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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빗물처럼 - 시 속에 살아 있는 조선의 일곱 빛깔 옛 사랑
이상국 지음 / 대원사 / 2009년 3월
평점 :
착한 사랑은 없는 걸까?
사랑이야기의 중심에는 그리움이 있다. 그리움은 함께하지 못한 이별을 전재한 가운데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사랑에 그리움이 있다는 것은 곧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중심이라는 이야기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회자되는 사랑이야기의 대부분이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역대 대부분의 사랑은 그렇게 이별을 겪으며 그 속에서 가슴 타는 그리움이 함께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여, 사랑이라는 것 속에 원래 그런 속성이 존재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져 본다.
우리 선조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특히, 조선시대ffm 대표하는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황진이와 서경덕, 매창과 유희경, 두향과 이황, 홍낭과 최경창, 김삼의당과 하립, 김부용과 김이양, 이옥봉과 조원 등이다. 이 사랑들의 공통점은 슬프고 외롭고 그리운 사랑에 대한 인간의 감정이 애타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조선이라는 사회적 특성에서 자유롭게 사랑을 이야기할 수 없었을 것이며 특히, 남성 중심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으로 사랑의 중심에 서서 자신의 사랑을 주장하기란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사회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그들의 마음을 담은 시를 통해 사랑의 모습을 재구성한 책이 있다.
이상국의‘눈물이 빗물처럼’(淚如雨)은 바로 조선시대 일곱 명의 사랑의 주인공들과 그들이 남긴 시를 통해 사랑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도 익숙한 황진이나 매창을 비롯하여 홍낭, 김삼의당, 김부용, 이옥봉 등의 여성과 남자로써 유일하게 임제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관심의 대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니 주목 받을 수 있을 소재이며 특히 시를 통해 사랑이야기를 펼치니 그 사랑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을 일으킬만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저자의 이야기 솜씨가 여간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두려움 없는 사랑 - 홍낭, 평생 기다린 사랑 - 매창, 자존심 강한 사랑 - 황진이, 맹렬 치맛바람 사랑 - 김삼의당, 끝내 쟁취하는 사랑 - 김부용, 죽음을 넘은 사랑 - 이옥봉, 사랑할수록 허한 사랑 - 임제’로 제목만으로도 이미 짐작이 가는 이야기들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황진이의 이야기와 매창의 사랑의 상대자로 대부분 유희경을 지목하는데 여기서는 허균에게 초점을 모았다는 점이다. 또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지아비를 성공시키기 위한 열혈부인 김삼의당에 관한 이야기도 주목된다.
이들의 사랑은 대부분 짧은 시간 사랑하고 긴 이별을 겪으며 오랫동안 그리움을 간직한다. 그 긴 시간동안 그리워하는 대상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시를 짓는다. 이런 시가 남아있기에 그들의 삶과 사랑을 그려볼 수 있다. 저자는 바로 그렇게 남겨진 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하거나 주인공들을 불러 인터뷰 형식으로 그들의 당시 심정을 알아보기까지 한다. 이들의 사랑이야기와 그들이 남긴 시를 통해 사랑을 본 모습을 따라가 볼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의 화두일수도 있는 사랑이 유독 비극으로 그려지는 것은 왜일까? 이쁘고 달콤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사랑이 그려질 때는 슬프고 안타까운 비극으로 그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사랑이라는 그 과정 어딘가에 분명하게 비극적인 요소가 담겨 있지만 그런 비극적 요소를 뛰어 넘는 것이 사랑이며 짧은 순간의 행복이 긴 이별을 이겨낼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저자가 주인공들을 현대로 불러 모아 한바탕 파티를 꾸민다. 모인 이들이 다음 모임을 기다린다는 것에서 착한 사랑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시작도 끝도 다 좋은 착한 사랑은 없는 것일까?