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나무
고개 숙이고 버거운 걸음으로 숲길을 걷다 은근하게 다가오는 향기를 맡으며 발걸음을 멈춘다.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며 눈에 익숙한 꽃을 찾는다. 이렇게 향기로 먼저 다가오며 존재를 알리는 식물들이 많다. 눈보다 코가 먼저다.

순백의 하얀꽃이 가지끝에 모여 피었다. 열릴듯 말듯 향기를 전하는 모습이 나이 먹어도 여전히 수줍은 여인을 닮았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향기가 일품이다. 나무 하나가 많은 가지를 내어 풍성한 모양의 꽃을 볼 수 있다.

고추나무라는 이름은 나무의 잎이 고춧잎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꽃보다는 잎에 주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기에 '한', '의혹', '미신'이라는 꽃말 역시 꽃이 가진 이미지와는 달라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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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솜대
큰키나무들이 잎을 내어 이제 숲은 그늘로 드리워지는 때다. 그 숲에 하얀 꽃들이 불어오는 바람따라 흔들린다. 발밑에 꽃을 찾아 걷는 사이에 빛이 들어 더욱 환하게 빛나는 순간을 마주한다.

꽃이 솜대를 닮았다고 풀솜대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솜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한다. 지장보살이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린다. 옛날 춘궁기 때 풀솜대를 구황식물로 이용되었는데, 절에서 죽을 쑤어 먹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중생들을 구제하는 풀이라는 뜻으로 풀솜대를 '지장보살'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뭉처서 피는 햐얀꽃이 지고나면 둥글고 붉은색의 열매가 달린다. 의외의 열매라 가을 산행에서 주목하게 만드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식물로 우리나라 고유종인 자주솜대가 있다. 매년 노고단에 오르며 보던 꽃을 올해는 태백산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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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발
여러날을 기다렸다. 꽃대 올라오고도 십여일이 더 지났지만 좀처럼 열리지 않던 꽃이 피었다. 그 앞에 가만히 서서 몇날을 두고 보고 또 보던 그 마음으로 눈맞춤한다.

우리나라 숲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늘푸른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은 뿌리에서만 자라나므로 줄기가 서지 않고 잎이 한 자리에 뭉친다.

꽃은 6∼7월에 피고 노란빛을 띤 흰색이거나 흰색이며, 간혹 분홍색도 보인다. 여러개의 꽃이 밑을 향하여 모여 달린다.

노루발이라는 이름은 한자명 녹제초鹿蹄草는 사슴발굽풀이라는 의미다. 한반도에는 사슴 대신에 노루가 흔해서인지 노루발로 바꿔 부르고 있다. 또한, 동그란 잎이 노루의 발자국을 닮았다고 하여 노루발이라고도 한다.

작게 피면서도 단단한 느낌이 주는 것이 보는 이의 마음에 단아함으로 담긴다. 숲속 홀로서도 무리지어서도 이쁜 모습에서 소녀의 마음을 보았나 보다. '소녀의 기도'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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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노루발
닮은듯 다른 존재가 한없는 궁금증을 불러왔다. 이곳 어딘가에도 분명 있을텐데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만 더하다가 다른 꽃 보러가는 길에 우연히 눈맞춤 했다. 그렇게 만났던 꽃을 올해는 동쪽 바닷가 소나무 숲에서 만났다.

하얀꽃이 꽃대 하나에 하나씩 피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일찍 맺힌 꽃망울이 피기까지는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꽃보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일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모습으로 피는 노루발풀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꽃이 매화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매화'가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고고한 매화의 매력을 여기서도 찾아 누리려는 옛사람들의 그 마음을 알 것도 같다. 꽃을 찾고 꽃과 함께 일상을 누리는 마음이 곱다.

숲 속의 나무 그늘에서 좀처럼 들지않은 햇볕을 기다리듯 오랜 기다림 끝에 피는 꽃이어서 그런걸까. '소녀의 기도'라는 꽃말에서 먼 미래를 그리는 아련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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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도라지
섬진강 자전거 길을 걷는다. 귀를 열고 키큰나무에서 들리는 새소리에 주목하지만 그렇다고 땅에 핀 꽃을 외면 할 수는 없다. 익숙한 길에서 낯선 식물을 본다.

곧게 자란 줄기에 보라색 별들이 옹기종기 붙었다. 북미 원산의 귀화식물이라고 한다. 지난주 산책길에서는 보지 못했던 꽃이다.

강따라 풀숲 여기저기에 보이는 것으로 봐서 물이 넘칠 때 따라와 자리잡은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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