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를 리뷰해주세요.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 오해만큼 인간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있을까?
 
 
  사람들과 부딪치다 보면, 내 의사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을 느낀다. A라는 뉘앙스로 A라고 말했는데, 상대는 자신의 여건을 고려하며 B라고 해석한다. 해명하는 과정에서 더욱 쌓이는 오해. 오해를 해명하는 것을 포기하다 보면, 오해가 오해를 낳아 이상한 이미지로 구축된 자신을 느끼게 된다. 만나는 모든 이에게 오해를 해명할 수도 없는 일, 일상의 삶을 살며, 보다 깊어지는 관계를 맺고픈 이에게만 오해를 풀려고 노력하게 된다. 오해의 시작, 이야기는 누명을 쓴 아이가 집에서 도망치는 일에서 시작된다.
 
  여섯살 때 어머니와 헤어져 길을 잃은 심리적 충격을 가진 나는 친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와 혼자 살고 있다가 아버지와 재혼한 교사인 배씨와 함께 살게 된다. 배씨가 결혼하며 함께 데리고 온 무희와 함께 지내게 된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일이 서툰 나는 학교에서도 큰 오해를 받기 일쑤이고, 집에서는 배씨의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행동을 피하려다 나만의 공간에서 웅크리며 지내게 된다. 함께 밥먹는 일도 얹짢게 생각하는 배씨를 피하기 위해 근처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각종 빵을 사다먹는다. 무희가 성추행을 당한 뒤, 여러가지 사건이 터지게 되고, 범인은 잡히지 않는다. 악에 바친 배씨가 무희를 패면서 범인을 추궁하고, 무희는 아픔에 견디지 못하다. 범인을 나로 지목한다. 엉겹결에 파렴치한 범인으로 몰린 나는 집을 뛰쳐나오게 되고, 경찰과 사람들을 피하다 24시간 영업하는 위저드 베이커리에 숨겨달라고 부탁을 한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오븐에 숨게 되면서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 의뢰자의 욕망을, 이뤄주면서 후회하게 만드는 위저드 베이커리의 주인.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숨어지내면서 홈페이지를 관리하게 된 나는 그곳을 찾아오는 다양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색다른 빵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연을 경험하게 된다. 착하지만 더 공부를 잘하는 친구에게 골탕을 먹이기 위해 빵을 구입했다가 그 빵이 효과가 너무 좋아, 시험을 망친 친구가 자살을 하게 되자,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찾아온 친구도 있고, 짝사랑을 이루기 위해 빵을 구입했다가 그 이후의 삶에 지쳐 그를 망가뜨리는 부두인형을 주문하려는 여인도 만나게 된다. 원하기만 하면, 그 시간으로 되돌릴 수 있는 타임 라마인더까지, 다양한 빵들이 베이커리에 전시되어 있다. 기쁨과 행복을 전해주는 마법이 아닌, 불순한 의도, 도피하려는 마음을 이뤄주면서 그 결과를 후회하게 만든다고 할까. 목이 말라서 탄산음료를 마셨을 때 그 순간에는 갈증이 해소되지만, 조금 지나면 다시 더 크게 갈망하게 되듯이, 현실이 팍팍하고 힘들고 서글프더라도 환상이나 타인의 삶에 기대는 모습은 좋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 나는 더욱 더 어이없는 상황에 빠져,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빵을 선택할 수 있는 판단을 얻게 된다. 저자는 친절하게 Y의 경우와 N의 경우로 나누어, 그들이 선택한 삶의 풍경을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착한 마음과 선한 의도만 있으면 오해는 풀리기 마련이라는 동화적인 상상력을 전해주는 소설이 아닌, 오해와 루머는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 그 공포와 무력해지는 마음 역시 지나기 마련이라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불친절하면서 매력적인 책이다. 공부만 잘 하면, 돈을 많이 벌면, 성공을 하면, 이라면서 많은 욕망과 차별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욕망을 포기하고, 현실을 인정하고 견뎌가는 삶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는 점이 독특했다. 
 
  밑바닥의 삶을 보여주면서, 이런 삶도 있고 끔찍하지만 못 견딜건 없다고 알려준다고 할까. 매혹적이고 외래어가 가득한 빵의 재료에 익숙하지 않기에, 위저드 베이커리의 빵의 재료들이 불편했지만, 빵과 외래어에 친숙한 지금 세대들은 충분히 매혹적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이와 동화를 함께 읽을 땐, 부모들은 동화에 식상하기 마련인데, 『위저드 베이커리』는 성인들에게도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 아이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함께 대화하면서 이야기의 소재의 폭과 방향을 넓히기 좋은 책이다.
 
    - 언제나 옳은 답지만 고르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은 인생에서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나요?
 
  -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거야. p 170.
 
 
  아무도 탓할 것은 없다 처음부터도 서로 잘해보자거나 친해지자는 노력 대신 우리는 각자 택했던 것이다. 배 선생은 통제와 압력 또는 권력에의 욕망을, 나는 나대로 거기에 전혀 감응하지 않는 냉소와 무관심을. 배 선생의 일련의 태도들은 약간 왜곡되긴 했으나 그것도 나름대로 '내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엄마의 요건 가운데 지배력 행사에만 집착한?)' 몸부림의 일종이었을 터다. 내가 아버지에 대한 한 점의 분노도 없이, 가족의 기원과 속성에 순종하며 그녀의 욕망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 주었다라면 모든 일이 지금과는 달라졌을까.
 
  왠지 꼭 그러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눈앞의 광경을 보고 들었다. p 181.

 
 
  망각이라는 주제를, 성장하는 아이의 시선에 맞춰 잘 끌어낸 작품이다. 아이들은 무조건 예쁘고 좋은 것만 보아야 한다고 믿는, 아이는 부모하기 나름이라고 착각하는 부모님과 극악적으로 선과 악의 경계짓기를 좋아하고, 자신은 선의 품안에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으면서 잘 해왔다고 믿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나름대로, 성인에게는 잊고 지냈던 자신의 유년시절과 여러가지 주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극한의 오해의 상황에 처하면, 죽음, 자살을 생각하는데 주인공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죽어버린 자는 말을 할 수 없기에, 살아남은 자에 의해 재해석되고 그들의 편리에 의해 이미지가 쌓이고 만다는 것을 아이는 이미 알아버린 것일까. 오해와 욕망의 물결에서 하루도 벗어날 수 없는 현대사회, 그 무거운 공기 속에서 잠시 숨을 쉴 수 있는 틈을 주는 산소같은 책이다. 책을 다 읽어내는 그 시간만큼, 욕망에서 자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그 시간만큼 말이다. 그 추억을 연장시키고 기억하려는 독자는 그 노력만큼 더욱 욕망과 망각의 충동에서 자유로울거라 믿는다. 

-------------------------------------------------------------------------------------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꿈과 희망을 키우는 책이 아니라, 환상과 도피를 하는 것은 삶에 도움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려주는 책.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비밀의 요리책.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성공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아는 아이들, 욕망을 꿈꾸기보다 욕망을 멈추는 법을 알고픈 성인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언제나 옳은 답지만 고르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은 인생에서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나요?
 
  -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거야. p 170.
 
 
  아무도 탓할 것은 없다 처음부터도 서로 잘해보자거나 친해지자는 노력 대신 우리는 각자 택했던 것이다. 배 선생은 통제와 압력 또는 권력에의 욕망을, 나는 나대로 거기에 전혀 감응하지 않는 냉소와 무관심을. 배 선생의 일련의 태도들은 약간 왜곡되긴 했으나 그것도 나름대로 '내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엄마의 요건 가운데 지배력 행사에만 집착한?)' 몸부림의 일종이었을 터다. 내가 아버지에 대한 한 점의 분노도 없이, 가족의 기원과 속성에 순종하며 그녀의 욕망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 주었다라면 모든 일이 지금과는 달라졌을까.
 
  왠지 꼭 그러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눈앞의 광경을 보고 들었다. p 1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 숙고해서 말을 하더라도, 본의대로 전해지지 않는 소통의 힘겨움.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속마음이 타인의 마음속으로 그대로 전달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무의식적으로 말하기도 하고, 상황을 고려해서 내뱉은 말들은, 글로 옮겼을 때 그 마음을 오롯이 전할 수 없다. 사랑은 타인의 언어를 즐겁게 착각하면서 타인의 마음속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이 병행되기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빠진 동안은 말이 전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은 비언어적인 수단을 통해 충분히 극복해낸다고 할까. 무기력에 빠진 연인에게 힘이 되어주는 건 달변의 말보다 가벼운 포옹과 어깨를 토닥이는 안마, 그의 말들을 경청하면서 공감해주는 것이 때론 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제목에 속은 기분이다. 엄밀히 말하면, 제목을 보고 떠오른 추측과 실제 이야기의 내용이 전혀 달랐다. 『사랑을 말해줘』라는 제목을 보고, 즐거운 연애이야기를 상상했었다. 상황에 따라 마음을 다독이는 말을 하는 법이 서툰, 말로 관계를 더욱 깊게 하기 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더 쉬운 남성이 사랑을 시작할때 고려할 수 있는 로맨틱한 이야기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읽어가며 소통의 힘겨움, 전달의 어려움들을 다시 확인하는 곤혹스러움으로 변했다. 사랑이 좋은거구나라는 기분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사랑이 깨어지기 쉬운 일상의 작고 다양한 관계를 무너뜨리는 지뢰들이 선명하게 눈에 보인다.
   
  
# 소리가 넘치는 세계 VS 소리 없는 세계.
  
  
  다큐멘터리 PD로 해외 여러곳을 돌아다니는 하야카와 슌페이는 집 앞 공원에서 소리 없는 세계를 사는 료코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서로의 속마음을 알면서도 말로 다투기 일쑤였던 그는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그녀와 데이트를 하며, 소리가 없는 침묵의 세계의 매력에 빠진다. 등 뒤에서 이야기하는 외침은 전혀 들을 수 없고, 윗층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더라도 잠을 자거나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는 그녀가 매력적으로 보인다. 지낼수록 더욱 끌려 함께 있고픈 마음에 동거하자고 제안하지만, 그녀는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여기 있을 수 있는 기분이 든다며 시간을 달라고 거절한다.
 
  행복한 순간과 함께, 아파트 지배인과 얽힌 소통곤란의 미묘한 사건과 회사에서의 일을 그녀에게 전달하는 일이 초조함이 아니라 초라함으로 느껴져 전하지 못하는 어려움, 등 뒤에서 격투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외침으로 누군가 알려줘도 듣지 못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두려움 등 소통과 전달의 힘겨움도 함께 느끼게 된다. 한 번 일에 빠지면, 일에 몰두하는 슌페이는 바미안 대불 폭파와 관련한 핵심인의 인터뷰를 취재할 기회가 생기자 료코가 오랫동안 고민하다 결심해서 함께 떠나기로 한 하와이 여행을 취소하게 된다.
 
  악의 없이, 여행사 직원에게 이야기한 "일단, 취소하죠."라고 말한 후, 저녁에 그녀에게 이야기하려 했지만, 새 여권을 보며 기뻐하는 그녀를 보고 이야기할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급하게 결정된 파키스탄에 있는 인터뷰어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온 후, 그는 외로워졌다며 연락을 달라는 그녀의 편지를 보지만, 인터뷰내용을 편집하고 보고하느라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사흘간 연락을 끊어진 후 그녀에게 연락을 남겼지만, 일주일 동안 그녀는 연락두절이 되는데...
 
  탈레반에 의해 바미안 대불 폭파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과정과 소리가 없는 다른 세계에 사는 료코에게 필담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일이 힘겨워지는 일을 깨닫는 슌페이와 료코의 관계가 교차해서 이야기에 등장한다. '설마 바미안 대불이 폭파될까?'라는 안이한 생각이 탈레반 정부 관계자조차 예상치 못한 폭파사건이 발생하는 결과로 된 큰 사건과 '작은 소식'을 전하는 일에 소홀함으로써 관계에 어긋남을 크게 인식하게 된 슌페이의 두려움이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듯, 선명하게 잘 드러난다. 특별한 사건을 통해, 주인공의 생각이 크게 변하기 보다, 일상의 작고 소소한 부분을 보여주며 발생하는 사건들을 조금 깊게 바라보는 주인공의 독백에서 현대인의 외로움과 불안함이 잘 드러난다고 할까. 가볍고 부담없는 필체가 요시다 슈이치의 책이 인기있는 비결이라 생각한다. 한국보다 가족주의 경향의 색이 옅어, 주위여건보다 주인공 개인의 문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일본문화의 특색도 잘 드러난다.
 
 
# 일본어판 제목은 『조용한 폭탄』
 
 
  소설의 일본어판 제목은 『SHIZUKANA BAKUDAN』, 조용한 폭탄 이라고 한다. 한국어 원제보다 일본어판 제목이 작가가 말하려는 주제를 더 잘 드러낸다 생각한다. 일본어 뜻을 알려준 지인과 전화를 통해 제목에 대해 이야기하다, 회사생활을 하며 대화할 때 소통하기 힘든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타인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말만 하기를 좋아하는 직장내의 인물은, 자신이 혼자서 말하려하는 경향,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로워서 그래"라고 응답했지만, 그렇지 않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다고 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지만 대화만으로는 그가 전달하려는 의도를 오롯이 이해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의 말을 100프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계속 이야기하며, 소통의 노력을 하다보니, 그가 어떤 뉘앙스로 이야기했다는 전체적인 맥락에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굳이 제목과 연관해서 사랑과 연관시켜 이야기한다면, 한 번에 소통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신뢰의 관계의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게될수록, 그를 잘 알고있다는 착각, 그 사람은 이럴거야라는 자신의 착각으로 그를 고정화시키지 않고, 끊임없이 배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까.
 
  지인에게는 전부를 이해해 달라 애쓰지 않아도, 편하게 마음을 열 수 있지만, 연인에게는 사랑하기에 상대를 더 많이 알고 싶어지고, 더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들은 관계를 더욱 삐걱거리게 한다. '사랑하기에' 더욱 외로워지고, 더욱 불안해지는 마음. 머리로 이해하지만 막상 그런 관계에 처하게 되면 이성의 외침은 들리지 않고, 감성이 지배하여 마음이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소설이라 홍보되는 책을 읽는다는 건, 그만큼 사랑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사랑을 바꾸어 볼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는 건 아닐까.
 
  소설 속의 슌페이와 료코는 공원 내 미술관 앞 작은 연못이 보이는 돌계단에서 함께 앉게되고 서로의 이름을 계단에 써서 알린 후, 할 말이 없어 멍해진다. 나눌 말이 없다는 건 볼 일이 없다는 말이고, 볼 일이 없는데도 함께 있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생각에서 슌페이는 연못 안을 들여다보는 어린아이가 잉어를 잡으려하는 모습을 보며, 멍한 시간을 극복해낸다. 아이와 잉어는 말을 나누는게 아니었다.(14p)
 
  소통의 불완전보다는 불완전한 소통방식도 극복해낸 두 주인공의 초기의 관계에 주목한다면, 연애하는 동안 즐겁게 의사소통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유명인의 책은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만, 편견도 함께 따라붙는다.
 
 
  생각이 깊고, 활발한 자원봉사활동으로 사회적으로 따스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 차인표씨가 책을 냈다. 유명인의 책 출간은 스타의 영향력에 의해, 대중의 깊은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반면, 작가 차인표가 아닌, 배우 차인표가 쓴 책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공정하게 평가받는 일이 신진작가보다 배로 힘들다. 유명세가 불러일으키는 매출의 힘과 배우가 글을 쓴다는 편견은 불행 뒤의 행복처럼 분리 할 수 없다.
 
  책을 집으로 데려오고 나서도, 오래 망설이다 읽은 책이다. 유명인의 책이라는, 일류요리사가 배우에 도전하는 것과 같은 아마추어적인 느낌의 선입견을 버리고, 입문하는 신진작가와 동일한 시선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신진작가의 책이라면 이렇게 깊은 관심을 두고 읽지 않았을 것이다. 편견을 애써 없애려 노력하지 않고, 편견의 한계를 인정한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  역사적 사실을 로맨스 이야기로 풀어낸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돋보이는 책.
 
 
  1931년 백두산 언덕 가까이에 있는 호랑이 마을에는 마음씨 좋은 촌장 할아버지와 착한 마음씨를 지닌 순이가 살고 있다. 마을에 내려와 짐승을 잡아먹는 사나운 육발이 호랑이가 마을에 내려와 마을주민들이 공포에 떨 때, 슬픈 사연을 가진 황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가 가장 사납다는 백호를 잡기 위해 마을로 찾아오게 된다. 백호를 잡기위해 마을에 머문 황포수와 용이는 육발이를 대신 잡게 되고, 마을사람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지만, 마을 아이들의 혈기로 인한 작은 사건이 가져온 상처로, 마을에서 쫓겨난다. 7년이 시간이 흐른 후, 마을에 일본군 장교 가즈오가 인구조사의 목적으로 방문하였고, 순이에게 반한다. 마을사람들을 수탈하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가즈오와 병사들. 그 와중에 위안부 공출이라는 상부의 명령을 받게 된 가즈오는 경악하고, 인구조사를 했던 자신으로 인해 순이가 피해가 입게되는 현실을 괴로워하게 되는데...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수탈을 감내해야 했던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과 조선인 여자 인력 동원 명령서라는 이름으로 조선처자들을 위안부라는 이름의 전쟁의 노예가 되게 만들었던 일제의 만행이 소설에 잘 드러난다. 비정한 사회의식과 위안부의 피해에 조명을 맞추기 보다, 어렸을 때의 순박하게 마음이 끌렸던 두 남녀의 사랑과 국적을 넘어 한 여인을 흠모했으나, 자신의 조국의 부당한 명에 의해 괴로워해야 했던 한 사내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는 진행된다. 초등학생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랑 이야기 속에, 행복한 순간과 함께,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약자인 조선 여성이 겪어야 했던 불행한 사실을 함께 기억할 수 있게 한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좋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다루는 작품들에는 슬픔과 비애, 분노가 많았다. <잘가요, 언덕>에서는 용서와 로맨스가 함께 있어 무거운 마음을 덜 수 있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던 아픔으로 분노에 휩싸여 하늘위에 떠 있는 용서라는 엄마별을 바라보지 못하던 용이에게, 순이는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용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가해자가 용서를 빌기보다는 망각을 바라는 듯한 용서하기 힘든 순간의 사람들에게, 저자는 순이의 입을 빌어, 용서는 가해자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피해자의 마음을 감싸안는 그 따스한 마음이 좋았다. 언론에 알려진 바른 이미지와 어울리는 따스한 성품을 작품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된다.
 
 
# 조선인 모두는 피해자, 일본인 모두는 가해자라는 흑백의 시선에서 벗어난 수작.
 
 
  조선인은 피해자, 일본인 모두가 가해자라는 흑백논리가 아닌,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 자연스럽게 악역을 맡게 되는 일본군 하급 관리자의 고뇌와 돈이라면 같은 민족이라도 배신할 수 있는 장포수, 일본군은 모두 적이라고 생각하는 용이 등 다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져 좋았다. 순박하고 맑은 산골에서 티없이 순수한 아이들이 벌이는 순수한 사랑이야기는 호랑이 마을을 배경으로 우리가 잊고 살던, 농촌의 풍경과 순수한 마음을 다시 헤아려보게 한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집회는 858회가 되어간다. 집회가 열린지 16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흘러,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두 생을 떠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는 아픈 현실. 행복했던 순간들이 아닌, 역사의 가장 약자였던 이들이 흘렸던 슬픔과 절망, 그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과 아이들이 이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어른들이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각한다.
 
  한 편의 이야기가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생각이 굳어버린 어른보다 아이들이 많이 읽으며, 그들의 부모와 함께 대화했으면 하는 책이다. 무조건 일본사람이 나쁜 것이 아니라, 일제시대 제국주의의 만행을 저질렀던 일본정부의 잘못과 그를 이어받는 정부의 각료들이 정통성을 외면하는 일이 가장 큰 문제이며, 일본이 저질렀던 행위를 기억함으로써, 우리나라가 큰 힘을 가진 나라가 되었을 때 일제처럼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아야 하는 사실이 잊혀지지 않아야 한다.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내는 일! 높은 산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처럼 불가능해 보이고, 힘들어 보인다. 아픔을 인식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는 일은 멈추지 않는다면, 기억하는 마지막 한 사람이 꾸준히 노력한다면 꼭 이루어질거라 믿는다.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그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용서의 깊은 의미는 머리로 이해하였지만 가슴으로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위안부의 슬픈 역사를 기억하는 일은,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 용서하는 법은, 생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도전해야 할 숙제로 남겨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책.
 
 
  누구나 어렸을 때 한 번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거짓말, 절도, 가출, 반항, 마음 속 나쁜 생각 등. 착한 일을 해야하며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의식을 지니고 있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누구나 욕망하고 실수를 거쳐가며, 어른이 된다. 작은 마음일 때는 욕망을 억제하기보다 욕망에 충실하거나 나를 더 많이 생각해서 행동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우리 마음의 본성에 그런 경향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본성은 착하다는 성선설을 어린시절에 굳게 믿었다. 착한 마음이 마음 속 호수처럼 고요하게 있지만, 생을 살아가며 깨끗하지 않은 많은 것들이 함께 뒤섞여 어지러워 보인다고 할까. 스스로 마음을 청소하는 노력을 해낸다면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중학교 2학년까지 그랬었다. 고등학교 윤리시간 이후, 본성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들었지만 한 쪽에 무게를 두지 못하다가 군대를 계기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억압된 틀 속에서 인간의 밑바닥이 드러나는 군대! 군대를 겪으면서 인간이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는지, 자신의 욕망과 권력의 관계, 순수한 의도가 사회적 함의에 의해서 얼마나 무너질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규칙적인 생활과 체력의 단련과 함께, 권력에 쓴맛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예비역이 된다는 건 자신이 무너질 수 있는 한계를 경험하고 난 후, 그 한계에 휘둘리지 않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복학 이후,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책과 철학책들을 보며, 쉽게 정의내리기 힘든 사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동안 잊고 있었다. 『천사의 나이프』를 읽으며, 소년의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권 보호의 이면과 피해자의 슬픔등을 함께 느껴가며, 아이들의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과 용서의 의미에 대해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14세 미만의 어린이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인권보호와 교화의 목적으로 정보가 일체 공개되지도 않고 처벌받지 않는다고 한다. 교정시설을 통해 사회적 재교육의 과정을 거친다고 할까. 실제 일본에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으로, 중범죄를 처한 소년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저자는 독자에게 고민의 문제를 던진다.
 
 
# 용서의 의미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게 하는 책.
 
 
  3인조 강도에게 아내를 잃은 히야마 다카시씨는 다섯 살 어린 딸과 함께 커피숍을 경영하며 살고 있다. 범인은 13세 중학생들로 미성년자들로 사죄도, 용서도 받지 못하고, 아무런 정보를 알지 못해 마음 속에 속상한 마음이 가득하다. 범인들이 하나씩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히야마 다카시씨는 용의자로 의심을 받게 된다. 조금 더 깊은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에 그는 범인들을 찾아가기 시작하는데...
 
   WBC에서 한국이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잘 짜여진 조직력이 큰 힘이었다. 착착 맞아떨어지는 수비와 타이밍을 잘 이용하는 공격력이 잘 조합되는 모습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한편의 멋진 스포츠의 감동을 느끼듯이, 매우 정교하게 짜여진 이야기는 다양한 시각에 처해진 많은 이들의 상황과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한다. 때론 피의자의 마음에서 때론 가해자의 마음에서, 또다른 이의 시선에서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로 인해 상처와 슬픔을 겪는, 용서와 고통을 겪어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담하게, 정교한 이야기의 구조를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보여준다.
 
  인생에 묻어버린 검은 얼룩은 쉽게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어떤 이는 스스로 그 얼룩을 지워내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검은 얼룩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겨냈다고 자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주인공의 외침을 통해, 자신과 당신의 인생에 묻어버린 검은 얼룩은 스스로의 힘만으론 결코 닦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것을 닦아 줄 수 있는 건 자신이 상처 입힌 피해자나 그 가족뿐이라며 피해자가 용서해 줄 때까지 끊임없이 속죄하는 것이 진짜 갱생인 거라고 외친다. 진정한 용서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깊은 이해와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을 인정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속에서 생겨나는 아주 여린 작은 씨앗이라는 것을 히야마 다카시씨가 휘말린 사건을 추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내가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 될 때 인간의 냉정한 시각을 가지게 되고, 내 일이라 생각되면 더욱 감정적으로 사안을 바라보게 된다. 성폭행, 살인 등의 사각지대에 쉽게 당할 수 있는 당사자들이 더욱 감정적으로 공포를 느끼는 이유와 그 반대의 상황의 인물들이 더욱 냉정하게 사건을  바라보는 일은 그 자신이 처할 수 있는 입장의 차이라고 할까.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생긴다면, 난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 소설에서 보는 사건이 아니라, 내 주변에 실제 발생한 일이었을 때 나 역시, 모범정답처럼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라는 부분을 깊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쉽게 휘둘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작은 자신의 티끌을 감추고자 자신의 집을 다 불태우는 무모함을 보면 인간의 본성은 어떠한지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하나의 본성으로 단정짓기에는 교육과 본성에 대한 다양한 틈이 있다고 할까.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가변적 존재인 인간, 작은 변수에 의해 얼마든지 변할 수 있기에, 사회적 틀의 함의와 용서에 대한 바른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일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도가와 란포상의 만장일치 수상이 이해가 되는 책이었다. 현실의 사각지대를 조명하면서도, 미스터리 소설의 긴장감을 잃지 않는 수작이라 생각한다. 저자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점 :
판매중지


  
 
# 젊음과 노화. 늙는다는 것에 대한 공포.
  
  
  사람의 피를 먹으며 치명적인 유혹의 빛을 띠는 뱀파이어는 생의 법칙을 따르지 않아 시간이 흘러도 늘 한결같은 모습이다. 17살의 나이에 뱀파이어가 되었고, 그로부터 인간의 생체시계로 100년을 더 살아가는 에드워드는 힘없고 연약한 뽀얀 피부의 벨라와 사랑에 빠진다. 벨라는 에드워드와 평생을 하고 싶은 욕망과 젊음을 잃고 싶지 않은 두려움으로 어서 빨리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 조르게 되고, 에드워드는 벨라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지켜주고 싶어한다. 서로를 더욱 아끼기에 어긋난 생각을 하는 두 사람, 더 이상 생을 살고 싶지 않을 때 에드워드는 이탈리아에 있는 볼투리 일가와 함께 붙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벨라의 생일을 맞아 에드워드는 뱀파이어 가족과 성대한 생일파티를 열고, 뜻하지 않는 사고로 인해 벨라는 상처를 입게 된다. 그 일로 인해 에드워드는 벨라와 결별을 결심하게 되고, 실연의 상처를 이겨내는 중 벨라는 늑대를 조상으로 생각하는 친구 제이콥과 조금씩 친해지게 되는데...
 
 
# 미국에서 이탈리아까지 넓어진 무대와 뱀파이어와

  숙적인 늑대족의 등장 등 주변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설명된다.
 
 
  1편에서 벨라를 죽음의 공포로 밀어넣었던 뱀파이어의 연인이 둘 사이를 훼방놓은 적으로 등장하고, 어긋난 사랑으로 죽음을 선택한 로미오처럼, 에드워드 역시 위험한 선택을 한다. 인간과 뱀파이어와의 관계에서 뱀파이어와 서로 숙적관계인 늑대족이 전면으로 등장하고, 늑대족을 대표하는 제이콥과 벨라와의 우정과 함께 둘 사이의 연적관계라고 할까. 숙적의 가문처럼, 친구사이에서 적으로 결정되는 미묘한 관계, 뱀파이어 내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지닌 또다른 세력과 벨라의 미래에 관한 수수께끼까지 이야기의 범위가 넓어진다.
 
  1편에서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었다면, 2편에서는 조폭과 경찰의 피할 수 없는 승부처럼 개인보다는 조직간의 갈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이탈리아까지 무대도 넓어지고, 뱀파이어처럼 특수한 상황에 처한 제이콥을 통해 둘 사이의 긴장감도 잘 보여준다. 사랑하기에 늘 함께 있고 싶은 마음과 사랑하니까 놓아줄 수 있는 마음. 서로를 아낀다고 해서 꼭 함께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소설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1편의 로맨스의 매력에 빠진 독자라면, 다른 스타일의 2편에 낯섬이 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삼각관계 속에서 로맨스의 매력을 더욱 느낀다고 할까. 자신만을 생각해주는 두 명의 경쟁관계의 남성이라, 또다른 로맨스의 환상을 채워주는 매력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활활 타오르는 사랑과 뱀파이어, 늑대, 세 가지 요소로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설이다. 뱀파이어와 늑대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남녀는 많은 부분의 공통점이 있지만, 그에 못지 않은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스타일의 차이는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생각의 차이는 쉽게 받아들이지도, 사랑의 열정을 소유로 착각하며, 내 뜻에 따라주기를 바라는 욕망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관계의 삐걱거림은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뱀파이어와 늑대족 처럼, 차이를 인정해주는 마음의 여유. 사랑은 그 차이의 한계를 운명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기위해 수고스러움을 견디는 마음으로 유지된다. 사랑을 위해 많은 걸 포기하는 로맨스 소설은, 많은 자각과 환상의 매력에 빠지게 하면서 그 만큼의 한계도 느낀다. 너무나 귀해 모시기 힘든 슈퍼스타와의 만남처럼, 로맨스 소설 역시 꿈꾸게 하는 매력이 가득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