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나비처럼 1
야설록 지음 / 형설라이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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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야기로 다시 만나는, 역사의 흔적.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언제 떠올리느냐에 따라 그 순간들은 달라진다. 인간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시기라 생각한다. 청소년 시절, 사내아이들이 무협지를 읽고, 여자 아이들이 로맨스 소설을 읽는 이유는 타인과의 관계를 고려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랑보다 더 소중한 우정, 사랑을 위해 다 버릴 수 있는 용기, 어른이 되면, 보잘것 없어 보이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 배우기 때문에, 질풍노도의 시기, 더욱 더 그런 이야기들에 끌린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무협소설계에 이름이 높은 작가이다. 그런 그가,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된 한 여인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마음 먹는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무협이야기를 통해, 명성왕후에 대해 이야기한다. 쓸쓸하고 외로운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그녀를 위해 저자는 한 남성을 그녀의 공간에 놓아둔다. 오직 그녀의 빠져, 그녀만을 위해 헌신했던 한 사내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사내가 모든 것을 걸고 싶을 만큼, 사랑받는 여인으로 만들어,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원망과 한을 품은 한 사내가 사랑에 빠져, 불꽃처럼 나비처럼,  치열하게 산 인생의 흔적을 담은 소설이다.
 
 
# 치열하게 드러나는 명성왕후와 대원군의 갈등.
 
 
  권력은 둘에게 자리를 주지 않기에, 대원군과 명성왕후는 치열하게 대립한다. 외척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던 대원군이, 명성왕후에 의해, 자리를 밀려나고, 다시 그 자리를 되찾아가는 나타난다. 역사소설이 아니기에, 왕후를 위해 헌신했던 무명의 뛰어난 활약을 중점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원한과 슬픔에 빠져있던 악귀에 가득찬 사내가, 한 여인을 만나, 그녀를 위해 모든 걸 거는 과정이, 뛰어난 적수와 스승을 만나 변하여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무협소설의 특색에 걸맞게, 그는 수없이 곤경에 처하고 많은 위기를 겪지만, 마지막 그녀를 위해 죽기 전까지 실패의 아픔이 큰 만큼, 딛고 일어나 더 큰 내공과 마음을 얻게 된다.
 
  보더라도 만질 수 없는 한계. 닿을 수 없는 거리는 더욱 큰 사랑을 내기 위한 디딤돌이 되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건이 나빠서 사랑을 할 수 없는게 아니라, 사랑할 용기가 없기 때문에, 사랑이 힘든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이다.
 
  1편에서는 무명의 성장과정과 민자영과 만나는 인연들이 복선처럼 얽혀진다. 궁궐에 들어간 그녀가 겪는 외로움과 허전함이 드러나고, 다시 무명을 만나고, 대원군과 대립을 결심하며 무명에게 부탁을 하고, 무명이 그 부탁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일이 드러난다. 한 남자의 순정과 성장과정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영화에서 뚝뚝 끊어지거나 이해되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는 이라면, 꼭 소설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상영시간 때문에 이야기하지 못한 사연들이 소설에 가득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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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리뷰해주세요.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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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여행이 맺어준 사랑의 인연, 예정된 운명의 그들이 결혼 하기까지.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그 사랑이 꾸준한 결실을 맺어 서로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하게 되면 결혼의 길을 함께 걷게 된다. 시간은 미끄럼틀에 타는 아이처럼, 한 방향으로 미래로 걸어갈 뿐, 시간을 뒤로 멈추거나 돌릴 수 없다. 서로의 아픔을 아프게 했거나, 선택을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오게 되면, 다시 그 때로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꿈꾸기도 한다.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은 축복일까? 불행일까? 유전병으로 추정되는, 갑작스럽게 정신을 잃고, 알몸으로 과거와 미래의 한 순간에 놓이는 남자 헨리가 있다 시간 여행을 통해, 클레어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다.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는 남성과 사랑에 빠진 클레어와 헨리의 사랑이야기, 2권으로 이루어진 책의 1권에서는 그들이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부분을 이야기한다.
 
 
#  운명으로 이어진 사랑의 끈, 살아가며 확신할 수 있을까?
  
 
  늘 함께 같은 공간에 보던 커플이, 원거리로 떨어지게 도면 힘들어하는 이유는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확신이 자신을 힘겹게 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운명처럼 어렸을 때부터 다가온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평생을 그와 함께 사랑을 꿈꾸며, 인생의 다양한 순간들을 함께 하는 그들을 보는 일이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확고한 끈으로 이어지는 확신하는 그들의 사랑. 시간을 계속 뒤엉켜 걷는 헨리를 보며, 사랑을 이어주는 힘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뒤엉켜 흐르는 시간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서로의 모습을, 시간이 변한다하더라도, 사실을 바꿀 수 없는 현실에서는 미래를 알고 있다는 점이, 때론 상처를 더욱 힘겹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느꼈다. 

  시간을 움직일 수 있는 남자를 어떻게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가가, 책을 계속 읽을지 결정하는 가장 큰 열쇠인데, 이야기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여행을 하는 그와, 그가 처하게 되는 한계를 받아들이게 하는 구성이 인상깊었다. 그들의 만남과 첫 만남, 알고 있지만, 그 흐름에 맞게 기다리는 노력의 과정을 거치면서, 헨리와 클레어는 상처를 감싸안기도 하고, 서로에 대해 더욱 큰 신뢰를 쌓아간다는 점이 좋았다. 

  정교하게 짜여진 납득의 틀 안에서는, 시간이 비틀어지더라도, 사랑하는 연인은 그 사랑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시간을 이동하면서, 얻게 되는 정보가 달라지게 마련인데, 저자의 촘촘한 구성이 이야기가 복선이 되는 효과를 얻으면서 다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궁금하게 되었다고 할까. 늘 노년의 헨리와 소녀의 클레어가 만나다가, 그들이 사랑할때는 정보가 역전되는 현상을 토해, 다양한 사랑을 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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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을 리뷰해주세요.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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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내 맘을 몰라주는 걸까.
 
 
  다른 사람이 '내 맘을 몰라'준다고 생각했을 때, 오해가 생기고, 인간관계의 힘겨움을 느낀다. 사회생활이 힘든 이유는 내 맘같지 않은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보거나, 따라야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가족은 가장 많은 공간을 함께하고,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낼 기회가 많지만, 늘 서로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니까, 내 편을 들어줄거라고, 나를 더 생각해 줄거라고 기대하고, 의존하고, 사랑받기를 원하거나,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방인, 가족, 잘 되기를 바라지만, 노력해도 우리는, 그저 좋은 사람.
 
 
  작가가 인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영국 런던 출생의 작가이기 때문일까. 미국으로 이민간 저자의 체험이 묻어있는 듯,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미국에서 생활하는 이민 1세대 또는 2세대의 인도계 미국인이 등장한다. 영어를 자유롭게 생활하는 딸과 이민 1세대인 뱅골어에 능숙한 아버지 사이의 화해와 오해를 다룬 「길들지 않은 땅」, 낯선 인도에서 외로움을 느꼈던 엄마에게 따스한 애정의 대상이 되었던 삼촌의 결혼과 이혼의 과정을 다룬 「지옥-천국」, 매혹적인 첫사랑을 내심 질투했던 아내와 첫사랑에 대한 묘한 동경을 가진 남편. 부부가 첫 사랑의 결혼식에 가게 되면서 경험하는 감정의 변화를 다룬 「머물지 않은 방」, 갑작스럽게 이민와 느끼던 차별을 동생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누나 수드하와 알콜중독으로 망가져가는 라훌의 이야기가 담긴「그저 좋은 사람」이 포함된 1부와 세 편의 단편소설이 연작형식으로 얽혀있는 2부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가까워, 이해가 가능할거라 생각되는 가족마저도 이방인일 뿐,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심리묘사가 담긴 이야기로 전한다. 함께 있지만, 결국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소통의 힘겨움이 느껴진다. 호의를 가지고 동생을 대하지만, 동생을 구하지도 못하고, 남편에게 신뢰를 잃고, 자식도 이해할 수 없는 몰락에 빠져버린 훌리아의 이야기가 담긴 「그저 좋은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해할 수 없다는, 가족은 내 뜻과 다르게 생각하는 현실을 인정했을 때, 서로 숨기고 싶던 사실을 공포했을 때, 그 사실이 서로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는 계기가 된다는 아이러니가 책의 매력이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가 생겼음을 인정했을 때, 딸인 루마는 아버지가 딸에게 숨기려 했던 엽서에 우표를 붙인다. 매력 넘치고 예쁜 첫사랑과 결국 사랑을 나누지 못했다는 숨기고 싶은 진실을 아내에게 말했을 때, 그는 아내와 자식을 둘 낳은 후, 서로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시간에서 벗어나 특별한 추억을 만들게 된다.
 
 
# 인정하자.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를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둥지에 놓인 동상이몽의 서로를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점이 좋았다. 우리가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점이 당연하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할까. 그 첫점에서 서로의 공존과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의 크기를 넓힐 계기가 생길거라는 생각을 했다. 서로 이해할 수 없기에, 내 마음을 모르는 일이 당연하기에, 더 많이 표현하고, 생각을 가깝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사랑하기에 그를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사랑하기에 이해할 수 없는 그를 공감 할때까지 다가서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쓸쓸해진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으며, 생각했던 소통의 힘겨움이 더욱 부각됨을 느낀다. 예측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기에, 지금의 현실이 힘들더라도 내일, 나아질거라는 꿈을 꿀 수 있다. 타인을 이해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현실, 오랜 시간 우리를 힘들게 한 뿌리 깊은 편견의 족쇄를 발견한 기분이다. 족쇄가 단단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  족쇄를 보았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즐겁게 보냈던 순진했던 시간은 사라져 버렸다. 어린아이처럼, 사랑만으로 많은 일들이, 이해와 행복이 가능하다고 믿는 순진한 이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소설이다. 한계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지닌 이와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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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빛>을 리뷰해주세요.
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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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당하기 힘든 폭력. 무력한 인간... 

  50억이 넘는 지구의 시간을 하루로 생각한다면, 밤 11시 59분에 인류가 태어났다고 한다. 산업혁명, 정보화 사회에 들어서며, 인간의 문명이 많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지진, 태풍, 쓰나미, 폭우 등 자연 앞에서 무력한 인간을 발견한다. 조용하고 외딴 섬, 예고 없이 발생한 쓰나미로 중학생 노부유키와 그의 여자친구 미카, 노부유키를 친형처럼 따르는 다스쿠를 남긴 채, 섬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어버린다. 그리고, 경황없는 사이, 공중파 PD와 미카의 부적절한 장면을 본 노부유키는 다스쿠가 지켜보는 앞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지켜주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미카는 연예계의 스타로, 노부유키는 평범한 가장으로, 다스쿠는 노부유키의 아내의 불륜남으로 다시 재회하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다스쿠가 생각하는 어긋난 생각, 미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노부유키, 노부유키와 아내 나미코의 딸 쓰바키가 당한 정신적 폭력으로 인해 공황상태에 빠진 나미코 등, 이어지는 폭력과 과거의 기억들이 다시 세상에 돌아오며, 또 다른 폭력과 협박사건으로 돌아오는데....

 # 폭력은 다가오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다. 스스로를 만들어낸 장소, 일상속으로.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따스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자연재해와 인간사이의 육체적인 폭력과 정신적인 폭력이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감당하기 힘든 폭력을 경험하게 되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 또다른 폭력을 선택한다.  

  상처를 사랑으로 감싸안는 것이 아니라, 상처에 괴로워하며, 다른 상처를 만드는 일을 선택하는 과정이 등장한다. 의도와 관계없이, 본심은 전해지지 않고, 누군가를 위한 선의가 누군가를 살해하는 폭력으로, 살인을 교사하는 행동으로, 살인을 알면서도, 너무나 의지했던 상황을 벗어날 수 없기에 묵인하는 과정 등, 다양한 포즈로 등장함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항거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는 인간의 무력한 대응을 느낄 수 있다고 할까.  

  폭력은 다가오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라는 말처럼, 힘든 상처를 위로하고, 달래는 과정이 없이, 그저 덮어두다 보면, 그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어, 일상의 삶까지 잠식해 버림을 소설을 통해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이런 폭력들은 내가 어찌할 수 없다는 점, 불에 데일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불을 사용해서 요리를 하고, 칼에 베일 수 있는 가능성을 알지만, 그렇지 않을거라고 믿으며, 칼을 사용하는 일반인이 느끼는 불편한 상황에서 무력화 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자연적 폭력이 인위적 폭력으로 전이되고, 인위적 폭력은 육체적 폭력과 정신적 폭력으로 다시 옮겨진다고 할까. 누군가의 상처를 외면하는 순간들이, 상처를 입은 이에게 다시 상처가 되어, 세상이 더욱 각박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타인의 상처를 이해할 수 없기에, 누군가에게 그의 말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건 위험한 일이지만, 인간이기에, 곁에서 그 슬픔이 나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할까. 쓸쓸하고 적막하게 폭력의 상처에 입은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주변에 너무나 흔하게 존재하는 폭력의 상처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제목처럼, 어두운 빛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밝고, 건강한 소설을 바라는 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다. 씁쓸하고, 마음이 스산해지지만, 작품을 읽고 나면, 스산함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게 되는 책이다. 타인의 눈물을 보는 일이 마음 아파, 차마 볼 수 없는 이가 아니라면, 인생의 어두운 슬픔도 이해하려는 지혜로운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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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를 리뷰해주세요.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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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소설, 독특하다. 

   첫 페이지를 펼치면, 세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글이 나온다. 살인의 폐해를 알면서도, 더 큰 악을 방치하기 위해, 자신이 보호하고 키웠던 세 사람을 죽여야 하는 주인공의 결심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왜 세 사람을 죽이려 할까? 라는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주인공을 죽이려는 한 인물이 등장하고, 그의 죽음과 함께, 주인공은 세 사람을 죽이겠다는 결심을 실천에 옮긴다. 무엇보다, 이런 살인의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편'을 나누는 마음에서 시작된, 알라우네 때문이다. 

 

#  원죄와 알라우네. 

   주인공 나미키는 살인이나 원죄를 지은 피해자의 가족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매도하는 사람들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미키의 연인인 아카네와 의사인 유코는 그들의 상처를 위로하는 일을 한다. 성향이 비슷한 나미키와 유코와 달리, 아카네는 살인자 가족인 유키, 히토미, 아카네를 지키기 위해, 그들을 돕는 이는 우리편, 나머지 사회의 사람들은 적이라는 편가르기의 생각을 주입한다. 그런 생각을 통해, 그들의 마음이 안정됨과 동시에, 적에 대해서는 극단의 분노의 마음이 커지게 된다. 그리고 무고하게 죽은 교수형을 당한 남자의 정액에서 피어난다는 알라우네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알라우네를 각성시킨 이는 결국 죽게되지만, 그를 얻는 이는 알라우네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고 한다. 알라우네가 뽑히는 순간, 나오는 괴로운 괴성에 들으면 죽기 때문에, 강아지에게 그 소리를 듣게 하고, 자신은 귀를 막는다고 한다. 살인자가 살인에 눈을 뜬 순간을 알라우네로 표현한 접근법이 독특했다. 

  내용의 전개는 관능적이고, 누군가의 목숨을 뺐는 살인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한 번 시작된 살인을 통해, 이어지는 살인범의 자기합리화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욕망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는 착각, 누군가의 목숨을 죽이는 일을 쉽게 생각하는 마음이, 결국 더 큰 알라우네를 피어나게 하는 과정이 되어버림을 책의 마지막으로 가게 되면 확인하게 된다. 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살인은 바르지 않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추는 일이 쉽지 않은 소설이다. 살인이 등장하는 소설을 싫어하지만, 이 책은 무엇에 홀린 듯, 마지막 페이지를 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하루가 지날때마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간, 스트레스와 쓸쓸함을 잊어버리는 방법 중 하나는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흠뻑 빠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아무 생각없이, 이야기를 다 읽고나면, 머리속에 있었던 잔 걱정들은 책을 읽는 동안 잊었음을 알게 된다. 살인자의 마음이 담긴, 편협된 사고의 이야기를 기꺼이 읽을 자신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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