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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나무'
고개 숙이고 버거운 걸음으로 숲길을 걷다 은근하게 다가오는 향기를 맡으며 발걸음을 멈춘다.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며 눈에 익숙한 꽃을 찾는다. 이렇게 향기로 먼저 다가오며 존재를 알리는 식물들이 많다. 눈보다 코가 먼저다.


순백의 하얀꽃이 가지끝에 모여 피었다. 열릴듯 말듯 향기를 전하는 모습이 나이 먹어도 여전히 수줍은 여인을 닮았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향기가 일품이다. 나무 하나가 많은 가지를 내어 풍성한 모양의 꽃을 볼 수 있다.


고추나무라는 이름은 나무의 잎이 고춧잎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보다는 잎에 주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기에 '한', '의혹', '미신'이라는 꽃말 역시 꽃이 가진 이미지와는 달라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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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초'
겨울을 지나면서 이른 봄꽃들에 환호하던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생길 무렵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꽃들이 난초 종류다. 춘란이라 부르는 보춘화로부터 시작되며 은난초, 은대난초, 금난초, 새우난초, 제비난초, 닭의난초 등으로 난초라는 이름을 가진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난초라는 이름 값을 하느라 제 각각 독특한 멋을 뽑내지만 나에겐 닭의난초와 금난초가 으뜸이다.


숲이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때 유난히 밝은 빛을 전해주는 꽃을 만난다. 노오란 색이 숲은 녹색과 어우러져 보는 이의 마음에 통째로 들어온다. 다른 꽃들처럼 활짝 핀 모습이 아니라 반쯤만 피면서도 제 빛을 온전히 발하는 금난초는 보는 이 마다 매력이 흠뻑 빠지게 한다.


금난초라는 이름은 난초의 종류로 꽃이 마치 금처럼 빛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금난초는 큰 무리를 지어 피지 않고 홀로 드문드문 핀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홀로 피어도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오늘은 봉하마을에서 시작된 노란색 물결이 유난히 좋은 날이다. 숲에 홀로피어 유독 빛나는 금빛을 보여주지만 스스로를 지키기에는 버거운 것을 알아서인지 '주의', '경고'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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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이곳저곳 눈길 닿는 곳마다 하얀 찔레꽃이 만발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주려는듯 활짝 열어젖힌 꽃잎에선 연신 은근한 향이 번진다. 기어코 툭 찔레순 하나 꺾어 그 풋내나는 맛을 보고서야 곁을 지나간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고름 입에 물고 눈물젖어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잊을 동무야


*백난아의 '찔레꽃' 노래의 일부다.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인 1940년에 발표된 노래로 일제의 압박과 핍박을 피해 북간도로 이주한 나라잃은 백성과 독립투사들이 조국과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로 알려져 있다.


가사에서 '찔레꽃 붉게 피는'이라는 부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가운데 간혹 붉은 찔레꽃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어 노랫말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오늘 그 붉은 찔레꽃을 보았다. 어쩌면 노랫말이 만들어지던 때에는 훨씬 많은 붉은 찔레꽃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기억을 되살려 붉게 피는 찔레꽃을 보러갔다. 손 속임에도 도로를 정비하느라 많이 잘려나간 곳이지만 그래도 꽃을 피워 반겨준다.


찔레꽃 다 지면 여름이겠다. 떨어지는 꽃잎을 묵묵히 견디면서도 향기를 잃지 않는다. '고독', '주의 깊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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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7-05-22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닉네임이 찔레꽃이라서 그런지 글이 한층 더 실감납니다 ^ ^ 꽃말도 새롭게 알았네요.^ ^
 

'애기풀'
대상의 이름을 알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식물의 이름은 특성을 잘 반영하여 그 식물의 대략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때론 이름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식물들도 제법 많다.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 다소 복답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식민지 시대에 정리된 이름을 가져다 쓰는 과정에서 오는 문제도 포함되어 있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봄맞이, 꽃마리, 꽃받이, 벼룩나물, 별꽃 등과 같이 이른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 중에는 아주 작은 풀들이 많다. 이름이 식물과 잘 어울어지면 그 식물의 특성까지 잘 나타내주어 꽃을 보는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거기에 비하면 애기풀은 제법 크고 눈에도 잘 보일 정도라서 어울리는 이름일까 싶다. 작고 귀엽다는 의미에서 애기풀이라고 이름이 붙었을잿이라 추정된다.


나비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모습을 닮았다. 마주나는 잎 사이에 숨어 보라색의 신비로움을 활짝 펴고 있다. 풀들이 본격적으로 땅을 점령하기 전에 작은키를 키워 꽃을 피운다. 숨어피지만 제법 눈에 띄는 이유도 색의 대비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작고 귀엽고 그래서 더 이쁜 꽃이 풀숲에 숨어 좀처럼 볼 수 없다는 의미에서 '숨어 사는 자'라는 꽃말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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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당나무'
아파트 화단에서 거의 죽을 듯 시들어가던 나무를 내 뜰로 옮겨왔다. 허리쯤 올라온 크기의 앙상한 줄기에서 새 가지를 내고 뿌리에서 새로운 줄기가 나와 키를 키우더니 어느새 내 키를 훌쩍 넘었다. 자리를 잡고 품을 키워가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다.


특이한 모양의 꽃을 피운다. 바깥쪽을 둥그렇게 감싸며 피는 크고 흰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헛꽃이다. 이와 비슷한 모양의 산수국은 꽃이 푸르거나 붉은 보라색으로 피어 구별된다. 또한 모두가 하얀 헛꽃으로만 피는 것은 불두화다.


백당나무라는 이름은 꽃이 가지 끝마다 피어 있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하얀 꽃 두름이 마치 작은 단壇을 이루는 것 같이 보여서 백단白壇나무로 불리다가 백당나무가 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한, 꽃의 모양이 흰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아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해서 북한에서는 ‘접시꽃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얀색의 헛꽃이 유독 두두러지게 보여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진짜꽃을 위해 헌신하는 헛꽃이기에 그 수고로움을 살피고자 했는지 '마음'이라는 꽃말을 붙여주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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