털 유목민의 탄생이라는 짧은 평론의 글이 좋아서,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광고 카피에서 나오는 인생을 즐기라는 달콤한 유혹과 달리, 유목민의 느낄 수 있는 자유 뿐 아니라,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책임까지 냉혹하게 그려냈다는 글과 사물의 가치는 우리가 그 사물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성취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우리가 버려야 할 가치를 통해 결정되는 것은 아닌지라는 글을 읽고, 직접 책을 읽어봐야 겠구나 결심했다.
 
 
# 트릭스터, 규칙을 깨며 규칙을 만들어 가는 자.
 
 
  미술사학을 전공한 저자는 소중한 친구에게 서양의 전체 역사 혹은 미술사를 바라보는 잣대가 되는 유용한 개념을 하나 설명해야 한다면, 무엇을 말해줄까 고민하였다고 한다. 그가 찾아낸 개념은 데코룸이였다. 적절함과 적합함으로 번역되는 데코룸은 어떤 장에서 생활할 때 적절하고 적합한 행동을 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데코룸에 대해 연구하던 그는 경계의 안과 밖 사이에서, 규칙을 깨어가며,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내는 트릭스터를 발견하게 된다. 미치광이나 바보로 표현되는 그들은, 조롱의 대상이거나, 경계의 대상인 트릭스터는 욕망의 절제가 아닌, 극한을 추구한다.
 
  신화에 등장하는 트릭스터를 모른다고 해서, 일상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건 아니다. 트릭스터를 알게 된다면, 고대와 중세, 근세까지 서양에서 전해내려온 규범의 틀이 어떻게 깨어지고, 만들어졌는지, 현대의 영화와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미디어에서 그 규범이 어떤 시선으로 정의되어 있는지 엿보게 된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데코룸과 트릭스터를 즐겁고, 재미있는 앎의 기쁨의 시간으로 만들어 준 건, 저자가 이야기의 소재로 삼은 현대에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 작품들 덕분이었다.   <유브 갓 메일>과 <오만과 편견>을 통해, 사회적 지층 변화에 대응하는 이상적인 인간의 초상을 알게 되었고, 상실은 또 다른 만남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포카혼타스>를 통해, 살아가기 위해 다른 문명을 선택해야 하는 이의 갈등과 제국주의의 재생산의 위험을 이야기한다. 귀족에서 부르주아로 권력이 넘어가면서, 신분이 아닌 그들의 우수함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도 알려준다.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를 통해서는 인간의 규범과 동물의 규범 모두를 깨어가며, 갈등할 수 밖에 없는 두 경계의 인물들을 구해내고, 치유하는 아슈타카의 여정을 통해, 인간은 스스로를 치유하거나 구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천공의 성 라퓨타와 디오니소스와 할리퀸을 통해서는 경계를 넘어, 스스로 문제를 내고 스스로 해결하는, 제꾀에 속아 자신을 망치는 트릭스터의 모습도 보여준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 왕따와 희생양을 만드는 폭력, 소수인에 대한 학살의 내면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기에,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모방하려는, 주류에 휘둘리려는 욕망에 빠진 사람들의 내면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유행과 대세라는 말이 자연스러울수록, 미디어와 보여지는 모습에 의해 모방하고, 그를 통해 안주하려는 의존적인 사람들의 마음이 깃들여 있음을 알게 되었다.
 
  판화와 조형물을 통해, 지배계층의 질서를 위한 룰을 지키려는 모습에서, 놀림받었던 바보와 농부에 대한 조롱의 판화와 글들에서, 경계를 넘으려고, 자신의 한계를 넘으려고 시도했던, 독일농민운동의 흔적을 볼 수 있었고, 이러한 조롱에는 ’다른 것을 나쁜 것으로’바라보는 타자를 재단하는 시선과 목소리가 있음을 인식하였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My Fair lady>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꽃파는 아가씨는 히긴스 교수의 교육에 의해 귀족과 다를 다 없는 행동과 규범을 익히지만, 그녀는 히긴스 교수에게서 귀족으로 존중받지 못한다. 이미 세계운 세계를 알아버린 그녀는 귀족도 될 수 없고, 꽃 파는 아가씨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규칙에 대해 이해한 뒤 비로소 자유로워진 그녀는 자신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고, 히기슨 교수의 한계를 이해하게 되며, 그의 잘못도 옹렬함도 감싸주면서, 진짜 숙녀의 품격을 얻게 된다.
 
  탈식민지화 된 자가,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본주의의 자기번식의 화폐에 욕망에 빠져,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의 열쇠를 줄거란 생각을 했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수록, 많은 영향력을 행할 수 있는 시대, 자본의 게임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자본 없이도 즐겁게 생활 할 수 있는,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마음에서부터,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겨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현실이 어렵고, 규칙이 더 많이 가진 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할 수 있을만큼 불합리를 감수해야 하더라도, 주어진 삶을 기쁨으로, 진실된 마음으로 받아들인 자는 살아남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100만이 넘는 비한민족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다양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곱씹어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혼혈과 소수인에 대한 차별이 일상화된, 장의 질서를 오인할만큼, 우리는 폐쇄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는건 아닌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초등학교 다닐적만 해도, 마을에 한 명씩, 바보가 있었고, 장난도 치고 돌아주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격리와 수용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책을 읽다가, 바보처럼,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었다가, 많은 것을 가진 이에 의해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버린 누군가를 생각했다. 원칙과 상식을 미친듯이 열망한 그 덕분에, 지금 한국 사회에 지배층의 규범의 현실이 어떠한지, 어떤 꿈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 절실하게 느낀다. 그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서문에 나온 지은이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미치지 않으면 어떤 상황을, 주어진 조건을 타개할 수 없다는 것을. 어떤 종류의 바보와 미치광이 들은 사회에 소금이 된다는 것을. ... 사회가 씌운 관계의 굴레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자는 위반에 따르는 오명을 감수해야만 했다. 자기 자신을 인식하려는 노력이 어떤 상황에서는 적합한 반면 다른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각각의 행위들은 특정한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는 찬미되나 다른 순간에서는 어리석은 것으로 낙인찍히고 단죄되고 좌절된다. 여기에는 법과 묶인 위반, 욕망 추구의 극한이라는 현대철학이 직면하는 문 존재가 바로 트릭스터이다.(12-1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