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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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내 안에 못난 아이가 있다.
   
   
  생각해보면,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말에 마음이 크게 상하거나 동요한 일들이 있었다. 컴플렉스, 자격지심이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내 안의 못난 아이가 존재한다. 상대의 무심결에 한 말을 확대해석해서 서운해하거나, 필요 이상 과하게 화를 내는 일, 돌이켜 보니, 내가 못나서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은 사회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열정, 추억이 함께하는 시기이기도 하지 만, 성숙하지 못한 치기와 어리석음이 동반되는 시기이다. 소문에 민감하고, 보이는 행동으로 그들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기도 한다. 특히 이성에 관한 스캔들은 사실의 유무를 너머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식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거리감을 두게 만든다. 성인이 되고, 보이는 모든 것이 진실이 아니고, 중요한 것은 사실보다 내가 그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에도,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라는 것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 피시피카의 평범한 소녀 디에나는 13살에 오빠의 친구인 토미와 자동차 안에서 부적절한 모습을 아버지에게 들키고 만다. 소문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토미의 입방정으로 학창시절 내내 '헤픈 아이'와 색골이라는 루머에 갇히게 된다. 불량스러운 아이들은 대놓고 무안과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 상처와 소문,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 소심해진다. 무엇보다 디에나를 힘들게 하는 건, 사건 이전의 친절하고 따뜻한 아버지가 냉랭하고 불평이 가득한 아버지로 변했다는 사실이다. 오빠 역시, 이른 나이에 아이를 갖게 되어, 부모님 지하방에서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다. 이성 친구인 제이슨과 동성친구인 리를 서로 소개시켜주고, 둘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도, 제이슨이 남자친구였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냉대와 오빠의 독립과 함께 오빠와 이사하고 싶은 디에나는 피자 가게에서 알바를 결정하고, 알바로 일하는 토미와 함께 일하게 된다. 피하고 싶은 토미와의 만남, 아버지의 냉대, 제이슨과의 관계가 얽혀지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디에나는 자신을 둘러싼 두려움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게 되는데..
 
 
# 내 안의 상처는 외면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두렵고, 피하기만 했던 상처를 다시 대면하는 일은 공포보다 더욱 불안한 피하고 싶은 일이다. 하지만 마음 속의 못난 아이와 대면하면서, 그를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좀 더 성숙한 자신이 된다. 3년간 디에나를 괴롭혔던 아버지의 냉대, 부풀려진 소문,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은, 직접 대면함으로써 조금씩 좋은 결과로 바뀌어간다. 오빠와 새언니 스테파니의 작은 불화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게 되고, 해결책을 조언해 주던 디에나, 타인에게 했던 조언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오빠를 통해 깨닫게 된다. 스포츠 경기나 게임에서 구경자가 될 때에는 경기의 포인트를 잘 짚어내지만, 막상 게임의 당사자가 되었을 땐, 분위기와 넓게 보지 못하듯이, 자신에게 내재된 컴플렉스 역시, 타인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객관화에 성공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사춘기 소녀의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과 내재된 심리가 잘 묘사되었다고 할까.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부모님께 투정부리는 못된 딸의 내면에 많은 마음속의 생각들이 부딪치고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사람을 대하는 건, 그의 행위만 보고, 보여지는 평판에 기대는 것도 필요하지만, 누군가를 깊이 알아간다는 것은 바다 위 빙산의 작은 표면이 아닌, 바다 속 깊은 빙산을 대면하고 놀래지 않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일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보이는 모든 것이, 들리는 모든 것이 사실은 아니다'라고 할까. 『루머의 루머의 루머』라는 책을 통해 루머의 위험성에 대해 배웠다.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에서는 루머로 자살을 결심한 소녀가 살았더라면, 자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이렇게 성장해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세상이 보여지는 관계를 맺는 일은, 사회속에서 사는 평안을 안겨주지만 거기까지의 관계에 끝나고 만나고 생각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을 극복할 수 있는 관계는, 사회적 연대 이상의 깊은 유대감이 맺어진다고 할까.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극복해 가는 디에나를 응원하면서, 과거의 상처와 기억에 매달려 사는 디에나의 아버지의 모습이 내 안에도 존재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판단을 내리고, 거리를 두는 마음, 나쁜 행동은 아니지만, 바람직한 행동 역시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해한다고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노력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포용의 크기가 350ml 캔에서, 500ml 캔으로 커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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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그래픽 노블)>를 리뷰해주세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보경 옮김, 케빈 코넬 그림, 눈지오 드필리피스.크리스티나 / 노블마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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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타임머신이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는게 좋을까?
 
 
  '시간'을 소재로 다룬 소설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건 타임머신이다. 생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면 내 인생을 멋지게 살 수 있을까? 지금 이 기억을 가지고 옛날로 돌아간다면, 미래를 짐작 할 수 있기에 삶의 선택에 큰 방향성을 알고 살 수 있지만, 또 살다보면 계속되는 선택의 연속에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시간'이라는 주제를 넘어, 삶이라는 방향성을 거꾸로 돌린 소재의 책이 출간되었다. 70살의 노인으로 태어나, 조금씩 젊어지는 삶을 살아가는 벤자민 버튼의 일대기. 『위대한 개츠비』에서 첫사랑과  로맨스라는 꿈을 안겨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이 영화 개봉과 함께 다양한 버전으로, 다양한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 영화를 보는 듯한, 원작의 맛을 살린 그래픽 노블의 매력.
 
 
  다른 출판사에서는 저자의 단편을 모아, 한 편의 단편집으로 출간하였지만, 이 책은 그래픽 노블이라는 일러스트로 꾸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소설의 번역본이 실려있다. 영화를 만나기 전, 일러스트로 구성한 책을 읽고, 소설의 원작을 읽게 되면, 그림과 글 사이의 미묘한 간격을 느낄 수 있다. 책의 내용에 충실한 그래픽 노블은 활자와 함께 이미지를 통해 1860년대의 풍경을 눈에 그릴 수 있게 한다. 그래픽 노블을 먼저 읽고 원작을 읽던지, 그 반대이던간에, 이미지가 주는 매력과 활자가 주는 상상의 공간의 두 가지 버전을 맛 볼 기회를 준다.
 
  인간은 모두 태어나서, 삶을 살다가 죽는다. 그 하나만 같고, 모두 다양한 다른 환경에서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신만이 가진 특별함을 누군가는 장점으로 발전시키고, 누군가는 그 특별함을 미워하며 컴플렉스로 안고 살기도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정하고, 세상에 순응하며 사는 일이지만, 그게 쉽지 않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보며, 어떻게 태어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는 게 중요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생각대로, 다수의 흐름과 달리 흘러가는 자신의 특별한 삶이지만, 타인을 원망하지 않고, 살아가는 벤자민의 삶이 독특했다고 할까.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기를 갈망하고, 어른이 되면 많은 부와 선택의 자유를 갈망하고, 노인이 되어 무언가를 할 수 있지만 힘이 떨어질 때는 순수하고 선택을 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을 그리워한다. 지금을 만족하지 못하는 이는, 다른 시대로 시간을 이동하더라도 늘 불만족할 수 밖에 없다고 할까. 독특한 소재를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게,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드는 작가의 글의 맛에 빠져, 한 호흡에 읽은 소설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도 작가가 던지는 문제의식은 지금도 생을 살아가는데 여전히 생명력을 발휘한다. 좋은 소설은 지금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 생각한다. 독자를 가르치지 않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책. 타인에게 편하게 권할 수 있다면, 흡입력이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라면 더욱 좋다. 친구에게 권하고 싶은 매력적인 책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그래픽 노블과 원작이 함께 있어, 상상력과 시각의 효과. 둘을 함께 느낄 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일상의 삶이 무료한. 밤에 숫자를 세어도 잠이 안 오는 청년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저 친구는 매년 젊어지는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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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군화>를 리뷰해주세요.
강철군화 잭 런던 걸작선 3
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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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변화하는 시대의 부적응일까? 소수의 과두계급의 착취일까?
 
 
  시대는 늘 변화한다. 현재를 사는 인간은 그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1년, 100년, 500년의 단위로 인간의 역사를 바라보면, 인간의 기술과 물질은 발전을 거듭하였고, 다수의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인류의 역사는 진행되었다. 지배계급이 변화하는 시대를 잘 포착하고, 시대를 선두하면, 영국이나 일본처럼, 왕과 귀족이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하게 되고, 적응하지 못하는 나라는 힘이나 기술의 차이로 인해 하급 계급으로 밀려나게 된다. 돈으로 비롯된 가정환경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여전하지만, 계급이라는 표현은 사회에서 환영받지 않으니, 사회적 약자로 된다는 말로 정정한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하는 시기, 지주 아래서 소작을 하던 사람들이 공장의 노동자가 되던 그 시절, 공장에서 일하며 사회의 모순을 인식한 작가가 있었다. 1900년 지금으로부터 백년이 지났던 시절에 쓴, 자본가와 노동자의 모순을 쓴 작품은 일대 큰 인기를 얻었고,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1988년 민주화운동의 시기에 한 번 번역된 책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지금, 책이 다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자본주의가 다른 사상으로 대체되지 않는 이상 늘 문제의식을 지닌다는 옮긴이의 말처럼, 백년 전 작가가 묘사했던 사건들이 지금 현재, 인권이 많이 중요한 지금에도 다시 되풀이 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부끄럽고 울컥한 마음이 든다. 무엇이 이 모순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일까?
 
 
# 프롤레타리아의 봉기의 성공과 그 이후 노동귀족들의 모순을 잘 지적한 책.
 
 
  서기 2600년대, 강철군화로 불리는 과두지배체제가 300년을 지배하고 400년이 지난 후 참나무 안에서 한 권의 노트가 발견되었다. 저자는 어니스트 에버하드의 부인 에이비스 에버하드로 노동자의 2차 봉기를 주도한 어니스트 에버하드의 도전을 옆에서 지켜본 일을 기록으로 남긴다. 2차 봉기 후 잠깐 찾아온 노동자의 행복의 시간동안 봉기를 주도한 그를 기리기 위해 책을 쓰지만, 그 책 역시 끝을 마무리 하지 못하고, 과두지배체제의 습격으로 미완성으로 끝난다. 책이 출간된 시점으로 보면, 800년 후의 미래에서 바라본 앞으로 10-20년 후의 삶이라고 할까. 종교와 성직자가 기득권과 결합해서 노동자와 사회적 소수자를 외면하고, 자본을 쥐고 있는 자원과 부를 쥔 과두체제가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서 노동자들을 어떻게 착취하는지 소설은 냉철하게 보여주고 있다.
 
  책이 출간된 당신에는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어, 다양한 흑색테러 혁명의 시도와 실패의 과정이 책에 등장한다. 잭 런던이 지나고 자본주의는 놀랍게도 그들의 모순과 문제점을 조금씩 해결하면서,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고, 사회주의자의 관점에서 보기에 교활하게,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 로또가 당첨되는 것 이상으로 가난한 사람일수록 중산층의 삶을 살기 더욱 힘들지만, 사람들은 불평하지 않고, 자본주의의 룰 안에서 그들의 행복을 쟁취하려 노력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성공이라 생각한다.
 
 
# 저자가 지적하는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현실. 안타깝다.
  
     
  안타까운 일은, 법이 보장하는 사각지대 밖에서의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은 여전히 박해받고 착취받고 있는 현실이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자를 수 있지만, 재취업이나 사회적 보장이 되어있지 않은 현실, 기계공으로 일하다 산재를 당했지만, 법으로 소송을 해도 회사의 유능한 변호사에 의해 보장되지 못하는 현실은, 계약직이라는 이름으로 매순간 고용의 불안에 떨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로 누군가의 눈치를 늘 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노동자이지만, 자본주의 계급과 타협해서 높은 보수를 받으면서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노동자 내부에서의 분열은 사회의 모순일 뿐만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권을 행사함으로써, 제 밥통 챙기기라는 욕을 먹고 있다. 고학력에 고임금을 받는 사람일수록, 더욱 사회적 소수자에 연대하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능력부족이라 외면하거나 침묵함으로써 동조한다고 할까. 그 사실을 모르는 이는 무책임한 사람이고, 알면서 침묵하는 자는 비겁한 사람이라는 어니스트의 이야기를 반론하기 힘들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는 법과 언론을 이용해서 무력화 시키는 과두지배체제, 권력의 야만성은 아직도 그 힘을 드러내고 있다.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제공해 주는 사회가, 성숙하고 활기찬 사회라 생각한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살기에는 20년 전 보다 지금이 더욱 팍팍한 느낌이다. 386 세대들이 민주화 혁명을 이끌어 냈지만, 정권을 잡은 이후, 자신의 사회적 포지션이 바뀐 이후 달라진 사람들도 많다. 돈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달라지지 않는 사회적 연대가, 가장 기본적으로 존중되는 사회가 되지 못한, 치맛바람이 거세고, 치맛바람이 거셀 수 밖에 없이, 교육에 의해 많은 부분이 결정되는 사회의 모순이 책을 통해 생생히 드러난다.  읽을 때는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읽은 후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책은 인생에 도움을 준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고 기회의 땅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에 나온 문제의 메시지를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성숙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노동자의 연대보다는 소수의 인물이 선동하고 이끌면서, 세상이 변혁된다 외치지만, 저자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는 작고 지난한 과정들이 거치면서 사회에 좋은 방향이 결정된다고 할까. 권력과 기득권을 지닌 그들과 생계에 매여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까지 설득해야 하기에 매우 힘든 일이라는 점, 알고 있다.
 
  좋은 사회는 피해자와 적을 구분해서 그를 처단하는 횡포의 사회가 아니라, 모순을 고민하면서 더욱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광복이후, 경제 성장을 위해 많이들 노력하고 고민했고, 독재에 맞서 민주화까지 이루어 낸 성과가 있다. 이제는 함께 공존하며 사는 사회가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부유한 사람을 돈으로 착취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가난하고 희망이 없는 사람이, 누군가에 기대어 무능력하게 구걸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도록 하는 사회. 어떤 사회이던지, 리더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민하고 숙고해야 할 사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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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자본주의의 모순이 잘 드러난 책. 사회의 풍경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비포 아담』,  『버닝 데이라이트』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현실을 한 번 되돌아 보고 싶은 이.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잊지 마십시오. 성직자는 항의를 하는 순간 해임이 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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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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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할 수 없는 사랑. 하지만 평생을 걸쳐 살아가야 하는 삶, 그 간격 사이의 이야기.
  
  
  사랑에 빠질 때 인간은 시인이 된다. 자기만을 모르던 이가, 또 다른 대상을 자기만큼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 사랑의 가장 큰 힘이다. 문제는 사랑은 헌신이나 희생처럼 평생을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하룻밤 소나기처럼, 예고없이 찾아왔다 사라져 버린다. 찾아온 사랑을 얻는 일도,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일도, 지나가 버린 사랑을 지켜내는 일도 인간에게는 쉽지 않다. 행복했던 순간들은 때론 무료한 일상의 고통이 되기도 한다. 헤어진 연인들이 힘겨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사람이 없어서,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어서 힘든게 아니라, 그 행복했던 시간들을 다시 만날 수 없을거라는 불안, 다시 행복해지기 위한 그 과정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 그럼에도 그 사랑을 영원히 지킬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용기가 없는 면도 있다 생각한다.
 
  사랑은 용기있는 자만이 해낼 수 있지만, 사랑이 식은 이후는 용기있는 자만이 서로에게 상처를 줄이면서 현명하게 사랑을 끝낼 수 있다. 사랑했던 사람과 관계가 끝난 이후, 사랑했던 사람이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다른 남자』에서는 사랑 이후, 다양하게 나타난 사랑 이면의 것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던져준다.
 
 
# 사랑, 그 시작과 도중, 끝난 이후에 찾아오는 낯선 경험들.
 
 
  『다른 남자』에서는 사랑의 시작, 도중, 끝난 이후에 찾아오는 사랑에 대한 낯선 경험들을 소재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6편의 이야기 속에는 사랑하는 자식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아버지가 생을 거두는 순간까지 이야기하지 못한 비밀, 부인이 사별한 후 그녀에게 찾아온 다른 남자의 연애편지를 통해, 질투와 그를 찾아가는 남자, 낯선 이국땅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 때 떠오르는 생각,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처럼 절친한 친구와 친구의 아내, 그리고 부적절한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세 명의 여인과 사랑을 나누지만, 결국 그 덫에 빠지고 마는 남자, 길고 긴 결혼생활에서 찾게 된 일탈의 용기, 그리고 미묘한 기분들, 다양한 사랑의 프리즘속에서 자연스럽게 화자에 몰입되게 만다는 작가의 글솜씨에 빠지다 보면,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랑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에, 때론 배신을 감수해야 하기에 더욱 불안하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자동차 운전 때 찾아오는 불의의 사고처럼, 나 혼자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고 할까. 하지만, 왠지 불안한 일이 벌어졌을 때, 상대를 원망하거나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둘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는 경우인데도 말이다. 민족의 분단, 유대인 학살을 겪은 독일에서 태어난 작가의 작품이다. 헌법재판소 주립판사를 역임하는 그의 경력이 잘 드러나,  유대인 핍박과 연루, 통일 이후에도 쉽게 친해지지 않는 동서의 낯선 모습들이 작품에 잘 드러난다. 유대인 핍박에서 '지역차별'과 '광주학살', '친일파'등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그들의 가족과 친족들의 경우를 떠올려보았고, 동서의 차이에서 남북의 차이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사랑을 했을 때 느껴지는 충만한 기분, 그리고 찾아오는 불안과 신뢰 등의 다양한 문제들을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평생 겪지 못할 수 있는 문제들, 하지만 찾아오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소재들을 대리경험하며, 사랑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볼 수도 있게 된다. 스스로 강해지고, 모든 걸 포용할 수 있는 자가 가장 사랑을 잘 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완벽한 이가 과연 사랑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족한 2퍼센트를 서로 발견하고 채워가면서, 상대의 모자란 부분도 아껴주는 일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일, 그리고 인연이 아닐 땐, 보내줄 수 있는 마음. 결혼이라는 제도와 자식과의 관계가 벌어진 이후에도 그 선을 잘 고민해 보는 용기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혼율과 서로에 대한 구속이 자유로울 수록, 더욱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때론 자신의 모든것을 파멸시키고, 돌아본 후 상처뿐일지라도, 사랑의 순간은 아름답고 고귀하다.
 
  인생의 짧은 순간,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고민하고 많이 힘들어 할 수 있는 건, 자신을 위해서도 타인을 위해서도 멋진 일이니까. 사랑이 오는 달콤하고 영원할 듯 행복한 첫맛 뒤에 찾아오는 번뇌와 고통, 불안등의 끝맛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자가 사랑을 잘 할 수 있다 생각한다. 달콤한 순간만 살짝 먹고, 버리는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그 이후에 찾아오는 힘겨움까지 이겨내는 멋진 사랑을 하고 싶다. 알면 알아갈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사랑, 그럼에도 늘 설레게 하고, 피할 수 없는 매혹의 열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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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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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영혼을 지닌 권정생 선생님, 그의 작품을 만나다.
  
 
  어린 시절, TV에서 방영된 『몽실언니』의 원작자로 그를 알게 되었다. 작은 마을의 종기지로 가난하지만,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는 삶을 살아온 사람, 작품으로 받은 인세를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검소하고 청빈한 삶으로 자신의 인세를 모두 모아, 가난한 어린이를 위한 재단기금으로 모두 기부하고 떠난 천사같은 마음을 지닌 이. 그의 사후 1주년을 기념해서 나온 『권정생 - 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를 읽으며, 광복 이후 힘겨웠던 민중의 삶과 가난과 질병의 고통을 견뎌내면서도, 글쓰기와 책읽기를 놓지 않고,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동화를 삶을 마칠 때까지 꾸준하게 쓴 그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작품에 스민 고통과 고뇌의 흔적, 작가의 삶을 닮은 아이들, 그리고 밝고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기만 하지 않고, 힘들고 현실이 미워질만큼 고통과 좌절의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힘을 전해주는 그의 글은, 미안함과 고마움에 눈물을 맺히게 한다.
 
  "다른 사람들은 잉크로 글을 쓰지만, 권정생은 피를 찍어서 글을 쓴다"고 이야기한 이오덕 선생님의 말도 떠오른다. 신춘문예 등단 이후, 문학상으로 인정을 받은 첫 작품이 『강아지 똥』이다. 매우 짧은 단편이라, 아주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매우 짧지만, 읽고나면 마음이 뭉클해지는 책이다. 지난 주 즐거운 만남 때, 좋은 인연이 되어 서가에 자리 잡은 책이다. 일상에 치여 몸과 마음은 지치고, 문득 내가 이뤄놓은 건 하나 없이 나이만 먹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울적해졌다. 희망을 씨앗을 얻고 싶은 마음으로, 권정생님의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 짧지만, 긴 여운이 느껴지는 책.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은 아무리 쓸모 없는 것이라도 정작 사용해야 할 때, 보이지 않음을 의미하는 속담이다. 동화의 주인공은 길가에 흰둥이가 눈 똥, 강아지 똥이다. 골목길 담 밑 구석에, 지나가던 참새와 흙덩이 등이 더럽다고 놀리는 강아지 똥이 책의 주인공이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소외받기 십상인 외면당하는 존재가 스스로 자신감을 찾아 사회에 기여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책의 내용은 5분만에 읽을 수 있을만큼, 짧고 메시지도 분명하다.
 
  가난한 아이들이 가장 힘겨운 부분은 부모가 생존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겨우 삶을 지탱할 수 있기에, 자식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사랑을 주지 못한다고 할까. 함께 놀아주고, 사랑하고 있다고, 넌 소중한 존재라는 말을 어른이 될때까지 많이 들은 아이들이 자기존중감이 생겨, 자신감있게 사회생활을 하기 마련인데, 가난은 부모에게 아이들에게 신경 쓸 여유를 주지 못한다. 아이들 역시, TV와 인터넷에서 보이는 많은 물질과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어렸을 때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는 자신에 대해 집중하기 마련이라 생각한다.
 
  가장 먼저 아!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존재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학교에서 배웠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였지만, 때론 한 편의 동화가 그 메시지를 마음으로 이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소곤소곤 대화하는 구어체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어두운 골목길 밝음 보다는 어둠이 익숙한 존재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따스한 마음씨를 가진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 '가난해도,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해도, 무언가 잘 할 줄 아는 것이 없더라도 괜찮아.',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런 마음이 전해진다. 동화의 제목이 똥이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참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정생님이 빚어낸 아름다운 글에 정승각 선생님의 그림이 덧붙여져, 눈의 즐거운 그림책으로 만들어졌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대화를 나눠도 좋고, 부모가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하는 기대를 점검해 보는 것도 괜찮다. '널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라는 이름으로, 자식에게 자신의 한을 풀려하는 부모. 사회에 뒤쳐져선 안된다며, 원하지 않은 공부를 무리해서 시키는 어른들이 많다. 아이를 완벽한 사회구성원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만드는 것 보다, 어떤 재능을 가진 아이던지 사회에서 제몫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게 부모의, 어른들의 몫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 자식은 그러지 않았으면'하는 마음이 아이도 병들게 하고, 부모도 힘들게 한다.
 
  아이일때 바랬던 건, 사랑과 나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 '내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난 널 사랑할 것이다'라는 정서적 지지인데, 많이들 놓쳐가는 것 같다. 사회가 각박해진만큼, 아이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그게 다시 경쟁을 내면화하게 된다고 할까. 사회가 잘못된 건 부모 한 사람이 고칠 수 없는 문제지만, 모든 부모들이 함께 고민하면, 아이들이 자라나는 교육환경을 경쟁하지 않고 친구를 미워하지 않고, 다니는 학교가 되게 할 수 있다 생각한다. 나중에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난 후, 태어난 아이가 자라날 환경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강아지똥 같은 아이라도, 놀림받지 않고, 민들레씨에게 쉽게 갈 수 있게 해 주는 환경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유년시절보다, 학창시절보다 더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의 삶의 풍경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모두가 연대해야 풀 수 있는 문제인데, 그것을 동의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삶이 힘들다고 할까.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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