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리뷰해주세요.
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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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단순하다. 연속된 루머들에 의해 그녀는 죽었다. 그녀가 죽은 이유가 밝혀진다.
  
  '최민수는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고 최진실씨 자살사건', '고장자연씨가 자살까지 결정할 만큼 고민했던 일'등의 사건을 바라보면 사람들은 타인의 평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속담과 '모든 일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은 오해에서 빚어졌던지, 타인의 악의에서 벌어졌던지간에 당사자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깊은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제목만 봐도 루머에 관한 이야기겠구나 연상이 가능하다. 그 루머들이 보이지 않는 끈이 되어, 그녀의 숨을 조이고 잘못된 선택의 디딤돌이 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살아있는 자를 위해 고인과의 추억은 재구성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생을 마감했던 해나는 달랐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과 연관된 의도와 관계없이 연루된 이들에게 7개의 카세트 테이프와 지도를 남긴다. 그녀가 제시한 명령은 단순하다. 일단 듣고, 다음 순서의 사람에게 카세트를 남길 것. 지도에 표시된 그녀가 루머와 연관된 장소에서 그녀의 메세지를 들으면 된다. 그녀와 첫키스를 나누었던 그녀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던 순간에, 그녀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여 멀어졌다고 느낀 화자는 카세트를 받고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그녀를 많이 아끼고, 멀리서 오래 짝사랑했지만, 그녀의 루머를 듣기도 했지만, 그녀와 깊은 대화를 하지 못했던 화자 클레이.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제서야 클레이는 그녀가 오래 고민하고, 방황했던 이유를 알게 된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었을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는데...
 
   
# 희망을 잃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소하지만 진실된 관심.
 
 
  자살을 결심한 이에게는 다섯 가지 전조증상이 있다고 한다. 머리를 자르던가, 헤어스타일 등의 변화가 나타나기도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다른 이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나쁜 루머들이 쌓여가는 괴로움과 불운이 겹치면서 해나는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어나가고, 루머의 루머의 루머들에 의해 잘못된 선택을 결정한다. 죽기 직전까지 그녀가 원했던 것은,  사소하지만 진실된 관심과 자신의 외침을 귀기울여 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우연과 오해의 연속으로 무너지는 해나를 사랑했던 화자는 그녀가 그런 상황이었다는 점을 전혀 알지 못한다. 진실을 뒤늦게 알게 된 클레이의 안타까움은 책을 읽는 내내 전해진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건, 모두가 해나를 죽이는데 동조했다는 비난이 아니라, 사건과 연루된 13명, 아니 그녀의 주변에 있던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면, 잘못된 선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재환기시키는데 초점을 맞춘 듯 보인다.
 
  루머에 의해 그녀는 죽었고, 죽은 줄 알았던 그녀가 테이프를 통해 살아나 그동안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단순한 구조이지만 하나씩 이야기가 벗겨질수록, 더욱 관심과 흥미에 쏠리게 된다. 그녀를 힘들게 했던 사건은 엄청 큰 사건이 아니라, 장난으로 여길 수 있는 사소하고 미묘한 사건들이었다. 불운이 조금씩 쌓여가며 그녀는 무기력해져 갈 뿐이었다. "괜찮아. 루머일뿐이야, 해나, 너를 믿어"라는 한 마디를 듣고 싶었지만, 누구나 그런 말을 전하지 않았다.
 
  경제고와 자신의 상황을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나약한 사람의 비겁한 변명이라 말할수 있는 사람도 있고, 내가 구할 수 있었는데, 자책하는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누군가의 자살을 한 사람이 온전히 막아낼 수는 없다 생각한다. 단지 자살의 순간을 뒤로 유예할 수 있을 뿐이다. 혼자가 아닌, 많은 이들이 사소한 관심을 더 기울인다면, 그들이 잘못된 순간을 하는 시간이 늦춰질 것이고, 그러는 와중에 생을 살고 픈 희망의 기회도 돌아온다. 희망을 잃은 그들이 필요한 건, 돈과 실제적인 도움이 아니다. 시간을 조금 내면 충분히 귀기울일 수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작은 시간이다.
 
  자살에 대한 통계를 검색하던 중, 아침 기사로 할리우드 톱스타 데미 무어의 훈훈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데미무어는 블로거 사이트에 접속해 팬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샌디가이라는 닉네임의 블로거의 "죽고싶다"는 대화내용을 보게된다. 이후 "지금 칼을 꺼내고 있고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번에 끝내겠다"는 또다른 메시지를 받은 그녀는 "농담이길 바란다"며 답메시지를 보내며 네티즌과 대화를 통해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남편인 에쉬튼 커쳐는 사이트에 포스팅을 해 도움을 요청했고, 글을 본 다른 네티즌들은 자살하려는 샌디가이가 사는 경찰서로 연락을 취해, 경찰이 그녀의 집에 방문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경찰은 상처를 입기 전에 그녀를 발견했고, 그녀는 48세의 나이로 직업을 구하려다 삶에 행복을 느끼지 못해 자살을 시도하려 했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죽고싶다는 작은 메시지를 받고 신속하게 대응한 데미무어와 남편, 네티즌과 경찰의 힘으로 하나의 생명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일을 멈출 수 있었다.
 
  타인에게 희망을 기대기보다, 자신이 스스로 강해져야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힘든 세상도 나를 지지해주는 한 사람이라도 존재한다면 그 길이 힘들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 어려운 일이지만, 대단히 큰 부와 권력,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다. 사소한 루머, 장난으로 보이는 루머가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 누군가를 살리는 힘은 돈과 직업이 아니라, 그의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는 사소한 관심이라는 사실을 책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되었다. 지쳐버린 이에게 작은 힘을 건낼 수 있는 힘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누구에게나 존재하기에 주변의 사람이 생을 잃은 선택을 했을때, 더 많이 자책하게 되나보다. 지금도 주변에서 힘들다며 보이지 않는 신호를 보내는 이가 많을 것이다. 내가 힘들다고, 때론 나약한 생각이라며 외면했던 마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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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루머를 바라보는 시선, 일상생활에 쉽게 퍼질 수 있는 루머를 다룬 소재의 힘에 끌린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친구가 루머로 인해 곤란을 겪는 모습을 보거나 겪은 모두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러고 보면 문제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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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남긴 한 마디 - 아지즈 네신의 삐뚜름한 세상 이야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9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이종균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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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솝우회 못지 않게, 통렬한 풍자가 인상적이다.
 
 
  친근한 동물들을 의인화 하여 이야기한 내용을 듣다보면, 어느새 인간세상의 부조리함을 꼬집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화는 인간사회를 내세우지 않지만, 인간의 삶을 이면적으로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독자의 마음을 끈다. 이제까지 인상깊게 읽었던 우화는 이솝우화밖에 없었다. 높이 매달린 포도를 보며, 여우가 아마 저건 신포도일꺼야 하며 자신을 달래는 모습은 이루지 못한 일을 합리화하는 인간의 모습과 얼마나 닮았던지. 모처럼, 이솝우화 못지 않은 통렬할 풍자가 인상적인 책을 만났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지 못하는 이발사처럼, 외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 속시원하게 발언하기 힘든 세상, 우화의 힘을 빌려, 쓰린 속을 달래는 일도 나쁘지 않다.
 
 
# 15가지 이야기들이 풍자하는 대상은...
 
 
  15가지의 짧은 우화가 담겨있다. 고위 공직자가 되면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자신의 지지자들을 위한 법만 만드는 이와 아무생각없이 자신을 뽑아달라는 후보자들을 풍자한 「까마귀가 뽑은 파디샤」, 국세청의 행태를 고발한「도둑고양이의 부활」,  서로 속고 속이는 상황을 풍자한「진짜 도둑과 녹슨 주석」, 스스로의 덫에 걸리고 마는「당신을 선출한 죄」, 성형중독에 빠지다 결국 원숭이의 외모가 되어버린「스타를 닮고 싶은 원숭이」, 적을 구분해서 해치는 일을 하다, 결국 스스로 몰락하고 마는「왕과 빈대」, 서로를 감시하는 세상을 농담으로 풀어가는「아주 무서운 농담」, 개가 유언을 했다는 말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했다가, 개가 재판장을 위해 거액의 돈을 남겼다고 말하니 얼굴이 싹 바뀌는「개가 남긴 한마디」, 왕의 무능을 풍자하는「총리를 뽑는 아주 특별한 기준」, 자신의 본분을 잃고 헛된것만 밀어내다 지켜야 할 것을 잃어버리는「기차를 물리친 개」, 독한 양치기를 만나면 아기양도 늑대로 변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늑대가 된 아기양」, 선구자 밑에서 밥을 먹다가 결국 선구자를 몰락시키는「꼬리 밑 선구자」, 세상이 변했다며  내 탓은 아니라고 외치는「내 잘못이 아니야」등 고위 관료와 이기적인 세상 등을 고발하는 아지즈 네신의 섬세한 시선과 호탕한 웃음이 잘 조화된 책이다.
 
  5-11페이지의 짧은 이야기를 곰곰히 읽다보면, 우리의 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터키에서 출간된 50년된 이야기이지만, 시대를 넘어 권력의 무능과 타인을 탓하며 자신을 변명하는 세태는 시대가 변해도 늘 그대로라고 할까. 책을 곱씹어 읽다보면, 우리 사회의 그림과 문제점들이 짧은 이야기에 잘 녹아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는 말처럼, 조금만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면, 당연하고 그럴려니 한 일들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정치인은 늘 그런식이야, 어차피 세상을 변하지 않아, 이런 말들이 더욱 더 서로를 힘들게 하는 세상을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들의 눈물과 웃음, 소망이 담겨있다는 마음이 자라는 나무 시리즈의 19번째 책이다.
 
  아직은 세상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그들이 즐겁게 읽고, 냉철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과거에도 그랬으니까 지금도 그래야지가 아니라, 과거의 잘못은 이제 털고 가자는 마인드가 생긴다면, 사회가 좀 더 아름다워질것이라 믿는다.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타협하게 되는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이야기지만, 나쁘게 말하면 부조리함도 그대로 안고간다고 할까. 책을 읽으며, 웃으며 세태를 욕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후대를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건강하고 자유롭게 꿈을 펼치는 경제적 여유를 제공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그에 앞서, 이런 이야기들을 현실에 빗대어 웃지 않아도 되는, 우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우화로 남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은 필요하다 생각한다.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사회의 형태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어떻게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이야기를 통해 논의를 진전시키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는 시간만큼, 가족간의 유대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더욱 맑아질거라 기대한다.
 
  아지즈 네신의 책을 사서 읽으면, 책의 인세 10프로는 고아들에게 교육기회를 주기 위한 네신재단으로 돌아간다. 책을 통해 세상의 약자에게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잠시 동안 웃음으로 마음을 답답함을 털어버릴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당신이 후회하지 않을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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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를 리뷰해주세요.
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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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던지는 질문 하나.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사진을 찍어 보관할 수도 있고, 그의 목소리를 녹음할 수도 있으며, 디지털 영상기기가 발달한 현재는 동영상으로 간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의 저자는 나날이 더욱 퇴화하는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찍고싶지 않았고, 한 아이는 매번 같은 질문 하나만 외쳤고, 다른 아이는 의미없는 소리를 외쳤으며,  저자의 말을 들을 수도 없었다. 부모로서 해 줄수 있는 건, 보살펴주고, 곁에서 1분마다 반복되는 질문에 답을 해 주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장애인 등록증에 실린 사진 한 장으로 존재가 끝나버리는 것이 아쉬웠던 저자는 사랑하는 두 아이를 위해 책을 집필했다. 블랙유머의 연출자이자 작가인 그는,  스스로를 조롱하며 아이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장애인’ 또는 ’장애우’라는 이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면, 왠지 엄숙해지고 웃으면 안될 분위기를 느낀다. 나는 눈물로 호소하며 동정을 사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는 그의 말처럼, 그가 전하는 일상은 어둡고, 힘겨워보이지만, 그의 글 안에는 유머와 웃음, 비애가 스며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묻는다면, 그에 관한 글을 쓰는 일이라 말해주겠다. 마튜와 토마, 두 아이의 얼굴도 행동도 알 수 없지만, 책을 통해 두 아이가 얼마나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는지 느껴진다. 슬프지만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한, 한 아버지의 평범한 아이와 남다른 삶을 살았던 두 아이와의 추억이 담긴 글이 모인 책이다.
 
 
#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풍자한 글이 인상적!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아닌, 장애인의 부모에 대한 편견이라고 할까. 술과 관련된 유전자 문제나, 장애인의 부모는 어떠해야 한다는 시중의 선입견을 블랙유머로 넘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인간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이 똑같은 일의 반복인데, 통제를 떠나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없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저자가 익힌 건, 스스로를 조롱하면서 힘겨움을 넘기는 유머라고 할까.
 
 
 "장애아는 하늘이 주신 선물이야.", "아이쿠! 이러실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무조건적인 예찬이 아닌, 힘겹고 험난한 삶을 인정하면서 토로하는 아버지의 덤덤하지만 위트있는 고백이 마음에 와 닿았다. 등이 굽은 작은 늙은이들이라 표현하는 정이 많고 착한 아이가 매번 차에 탈때마다 던지는 말은 "아빠, 어디 가?"라는 말이다. 끝없이 반복되는 말에, 저자는 화를 내지 않고, 매번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아이를 추억한다. 장애인 아이를 두었다는 이야기를 애써 하지 않았다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다큐프로그램에 출현하면서, 아이들의 엉뚱한 행동에는 웃으면서, 장애인 아이의 행동에는 애써 웃음을 피한다면서,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시청자 부모들을 위해 편집되는 에피소드에서 장애인 부모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장애인 부모의 삶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고 할까. 똑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사물을 바라보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시선이 엇갈리듯이, 책을 통해, 장애인 부모의 시선에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부모의 마음은 아이가 어떤 상태인가에 관계없이 다 애틋하다는 것, 추억하는 아버지의 글 속에 숨겨진 많은 사랑의 이야기에 마음이 찡했던 시간이었다. 머리로 이해하면서 읽기보다는, 마음으로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선으로 읽는다면, 더욱 이야기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관리라 통제로 인해,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애써 찾기 않으면 보기 힘든 현대사회이다. 세상에 보이지 않지만,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을, 책 한 권 읽는 시간을 내어 축복해주는 것도, 스스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거라 믿는다. 책을 읽으면서 흘린 눈물만큼, 조금 자란 느낌,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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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장애인 아이를 둔 아버지의 솔직 고백, 유머있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아이를 둔 부모에게, 좀 더 다양한 세상사람들을 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참, 착하네. 어쩌면 이리 정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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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은행통장>을 리뷰해주세요.
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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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 찾아오는 힘겨운 순간들,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따뜻한 미소와 힘!
  
 
  노르웨이에 살던 할머니가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미국에서 생활한 가정이 있다. 미국 이민 1세대라고 할까. 말도 잘 통하지 않고, 목수였던 남편과 아내의 검약으로 지탱해야 했던 그들 사이에는 아들 하나, 딸 셋이 있다. 맏딸인 저자가 중학교일때의 생활을 회고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풍족하지 않은 삶에 찾아온 여러가지 시련들, 힘겨웠던 순간이지만, 그들은 특유의 가족간의 유대를 통해 힘겨운 고비들을 이겨낸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고, 문맹으로 보이지 어머니지만, 긍정의 힘과 따스한 마음으로 힘겨운 고비들을 사랑으로 이겨낸다. 17개의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유년시절과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고통을 강조하기보다는 사랑의 훈훈함을 강조한 글의 분위기가 차가운 마음의 난로가 되어준다.
 
 
#  192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년시절의 훈훈한 이야기들.
 
 
  낯설고 힘든 이국의 땅, 의지할 곳은 4명의 이모뿐인 삶에서 어머니는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겨운 고비들을 잘 이겨낸다.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시내에 있는 어머니의 '큰 통장'을 만들어 냈고, 병실 규칙으로 수술 후 24시간 내, 보호자의 방문이 금지된 셋째 딸의 병실을 방문하기 위해, 청소부인 것처럼 병실바닥을 쓸기도 한다. 착하고 마음 착한 외국인 의사와 달리, 욕심많고 허영많은 그의 부인을 상대하기 위해 독특한 거래를 하기도 하고, 졸업선물로 자랑할 수 있는 화장대를 받고 싶어한 큰 딸을 위해, 외할머니부터 물려받은 브로치를 화장대와 바꿔달라고 사정하기도 한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가정형편을 위해 공장으로 취직한 사려깊은 둘째 딸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어머니가 한 독특한 선택까지. 화목하지만, 가난과 병 등, 현실적 어려움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어머니는 부족한 지식을 사랑과 지혜의 힘으로, 다그치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해 낸다.
 
  어머니의 따스한 사랑과 함께 주목했던 부분은 저자의 솔직한 유년시절 경험담이라고 할까. 이방인으로 여러가지 텃세를 이겨내는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다. 80년 전에도, 미국에서도 인종과 부의 차이, 학교라는 공간내에서의 차별과 차이는 언제나 존재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 그 많은 힘겨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 준 어머니의 따스한 사랑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가족간의 유대보다는 개인간의 자립이 더욱 중시되는 미국의 이미지와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았다고 할까. 좌충우돌 실수만발하는 어린시절과 그 모습을 때로는 사랑으로, 때로는 엄격함으로 대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마음 따스하게 다가왔다. 아이에게 , 많은 교육의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중요하지만,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자신감이 더욱 중요하다. '내 자식만 사랑'하는 한국의 일부 부모님들이 이 책을 통해 지혜롭게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욕심이 생긴다.
 
 
# 시대의 변화로 조금씩 잊어버리며 사는 것을 생각해 보다.
 
 
  따스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부정적인 이미지의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결국에는 다 선한 존재임이 드러난다고 할까. 막장과 끝장, 혹독하고 비정한 사회의 분위기만큼, 뉴스에서도 TV에서도 어두운 소식이 많다. 가끔은 힘겨운 삶 속에서도 잘 이겨내는 따스한 이야기가 마음의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학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힘겨운 상황속에서 해답을 찾아내는 지혜를 어머니의 결정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어설픈 자기계발서보다 더 많은 메세지를 전해준다고 할까.
 
  80년 전의, 이국의 한 이민노동자의 가정생활을 들여다보며, 한국에서 새롭게 가정을 꾸려가는 이민노동자들의 가족에 대해, 현대사회가 잃어가는 '가정의 친화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백만명이 되어가는 '다인종사회'를 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시대로 변화로 사라져가는 '가정의 따스함'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자식과 가정에 헌신한 엄마의 삶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라는 생각도 떠오른다. 읽고 난 후, 생각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나쁘지 않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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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악한 인물이 없다. 가족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따스한 가족의 사랑을 읽고 싶은 사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다 좋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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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요리책>을 리뷰해주세요.
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 이 책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어!라는 소문이 떠도는 르네상스 시대.
 
 
  '아니 땐 굴뚝에 먼지나랴.', '三人成虎 - 세명의 말이면 호랑이도 만든다', 소문에 관한 격언들이다. 르네상스 시대, 늙고 병든 허수아비 총독 뒤에는 십인평의회라는 집단에서 전체의 일을 결정하고 있다. 교황 보르자가 언제든지 자신의 세력을 넓히려고 벼르고 있고, 교황은 매독에 걸려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킬 비법을 찾는다. 십인평의회는 교황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꾼다. 죽은자도 살릴 수 있고, 모든 병을 지킬 수 있으며, 모든 것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연금술의 비법,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물약의 비법이 담긴 비밀의 요리책이 있다는 소문이 베네치아에 떠돈다. 그와함께 총독과 교황 모두, 비밀의 책을 신고하는 이에게는 막대한 재산과 부를 준다고 말한다. 박정희 군부정권 아래, 간첩을 신고하면 일반인에게는 막대한 돈과 군인에게는 전역과 다름없는 휴가를 준다는 소식이 떠오른다. 그래, 알고 있다. 정권이 하는 일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한 정치적 쇼가 다분하다는 것을. 지금의 시대보다 더 빈부와 계급의 차, 삶이 팍팍했던 르네상스를 배경으로, 소매치기를 하며 하루를 연명했던 소년이 지식의 수호자인 요리자로 성장하는 한 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욕망을 이루어 주는 비밀의 요리책! 하지만, 진실은..
 
 
  수녀원에서 딸로 태어나기를 기대받았으나, 남자아이로 태어나 베네치아의 매춘골목에 버려진 아이 루치아노는 소매치기로 자신의 생을 이어간다. 그에게 소매치기와 생존의 기술을 알려준 마르코와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유일한 벗은 고양이 베르나르도 뿐이다. 석류를 훔치다가 한 요리사의 눈에 띄어 총독의 요리를 책임지는 요리사의 견습생으로 들어간다.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총독의 생체실험을 목격한 루치아노에게는 수녀원에서 무료한 삶을 도망치고 싶어하는 프란체스카가 있다. 사랑, 욕망, 우정, 다채롭게 펼쳐지는 유혹과 갈등의 시간들, 실수하고, 후회하며 좌충우돌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 루치아노는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데..
 
  글을 읽으면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광경과 매력적인 재료와 음식의 풍경이 눈에 그려진다. 작가의 섬세하고도 매혹적인 글 필치에 매혹되고, 베네치아의 풍부한 역사적 사실의 바탕아래, 요리재료들만 현대에 들어오는 재료들이 사용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비밀의 요리책을 사용한다는 상상의 틈을 작가가 잘 활용하고 있다. 처음에 등장하는 총독이 생명연장을 위한 실험하는 모습을 보며, 추리소설을 떠올렸었다. 비밀의 요리책, 그 주인은 누구인가!!! 책을 읽어갈수록, 추리소설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깝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한 번 읽기시작하면, 좀처럼 멈추기 힘든 이야기에는 다양하게 얽혀있으면서도 그 구도가 탄탄하기에 중간쯤 가면 끝을 미리 짐작할 수 있지만, 글의 힘에 이끌려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다.
 
  예순의 삶이 도달할때까지, 미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독일에서 결혼생활을 한 저자가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직장을 경험한 삶의 체험이 이야기 속에 잘 담겨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잊지 않고, 꾸준히 습작하면서 드디어 그 꿈을 이룬 놀라움과 다양한 삶과 경험 속에서 터득한 삶의 지혜들은 이야기 속에 페레로의 이름으로 루치아노의 독백으로 잘 담겨있다.
 
  종교의 핍박, 권력의 협박 속에서도 지식과 지혜를 이어가려는 지식의 수호자들의 삶을 잘 담아낸 수작이다. 세간에 떠도는 오해와 달리, 지식을 기반으로 해서 떠도는 소문들을 풀어가려는 노력과 스스로 자신의 삶을 극복하는 이에게는 기회가 찾아온다는 이야기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보다 더욱 자신감을 갖게 만든다.


# 책들은 사람의 인생처럼 변화하고 성장한다. 현재의 순간에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읽다보면, 현재에 집중하라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중세시대의 모든 건 신이 결정짓고 구원하다는 메시아적인 이상속에서, 현재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는 도전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책을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그 한 권의 책보다 후계자,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 책을 태워버리는 결정도 내린다. 책도 중요하지만, 사람도 소중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어린 아이의 모습, 지금의 나, 10년 후의 나, 같은 이름의 같은 몸으로 살아온 나지만, 그때의 지식과 지금의 지식과 미래의 지식은 각각 다르다. 사람과 같이, 책 역시, 변화하고 성장하다는
이야기가 길게 남는다. 삶을 살면서 가장 슬픈건, 죽어있는 사람처럼, 죽어버린 책처럼, 늘 한결같이 그대로인 사람은 아닐까. 책은 한 번 출간되면 다시 고칠 수 없어 죽어버린거라 생각했는데, 다시 개정판이 되면 또 다른 삶을 살게된다. 하나의 사상, 하나의 이야기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오래 사랑을 받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때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의 삶이 아름다운 것처럼, 모든 책은 존재의 가치가 있다. 누군가에겐 평가의 잣대에 따라 쓸모없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 자비로 출간되었다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잊혀졌다가, 입소문에 의해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라고 한다. 사람 역시, 처음부터 잘 기회되어 좋은 조건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이 있는 반면, 묵묵히 때를 기다리다가, 시간의 흐름에 의해 연이 닿아 그 빛을 달하는 사람이 있는 느낌이다. 많은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많은 걸 담았지만, 흥미가 떨어지지 않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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