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들
로빈 브랜디 지음, 이수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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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옳다는 걸 알지만, 많은 걸 잃을 수 밖에 없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인생은 선택이다. 수많은 선택지 위에서 우리는 선택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 결과가 좋아 좋은 선택을 했다고 안심하기도 있고,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인해 선택을 후회하기도 한다. 어떤 선택을 하던지, 결과는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미나는 근본주의적 기독교에서 자란, 보수적인 집안의 하느님을 믿고 있는 소녀이다. 기독교 신념이 강했던, 교회 친구들이 저지른 종교적 신념아래 벌인 잘못으로 인해, 한 친구-데니 피어스가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미나는 미안한 마음에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를 본 부모님이 교회아이들에게 소송을 걸었고, 교회 사람들에게 보험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부모님은 그 편지를 통해 경제적으로 종교적으로 종교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학교에서는 교회 친구들의 따돌림이 계속되고, 집에서도 불편한 생활을 해야 하는 미나는, 하루하루가 괴롭다. 힘든 상황이 올때마다, 미나는 하느님께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과학시간에 셰퍼드 선생님의 생물수업에서, 교회 아이들은 진화론 수업을 거부하고 창조론을 수업해 줄 것을 요구한다. 셰퍼드 선생님은 그에 반대하고, 목사님의 발언과 여러가지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지만, 셰퍼드 선생님은 자신의 포기하지 않는다. 일련의 소동 속에서 미나는 실험 파트너이자 유일한 친구인 케이시를 만나게 된다. 케이시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느끼지만,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와 여러가지 걱정으로 고민을 하게 되는 미나. 케이시의 누나에 의해 시작된 성경소녀의 칼럼을 쓰며,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데...
 
 
# 신념을 기반으로 한 강요된 폭력과 신념을 거부하고, 진화해 가는 돌연변이들..
 
 
  실제 미국에서는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논쟁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근본주의적 종교단체에서는 과학시간에 진화론과 함께 창조론도 수업에 넣어달라는 요구를 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한다. 도저히 변하기 힘들어 보이는, 교회와 부모님의 환경 속에서, 힘들어하면서도 미나는 조금씩 현실을 이겨나간다. 진화론에서 개체가 환경에 맞춰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돌연변이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논쟁적인 사안을 소설로 풀어낼 수 있는 저자의 용기에 감동했다. 소설을 통해 실제 사회에서 토론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의 차이를 논쟁하는 모습은 적과 나를 가르는 일에 익숙한, 한국사회와 다른 미국사회의 힘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지적설계론이 가당치도 않은 상황이지만, 교육부관계자와 특정종교를 믿는 근본주의적 사람들이 장악하게 되면, 다양한 방식으로 교사의 교육권이 훼손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신념을 가지는 일이, 종교를 깊이 믿는 일이 나쁘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도 그래야 한다는, 그렇게 하는 일이 너희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오만은 그 종교까지 거부하게 만든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기독교만이 아니라, 불교, 이슬람교, 천주교 등 모든 종교에서 종교의 배타성으로 인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비종교인이 그런 오해를 할 수 있게, 더욱 많이 참고, 인내하고 모범을 보여야 함을 소설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주제는 논쟁적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부모님과 하느님을 사랑하는 보수적인 소녀가 좀더 성숙한 생각을 하는 과정을 하는 성장소설이다. 주어진 룰만 지키려던 미나가, 그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을 하고, 그 책임을 감당하면서 행동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아이와 어른의 차이는,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이라 생각한다. 진화론 논쟁과 사건을 거치면서, 미나는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간다.
   
   책에서는 지적설계론과 진화론의 대립이지만, 배타적인 시선의 피해에서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민족의 문제라 생각한다. 외국인과 함께 학교를 다니지 않은 황인종과 어울려 다니는 삶이 익숙한 아이들과 1990년 말부터 급속도로 증가해서 100만명이 함께 생활하는 다민족사회에서 성장하게 되는 5세 미만의 아이들은 다양한 인종의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함께 공존해야 한다. 생물학적 특성으로 인간의 자신과 닮은 사람들과 가까이 하기 마련이다. 야생의 법칙으로 한다면, 다수가 힘이 세고, 타인종들은 그에 대한 피해를 감수하고, 싫으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 생각하면 생각할 필요로 없고 마음도 편하다. 하지만, 생각을 하는 인간이고, 함께 공존해야 하기에, 민족과의 갈등을 넘어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익히고, 배워야 한다.
 
  민족이라는 허상 아래, 우리민족이라는 틀 안에서 버텨온지 50년이 지났다. 경제적으로 힘겹고, 서로 함께 뭉쳐야 잘살아 보자라는 마음이 근대화를 만들었다면, 경제적으로 성장한 지금은, 어떻게 함께 세계시민으로 공존해야 할지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그의 얼굴색에 관계없이, 특히 백인종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인에 서로 다른 시선을 보이는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생각한다. 이성으로는 그럼 안된다 생각하지만, 실제 대면하게 되면, 편견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다. 나중에 코시안 아이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사회의 유리벽으로 인해 차별과 고통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게, 감싸안는 일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미 감지되었지만, 당장 드러나지 않기에 다들 모른척 외면해버린다. 태풍이나 산불처럼, 닥치고 난 후에야 소잃고 외양간 고치듯이 해결하려 하지만, 그때는 갈등의 골이 깊어 해결이 쉽지 않다. '하워드 워즈'의 신화가 한국에서는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별과 힘겨움이 아닌, 당당하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국사회라 자신할 수 있을까?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의 갈등에 치중하기 쉬운 사람들의 심리에서, 빼놓지 말고 논의해야 하는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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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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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에 빠져, 더위를 잊다
 
 
  무더운 여름, 뜨거운 열기에 두뇌의 움직임도 움추린다. 여름이 다가오면 추리소설을 챙겨 읽는다. 추리소설은 범인의 살인사건들 매개로 하여, 저자와의 치열한 심리와 두뇌싸움을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두뇌의 움직임을 필요해, 더위과 함께 생각하면 어색하다. 매우 잘 짜여진 이야기에, 마음이 동해 빠져들면, 더위의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더위를 잊게 된다.
 
  '베일'이라는 제목에 끌렸다.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심연을 들여다 보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소설이 관계의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다만, 타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역지사지'의 기회는 제공한다. 상식선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 뒤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존재한다. 더위를 잊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심연의 어두운 마음과 만났다. 내 안에 베일처럼 숨겨진 본성의 흔적에 고민하였다.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 한 순간의 실수, 치부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불러오는 결과들.
 
 
  첫 편째 중편 '천제요호'는 한 장의 편지로 시작된다. 사내는 여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글로 대신하겠다는 편지를 남긴다. 사내는 그가 저질렀던 살인의 경위와 그녀를 만나기 전, 지금의 자신을 만든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감추게 된 원인으로 사내는 어린시절 코쿠리상 게임을 지목한다. 히라가나를 쓴 종이 위에 동전을 올려두어 질문을 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게임에 빠져들게 된 사내는 사나에라는 앞일을 예측하는 귀신과 대화에 빠진다. 친구의 죽음을 예언이 현실로 되자, 죽음이 두렵던 사내 야기는, 사나에와 몸을 바치는 대신, 건강한 생명을 받는 거래를 승낙한다.
 
  몸을 다치게 되자, 상처의 자리를 금속과 이상한 것들이 채운다.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하지만, 그의 외모는 타인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몸으로 변했다. 자신의 모습을 괴로워하던, 야기는 끝없이 방황하며, 목숨을 버릴까도 생각하지만, 사나에와의 거래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교코에 집에 온 후, 2층 방의 어린 아기 히로시와 교코에 의해 삶의 희망을 얻게 된 야기는 집세를 내기 위해, 교코의 오빠의 친구가 경영하는 공장에 취직하게 된다. 교코의 오빠의 친구는 사람들에게 못된 짓을 하기로 유명했고, 야기는 오빠의 친구와의 갈등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미스테리한 일들이 일어나고, 교코의 오빠는 살해된 채 발견된다. 교코에게 야기의 편지가 도착한다.
 
 살인사건을 야기가 저질렀음을 괴로워하며, 자신이 돕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거라고 자책하는 교코에게, 야기는 많은 이야기를 통해 그녀의 생각을 변하게 한다. 보여지는 사실과 사건 뒤에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있음을 알게되었다. 빙산의 일각처럼, 보이는 사실 뒤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진실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나니, 사실만으로 인간을 판단하는 일이 인간에게 가장 잔인한 외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은, 그가 이해하기 힘든 일을 저질렀을 때에도, 그의 입장에서 차분하게 생각하고 납득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다. 납득의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납득의 결과를 찾아가는 과정들이 인간 사이의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는 사실을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은 들려준다.
 
  
# 화장실의 5명의 낙서꾼들이 낙서를 통해 서로 소통해간다.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들..
 
 
  두 번째, 중편은 독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화장실에 써넣는 낙서를 인터넷 게시판의 리플처럼 다는 놀이처럼, 화장실의 벽이라는 공간에 익명의 이름으로, 5명이 교류한다. 지나치게 바른, 정자의 글씨로 낙서를 해서는 안된다고 쓴 이는, 여러가지 사건을 일으키고, 사건을 짐작하는 일만 가능했던 다른 이들은 각자 자기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학창시절에 한 번쯤, 경험해 본 사건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정교한 추리소설로 다시 태어난다. 긴박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과, 반전, 마지막에 그들의 정체를 밝혀지는 과정에 빠지다 보면, 무더위를 느낄 기운이 없다.
 
  합리적 사실과 이해가능한 상상력이 잘 만난 소설이다. 뜬구름 잡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일상속에서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과장된 사건들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만든 사회의 풍경을 돌아보게 된다. 혼자 느낄 때는 외로움과 두려움이지만, 함께 맞서면, 두려움을 잊어내는 힘이 생긴다. 작은 손길하나가 절망에 빠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 누군가의 위험을 구해주는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되기도 한다. 사건들은 참혹하지만, 인간 사이에 발생하는 유대는 따뜻했다. 무섭고 따뜻했던, 상충된 감정들이 만남이 독특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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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블루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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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자에게 많은 게 돌아가는 냉혹한 스포츠의 세계.
   
    자신도 모르게, 금지된 약물에 연루된 사실을 알게된다면..
 
 
  야구를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좋아하는 선수의 플레이를 지켜볼 수 있에 행복을 느낀다. 승패와 관계없이 열정을 지닌, 그가 그라운드에 누비는 모습과 타석에 선 안타를 치고 나가려는 타자와 아웃시켜 보내지 않으려는 투수가 진지하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열심히 살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을 마음에 하곤 한다. 부상을 당하지 않고, 선수생활을 다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스포츠에는 매경기마다 승패가 결정된다. 특히 야구는 개인의 작은 실수가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고, 다른 선수가 잘함으로써 개인의 실수가 가리워지기도 한다. 개인과 팀 모두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할까. 기량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퇴출될 수 있기에, 그 수가 한정되어 있기에 매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슬럼프에 빠진 유명한 선수일수록, 약물에 대한 유혹의 손길이 거세지고, 더욱 더 심리적인 갈등상황에 빠질거라 생각한다. 금지약물에 몸에 남아있기에 검사를 하면 밝힐 수 있다.
 
  어린 시절 자신도 모른 사이에 자연스럽게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특히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주목받는 유망주라면, 그 충격이 더할거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개인의 진실보다 밝혀진 사실을 가지고 그를 평가하기에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선수생활에 곤란에 빠지게 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그가 잘못하지 않았지만, 언론에 밝혀지면 곤란해진다는 숨겨야한다는 마음, 밝히면 좋지않다는 그런 마음이 슬픈 사건의 원인이 된다.
   
   
#  화려한 스포츠 세계의 뒷그림자를 볼 수 있는 독특한 추리소설.
 
 
  하스미 탐정사무소 조사원인 가요코는 가출신고를 받아, 모로오카 신야라는 청소년을 데려오는 일을 맡게된다. 그녀의 곁에는 경찰견 생활을 은퇴한 마사가 늘 함께한다. 신야에게는 모로오카 가쓰히코라는 야구 명문고의 노히트노런을 달성해, 퍼펙트 게임이 기대되는 유망주인 형이 있다. 고시엔(한국의, 청룡기와 같은 고교야구대회) 예선전을 앞둔 가쓰히코가 있던 야구부는 몇주 전 배팅기계가 불타는 사고를 겪었다. 신야와 함께 귀가하던 가요코는 신야의 부탁으로 불탄 현장에 가게 되고, 놀랍게도 뜨거운 불길에 휩싸인 그의 형의 주검을 발견하게 된다. 오열하는 어머니와 상처받은 아버지,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같은 학교에서 퇴학한 야구부원으로 밝혀지면서 가쓰히코가 다니던 학교는 고시엔 를 포기하게 된다. 상상하지 못한 형의 죽음으로 상처를 받은 신야는, 가요코와 함께 형을 죽인 용의자를 찾기 시작하고, 용의자 뒤에 숨겨진 또다른 범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사건의 진상을 밝혀갈수록, 놀라운 사실들에 직면하게 되는데...
 
  모방범, 낙원, 화차 등으로 유명한 미야베 미유키 - 미미여사의 최초의 장편소설이다. 두개의 사건, 가쓰히코의 죽음과 죽음의 원인이 되는 협박사건을 추적하는 가요코의 시선과 경찰견 마사의 시선으로 사건은 진행된다. 추리소설은 기본적으로 작가가 던지는 미끼가 매혹적이여야 한다 생각한다. 재미가 없다면, 누구도 끝까지 읽을 시간을 내어주기 않기 때문이다. 일단 재밌어야 하고, 그 다음은 작가가 보여주는 풍경속에서 삶을 돌아보게 한다면, 더욱 멋진 소설이라는 개인적 추리소설관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사건이 풀릴 듯 하면서, 다른 사건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구성에 빠져, 끝까지 읽게되면, 놀라운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범인과 피해자 모두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할까. 상황에 대처하는 개인의 내면심리에 공감하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누군가에게 가족을 잃은 아픔의 사건으로 끝내지 않고, 지금 살아가는 사회의 풍경을 살펴보게 하는 힘이 책에 실려있다.
 
  스포츠스타의 폭력사건이나 스캔들에 연루된 사건을 보면, 진실의 여부, 사건의 진상과 관계없이, 결국 이익을 보는 이는 언론매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독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준다는 이유로, 때론 자신의 비밀을 호도하기 위해 펼쳐지는 언론플레이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사건이 밝혀지는 것 만으로도 그 스타를 외면해버리기도 한다. 독자들이 외면할거라는, 진실보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는 현재의 언론시스템에서 독자들이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공인이라고 착각되어지는 연예계, 스포츠 스타들이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받게 되는 일이 많아질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의 여부에 관계없이 언론에 밝혀지는 순간 꿈과 희망을 잃어버릴 아이들을 걱정했던, 사건의 연루자의 마음에 공감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부터, 마음이 더욱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비밀을 밝혀내는 탐정의 기분으로 작가와의 두뇌게임을 벌이고 난 후, 진실보다는 사실 자체에 더 마음을 쓰는 현실세계의 모습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누군가를 믿어준다는 일이, 얼마나 큰 용기와 신념이 필요한지, 왜 우리는 각자, 거리를 두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한 번 더 고민해 보게 된다.
 
  야구부의 에이스가 피해자로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야구를 모르는 문외한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일반적인 소설은 범인을 밝혀내고, 상처와 아픔으로 끝나버린다면, 이 소설에는 다음의 미래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도 느낄 수 있다. 희생된 사람들의 아픔과 함께, 스며든 악을 제거한 후의 더욱 밝아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따스함이 담겨있는 소설이다. 미미여사의 글을 싫어하지 않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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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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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를 좋아하지 않는 당신에게 권하는 소설.
 
 
  청소년일때는 즐겨읽었는데,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레 멀어진 장르들이 있다. 로맨스, 무협소설, SF, 특히 SF는 현실도피 또는 이상향을 그린 소설이라는 편견으로, 읽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환상문학웹진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그의 작품을 만나지 못했던 건 그 때문이다. "100년 후, 한국 문단은 작가 배명훈이 이 땅에 있었다는 사실에 뒤늦은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라는 박민규 작가의 추천사도 끌렸지만, 무엇보다 미세권력지도를 이야기하고 타워라는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낸 이야기가 매혹적이다. 높이 2,408m, 타워의 공간도 높이 못지않게 넓은, 정상까지 올라서려면, 엘리베이터로 수없이 갈아타야하는 공간을 만든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편견의 안경을 벗고 바라본 그의 작품은 다음 이야기를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발언하려면, 큰 대가를 치뤄야 하는 압박이 커져가는 현실을 잘 보여주지만, 그는 현실이 아닌 가상의 공간을 이야기한다. 절망을 보여주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의 글을 읽는 내내, 내 입가에 떠나지 않는 건 웃음이었다. 힘든 세상일수록, 웃고 살아야 한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현대판 같은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가득한 SF 연작소설이다.
 
 
#  소설을 통해, 무기력한 현실을 읽다.
 
 
  길이 674층의 높이에 인구 50만명이 살고있는 총면적이 타워로 꽤 넓은 타워로 이루어진 빈스토크는 경비대로 불리는 독자적인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과 물가는 최고 수준이며, 인공위성 사업이 핵심산업인 타워 도시국가이다. 도시국가에 살고있는 미세권력연구소의 연구원, 가장 유명한 광고회사인 이앤케이에 들어가려는 인턴사원 은수와 영주권을 얻기 위해, 군대를 다녀왔지만 다시 5년간 복무를 선택한 용역 해군으로 들어간 민소,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던 작가 P였지만, 고소공포증으로 인해, 가보지 못한 먼나라의 로봇을 관리하는 여성의 지원금을 위해, 자연예찬의 글을 쓰는 작가 P, 타워를 지키는 경비대이지만, 군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비상시 엘리베이터 이송 계획을 세우는 수직주의자와 그가 연모하는 수평주의자 여성, 불심이 강한 코끼리를 관리하는 용역의 직원으로 들어간 남자와 다른 나라에 거주한 그의 처제,  타워의 유일한 위협세력인 코스모마피아의 첩자인 셰흐리반과 코스모마피아의 공격에 대비하는 정보국 2급 행정관 최신학 등, 타워에서 살아가는 일상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른 나라에 둘러싸여 있고, 층이 올라갈수록 부유하며, 살인적인 물가와 비정규직들이 탄압받는 우울한 현실들, 소설이 그려내는 공간은 가상의 공간이지만, 한국의 현재의 모습을 보는 듯한, 무기력한 현실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인맥과 미세권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든 현실, 살기위해 열심히 애써보아야 결국 버려지고 마는 존재들, 아무리 미소짓고 순한 코끼리도 광분하게 만드는 광장의 시위 진압용 최루액,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지만, 자기들의 위험을 이야기하는 자들을 먼지 털어, 사회적 매장시키는 언론, 생존을 위해 자신의 일에 충실한 뿐이지만, 자연스럽게 타인을 억압하는 일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현실의 어두운 풍경과 겹쳐 무기력해진다.
 
 
#  그는 웃음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우울하고 부조리한 현실만 보여주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만들어낸 소설적 풍경은 우울하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살펴보다보면 웃음이 나온다. 희망이 보인다. 내면을 아는 배우 (강아지) P와의 '미친 인터뷰'를 보며, 『광장의 아미타불』의 시위하는 사람들과 진압하는 사람들의 살벌한 풍경을 보면서도, 주인공 남자의 행동을 보면 웃음이 나왔다. 아이러니한 웃음이 우울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모든 정보가 오픈되었지만, 아무도 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도리어 책임을 추궁하는 『샤리아에 부합하는』의 지도층의 모습을 보면, 너무 깔깔대며 웃다가, 눈물이 맺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왜이리 작가는 능청스럽고 유머스러운지, 그의 재치게 웃지 않을 수 없고, 그가 보여주는 풍경에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오해가 풀리면, 내 뜻을 알아줄거라고 독선하는 사람들을 행태를 지켜봐야 하고, 연일 중요사항은 외면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증오를 부추기는 언론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웃음이라 생각한다. 내 생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받아들여야 할 때 화가난다고 한다. 마음을 넓혀, 부조리한 현실을 받아들이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 웃음으로, 아이러니한 현실을 기억하는 일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내가 지켜보니까, 우리나라는 ...사람들 때문에 안돼..'라고 푸념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현실을 이겨내는 힘이 필요하다. 「자연 예찬」에 먼지 털리는 사람들이 작가에서 모든 블로거로 늘어나는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서로를 남이라고, 원수라고 증오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해할 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 각자의 처지를 이해하되, 바꾸기 위한 의지를 멈추지 않는 노력이 간절하다.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에서 격추당한 소민이, 타워의 담당자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은수의 간절한 마음과 서로 연결되지 않는 작은 마음들의 힘을 모음으로써, 희망의 끈을 잡는 모습을 보며, 포기하지 말고, 웃음으로 견뎌내보라는 작가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마음에 남는다.
 
  우울의 늪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싶은 지인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함께 부조리한 현실을 잊지 않는다면, 십년 후, 이십년 후에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 모순을 다시 겪는 일은 없으리라 믿는다. 광장에서 이야기 할 권리가 사라질수록, 게릴라로 비밀리에 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늘어날거라 생각한다. 누군가 흘리는 작은 눈물은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장대비는 막을 수 없다. 모두가 좋은 공간에서 비를 피하려 하지 않고, 비가 내렸을 때, 가장 피해입는 안타까운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더 경제가 발전하지 않더라도, 서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라 믿는다. 어쩌면 경제발전보다 중요한 건, 사회의 사람들끼리 맺어가는 작은 살뜰한 마음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누군가 2009년 상반기의 한국이 어떤 모습이라고 묻는다면, 대답대신 이 책을 읽어보라 이야기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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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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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련과 고난의 연속. 힘겨운 삶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12문제를 모두 맞히면, 1억루피를 주는 <누가 10억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퀴즈쇼에 참가한 람 모하마드 토머스는 문제를 모두 맞혀 퀴즈쇼의 우승자가 된다. 가난한 동네의 바텐더로 일한 그에게 상금을 주지 않기 위해, 프로듀서와 사장은 경찰에 의뢰해 그의 부정을 밝혀달라 부탁하고, 그는 모진 고문을 당하게 된다.
 
  뉴스를 보고 결정적 순간에 나타나 그를 구한 변호사 스미타는 그에게, 어떻게 12문제의 퀴즈쇼를 밝혀냈는지 이유를 밝혀달라고 한다. 공부는 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모두 경험한 일들을 통해 정답을 맞췄다는 람. 12문제를 푸는 과정을 통해 독자는 람이 겪어온 삶을 엿보게 되고,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었던, 힘겨운 삶을 이겨낼 수 있던 힘을 발견하게 된다.
 
 
#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소설.
  
  
  수도원의 사내아이로 태어나 신부님에 의해 길러지고, 다른 종교자들의 개입에 의해 이름마저 세개의 종교의 성자의 이름으로 붙여진 그는 가난한 아이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삶, 부조리한 세상에서 겪어야 하는 다양한 힘겨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퀴즈쇼의 형식을 통해, 그가 겪어낸 아이러니한 사건들은 정교한 퍼즐처럼 연결되어,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어준다.
 
  갈등과 위기, 위기를 극복하는 놀라운 힘이 담긴 이야기의 매력을 느끼는 있는 소설이다. 1번부터 13번까지의 문제가 순차적으로 연결되지 않지만, 람이 직업을 바꾸거나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격변의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 로또처럼 운이 좋아 다 맞추면 큰 상금을 받을 수 있어 보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다양한 음모가 내재된 보여주기 쇼라는 점을 알게된다.
 
  가난하기에 너무나 비밀이 없는 빈민 공동주택의 현실, 왜 가난한이와 부유한 이가 공존할 수 없는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인과 대사들이 지닌 어두운 삶, 상이용사의 어두운 과거, 돈 때문에 형을 저주한 동생, 공주의 신분이지만 비밀을 숨기기 위해 자식을 버린 어머니, 부족의 문화에 따라 몸을 팔 수 밖에 없는 람이 사랑하는 니타의 현재까지,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엿볼 수 있고, 개인의 의지로 벗어날 수 없는 인도의 현실, 그런 현실들을 잘 이겨낸 람의 인생 성공기를 만날 수 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상상을 넘어서는 이야기들이 물밑들이 몰려오지만, 정교하게 잘 짜여져 있어, 어색함을 느낄 수 없다. 마지막까지 흥미를 이끌게 하는, 작가의 이야기의 힘 덕분에 짧지 않은 글을 몰입해서 읽었다. 힘겨운 순간, 행운의 동전의 앞면을 던져, 앞이 나올 때 자신이 결정한 내용을 실천한 람처럼, 생을 살아가는 힘은, 절망보다는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의 다짐이 힘겨운 삶을 이겨내게 하는 힘이 되어줄거라 믿는다.
 
  무더운 여름! 뜨거운 열기가 사라지지 않아 밤에도 잠들지 쉽지 않다.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는 더위를 인식하지 않도록 무언가에 몰입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을 통해,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곤 한다. 누군가 죽고, 용의자를 밝혀내는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은 아니지만, 작가의 글은 추리소설이 갖춰야할 흥미와 정교한 이야기 뒤의 또다른 복선을 끌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재미있는 책은 많은 이야기보다, 직접 안겨주면 되어 좋다. 저자의 또다른 작품인 『6인의 용의자』가 출간되었다. 무더운 밤 쉬이 잠들지 못한 지인에게 세트로 안겨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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