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나무'
가까이 두고도 때가 어긋나면 보지 못한다. 산목련 보려고 또 두릅을 따느라고 다녔던 길목에서 문득 낯선 모습으로 눈맞춤 했다. 봤을텐데 처음 보는듯 낯선 모습이 어디 식물 뿐일까.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노래를 잘하지 못하는 나에게도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배웠던 익숙한 가사와 멜로디로 다가오는 가곡 '비목'의 노랫말 속 그 나무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비목은 죽은 이의 신원 따위를 새겨 무덤 앞에 세우는, 나무로 만든 비碑를 말하는 것일텐데 이 노래에 이 나무가 생각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비목나무의 꽃은 연한 노란빛으로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작은 우산모양으로 뭉쳐서 달린다. 열매는 작은 콩알 크기 정도로 초록색이었다가 붉은빛으로 익는다. 황색으로 차츰 물들어 가는 비목나무의 단풍과 함께 가을 숲의 정취를 돋운다고 하니 늦가을 찾아 그 멋에 공감하고 싶다.
지는 햇살에 반짝이듯 빛나는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