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을 헤매던 지난날을 회상하니
고비마다 하이얀 바람꽃이 피었구나"
*김덕종의 시 '변산바람꽃'의 일부다. 올 봄, 더디오는 봄을 맞으려고 늦게 깨어나는 숲에 들었다. 변산바람꽃 핀다는 소식에 그곳에도 피었겠지 싶어 찾아가 눈맞춤 했다.
변산바람꽃은 무엇보다 앞서 봄을 부르더니 서둘러 떠난다. 혹시라도 그 화려함 속에 감춘 속내가 드러나면 어떨까 싶어 급한 발걸음을 내딛다가도 잠시 멈춰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봄도 잊지 않는다.
내가 꽃을 찾아 산과 들을 헤매고 다니는 이유는 뭘까. 누구는 나이든 탓이라며 쉬운 핑개를 대기도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한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안다. 건들부는 바람결에 향기라도 맡으며 걷다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뜻밖의 눈맞춤이 길어진다. 발걸음도 멈추고 허리도 굽히고 살피다 급기야는 무릎을 꿇고서 숨을 멈추며 눈맞춤을 한다.
꽃에 투영된 내 지난 시간을 만나는 찰나刹那다. 그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순간은 단 한번도 저장되는 일이 없다. 다시 만나고 싶은 그 찰나를 위해 걷고 또 걸어 꽃을 찾는다.
깨어나 보니 눈 앞이 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