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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기는 연꽃 같은 목련화木蓮花

잎사귀는 감잎 같고, 꽃은 백련 같다. 씨방은 도꼬마리 같은데 씨는 붉다. 산 사람들이 목련이라 부른다.

*매월당 김시습이 목련에 대해 언급한 문장이다. 본초강목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있다. "이 꽃은 곱기가 연꽃 같아서 목부용이니 목련이니 하는 명칭이 있다."

"이 꽃은 정원에서도 기르지만 깊은 산 속에 흔히 자생한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을 보면 개성의 천마산(天摩山) 대흥동(大興洞)에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진 속에 목련화가 활짝 피어 맑은 향기가 코를 찌른다고 했다. 성해응(成海應)의 《동국명산기(東國名山記)》를 보면 금강산의 혈망봉(穴望峰)에는 목련과 적목(赤木), 동청(冬靑)과 측백(側柏) 및 해송의 종류가 많다고 했다. 금강산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명산에는 대개 이 목련이 있는 모양인데, 특히 절 같은 데는 이 꽃을 아주 즐겨 심는 경향이 있다. 순천 송광사는 목련이 많기로 이름 높은 곳 가운데 하나다. 서울 안에도 산속 정자나 별장 같은 곳에 간혹 심는 경우가 있다."

시골에 집을 마련하고 나무를 심었다. 대문 바로 옆에 백목련을 심고 훗날 꽃 필 정경을 그려보았는데 10여 년이 흐르고 나니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다. 다만 아쉬운 것은 꽃 피면 간혹 서리가 내려 망처놓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앞산에 야생 목련이 제법 많다. 하얗게 핀 꽃을 멀리서 바라보는 봄날의 한때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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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그러운 꽃지짐, 진달래

牕外彼啼鳥 창외피제조
何山宿更來 하산숙경래
應識山中事 응식산중사
杜鵑開未開 두견개미개

창밖에서 우짖는 저 새야
어느 산서 잠자고 다시 왔느냐.
산 중의 일을 응당 알겠지
진달래꽃이 피었든 안 피었든?

*조선사람 서기보(徐箕輔)의 부실(副室)인 죽서박씨(竹西朴氏)가 10살에 지었다고 전하는 시다. 산에 진달래가 피었던가, 피지 않았던가를 물어본다. 그 마음을 알듯도 하다.

두견화(杜鵑花)는 속명(俗名)인 진달래로 부르는 편이 오히려 다정스러운 느낌을 준다. 꽃놀이로 대표댸는 화전놀이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시인묵객에게 사랑받던 꽃이다.

강원도 산길 어딘가를 가다 햇빛에 덩달아 눈부신 꽃을 보았다. 반가움이 앞서 기어코 차를 돌려 눈맞춤 하고서 가던 길을 갔다. 무슨 힘이 있어 눈맞춤하게 했을까.

진달래를 떠올리면 4월의 볕 아래 모인 청춘들이 먼저다. 대의를 위해 청춘을기꺼이 불살랐던 그때 그시절과 동치할 수 있는 우리 산천의 대표적인 꽃으로 각인되어 있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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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염하고 가녀린 미인, 살구꽃

五更燈燭照殘粧 오경등촉조잔장

欲話別離先斷腸 욕화별리선단장

落月半庭推戶出 낙월반정추호월

杏花疎影滿衣裳 행화소영만의상

오경의 등불은 남은 화장 비추고

이별을 말하려니 애가 먼저 끊어진다.

반 뜰 지는 달에 문 밀고 나서자니

살구꽃 성근 그림자 옷 위로 가득해라.

고려사람 정포鄭誧의 시 '별정인別情人'이란 시다. 어느 으슥한 곳에 사랑하는 여인이 있어 거기로 가끔 가서 놀았다. 때로 밤을 새우는 일도 있었다. 하루는 밤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새벽에 사랑하는 여인과 작별하고 돌아오려 할 때, 그 순간의 광경을 그려낸 것이다. 살구꽃에 얽힌 로맨스를 담았다.

"살구꽃이 비록 곱고 어여쁜 것은 복사꽃만 못하고, 밝고 화려하기로는 해당화에 못 미치며, 아름다운 것은 장미에 미치지 못하나, 요염한 것은 도화 해당 장미가 또한 행화에 한 걸음 양보해야 할 지도 모른다."

살구꽃에 대한 묘사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장이다. 매년 때가 되면 살구나무를 찾아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족한듯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볼 여유로움이 있다면 빼놓을 수 없는 꽃이다.

최근 내가 사는 마을 한쪽에 있던 살구나무가 사라졌다. 이사온 사람이 집을 새로 지으면서 잘려나간 것이다. 어찌나 아쉽던지 그쪽 방향으로 출입하는 것을 피할 정도였다.

살구나무는 친근한 나무다. 마을마다 여러그루가 있어 살구가 익을 무렵이면 나무 아래에서 서성이며 살구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던 어린시절 추억이 있다.

꽃도 이쁘고 열매에 대한 추억도 있기에 들고나는 대문 가에 살구나무를 심었다. 올해는 꽃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한해를 더 기다려야하나 보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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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한 구경거리, 수선화水仙花

鼓翼鷄鳴第一聲 고익계명제일성
明星晢晢月西傾 명성절절월서경
水仙枕畔如相狎 수선침반여상압
芳潔令人夢不成 방결령인몽불성

나래 쳐 닭이 울어 첫 홰 소리 들릴 적에
샛별은 반짝반짝 저 달도 기울었네.
수선화 베게 머리 가까이 친하다면
깨끗하고 아리따워 꿈조차 못 이루리.

자하 신위의 시 수선화다. 이 꽃을 보려고 제주도를 방문한 지난해 2월 말에는 한창이던 수선화가 올해 3월 중순엔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수선화는 추사 김정희와 함께 연상되는 제주도의 꽃이다. 추사는 늦은 나이에 제주 유배생활이 10년이었다. 그때 이재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대목이 있다.

"수선화는 과연 천하에 큰 구경거리더군요. 중국의 강남 지역은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제주도에는 모든 마을마다 조그만 남는 땅만 있으면 이 수선화를 심지 않은 데가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수선화는 온통 노랑색의 수선화가 아니다. 금잔옥대(金盞玉臺)라고 부르는 수선화로 모양이 하얀 옥대 위에 올려진 황금빛 잔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추사가 유배생활하던 제주도에는 "수선화가 하도 흔하다 보니, 제주도 사람들은 이 꽃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뿐 아니라 쇠풀이나 말꼴로 베어내고, 아무리 베어내도 보리밭 같은 데서 다시 돋아나기 때문에 시골 아이들과 농부들은 수선화를 원수처럼 여긴다고 하였다."

제주에 사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알뿌리를 얻어다 내 뜰에도 가꾸고자 한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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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없는 시절의 봄빛 자랑, 동백冬栢

臘底凝陰數己窮 랍저응음수기궁
一端春意暗然通 일단춘의암연통
竹友梅兄應互讓 죽우매형응호양
雪中花葉翠交紅 설중화엽취교홍

섣달 밑 음기 엉겨 운수 이미 다했거니
한 자락 봄 뜻이 남 몰래 통했구나.
대나무와 매화가 서로 응해 양보하여
눈 속의 꽃과 잎이 푸른 속에 붉어라.

보한재 신숙주의 동백에 관한 시다. 동백은 겨울철에 피는 까닭에 동백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강희안의 양화소록에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동백꽃에는 네 종류가 있다. 홑잎에 붉은 꽃은 눈 속에서도 능히 꽃을 피우는 것이니, 세상에서 동백이라고 일컫는다. 홑잎은 남쪽 지역 바다 섬 가운데서 잘 산다. 혹 봄에 꽃피는 것은 춘백이라고 한다."

동백은 세상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원래이름은 산다山茶다. 산다라는 이름은 잎사귀가 산다와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춘椿, 중국에서는 해홍화海紅花라고도 부른다.

이백李白 시집의 주를 보면 "해홍화는 신라국(海紅花 出新羅國)에서 나는데 매우 곱다" 라고 적혀 있다. 동백은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동백이 겨울에 핀다지만 따뜻한 곳에 사는 남쪽 식물이다. 애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강진의 백련사나 광양의 옥룡사지 고창의 동백숲 대부분은 봄이 무르익어서야 꽃을 피우니 춘백이라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내 뜰에도 사연이 있는 동백나무 두그루가 있다. 어린 나무라 아직 꽃은 볼 수 없어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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