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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난 300일의 마음수업
이창재 지음 / 북라이프 / 2013년 12월
평점 :
뜻이 있다면 방법은 마련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 길이 세상과 소통하며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길일 때, 이러한 길을 가는 사람들에 대한 격려와 찬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길을 가는 사람들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회는 자신 이외의 삶에 대해 열린 마음이 아니기에 닫힌 사회이며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길은 어디에도 있지만 정작 그 길을 가는 사람은 누구나가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는 자의로 이 세상에 나온 사람은 없다. 그러기에 삶이라는 긴 과정은 늘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분명 있을텐데... 하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찾고자 사유하며 공유하며 소통하고 때론 이웃이나 세상과 단절의 삶을 살아간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이 의미 있고 가치 있으려면 나선 길의 목적지가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의 삶으로 귀결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혼자든 여럿이든 길 위에서 찾고자 하는 바를 찾고 이를 통해 인간의 삶이 보다 나아지는 것으로 귀결 될 때 그것이 자신이 태어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아닐까?
구도자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구도자라고 부른다면 특정 종교인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고 모두를 구도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상의 조건이나 삶의 가치에 따라 목적지는 같으니 가는 방법이 다를 수 있으며 삶의 구체적 모습이 다르더라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간다면 그들 모두는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을 가겠노라고 아애 가족과 이웃 그리고 세상과 단절하고 오롯이 자신이 세운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길을 나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가는 길이 무엇을 향하고 있으며 어떤 과정을 통해 목적지에 이르고자 하는가를 쫓아가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이 두부류의 사람이 만나 소통하고 공감하는 내용이 그려진 다큐멘터리가 이창재 감독의‘길 위에서’다. 기회가 닫지 않아 다큐멘터리가 ‘길 위에서’를 접하지 못했지만 그러한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책으로 만나는 ‘길 위에서’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영화 ‘길 위에서’를 감독한 이창재 감독이 영화에서는 다하지 못했던 스님들과의 만남에서 얻는 감동을 전해주고 있는 책이다. 세상과 단절한 스님들이 모여 수행하는 공간 ‘백흥암’이 주 무대가 된다. 백흥암은 일 년에 딱 두 번 신도와 일반인들에게 문을 여는 곳이라 한다. 그만큼 세상과 단절하며 오롯이 구도의 길을 가는 구도자들이 머물며 수행하는 곳이기에 그 문을 열기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어렵게 허락받았지만 촬영 도중에도 쫓겨나기를 반복하며 함께 머물렀던 그곳에서의 300일의 여정을 담았다고 한다.
빗장을 걸어 세상과 단절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보다 먼저 도대체 무엇이 사람으로 하여금 가족과 이웃 그리고 세상과 단절하게 만들었을까? 그들이 가고자 하는 길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우리들의 세상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수많은 질문을 떠올리지만 무엇 하나 뚜렷이 해결되는 것은 없다. 300일 동안 그들과 함께 머물며 그들의 삶을 엿보았던 이창재 감독 역시 같은 생각에서 출발한 것은 아닐까?
“절, 그곳에도 일상의 삶이 있었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삶을 사는 사람들, 그곳의 사람들은 조금 더 따뜻하고 행복해보였다.”감독의 눈에 비친 그들 역시 사소한 것에 웃고 눈물 흘리지만 그러한 일상을 넘어선 무엇이 있다고 한다. 언제 끝날지도 모를 길을 같이 가는 '도반과 스승' 사이에 흐르는 따뜻함이 속세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그 무엇 말이다. 그들은 남다른 길을 가기에 그들만의 책임감이 있다. 자신이 그 길을 갈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그들의 이웃과 세상의 관심에 자신의 길을 더 잘 가는 것으로 갚고자 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가는 그 길은 그들과 같이 속세를 떠나서만 가능할 것일까? 세상에서 일상에 묶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 이창재 감독은 속세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자신의 삶에서도 가능한 구도의 길을 발견한다. 바로 “참선 할 수 있는 도량이 깊은 산속 그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 있다는 믿음,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곳이 바로 수행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니 여기서 목적지를 향해 꾸준히 가면 된다”, “참선하고 수행하는 삶도 좋고,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도 좋지요. 다만 어떻게 했을 때 자신이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그 결정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이죠.”라는 말에서 희망을 가져본다.
세상을 향해 빗장을 걸어두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더 느리고 더디더라도 그들이 가고자 하는 그 길의 마지막에서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