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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동백 - 이제하 그림 산문집
이제하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 2014년 12월
평점 :
노 작가의 따스한 삶의 충고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어디선가 들었다. 구수하고 굵은 음색에 읊조리듯 부르는 노래에 푹 빠진 적이 있다. 그 노래에 홀리듯 수없이 반복하여 듣다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이 누굴까 싶어 찾아보니 처음 들어보는 사람 이제하라고 했다. 어떤 사람일까? 직업 가수는 아닌 듯 한데 그의 독특한 음색과 노랫말이 애사롭지 않았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서정주의 시 ‘꽃의 독백’에 곡을 붙인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곡처럼 그가 부른 다수의 노래가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이제하는 1937년 태어나 미술을 공부하다 시와 소설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초식’, ‘기차’, ‘기선’, 바다, ‘하늘’등과 장편소설 ‘열망’, ‘소녀 유자’, ‘능라도에서 생긴 일’등이 있으며 CD ‘이제하 노래모음’등이 있다.
이제하는 창작자로서, 문학, 미술, 영화, 음악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꾸준히 활동해온 전방위 작가로서 페이스북에서 글과 그림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가 페이북을 통해 소통한 글과 그림을 모아 발간한 책이 ‘모란 동백’이다.
“예술이고 나발이고 좀 있으면 꽃들도 온통 흐드러질 것 아닌가. 견디자. 제발 견디자, 마음아.”
이 책은 ‘노랑 재킷의 소녀’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등을‘나의 청춘 마리안느’에서는 저자와 인연이 있었던 카페나 담배와 술과 벙거지에 대한 이야기, 한동안 머물렀던 통영에서의 씁쓸한 기억 등을‘그림의 행방’은 ‘모란 동백’을 비롯한 그림과 노래에 관한 이야기다. ‘누가 소설을 못 쓰게 하는가’는 스승인 서정주 선생을 기억하고, 문단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비판이 담겨있다.
이제하 작가에게 페이스북은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갈림길이자 또 다른 글쓰기 창이엿으며, ‘작가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사람과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의 소통 방식을 은유가 없어 보인다. 혼란스러운 세상을 혼란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말로 정신 바짝 차리라는 말로 들린다. 특히 올해 일어난 세월호 사고는 작가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작가는 스러져간 어린 목숨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러한 상황을 만든 정부와 사회에 대한 비판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글과 그림으로 강력하게 항의를 한다. 하지만 작가는 세상의 불화와 혼란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말고 희망을 찾기를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